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프라하의 묘지(1, 2)
움베르토 에코 / 열린책들 / 2013.1
거짓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떻게 살아남는가!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가장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새 장편소설 『프라하의 묘지』가 이세욱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에코는 신작에서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선언하는 주인공 시모니니를 통해 거짓의 메커니즘에 대해 끊임없이 천착해온 지난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를 모함하는 것도, 문서를 날조하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시모니니는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생산되고 퍼져 나가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에코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이 작품에서 허구의 인물은 시모니니 단 한 명뿐이고, 모든 주요 인물들은 실존했던 인물들로,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혼동하게 된다. 또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음모의 당사자가 자기가 날조해 낸 음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악당의 가면을 벗기기보다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기실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주장들이다. 에코는 구조적 안배를 통해 독자들이 자칫 이야기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도록 했다. 비교적 평범한 형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은 세 사람의 화자가 번갈아 가며 각자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이야기를 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에 동일시하는 것을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한 화자가 이야기를 하면 다른 화자가 끼어들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독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은 거짓의 메커니즘, 뻔한 거짓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하며 권력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온 에코가 그러한 자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한 소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를 모함하는 것도, 문서를 날조하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시모니니라는 인물을 내세워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생산되고 퍼져 나가는지 그렸다. 에코의 표현처럼 「세계 문학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이자 음모의 심장인 주인공이 음모를 정당화하는 서사 방식을 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입을 빌려 갖가지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노출함으로써 출간 이후 전 유럽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에서 출간 직후 65만 부가 팔렸고, 스페인어판은 초판만 200만 부를 인쇄하는 등 작품이 불러온 파장만큼이나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줄거리
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 그는 외로운 어린 시절을 편견으로 채우며 자라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증오하는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을, 예수회를, 프리메이슨을, 여자를 증오한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맛있는 음식들뿐.
어느 날 깨어난 그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과거를 떠올리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하루하루 지나감에 따라 할아버지의 유산을 가로챘다고 의심되는 공증인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망설이지 않고 실행해 온 추악한 삶이 하나씩 재구성된다. 가리발디의 의용군인 척 시칠리아 원정에 가담하여 공작을 하고, 프랑스로 옮겨 가서는 드레퓌스 사건의 문서를 위조하고, 탁실이란 희대의 사기꾼을 뒤에서 조종하는 등 정세에 따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입장을 바꾸며 거짓과 음모들을 날조해 내온 시모니니.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을 기억상실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에 다가가는데…
– 개요
움베르토 에코의 6번째 소설로 2010년에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었고, 출간 즉시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번역자 후기에도 언급되는 “에코 사건”이 그 예. 또한 문체가 유럽의 19세기 신문 연재소설처럼 옛스럽다는 것도 특징. 물론 이건 작가가 의도한 것. 그리고 작가 후기라는 사족에서 작은 해설과 함께 독자를 위한 안내가 붙어있다는 게 특징.번역자 후기에 따르면 에코는 번역시에 19세기 신문소설의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하고 각 국의 19세기 소설 형식에 맞춰서 번역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소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진다.
기본 줄거리는 편견에 싸인 할아버지 시모니니에 의해 여러가지 편견을 대물림받은 자라난 시모네 시모니니가 문서 위조의 달인이 되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19세기 유럽의 각 사건- 가리발디에 의한 이탈리아 통일, 드레퓌스 사건 등에 개입하고 유대인을 증오한 나머지 마침내 시온 의정서의 작성에까지 이른다는 것.
덕분에 19세기 유럽의 주요 인물들이 거의 다 나온다. 가리발디, 알렉상드르 뒤마에 프로이트가 지나가는 조연으로 나오고, 푸코의 진자에서 언급된 모리스 졸리는 물론, 레오 탁실(Léo Taxil)이라는 당대의 해괴한 기인까지. 또한 작은 조연들마저 역사에 근거한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허구이다.
