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파수꾼
하퍼 리 / 열린책들 / 2015.7
55년 만에 출간된 하퍼 리의 두 번째 작품 ‘파수꾼’은 그 전까지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던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하퍼 리의 첫 작품인 데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파수꾼’이 쓰인 시기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한창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때다. 소설은 50여 년 전에 쓰였지만 그 주제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하퍼 리는 『파수꾼』 속에서 부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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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수꾼” 이야기
‘파수꾼’의 집필 과정은 친구들의 재정적 지원에서 시작한다. 1956년 크리스마스 날, 30세의 나이에 하퍼 리는 인생을 바꿔 놓을 선물을 받게 된다. 마이클 브라운이라는 친구가 쓰고 싶은 글을 쓰라며 1년치 생활비를 준 것이다. 1957년 1월부터 6주 동안 모든 원고를 저작권 에이전트에게 준 것으로 보아, 3개월 동안 ‘파수꾼’의 원고 작업을 본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며, 5월에 개고를 완료하여 J. B. 리핀코트 출판사에 제출했다. 그 후 출판사 편집자 중 하퍼 리를 담당하게 된 테이 호호프 편집자는 ‘파수꾼’을 읽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원고가 소설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생생한 이야기였다. 등장인물들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입체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진정한 작가의 자질이 번득였다. 하퍼 리는 에세이나 단편소설을 한 편조차 발표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은 확실히 아마추어의 작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테이 호호프는 원고를 달리 쓸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아무래도 ‘파수꾼’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당시 한창 일어나고 있던 시대 상황의 뜨거운 이슈에 너무 가깝고 직접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퍼 리는 테이 호호프의 조언에 따라 어린아이의 일인칭 목소리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 결과 ‘파수꾼’과는 전혀 다른 ‘앵무새 죽이기’가 1960년 7월에 탄생했다.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출간하고 소설 한 편을 더 쓰고 일단 보류해 두었던 ‘파수꾼’을 출간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가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자 언론의 관심이 쏟아졌고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능가하는 작품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은둔을 택했다. ‘앵무새 죽이기’ 출간 직후 인터뷰를 제외하고는 하퍼 리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언론에 죽어도 싫다는 글자만 써서 보냈을 뿐이다. 하퍼 리를 세상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친언니 앨리스 리가 2014년 11월 사망하자, 앨리스가 고용하고 있던 변호사 토냐 카터가 그 보호자 역할을 이어받았다. 토냐 카터는 2014년 8월 말에 하퍼 리의 안전 금고에서 《파수꾼》 원고를 발견했다고 한다. 하퍼 리는 《파수꾼》 출간을 놓고 고민했으나 주변의 의견을 들어 본 끝에 《파수꾼》을 출간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55년만에 세상에 드러나게 된 《파수꾼》은 출간 전부터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예약 판매 1위, 미국 초판 발행 부수 200만 부를 기록하며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2015년 7월 14일 미국, 영국, 스페인, 독일, 브라질, 덴마크, 네덜라드, 카탈로니아, 스웨덴, 한국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하퍼 리의 첫 작품인 데다가,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최초이자 최후의 작품이다. 《파수꾼》이 쓰인 시기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한창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때다. 소설은 50여 년 전에 쓰였지만 그 주제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하퍼 리는 《파수꾼》 속에서 부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 우리 사회 속에서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말한다.
《앵무새 죽이기》와 같이 《파수꾼》도 인권 유린 문제에 경종을 울린 작품이다. 그러나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진 루이즈가 여섯 살 아이였다면 《파수꾼》은 주인공이 스물여섯 살의 성인이다. 20년의 차이가 있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의식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집필 당시 작가의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던 흑인 인권 운동과 백인들의 폭동들이 나오고, 이를 대하는 당시 사람들의 상반된 의견이 작중 인물들에 그대로 스며 있다. 그 밖의 세계사적 사건이나 문학적 인용도 작품을 읽어 내는 데 주요한 혈맥 역할을 한다. 또한,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은 둘 다 성장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기도 하다. 《파수꾼》 속 주인공은 성인이지만 이제 막 어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재판에서 흑인을 변호했고,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했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흑인 비하 일색인 소책자를 보게 된 것이다. 그 순간부터 딸에게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이 된다. 뒤따르는 실망과 분노, 갈등과 대립은 그녀를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 저자소개 : 하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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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는 1926년 4월 앨러배마 주 먼로빌에서 변호사이자 주 의회 의원인 아버지 밑에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대단한 말괄량이였던 그녀는 웬만한 사내들보다 거칠게 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후 고등학교에 입학해 영문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다가 먼트가머리에 있는 헌팅던 여자 대학과 앨라배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으며 교환 학생 자격으로 옥스퍼드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기도 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을 발표하던 그녀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글쓰기에 전념하게 되자 ‘파수꾼’ 원고를 출판사로 보내고, 출판사에서는 그 작품을 고쳐 ‘앵무새 죽이기’로 출간할 것을 제안한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곧바로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 이듬해 하퍼 리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1962년에는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룩했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로 분한 그레고리 펙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1년에는 시카고에서 ‘한 도시 한 책’ 운동의 도서로 선정되어 당시 그곳의 큰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변화시켰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 1위,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 성서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등에 선정되었다.
