서적소개
티투스의 승부수
막스 갈로 / 예담 / 2007.5.8
– 프랑스 최고의 이야기꾼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 ‘티투스의 승부수’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인 중에서 흥미로운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각 권을 구성했다.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고 모든 진귀하고 값진 것들이 로마로 모이던 시절,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있었다. 사치와 향락, 승리와 피, 타락으로 점철된 로마 시대의 역사를 가장 화려하게 살다 간 로마 시대 인물들의 이야기가 막스 갈로의 손끝에서 박진감 있고 생동감 넘치는 소설로 다시 살아난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인 ‘티투스의 승부수’에서는 로마의 대 유대 전쟁을 이끌고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2권에 이어 3권에서도 세레누스가 서술자로 등장하여,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을 정복한 고독한 승부사의 생애를 들려준다.
○ 목차
제1부 그대는 새로운 카이사르가 될 것이다
제2부 반그리스도의 최후
제3부 동방에서 온 구세주
제4부 로마의 적에게 다른 운명은 없다
제5부 유대의 여인들
제6부 난공불락의 마사다
제7부 티투스, 인류의 사랑이자 즐거움
역사에 기억된 인물들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막스 갈로 (Max Gallo)
역사학자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전기, 평전, 소설 등 90권 이상의 저서를 펴낸 대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어 (‘나폴레옹’ 한 작품만 프랑스에서 80만 부 이상 팔렸다!) 프랑스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통한다. 그는 1932년 니스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고,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에게 점령당했다가 해방된 이 도시에서 온갖 사건을 목격하며 아주 일찍부터 세계에 눈을 떴다. 이때의 체험은 그의 상상력을 일깨우고 역사에 대한 열렬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오랫동안 니스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다 1968년 파리 정치학 연구소의 교수가 된다. 1970년대에 10여 년간 ‘렉스프레스’ 지에 논설을 썼고, 80년대에는 ‘르 마탱 드 파리’ 지의 편집진으로 참여했으며, 프랑스 퀼튀르 방송에서 정치평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1974년 사회당에 들어가 시 의원과 정무차관, 정부 대변인, 유럽의회 의원 등을 지내며 정치계에서도 활약하다가, 1992년 당을 떠나 장-피에르 슈벤느망과 함께 시민운동에 참여했으며, 1994년에 정계를 떠나 지금은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클라라 H의 아들》, 《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이 있다.
– 역자 : 이재형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우리에게 생소했던 프랑스 소설의 세계를 소개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많은 작품들을 번역했으며,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세상의 용도』, 『부엔 까미노』, 『어느 하녀의 일기』,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꾸뻬 씨의 시간 여행』, 『꾸뻬 씨의 사랑 여행』, 『마르셀의 여름 1, 2』, 『사막의 정원사 무싸』, 『카트린 드 메디치』, 『장미와 에델바이스』, 『이중설계』, 『시티 오브 조이』,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 『레이스 뜨는 여자』, 『정원으로 가는 길』,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사회계약론』, 『법의 정신』, 『군중심리』, 『사회계약론』 『패자의 기억』 『최후의 성 말빌』, 『세월의 거품』, 『밤의 노예』, 『지구는 우리의 조국』, 『마법의 백과사전』 『말빌』 『신혼여행』 『어느 나무의 일기』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나는 그가 자신의 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것을 독약처럼 사용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그의 얼굴과 눈빛은 전쟁을 치르면서 인간들의 온갖 계략을 훤히 꿰뚫은 인물답게 교활하고 음흉하면서도 싸움터뿐 아니라 네로의 황궁에서도 적들과 맞서야 했던 약삭빠른 전략가답게 날카로웠다. — 본문 중에서
“정복한 민족으로부터 로마가 비난당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로마는 결코 심판당하고 공격당하는 걸 용인할 수 없습니다. 로마에 대항하는 민족은 벌을 받아야 합니다. (…) 무기를 내려놓고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유대인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전락할 것이고, 그들의 왕국에서 내쫓겨 사방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땅을 잃을 것입니다. 그들의 사원과 도시가 파괴될 것입니다.” — 티투스
“돌아오라, 네로여! 그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로!” — 네로의 무덤 앞에서 어느 평민의 말
○ 출판사 서평