– 등장 인물
.주인공: 시모네 시모니니(Simone Simonini) 1830년 이탈리아 투린느 출생. 이름은 할아버지가 붙여주었는데 1475년 트렌토에서 유태인에게 살해당했다고 전해지는 유아 성 시모니노에서 따왔다고 한다. 프랑스인이었던 어머니는 그가 출생한 직후 사망하고 아버지는 이탈리아 통일을 위한 공화파로 할아버지 시모니니와 대립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린 시절의 교육을 할아버지와 예수회 신부인 베르가마스키 신부와 페르투소 신부에게서 배워서 당시의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대물림받게 된다. 특히 유대인에 대한 정도가 심각했다. 재미있게도 본인은 단순한 지식으로써 이러한 혐오사상을 주입받았을 뿐 그것을 체화시키지는 못한 상태였는데, 각종 문서 위조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이를 실제로 자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죽고 위조 문서로 할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챈 공증인 레바우덴고의 밑으로 들어가 그의 밑에서 지내던 중 자신이 문서 위조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피에몬테 당국 정보원 기사 비안코를 만나 레바우덴고에게 자신이 당한 것을 되돌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코를 꿰고 꿰이는 여러 사건들에 관여하다가 명목상으로는 종군 기자로서 가리발디의 천인대에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피에몬테 당국의 수하로써 가리발디의 활약을 폄하하기 위한 찌라시 거리를 수집하고 작성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군 회계장부를 없애기 위해 회계를 담당했던 니에보와 장부를 함께 날려 버리지만 너무 지나쳤던 탓에 프랑스 파리로 망명, 거기에서도 자신의 문서 위조 실력을 살려 이런저런 사건에 눈에 보이지 않게 관여하며 러시아 정보원 등과 관계를 맺어가다가 마침내 시온의정서의 기본 형태를 탄생시킨다. 1898년 12월 20일 이후 68세의 나이에 모든 음모에서 손을 떼고 평온하게 살아가려고 했으나,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러시아 정보국 소속 라치코프스키의 또 다른 의뢰와 음모에 뛰어들기를 원하는 그 스스로의 욕망으로 부추김을 당해
직접 지하철 공사장에 폭탄테러를 일으키려 계획하는 일기를 마지막으로 행방불명. 일기가 계속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실패했거나, 성공했어도 처리당했거나, 아무튼 좋은 끝을 보기는 힘들었을 인물이다.
굉장히 악질적인 인간으로 자기보전이 최우선에 완전무결한 자기합리화 논리, 그리고 타인의 목숨쯤은 자신의 임무나 안위를 위해 태연히 희생시킬 수 있는 인간말종이다. 이 소설 전체가 시모니니의 자기합리화라고 보아도 별 문제가 없다. 움베르토 에코가 말하길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런 주인공”이고 내용을 보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넘치고도 남는다. 소설의 시작 부분부터 유럽의 다양한 민족을 무차별적으로 까대며, 가리발디의 천인대 시절에는 1년 가까이 속내를 털어넣을 정도로 사귀어온 군의 친구를 임무를 위해서 배와 함께 통째로 폭살시켜버리고 사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조리 죽였다. 안 죽고 아득바득 살아온 인간은 세치 혀로 어찌어찌 농락한 다음 제 좋을대로 쓰다가 또 죽인다. 살아남은 인물은 가비알리와 샤를 아크 박사, 레오 탁실 정도로 그야말로 통수치기의 달인이자 야바위의 신기원. 음습한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중증의 여성 혐오자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제한되어 있는 욕구는 식도락가적 기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어찌어찌 해소하고 있는 모양.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시온 의정서의 초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작가와 번역가 말대로 그는 우리들 속에 있다, 그리고 걸어다니고 있다.
딱 잘라 말해 찌라시꾼시모네 시모니니의 또 다른 인격. 실존하는 달라 피콜라 신부를 모종의 이유로 살해한 시모니니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끝에 창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작품 극초반에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등이 등장인물로 나오며 떡밥을 뿌려주는 터라 딱히 반전이랄 것도 없이, 그저 작품 중간중간에 모순되는 증언으로 등장하여 연막을 치는 역할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인격분열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시모네가 일기를 작성하는 정신요법을 시행할 일도 없었을 테니 어찌 보면 작품의 시작점인 인물. 달라 피콜라 신부가 생겨나는 순간 시모네 시모니니는 기억도 분열되어 알았어야 할 사람을 모르고 몰라야 할 것 같은 사람이 떠오르는 등 혼란을 겪게 된다.
