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폭력과 성스러움
르네 지라르 / 민음사 / 2000.3.31
1973년 프랑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책으로 인간의 욕망 구조와 ‘희생제의’의 의미를 밝혀냄으로써 현대 사회의 ‘본질적 폭력’과 그 역할을 분석했다.
저자는 인간이 자기 의사에 따라 독창적으로 어떤 대상을 욕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중개자라는 ‘모델’이 욕망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모방된 욕망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욕망주체의 분신과도 같은 중개자를 지라르는 ‘짝패’ 고 부르는 데 이 짝패는 욕망의 유발자인 동시에 그 실현을 막는 경쟁자로 여겨지며 갈등을 겪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짝패 갈등 속에서 인류는 어떻게 문화질서를 이루며 살아왔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대답을 ‘희생제의 (rite sacrificielle)’라는 문화적 장치 속에서 찾는다. 전세계에 걸쳐 나타나는 희생제의를 통해 인류는 짝패 갈등에서 빚어진 갈등과 폭력 모방을 예방하고 감소시켜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희생제의를 ‘어떤 한 사회가 동물이나 인간과 같은 희생물을 바쳐서 신의 노여움을 풀고 신의 은혜를 기대하는’ 의식이 아니라 그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원초적인 폭력을 실제로 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즉 ‘성스러운’ 의미가 부여된 희생은 사실 집단 내부의 원초적 폭력을 소위 ‘희생할 만한’ 어느 한 개인이나 한 집단으로 방향을 돌려버림으로써 인간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인간 집단 특유의 제도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신화나 종교 제의, 더 나아가 모든 희생양 메커니즘에 대한 해석이 지금까지 항상 지배자의 시각이었다고 말한다. 희생시키는 집단 전체나 그 제의로 인해 커다란 이익을 보는 집단의 논리로 보면, 희생제의는 집단을 위해서 해로운 부분을 도려내는, 문자 그대로 ‘유익한’ 제의겠지만 희생당하는 희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히 또 다른 ‘폭력’일 뿐이다. 지라르는 이 책에서 희생제의의 폭력성을 발견하고 다수 집단의 논리뿐 아니라 소수인 희생물의 입장도 포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목차
감사의 말
제 1장 희생
제 2장 희생위기
제 3장 외디푸스와 희생양
제 4장 신화와 제의의 기원
제 5장 디오니소스
제 6장 모방 욕망에서 무서운 짝패까지
제 7장 프로이트와 외디푸스 콤플렉스
제 8장 토템과 터부 그리고 근친상간의 금기
제 9장 레비-스트로스, 구조주의와 결혼 관습
제 10장 신, 죽은 자, 성스러움 그리고 희생대체
제 11장 제의의 통일성
제 12장 결론
참고문헌
역자해제
역자후기
○ 저자소개 : 르네 지라르
문학평론가이자 사회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는 1923년 남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나 1947년 파리 고문서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인디애나대학 프랑스어 강사를 시작으로 듀크대학· 존스 홉킨스대학· 뉴욕주립대학· 스탠퍼드대학 등에서 정교수와 석좌교수 등을 지내며 프랑스의 역사·문화·문학·사상에 관한 강의를 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프랑스보다 미국에서 더 널리 알려져 있고, 그의 이론과 사상은 미국 대학에서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1947년 제르보·샤르피에 등과 함께 아비뇽 교황청에서 ‘현대 회화전’을 개최해 브라크· 샤갈· 칸딘스키· 클레· 레제· 마티스· 몬드리안· 피카소 등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많은 화가와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1961년에는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비평언어와 인문학’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는데, 여기에는 바르트· 데리다· 골드만· 이폴리트· 라캉· 풀레· 토도로프· 베르낭 등 많은 학자가 참가했다.
지라르의 관심은 소설 속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 욕망의 구조를 밝혀내는 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그의 첫 저서인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그 작업의 결실인 『폭력과 성스러움』은 1973년 프랑스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그밖에도 『지하실의 비평』 『세상이 만들어질 때부터 숨겨져온 것』 『이중규제』 『희생양』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문학 작품 분석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폭력과 구원에 관한 주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 역자: 박무호
1953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용산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프랑스 루앙대학에서 수학했다. 1985년부터 울산대학교 인문대학 프랑스어프랑스학과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코르네유의 영웅희극 연구 : ‘아라공의 동 상슈’를 중심으로> (한국프랑스학논집 72집, 2010. 11), <코르네유의 <메데 (M?d?e)>의 등장인물 연구> (불어불문학연구 제95집, 2013. 9), <코르네유의 중기 비극에 나타난 ‘영광’의 양상> (프랑스고전문학연구 제18집, 2015. 11) 외 다수가 있다.