– 천년 제국 로마, 끝나지 않는 역사 :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세계인의 삶을 지배하는 로마인들 “기억되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로마 제국의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는 이 문명의 상속자이며, 로마인들은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진다. 로마인들에 대해 안다는 것, 그것은 역사와 소설이라는 거울 속에서 우리에게 계승된 하나의 문명을 바라보는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로마 문명은 그 양면성으로 우리를 계속 매혹시킵니다. 고대 로마는 극도로 세련되고, 기술적으로 매우 앞섰지만 한편으로는 최고로 사악한 야만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사회였지요.” ― 막스 갈로
– 막스 갈로의 로마 시대 이야기
막스 갈로는, 고대 로마가 최상의 정묘함과 극도의 잔인성이 공존하는 사회였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와 닮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법의 창시자, 건축의 대가, 도시 계획가, 시인, 철학자로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던 로마인들에게서 최상의 정교함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 없이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고 자살을 하며 학살과 고문을 자행한 로마인들의 모습에서는 극도의 잔인성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묘함과 잔인성의 공존은 지식의 축적과 고도의 기술로 고급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극도의 잔인함을 보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까지 이어진 로마 제국의 유산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로마 시대의 역사는 책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 상품으로 만들어지며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단순히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아는 것을 넘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사고를 들여다봄으로써 로마 제국의 역사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막스 갈로의 소설을 통해 로마를 읽는 의미이다.
–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을 정복한 고독한 승부사《티투스의 승부수》,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3
3권에서는 로마의 대 유대 전쟁을 이끌고 그 누구도 정복하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점령한 티투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막스 갈로는 2권에 이어 3권에서도 서술자의 역할을 맡은 세레누스의 입을 빌려 “이 책은 티투스 황제를 기리는 뜻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세우는 기념물이 될 것이다. 나는 그의 악덕과 잘못, 잔인함과 비열함뿐 아니라 그의 성실함과 관대함, 용기에 대해서도 말할 것이다. 나는 그가 로마의 황제들 가운데서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는 말로 그가 티투스 황제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힌다.
네로 황제의 통치 말기, 후에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황제의 명을 받아,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든 유대의 반란을 진압하러 떠난다. 베스파시아누스의 아들인 티투스도 아버지를 따라 유대로 떠났고, 그곳에서 그들은 유일신의 이름으로 로마의 지배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성채 앞에 선다.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깊은 협곡으로 둘러싸인 암벽 위에 세워진 성채. 그리고 필사적으로 항전하는 유대인들을 굴복시키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정말 신들이 로마의 편에 있었던 것일까.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유대의 도시들은 하나 둘 로마의 발에 짓밟히고, 저항이 거셌던 만큼 잔혹한 보복을 당한다.
유대의 여인을 사랑한 티투스는 끊임없이 번뇌하고 끝까지 유대인들에게 자비를 베풀려 한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전쟁을 극단으로 몰아간다. 유대의 장군이었으나 베스파시아누스의 황제 제위를 예언하며 로마의 편에 선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유대인들이 로마인들과 치렀던 전쟁은 같은 시대에 일어난 전쟁뿐 아니라 도시나 국가 사이에서 벌어져 우리에게 전해진 모든 전쟁 가운데서도 가장 참혹했다.”고 그의 저서 《유대 전쟁사》에서 밝혔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자식의 살을 먹고 생존한 어머니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순번을 정해 차례로 앞 사람의 목을 벤 유대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며 참혹함을 느끼는 동시에 인간의 끝은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 이것이 로마다
자유는 힘이다!_힘을 가진 자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고대 로마 시대, 로마 주변국들은 모두 로마의 발아래 무릎을 꿇었고 로마에게 정복된 민족들은 노예 신세로 전락했다. 정복되어 노예가 된 사람들은 몇 푼의 돈에 팔려 소나 말처럼 주인의 명령에 따라 일만 하는 말하는 짐승, 말하는 도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타인의 뜻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노예로 사느니 고통스럽지만 자유로운 죽음을 택한 스파르타쿠스와 노예들은, 같은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거대한 힘이 된 후에야 잠시나마 자유를 누리다 자유인으로 죽을 수 있었다.