시모네 시모니니와 달리 뚜렷이 드러나는 활약상은 비교적 적었으나, 작품이 중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시모네 시모니니가 받은 의뢰를 대행하는 형식으로 레오 탁실 일당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프리메이슨을 엿먹이는 작업을 진행하며 조직에게서 받은 착수금 절반을 후려친다. 이 과정에서 불랑 신부의 흑미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가 다이애나 본과 본의 아닌 검열삭제를 치른 끝에 그녀를 교살해버리기도 한다. 시모네 본인이 격렬한 여성혐오증인 것으로도 모자라 다이애나 본이 유대인 혈통이었기에 만약 그녀를 임신시켰다면 자신이 유대인의 아버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이후 목격자인 불랑 신부도 처리해야 했기에, 다이애나 본의 시체를 하수구로 질질 끌고 가게 한 다음 그 자리에서 총살한다. 이후 갖가지 충격들이 겹치면서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고 인격이 분리된다. 또한 이 시체들은 훗날에 이르러 시모네 시모니니의 말년을 가로막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중인격체로써의 달라 피콜라 신부는 시모네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귓동냥으로 얻어들은 일기를 서술하는 정신요법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서로 하나로 합쳐져 결국은 완전한 시모네 시모니니로 되돌아간다. 이후 달라 피콜라로써 활동하며 쌓아둔 개인물품이나 가발, 사제복 등을 모조리 정리하여 처분하는 것으로 달라 피콜라는 완전히 작중에서 사라지게 된다.
.주요 실존 인물
.바뤼엘 신부
.시모니니 대위: 조반니 바티스타 시모니니.
주인공 시모네 시모니니의 할아버지로 나오며 그에게 각종 자신이 가진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심어주며 바뤼엘 신부에게 문제의 편지를 보낸 사람. 일단은 실존인물이다. 그러나 그 인물상은 편지를 보냈다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슨 내용인가 하면 유대인들이 세력을 이루어 세계 각지의 그림자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경고인데… 물론 이 주장에는 딱히 아무런 근거도 없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작품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하게 된다. 또한 주인공 시모네 시모니니에게 미식가 취미를 가르쳐준 사람이기도 하다. 문서 상단에 서술하였듯이 작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 시모네의 유년기에 잠깐 등장하는 정도이다. 시모네 시모니니가 작중에서 자주 시모니니 대위라고 불리는 것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이기도 할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
.주세페 가리발디와 그의 붉은 셔츠단.
.지그문트 프로이트
.모리스 졸리
.헤르만 괴체
.오스만 베이
.에두아르 드뤼몽
.구즈노 데 무소
.라치코프스키: 실제 역사에서 시온 의정서의 작성에 연루되어 있다고 추정되는 러시아 제국의 정보요원. 작중에서는 후반에 등장하여 시온 의정서와 관련된 전개의 핵심 인물이 되며, 이후 시모니니의 약점을 잡아 임무를 맡긴다.
.골로빈스키
.레오 탁실
.불랑 신부
– 저자소개 :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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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Prospect/Foreign Policy 공동 조사에게 움베르토 에코는 노엄 촘스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였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2016년 2월 19일 향년 84세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밀라노 자택에서 타계했다.
– 출판사 서평
.6년 만에 찾아온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장편!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가장 권위 있는 기호학자이자 뛰어난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 그리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이 시대 최고의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새 장편소설 『프라하의 묘지』가 이세욱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거짓의 메커니즘, 뻔한 거짓말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는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탐구하며 권력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날카로운 비판을 가해 온 에코가 그러한 자신의 연구와 실천을 집약한 소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를 모함하는 것도, 문서를 날조하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시모니니라는 인물을 내세워 19세기 유럽의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음모론이 어떻게 생산되고 퍼져 나가는지 그렸다. 에코의 표현처럼 「세계 문학사상 가장 혐오스러운 주인공」이자 음모의 심장인 주인공이 음모를 정당화하는 서사 방식을 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입을 빌려 갖가지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노출함으로써 출간 이후 전 유럽에 엄청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에서 출간 직후 65만 부가 팔렸고, 스페인어판은 초판만 200만 부를 인쇄하는 등 작품이 불러온 파장만큼이나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프라하의 묘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달아오른 유럽
이 작품의 주인공 시모니니는 스스로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할 만큼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중에서도 유대인을 가장 증오한다. 온갖 추악한 음모에 관여하는 그의 입을 통해 쏟아지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증오는, 반유대주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럽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낳았다. 논쟁의 초점은, 이 소설이 택하고 있는 서사 전략이 과연 독자들에게 진실을 제대로 전달할 것인가, 혹여 허구와 사실이 뒤섞여 무엇이 진실인지 오해할 수 있지 않은가, 또 독자가 작가의 의도에 반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였다.
