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폭풍의 한가운데 : 윈스턴 처칠 수상록
윈스턴 처칠 / 아침이슬 / 2003.2.12
영국인이 생각하는 가장 위대한 영국인은 놀랍게도 셰익스피어도 엘리자베스 1세도 아닌 20세기의 풍운아 ‘윈스턴 처칠’이었다. 이 책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자리잡기 바로 전까지의 기록이다. 따라서 좀 더 편견없이 ‘인간’ 처칠의 본모습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는 ‘해가 지지 않는’ 영국에 걸맞는 사람이었다. 정치, 경제학에 정통한 것은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재치와 유머로 상황을 반전시키곤 했다.일례로 그는 제2차 대전 당시 처칠은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당시 미국은 중립을 선언한 터였고, 처칠은 무척 난감한 입장이었다. 그 때 호텔에 묵고 있던 처칠을 루즈벨트 대통령이 찾아왔고, 당황한 처칠은 그만 몸에 두르고 있던 수건을 떨어뜨리고 만다. 알몸의 처칠을 본 루즈벨트가 당황하여 나가려 하자 그는 “이게 전부입니다. 알몸처럼 모든 게 투명하고 솔직하지요. 가면 없는 알몸으로 도움을 청하려 합니다”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이 만남은 대서양회담으로 이어져 연합군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책에는 이러한 ‘유쾌한(?)’ 에피소드와 함께 탁월한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류는 이대로 파멸할 수 없다>와 <오십년 후의 세계> 등도 실려 있다. ‘준비된 영웅’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이 젊은 날의 기록은 ‘위대한 인간’의 풍모가 어떠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 윈스턴 처칠의 수상록
침착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서술이 매력적이다. 그는 보수당으로 정계에 입문하여 내무부 및 재무부 장관과 총리직을 여러차례 지낸 가장 사랑받는 영국 정치인이다. 바쁜 정치생활 속에서 집필한 몇 권의 논픽션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주었는데, 그만큼 문재에도 능했다.
덕분에 이 수상록은 여느 수필가의 필치 못지않게 독자들을 유혹한다. 기억 너머에 있는 사건과 사람, 이야기를 툭툭 꺼내 들려주는 솜씨가 여간 출중한 게 아니다. 자신의 역할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재미없게 겸손해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그는 유쾌하고 센스있는 사람이다.
처칠은 1874년, 하원 보수당 당수를 지낸 랜돌프와 ‘뉴욕 타임스’의 대주주 딸 제니 제롬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말버러 공작이 아일랜드 총독이었을 때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더블린에서 보냈고, 사교에 바쁜 부모님을 둔 까닭에 어린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그러나 책은 이런 어린시절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에 처칠이 정치역정에서 선택해야만 했던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처칠의 평가를 담고 있다. 또는 한순간 모든 것이 날아갈 뻔했던 전장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시기에 무엇을 했고, 결과는 어떠했는가, 그 와중에서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가다. 처칠의 업적과 과실을 그의 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책이다.
○ 목차
재판 출간에 부쳐
서문
너무나도 소중한 삶의 순간들
시사만화를 보는 재미
정치인의 지조
잊을 수 없는 만남
시드니가 총격 사건
독일의 영광
나의 첩보 활동
근위보병연대와 함께
플러그스트리트 이야기
유보트 해전
도버해협 봉쇄작전
루덴도르프의 사생결단
클레망소와 보낸 하루
나의 비행 기록
선거 이야기
아일랜드 조약
의원내각제와 경제문제
인류는 이대로 파멸할 수 없다
현대문명과 영웅
오십년 후의 세계
인류의 지도자 모세
취미생활
그림 그리기
옮긴이의 말
○ 저자소개 : 윈스턴 처칠
명문 말버러 공작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아일랜드 총독이었던 할아버지를 따라 어린시절을 더블린에서 보냈다. 그후 잉글랜드의 해로학교에 입학하였고,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하여 쿠바, 인도 등에서 복무했으며, 종군기자로도 활약하였다.