1930년대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 메이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그 시대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인공 스카웃과 항상 붙어 다니는 오빠 젬과 친구 딜, 변호사인 아빠 애티커스 핀치, 이웃에 사는 은둔자 부 래들리 등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는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되었다.
‘앵무새 죽이기’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자 예상치 못한 성공에 압도된 하퍼 리는 작품을 더 이상 발표하지 못하고 은둔 생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2015년 어느 날, 작가의 안전 금고 안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온 ‘파수꾼’의 원고가 발견되었다. 예약 판매에서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미국에서만 초판으로 200만부를 찍은 ‘파수꾼’은’앵무새 죽이기’의 전작이자 후속작, 하퍼 리의 첫 작품이자 최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앵무새 죽이기’를 집필하는 데 기반이 되었던 첫 작품이었지만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이 20년이 지나 성장했을 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원고는 20세기 중엽 미국에서 흑인 인권 운동의 불길이 번지던 시기에 집필되었다.
주인공 진 루이즈에게 아버지 애티커스는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딸은 아버지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는 증오와 극복의 대상으로 바뀐다. 시대의 비극을 둘러싼 부녀의 갈등을 통해 은 우리 사회에 진정한 양심은 어디에 있는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정의와 양심, 그리고 용기와 신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일깨워 준 하퍼 리는 현지 시각 2016년 2월 18일 금요일 아침 고향인 앨러배마 주 먼로빌에서 향년 98세로 타계했다.
– 내용
도시에 살던 스카웃은 휴가를 맞아 고향에 온다. 그곳에는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와 남자친구 헨리가 있다. 사랑했던 오빠가 요절한 곳에는 슬픔이,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와 함께한 부엌에는 추억이 있다. 곳곳이 추억이고 간직하고 싶은 곳이었다. 그곳의 중심엔 스카웃 인생의 파수꾼, 양심으로 삼았던 아버지가 있다. 그러나 아버지가 흑백 차별을 주장하는 주민 조합에 있는 것을 본 후 분노는 극에 달한다. 여기서 분노를 표출하는 부분이 역사와 문학을 모르는 사람에게 낯설다. ‘강한 믿음의 존재가 내 믿음에 배신했다’는 상황은 공감할만하지만 스카웃이 아버지가 그 조합에 가입한 걸 본 후 작은아버지 핀치박사에게 가 논쟁한건… 과도한 인용에 인용, 번역체로 복잡하다.
아버지와 헨리가 인종차별 조합에 간 것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었다. 헨리는 지역에서 존경받고 소외되지 않기위해, 아버지는 인구 수에 따라 정치력을 행사하는 시스템 속에서 흑인 수가 많아 무지한 이들이 득세해 마을을 마음껏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간 것이다. 결국 아버지와 딸의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이해로 봉합된다. 애티커스가 스카웃 안에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깬 것은 스카웃이 스스로 서게 만드려는 것이었다. 사람은 각자 자신의 의사를 피력할 수 있고 자신이 타인의 의지에 반한다면 왜 그런지 기준을 세우도록 가르치려한 것 같다. 여기서 이 글의 주제가 모호하다. 위선을 말하려는 것인지, 각자의 신념을 존중해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면 타인의 의사표현을 존중하라는 것인지. 그래서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이들도 좋을대로 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에 반하는 논리를 가지고 있으라는 건지…… 거기다 오빠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종종나오는데 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불분명하다. 왜 뜬금없이 종종 나오는지 모르겠다.
글 후반부(#17-19)로 가면 글쓴이의 통찰이 점점 부각된다. 글 중간 중간 ‘차일드 롤런드가 암흑의 탑에 왔다’가 반복 언급되는데 이 시의 전문을 알고 보면 흥미롭다. (이 시는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작품이란다.) 차일드 롤런드는 암흑 탑을 목표로 여행 중에 있다. 힘든 여정 끝에 포기하고자하는 순간 암흑탑에 서 있다는 걸 깨닫는다. 사실 차일드 롤런드는 이 모험의 끝에 앞서 떠났던 실패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도 실패할 것을 알고 있다. 실패하기위해 그 곳에 왔다고 고백한다. 그런데도 담대히 자신이 왔다고 나팔을 분다. 나팔을 불어 탑의 괴물에게 ‘차일드 롤런드가 암흑의 탑에 왔다’고 외친다. 역자는 ‘암흑의 탑’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 하는 무엇’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지 못 할 것을 알면서 도전하는 무엇. 이것은 지난번 신경숙의 외딴방과도 연결될 듯하다. 개인 내면에 위치한 깊숙히 감춰진자아일 수도, 어두움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스카웃의 암흑의 탑, 외딴방은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자기 자신만 옳다고 믿는 고집이거나 양심의 척도였던 아버지와의 결별과 홀로서기가 아닐까 한다.
뒷 부분 역자후기에 파수꾼 집필 당시 사회상 설명이 언급되는데 먼저 읽고 봐도 좋을 듯하다. 뭐든 알고봐야 감동이 두배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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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