권력은 쾌락이다!_고대 로마 시대, 황제들은 로마 최고의 자리에 앉아 신과 같은 권력을 휘둘렀다. 로마 제국 5대 황제인 네로에게 권력은 쾌락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권력의 극한에 앉아 어머니와의 근친상간, 공공연한 외도, 동성애(그는 심지어 신부가 되어 결혼식까지 올렸다!) 등 온갖 기상천외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이 맛볼 수 있는 모든 쾌락을 경험하고 자신의 욕망을 가감 없이 펼쳤다. 하지만 누가 황제의 행동을 판단하고 비난할 수 있었겠는가. 네로에게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일이라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
성공은 도덕이다!_고대 로마 시대에는, 도덕적이라 함은 바로 성공을 의미했다. 어머니와 동생을 죽인 네로도, 수차례 참혹한 전투를 치른 끝에 예루살렘을 정복한 티투스도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지 않았다. 그들이 성공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주변의 모든 민족을 점령하고 굴복시킬 수 있었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신이 그들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일이 정당하던 그때, 그 누구도 신들이 내린 결정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로마를 통치하는 황제도, 로마에 반기를 든 민족을 처단하는 장수도 신이 함께하는 한, 성공하는 한 도덕적이었던 것이다.
– 해외 서평
고대 로마사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쉽게 이해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 쿠리에 프랑세
역사가이자 문헌 연구가로서의 정확성과 엄정함, 소설가로서의 재치와 입담이 어우러져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 이 작품은 현대인들이 기독교가 탄생한 곳인 고대 로마 사회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씌었다. – 레코 드 루에스트
역사가이자 소설가로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충실하게 추구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가장 실제 같은 소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책은 역사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DNA
독자들은 막스 갈로의 이야기를 통해 가시지 않는 로마 역사의 열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막스 갈로는 이번 작품을 집필할 때에도 여러 면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런 만큼 독자들은 광범위한 고대 로마 이야기를 ‘마음 놓고’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 라 망슈 리브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막스 갈로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로마인들의 삶을 구경시켜주는 실로 훌륭한 여행을 선사한다. – 라 프로방스
막스 갈로의 손끝에서 역사는 살아 있는 이야기로 변한다. – 르 코티디엥 뒤 메드셍
○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 1 ~ 5권
<나폴레옹>, <로자 룩셈부르크 평전>을 쓴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 막스 갈로가, 세계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로마 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이라 부제 붙인 다섯 작품의 각 권은,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인 중에서 흥미로운 개인사를 가지고 있는 일대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세상의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고 모든 진귀하고 값진 것들이 로마로 모이던 시절,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있었다. 사치와 향락, 승리와 피, 타락으로 점철된 로마 시대의 역사를 가장 화려하게 살다 간 인물들의 이야기를, 막스 갈로는 박진감 있고 생동감 넘치는 소설로 되살려낸다.
1권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의 주인공은 로마의 속국 트라키아 출신의 검투사 스파르타쿠스. 그는 기원전 73년부터 71년까지 로마 공화국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 노예들을 이끌었다. 스파르타쿠스가 이끄는 노예군의 처절한 분노와 두려움 없는 증오 앞에서 로마 병사들의 피는 강이 되어 흐르고 벌거벗겨진 시체는 짐승들의 먹이로 남겨진다. 그러나 노예들의 반란은 애초부터 패배를 위한 전쟁이었다.
스파르타쿠스 다음에는 희대의 폭군 네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네로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옆에서 지켜본 세레누스라는 인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2권 <네로의 비밀>. 네로가 쾌락의 향연을 벌이며 행사한 권력과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인 잔인함은 고대 로마 시대에 황제가 누린 권력의 의미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3권 <티투스의 승부수>에서도 세레누스가 서술자의 역할을 맡는다. 네로 황제의 통치 말기, 후에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는 황제의 명을 받아, 로마 제국에 반기를 든 유대의 반란을 진압하러떠난다. 베스파시아누스의 아들인 티투스도 아버지를 따라 유대로 떠나고, 그곳에서 그들은 유일신의 이름으로 로마의 지배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성채 앞에 선다.