에코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소설에서 허구의 인물은 시모니니 단 한 명뿐이고, 모든 주요 인물들은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에코 특유의 박학함으로 마치 그 시대를 사는 듯 생생하게 되살려 놓은 19세기의 사건들은 이 시모니니를 중심으로 정교하게 엮여 있는데, 그 때문에 독자들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혼동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음모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사용한, 음모의 당사자가 자기가 날조해 낸 음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악당의 가면을 벗기기보다는 잘못된 편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기실 작품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주장들이다. 에코는 구조적 안배를 통해 독자들이 자칫 이야기에 지나치게 함몰되지 않도록 했다. 비교적 평범한 형식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은 세 사람의 화자가 번갈아 가며 각자의 과거를 회상하거나 이야기를 정리하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에 동일시하는 것을 막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한 화자가 이야기를 하면 다른 화자가 끼어들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독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반유대주의에 불을 붙인 기폭제 「프로토콜」
훗날 나치에 의해 유대인 박해의 근거로 이용되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 놓은 문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해악을 끼쳤다는 거짓 문서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 유대인들이 세계 지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어마어마한 증오를 불러일으킨 이 허위 문서는 어떤 시대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날조되었는가? 에코가 「프로토콜」을 만들어 낸 시모니니를 통해 밝히려 한 것은 음모론들이 가지는 보편적 형식과,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적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문서는 1921년 「런던 타임스」에 의해 허위임이 이미 밝혀졌고,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완전한 날조임이 재증명된 문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서는 오늘날까지도 살아남았고,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30~40년 이상 위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온 에코는 「사람들은 미스터리(그리고 음모)를 갈망하기에, 이를 제공하는 하나의 실마리만 있어도 그 이상을 생각」(『가재걸음』373면)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기꾼의 창작품이었다고 알려 주어도 믿어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방송과 미디어 그룹의 총수로서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정권을 거머쥔 베를루스코니 집권 시절에 에코가 이 주제에 주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과 여론을 장악하는 자는 그만큼 큰 힘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도 권력을 가지려는 이들은 언론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중 매체를 가능한 한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다. 그렇기에 「여전히 우리 사이에 있는」 또 다른 시모니니, 끊임없이 나타나는 또 다른 프로토콜에 속지 않도록 거짓의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일반 대중들의 눈을 밝히려는 에코의 노력은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문헌을 차용한 글쓰기와 신문 연재소설 문체
이제 여든을 넘긴 작가 에코가 1980년 『장미의 이름』을 출간한 이래 30년간 발표한 소설은 불과 6편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패리스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한 작품을 쓰는 데 평균 6년 정도가 걸린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공들인 글쓰기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과 배경, 사건을 실재했던 것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더 많은 고증과 그 재료들을 연결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코가 사용한 방식 중 하나가 「문헌 차용」이다. 19세기 파리의 거리들을 묘사한다든가 당대에 유명했던 식당의 메뉴를 재현할 때, 혹은 인물의 생김새를 그려 낼 때 그는 당대의 풍속에 대해 묘사한 문헌들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이를테면 파리 뒷골목의 묘사는 위스망스의 모노그래피, 바다거북 수프는 뒤마의 요리서, 가리발디의 시칠리아 원정은 주세페 반디와 주세페 체사레 압바의 후일담을 인용하여 묘사하는 식이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19세기 신문 연재소설의 문체를 재현한 문체이다. 그는 단순히 고증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 널리 읽혔던 대중 소설들의 문체를 재현하고 있다. 에코는 자신이 한 것처럼 각국의 번역자들에게 19세기 대중 소설의 문체를 과장되지 않게 재현해 보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번역가 이세욱이 쓰기로 한 문체는 바로 1910년대 우리 신문에 연재되던 번안 소설이다. 짐짓 예스러운 문체로 쓰인 작품을 저자의 의도대로 옮기려는 고심과 이탈리아어 원서의 문체를 연구한 끝에 한국어판 『프라하의 묘지』는 말맛이 살아 있으며 예스러운 분위기가 감돌되 어렵지는 않은 아름다운 번역으로 완성되었다.