1900년 10월 보수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으나, 1904년 5월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 자유당으로 당적을 변경하여 보수당으로부터 ‘계급의 배신자’라는 공격을 받는다. 해군장관이 된 처칠은 독일과의 전쟁을 예견하고 고속전함 건조, 해군 출동훈련 실시 등 전쟁에 대비했으며, 장갑차, 전차 등 육상무기의 개발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1915년 소신을 가지고 추진했던 다르다넬스 작전 (갈리폴리 작전)이 비참한 실패로 끝남으로써 해군 장관을 사임하고 좌천된다. 1925년, 그는 다시 보수당에 입당하여 재무장관의 자리에 올랐지만 금본위제 문제, 인도 자치령 승인 문제를 둘러싸고 볼드윈 총리와 마찰을 빚어 내각에서 제외되기에 이른다. 그는 자유당과 보수당 양쪽으로부터 지나치게 독립심이 강하여 당규율을 받아들이기 힘든 인물로 간주되었고, 신뢰마저 잃었다.
그 즈음 처칠은 점차 독일의 위협에 주의를 기울여 영국의 재무장을 주창했으나, 이는 번번이 무시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자 여론은 처칠의 공직 복귀를 요구하며 들끓었고, 1940년 마침내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영국을 구해낼 사명을 안고 총리직에 오른다. 이때 그가 의회에서 한 “나는 여러분께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라는 연설은 역사에 길이 남는 명연설이 되었다.
그는 1953년 기사작위와 함께 가터 훈장을 수여했으며, 6년간 집필해온 전6권짜리 <제2차 세계대전>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1955년, 노령과 건강 쇠약을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했으나, 같은 해 선거에서 84세로 당선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현존하는 최대의 영국인’으로 추앙받으며 1965년 런던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주요 저작으로는 <나의 젊은 시절 (My Early Life)>(1930), <랜돌프 처칠 경 (Lord Randolph Churchill)>(1906), <말버러 : 그 생애와 시대 (Marlborough: His Life and Time)>, (전4권, 1933~1938), <제2차 세계대전 (The Second World War)> (전6권, 1948~1953) 등이 있으며, 아마추어 화가로서 그림에도 열정적이었다.
– 역자: 조원영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처칠수상록-폭풍의 한가운데』, 『역사로 읽는 성서』, 『의혹의 역사』(근간), 『사랑할 준비가 되었나요?』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나는 만화를 무척 좋아했다. 브라이튼의 사립학교 시절, <펀치>지에 실렸던 만화를 담은 서너 권의 만화책이 학교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학생들한테는 일요일에만 열람이 허용되었다. 만화는 역사를 배우는 데 더할 수 없이 좋은 수단이었으며, 꼭 역사가 아니라도 뭔가 배우는게 많았다. 거기에는 매 주일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특별한 사건들이 풍자화로,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밝고 가볍게 묘사되어 실려 있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만화를 보면서 다듬어가며, 또 만화를 통해서 얻은 인상을 평생토록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존 테니얼 경이나 다른 유명한 만화가들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 본문 중에서
처칠의 재치와 넉넉함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담배와 함께 처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모자는 항상 가십거리를 찾는 기자들에겐 아주 요긴한 기사 재료였는데(처칠의 모자가 부인 모자보다 더 많았다느니 하는…), 이 글에서 처칠은 자신의 ‘모자 전설’이 생겨난 것은 그저 모자 쓴 단 한 장의 사진에서 비롯된 상상의 소산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들이 그들의 고된 업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굳이 내가 불평할 이유가 있겠는가? 실제로 나는 의도적으로 모자를 하나 새로 사서, 꾸며낸 이야기를 아예 진실로 만들어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시사만화의 풍자성을 사색하며 그가 마지막 구절에 남긴 말은 그의 연륜이 빚어낸 한 편의 시와도 같다.