4권 <아우렐리우스의 두 얼굴>의 주인공은, 철학자가 가장 이상적인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주장을 현실에 적용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다. 화자인 율리우스 프리스쿠스는, ‘현자의 얼굴 뒤에 숨겨진 냉혹한 기독교도 박해자의 모습’을 파헤친다.
5권 <콘스탄티누스의 선택>은 ‘인간과 신의 모든 힘을 열망한 야심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이야기다. 인간과 신의 모든 힘을 열망한 그가 결국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야심에 이끌린 미로의 인간 콘스탄티누스. 능수능란하고 잔인하며, 마지막까지 이교신을 숭배하는 동시에 기독교인들을 보호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 독자의 평 1
이 책 바로 전에 신간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를 읽었다. 아마 책을 구매할 때 비슷한 테마로 묶어 선택하게 되는 습관 때문에 생긴 우연일 것이다. 제정 초기의 황제일 뿐 아니라 10년이 넘는 통치기간, 그리고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했던 클라우디우스는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티투스는…?
가물가물한 이름은 아니었으나 로마사라는 시간의 흐름 안에 있는 기억이 아닌 것 같았다. 막상 그의 치세 기간을 담은 [로마인이야기] 8권을 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 머리에 그의 앞뒤를 통틀어 8명의 황제의 얼굴을 담은 동전이 페이지를 가득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통치기간은 불과 3년여.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책에서 남은 기억이 아닌 이스라엘 역사, 특히 로마항전사를 접하면서 그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은 이름이었던 것이다.
책을 펴기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접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전임 황제였던 그의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는 10년, 후임이었던 동생 도미티아누스는 15년을 통치했는데, 달랑 3년을 통치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을 이야기거리는 무엇인가?
책은 짐작했던대로 가상인물의 회상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직전에 읽었던 책 역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회고 형식의 3권이었는데, 마치 약간의 시간차를 둔 한사람의 기록인 것 같아 생경함이 없었다. 사실 클라우디우스의 이야기 결말부에 등장하는 네로가 이 책 전반부에서도 주인공처럼 등장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티투스가 황제가 되기 이전의 유대정복사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황제의 치세를 담은 위인전이 아닌 특정한 한 시점을 중심으로 인간 티투스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티투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맨 첫머리에 “39세에 즉위한 티투스만큼 좋은 황제가 되려고 애쓴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다. 당시에도 公僕이라는 표현이 존재했다면, 티투스야말로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철저한 공복이 되려고 애썼을 게 분명하다. 백성이 원치 않으면 평생의 사랑까지도 포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적고 있다.
사실 권력쟁취와 유지를 위한 온갖 술수와 잔인한 인간의 모습으로 점철된 로마사에서 이 티투스만큼 인간적이고 수더분한 황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서민층에서 출신해서 자란 자신의 됨됨이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고, 흠모했던 이민족의 여왕과의 결혼이 불가하게 되자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던 세계 최강국의 황제. 여러모로 소설의 주인공이 될만한 점이 충분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의 매력 또 한가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과 전쟁터를 무대로 영웅을 주로 그려내는 로마시대 이야기와는 달리 그 가운데에서도 사랑에 집착하는 주인공 티투스와 화자 세레누스의 심리묘사와 로마에 끝까지 저항하다 철저히 괴멸되는 당시 유대인들의 입장도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이런 시도는 로마인이지만 유대인을 동정하고, 극렬분자인 한 여성을 흠모하고, 결국 유대인의 신앙을 넘어 그리스도까지 믿게되는 기사 세레누스가 화자가 되는 것으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은 아무리 객관적인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고 하지만, 로마사를 지나치게 로마인대 이방인, 문명인대 야만인의 구도로 ‘이야기’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저술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의 포멧임에도 문장이 절제되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훈의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로 담백한 단문으로 글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갈로의 원작 탓인지 번역자의 궁금하다. 전자이건 후자이건 번역의 뛰어남이 아니고는 전제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맨 끝장면에 티투스는 황제에 등극한다. 하지만 전쟁에 승리해 유대를 정복했으며 참으로 드물게도 아버지로부터 평화롭게 황위를 이어받아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지만, 흠모했던 여인 베레니케를 남의 이목에 밀려 결국 유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으로 그에 대한 인상이 마무리된다. 실제로 티투스는 3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폼페이 매몰, 로마의 대화재, 이탈리아 전역의 전염병 창궐 등의 엄청난 재앙의 뒷수습에만 매달리듯 숨가쁘게 일하다가 결국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시오노 나나미는 페이지 한곳에 8개의 동전을 가득 채워두었으나,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티투스의 얼굴을 담은 동정을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흥미롭긴 하지만 애써 집중할 곳이 적은 로마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작은 창이 하나 난 것이다.