저서로는 ≪코르네유 후기 비극≫ (울산대학교출판부, 1994), ≪코르네유, 삶과 연극 세계≫(건국대학교출판부, 1996), 역서로는 ≪아라공의 동 상슈, 티트와 베레니스, 퓔셰리≫ (울산대학교출판부, 2013), ≪멜리트, 미망인, 궁정의 회랑≫ (울산대학교출판부, 2014), ≪연극적 환상, 거짓말쟁이, 속 거짓말쟁이≫ (울산대학교출판부, 2015), ≪로도귄≫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외 다수가 있다.
– 역자: 김진식
울산대학교 프랑스학과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르네 지라르에 의지한 경제논리 비판』, 『알베르 카뮈와 통일성의 미학』, 『르네 지라르』, 『모방이론으로 본 시장경제』가 있고 역서로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 『희생양』,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문화의 기원』, 『그를 통해 스캔들이 왔다』, 대담집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완성하기』를 비롯해 『카뮈: 부조리와 반항의 정신』, 장미셸 우구를리앙의 『욕망의 탄생』, 다니엘 코엔의 『유럽을 성찰하다』, 장피에르 뒤피의 『경제와 미래』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지라르의 연구 성과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그 첫번째 단계에서 지라르는『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1961)에서 볼 수 있듯이 소설 속에서 인간 욕망의 보편적인 구조를 밝혀내려는 문학 비평적 연구 작업을 수행했다. 한편『폭력과 성스러움』(1972)으로 대표되는 두번째 단계에서는 희생 제의의 사회인류학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973년 프랑스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폭력과 성스러움 La Violence et le Sacre』은 그의 후기 연구로 들어가는 입문서이자 그의 주저로 지라르 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책이다.
여기서 지라르는 <폭력을 수반하는 모방 욕망을 본능으로 하는 인간이 어떻게 한데 어울려 사회를 이루고 공동의 문화를 만들어가며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희생양 제의>라는 인류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한다. 지라르는 희생제의적인 해석을 인류의 모든 문화적인 면에 적용시킨다. 지라르는 희생제의를 신의 뜻에 따라 희생물을 신에게 바쳐 신의 은총을 받는 장치로 보지 않는다. 그는 드러나 있지는 않을지라도 그 집단 속에 분명히 내재하고 있다가 마침내 분출하는 폭력을, 집단 외부의 대상이나 복수할 염려가 없는 집단 내부의 특정한 대상에게 분출시킴으로써 내연하고 있던 갈등과 폭력을 없애고 다시 질서와 평정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문화적 장치로 해석하고 있다. 지라르의 이런 관점은 기존의 종교 해석과 아주 큰 차이를 보여 심지어는 이단적으로 비칠 정도이다. 특히 예수에 관한 해석에 대해서는 종교계의 비판이 더욱 거세다. 즉 예수는 하느님의 뜻에 따른 인간 구원의 상징이 아니라 당시 유태인 사회 안에 내연하고 있던 갈등과 반목, 폭력을 해소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희생물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라르의 해석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신화나 종교제의, 더 나아가 모든 희생양 메커니즘에 대한 해석이 지금까지 항상 지배자의 시각에서 이루어져 왔고 그 결과물들만이 통용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희생시키는 집단 전체나 그 제의로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의 논리에 따르면 희생제의는 집단을 위해서 <해로운> 부분을 도려내는, 그래서 다시 집단에 평화와 질서를 가져다주는 <유익한 제의>이겠지만, 희생당하는 희생물의 입장에서 보면 희생제의는 분명히 또다른 하나의 <폭력>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폭력을 폭력으로 보지 못하던 기존의 논리에서 그 폭력성을 발견한 지라르의 관점은 현대사상의 흐름에 새로운 획을 그은 것이라 하겠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