잘 가시오. 근엄한 자와 명랑한 자, 친절한 자와 치사한 자, 진실된 자와 허황된 자, 모두들 잘 가시오. 인류의 문명은 커다란 선의와 이해라는 파도가 끊임없이 넘나들면서 개성이라는 각진 자갈을 서로 비벼 매끄럽게 만들고, 해초와 잡동사니로 어지러운 세월을 그때 그때 깨끗이 씻어주는 덕분에, 항상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끝없는 항해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월의 파도여, 영원히 멈추지 말지어다! —p. 54-55
전쟁이 끝나고 공군장관의 직책을 맡게 된 나는 전보다 훨씬 자주 비행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 비행기를 조종한 잭스코트는 전쟁 초기에 비행기 사고로 엄청난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38세라는 나이에 탁월한 비행기술과 용맹성으로 전투 비행사 중 최고라는 평판을 듣고 있던 인물이었다. 우리는 이중 조종 비행기에 몸을 싣고 때로는 공무로, 때로는 순전히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곳을 다녔다. 나는 이 당시, 물론 옆에서 돌보아주긴 했지만 정상적인 조건에서의 비행은 물론이고 일상적인 수직 회전도 해낼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전후 평화회담 기간 동안, 나는 주로 비행기를 이용해서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일했다. 눈이 부시도록 맑은 하늘을 12,000 내지 14,000 피트 솟구쳐올라, 던지니스에서 직선거리 100킬로미터 떨어진 에타플가지 바다 위를 직선으로 날아, 저녁노을을 받아가며 커다란 나선형을 그리면서 선회해서 파리의 빅 아니면 브르제 비행장에 사뿐히 내려앉는 기분은 정말 근사했다. 지루한 기차여행, 바꿔타는 불편, 뱃멀미 걱정 따위와 비교나 될 말인가! 우리는 이 민첩한 전쟁 무기를 마치 요술 담요인 양 타고 여행했다. —p. 275-276
○ 관련자료
- 왜 처칠인가? …거인의 풍모 엿볼 수 있어
2002년 10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영국 BBC 방송은 영국인 100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 및 인터넷 설문조사를 하여 ‘위대한 영국인 Great Britons’ 100명을 선정했다. 그 결과, 대문호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1세, 근대과학의 아버지 뉴턴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역사상 유수한 인물들을 제치고 윈스턴 처칠이 전체의 28.1%, 즉 456,498표를 얻어 당당히 ‘가장 위대한 영국인’의 자리에 올랐다.
BBC가 제시한 다섯 가지 항목, 즉 Legacy (후세에 미친 영향력), Genius (천재성), Leadership (리더십), Bravery (용기), Compassion (동정심)에 대해서는, 처칠의 가장 뛰어난 점으로 Leadership을 1위로 뽑았으며 그 다음에는 Bravery와 Legacy를, 그 다음에는 Genius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Compassion을 꼽았다.
영웅 처칠은 2차 대전 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가 비록 유서깊은 명문가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는 하나, 투철한 의지로 자신의 결점을 하나하나 고쳐가려는 젊은 시절의 노력이 없었다면 훗날 위대한 영국인으로 추앙받지 못했을 것이다. 처칠은 뛰어난 지도력 이외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운 필력과 명문장, 명연설, 순간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재치와 유머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젊은날 그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와 같은 역사 · 철학서를 탐독하여 연설의 격조 높은 어법을 익혔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처칠〉편) 뿐만 아니라 군인으로 인도에서 복무하는 동안 정치학 · 경제학의 고전을 늘 가까이 하는 등 공부를 열심히 했고, 말할 때 혀가 꼬부라지는 경향이 있어서 말수가 적었으나 이 결점을 교정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즉석에서 말하는 것이 서툴렀던 까닭에 그는 연설 전에 원고를 미리 써서 암기했고, 그의 명연설들은 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위와 같음)
이런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 덕분에 그는 후세 사람들이 전범으로 삼을 만한 연설과 행적을 남겼다. 재작년 9·11 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부지런히 익히게 한 것도 바로 처칠의 명연설이었다고 한다. 전국적인 위기상황에서 강한 투쟁의지를 불태워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용기를 일깨워준 처칠의 연설을 부시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밖에, 옥스퍼드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맡은 처칠이 연단에 올라가 뭔가 근사한 축사를 기대하고 있는 관중을 향해서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단 두 마디를 하고 연단을 내려왔다는 ‘전설’도 처칠 정도의 내공이 아니면 그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기행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재치에 관해서도 많은 일화가 전한다. 술 담배를 일체 하지 않던 몽고메리 원수가 자기는 술 담배를 가까이 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건강을 100퍼센트 유지한다고 은근히 비꼬자, 처칠은 즉각 “나는 술을 무척 즐기고 담배도 아주 좋아하지. 그래서 항상 200퍼센트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네” 하고 응수했다는 일화, 처칠이 몹시 못마땅해하던 사위가 2차 대전 때 가장 위대한 정치가가 누구였냐고 물으니까 “그야 당연히 뭇솔리니지. 그자는 사위에게 총을 쏠 정도로 배짱이 있었던 사람이니까” 했다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되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2차 대전 당시 처칠은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러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의회의 압력으로 중립을 선언한 터라 무척 난감한 상태였다. 호텔방에서 기분좋게 샤워를 하고 몸에 타올만 두르고 있던 처칠은 갑자기 문을 밀고 들어오는 루즈벨트를 보고는 깜짝 놀라 일어서는 바람에 타올이 벗겨져 그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고 말았다. 서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루즈벨트가 얼른 방을 나가려고 하자,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하, 저는 숨길 게 없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알몸처럼 모든 게 투명하고 솔직하지요. 벗겨내려도 벗길 의혹이나 검증이 필요없습니다. 가면 없는 알몸으로 도움을 청하려 합니다.” 그리고는 확고한 의지와 소신을 밝히자 이에 감동한 루즈벨트는 처칠의 요구에 응했고, 결국 양국 정상의 알몸대면이 대서양회담으로 이어져 연합군의 승리를 가져왔다고 한다.