○ 독자의 평 2
네로 황제 말기 시절부터 티투스의 죽음까지를 그리고 있다.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1부 <스파르타쿠스의 죽음>에서 기록자로 나온 가이우스 푸스쿠스 살리나토르의 후손인 세레누스가 화자 話者 ‘나’로 등장하는 건 2부 <네로의 비밀>과 같다. <네로의 비밀>에서 보면 아그리피나가 네로를 낳을 때 옆에서 시립해 있어, 대가리에 쇠똥도 벗겨지지 않은 네로를 제일 처음으로 본 신하로 등장한다. 3부 <티투스의 승부수>에선 티투스가 죽고 벌써 2년이 흘러 이제 자신도 죽음의 신이 가까이 있음을 알고 쓰기 시작한 <내 삶의 연대기>가 거의 끝난 시점에서 시작하고 있다. 그러니 화자 세레누스를 대강 기원 10년 경에 출생했다면, 이이가 거친 황제만 (위키피아를 참고로 해서) 읊어 봐도 아우구스투스,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아누스, 이렇게 총 11명의 황제 시대를 걸쳐 살았다.
막스 갈로의 기준으로 보면 로마 최초의 황제 그룹인 율리우스-클라우디우스 황조에선 유일하게 현명한 황제가 초대 아우구스투스였을 것이고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책에서는 클라우디우스가 참 어진 황제로 나오는데 갈로는 어질기는 하지만 형편없는 황제라고 슬쩍 넘어가고 만다) 네로 이후 혼돈기와 베스파시아누스 황조에선 역시 유일하게 티투스만 좋은 황제였다. 네로를 다룬 2부에서 네로는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질탕하고, 폭력적이고, 우스꽝스럽고, 잔인하고, 변태적인 인물로 일관하다 중도에 뚝 끊어버린다. 려, 뭐 이딴 게 있나 싶을 정도의 중동무이. 그러다 3부 <티투스의 승부수>에서 네로는 친위대의 배신으로 주위의 아첨꾼들이 모두 떠나자 유모의 도움을 받아 자살을 하는 것으로 너무 간단하게 취급해 읽기가 허탈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후에 로마 역사는 사실 정신없이 팽팽 돌아가게 되는데, 실제로, 이후 황제를 해먹는 갈바는 7개월, 네로의 아내 포퐈이아의 전남편 오토는 3개월, 게르마니아 지역 사령관이었던 비텔리우스는 8개월 동안 황위에 올랐을 뿐, 이후 베스파시아누스 일가가 세 번에 걸쳐 황제를 할 때까지 너무 속도를 내서 휙휙 지나가, 사실 중요한 사건은 없고 그냥 힘 센 놈이 덜 센 놈 잡아 죽이는 쌍권총시대였을 뿐이기는 하지만, 달리는 말 잔등 위에서 먼 산 바라보는 느낌을 숨길 수 없다.