.소설에서 만나는 재미들
실존 인물들과 사건이 대거 등장하는 이 작품의 재미 중 하나는 19세기의 유명인들을 우연히 마주치는 것이다. 주요 인물들뿐 아니라 작품 곳곳에서 우리가 아는 많은 인물들이 때로는 조연으로 때로는 엑스트라로 스쳐 지나가듯 등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억을 잃은 시모니니가 과거를 되살려 내기 위해 떠올린 인물은 그 유명한 프로이트다. 시모니니가 파리에서 만난 젊은 프로이트(그는 「프로이드」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지만)는 자신감도 없고 미래도 불확실한 데다 코카인에 중독된 한낱 풋내기에 불과해 훗날 엄청난 업적을 남길 그를 알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진다. 또한 시모니니가 최초의 임무를 띠고 시칠리아로 가는 배에서 만난 인물은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이며, 여기에서는 미식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소설 곳곳에 배치된 삽화들도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몇 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에코가 직접 수집한 컬렉션에서 뽑아낸 작품들로, 그중 상당수는 작품을 읽는 도중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허구가 아니라 실재했던 것임을 알려 주는 증표로 기능한다. 모두 합쳐 59점에 이르는 삽화는 당대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되살려 줄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프라하의 묘지』2권에 있는 「옮긴이의 말」과 이 보도자료 뒷부분에 있는 별첨자료(1. 해외 언론 기사, 2. 『프라하의 묘지』 내용 개요)를 참조하십시오.
– 언론평
학술적이면서 대중적이며, 으스스하면서도 흥미진진하다. 첩보원들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가 5백여 페이지에 걸쳐 물 흐르듯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 「라 레푸블리카」
위대한 문학들이 지녔던 불경하면서도 도발적인 정신을 부활시킨 소설 – 『엘 쿨투랄』
여기에서 에코는 신문 연재소설이라는 사라진 문학 장르를 되살리고 원용하면서, 위선과 거짓에 바탕을 둔 사회, 숨어 있는 권력, 인종차별주의 등 우리 시대의 곪은 상처들을 건드린다.
움베르토 에코는 거대한 정치적 시나리오, 범죄, 살인자, 악마에 들린 섹시한 여자, 시니컬한 공갈범, 폭파 전문가 사이에서 매우 시사적이면서도 매우 위험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 「리베라시옹」
19세기의 파리와 토리노와 팔레르모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는 모든 것이 사실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을 창조하고 싶었다」고 말하지만, 그는 너무나 재능이 많다. 실존 인물들의 초상 화첩 속에 삽입된 주인공 시모네 시모니니는 마치 진실의 오라에 휩싸인 듯 어느 모로 보나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처럼 보인다. – 「르 몽드」
에코의 위대한 미덕은 너무 무게를 잡지 않는 지식인이라는 것이다. 픽션이 그러하듯 인생은 하나의 경이로운 게임이다. – 「더 가디언」
에코가 이 소설에서 절묘하게 구사하고 있는 위대한 트릭은 하나의 거짓 문서가 민족 대학살로 이어졌다는 더없이 으스스한 주제와 경쾌한 필치를 결합하는 것이다. 소설의 도처에서 접할 수 있는 그 가벼운 터치는 종종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프라하의 묘지』의 핵심에는 인종차별주의의 해악에 관한 교훈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을 악마로 몰아 박해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교훈이 있다. 어찌 보면 무섭고 잔인한 소설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온갖 어두운 면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결국 에코가 가장 낙관적인 문학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텔레그래프」
『프라하의 묘지』에서 에코는 신문 연재소설이라는 사라진 문학 장르를 되살리고 원용하면서, 위선과 거짓에 바탕을 둔 사회, 숨어 있는 권력, 인종차별주의 등 우리 시대의 곪은 상처들을 건드린다. – 「리베라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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