《폭풍의 한가운데》에는 처칠의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듬뿍 담겨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의 고비고비에서 전체를 통찰하는 안목으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야전군사령관의 지혜, 포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조크를 건네는 거인의 여유, 과학문명의 발달을 예측하고 인류가 갈 길을 제시한 지도자의 혜안,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어떻게 삶을 즐길 수 있는가를 아낌없이 가르쳐주는 친구 같은 편안함까지, 그야말로 폭풍의 시대를 살아간 한 거인의 풍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 출판사 서평
《폭풍의 한가운데》는 처칠의 ‘젊은 날의 기록’이다.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 되기 전에 쓴 글들을 모은 이 수상록은 ‘준비된 영웅’의 소박하면서도 품격 있는 인간적 모습, 뛰어난 역사 기록자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명편이다.
처칠이 이 글을 쓴 몇 년 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처칠은 연합국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지도자로 세계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웅 처칠이 탄생하기까지의 그의 내적 수양과 단련의 과정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윈스턴 처칠이 50∼57세(1924∼1931년)에,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1932년 처음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영국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기도 전에 한 번 출간된 적이 있을 뿐,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 소개된 내용들은 처칠의 자전적 회고 (回顧)와 철학적 성찰 (省察)로 이루어져 있으나, 평상시의 처칠보다는 비교적 가벼운 차림을 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이 순수한 명상을 담은 부분도 있다. 특히 〈인류는 이대로 파멸할 수 없다〉 〈오십년 후의 세계〉에서 다룬 내용들은 미래를 내다보는 처칠의 안목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개발이 진행되면 머지않아 무선 전화와 무선 텔레비전도 등장해서, 기기만 들고 다니면, 연결할 수 있는 설비가 되어 있는 장소라면 어디에서나 기기와 연결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방과 쉽게 통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시에서의 사람들의 집회는 불필요한 일이 될 것이며, 초고속 통신 수단이 현실화되는 날에는, 아주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 이외에는 거의 실제로 사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397p)
이 책을 손에 잡은 독자들은 전쟁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 삶을 관조하는 여유,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유려한 문장과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주옥같은 처칠의 글을 통해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폭풍을 온몸으로 헤치고 나아가 마침내 승리를 이끈 ‘준비된 영웅’의 젊은 날과 만날 수 있다.
○ 추천평
전쟁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 삶을 관조하는 여유,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유려한 문장과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처칠의 주옥같은 글들을 읽다보면 왜 영국인들이 처칠이 서거한 지 40여 년이 되었는데도 그를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추켜세우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도도하게 흐르는 역사의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며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의 폭풍을 헤치고 나아가는 ‘준비된 영웅’의 삶은 반세기를 뛰어넘은 지금 ‘진정한 영웅’은 어떠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정동영·국회의원
다분히 운명론자적인 냄새를 풍기면서도 매사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도전 정신과 투지와 적극적인 의욕을 불태우며 한 시대를 활보했던 한 위대한 인간의 속마음을, 흥미로운 사건들과 함께 엮어서 읽기 편하게 꾸며놓은 글모음이라는 생각에서 우리말로 옮겨보고자 하는 욕심이 일었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나온 용기와 신념, 그리고 여기서 다져지는 불굴의 의지와 도전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성과 전자혁명이 가져온 반역사적이고 찰나적인 승부의식과 집단 히스테리와 같은 유행병에 철저하게 감염되어가고 있는 현대의 모든 계층의 군중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여 주는 글모음이라고 확신한다. ― 조원영·번역문학가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