어쨌든, 화자 세레누스로 말할 거 같으면, 네로 시절을 다룬 2부에서 원형경기장에서 맹수들의 밥이 됐던 기독교인들의 영향을 받아, 유대교가 아닌 기독교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바, 이번 3부에선 티투스가 제위에 오르기 전에 황자의 자격으로 떠난 예루살렘 원정이 주요 장면인 관계로, 한없이 벌어지는 살육과 고문 등을 보며 자연스레 부활과 기독교를 믿게 되는, 가능하기는 하지만 조금은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암만해도 네로 이후의 황제들을 보는 작가 갈로의 시각은 기독교를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겠다 싶기도 하다. 친 기독이면 우리 편, 반 기독이면 너네 편, 이런 식.
다수의 유대교와 극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똘똘 뭉쳐 대 로마 항쟁에 나선 갈릴리와 예루살렘 지역의 유대인들. 그러나 당시 로마는 세상의 어떤 민족과 싸워도 쉽게 이길 수 있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상태. 이스라엘과 갈릴리의 아그리파 왕과 여동생 베레니케 여왕, 이집트 군단을 지휘하는 유대인 출신 로마 시민인 티베리우스 알렉산드로스 같은 이들은 역불급이니 유대민족의 군사력이 로마를 능가할 때까지는 좀 굴욕스럽지만 생명을 이어가면서 인구를 늘리는 것이 상책이라 주장하는 반면(출애굽기 때부터 유구한 전통이다), 젊은 투사들의 집단인 ‘열심당’과 ‘단검자객단’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은 세계에서 가장 우월한 유대인이 로마인들의 지배하에 있다는 걸 참지 못해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나섰는데, 어떤 것이 옳은 건지, 화자 세레누스는 헷갈린다.
책은 그리하여 티투스가 이끄는 로마 연합군과 유대인들의 전투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어린애 팔 비틀기 정도의 무력이 충돌하니 당연히 로마가 이기겠지만, 과거 유대인의 깡다구 역시 만만하지 않다. 근데, 잘 나가다가, 1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책에선 화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제일 중요한 법이라서, 점점 그리스도라는 신을 믿는 집단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독자는 환장하겠더라. 전쟁에서 당하는 피지배민족 유대인의 참화를 너무 강조하는 것. 비단 티투스의 정벌뿐이랴. 세상에 정당한 전쟁이 언제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 이래서 2/3쯤 지나면 김이 팍 새버리고 만다. 내 조부께서 이런 경우에 말씀하셨지. 스팀 아웃?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가 모두 다섯 권으로 이어졌는데, 세 권을 읽었고, 네 번째가 로마 오현제五賢帝 가운데 마지막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관해서다. 5현제가 언제 적 이야기냐 하면, 티투스가 즉위 2년 만에 숟가락 놓고(동생에 의한 독살설도 있단다) 친동생 도미티아누스가 황제를 먹었다가, 이왕 황위에 올랐으니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겠다는 일념 하에 온갖 난장판을 다 저지른 결과, 암살을 당하신 다음에 추대된 이가 네르바 황제. 이이가 초대 5현제다. 이후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이때부터 호칭이 복잡해지는데) 안토니우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 다섯 명을 일컫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아드님이 누군가 하면,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아주 얍삽하게 생기고 누이를 사랑하며, 감히 러셀 클로한테 맞짱 뜨자고 하던 (물론 영화에서만 그랬다) 바로 그 콤모도스 되겠다. 왜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쓴 <명상록>은 나도 읽어봤을 정도로 아직도 명작으로 치지만(근데 읽어보면 정말 재미없다), 책 소개를 보면, 이 황제님이 기독교를 탄압했다는 거 때문에 막스 갈로 선생의 미움을 좀 받는 거 같아서다. 물론 읽어봐야 알겠지만 이런 정도의 정보만 보고도 책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신다. 5현제 시절이야말로 아직 기독교가 세상에 퍼지기 전에 일부 혼돈스럽고, 일부 야만적이지만, (서쪽에서만)거의 자연적인 상태의 인류였던 시절이라, 앞으로 이천 년을 지배하게 될 이데올로기를 굳이 벌써부터 가까이 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싶어서…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