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플라톤전집 세트 전7권
플라톤 / 천병희 역 / 숲 / 2019.7.23
기원전 399년, 아테네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터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한 일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배심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잘 알려져 있다. “저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지는, 신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의 연습이라는 주장을 보여주는 본보기인가? 그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는 죽음이 몸의 죽음일 뿐, 영혼까지 죽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몸은 가변적이고 소멸하는 것이지만, 영혼은 스스로 움직이는 원리를 지닌 것이어서 변화에 휩쓸리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몸의 감옥에 갇혀 있던 영혼은 죽으면 원래 살던 이데아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법정 앞에서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일시적이고 사라질 몸을 위한 삶인가? 아니면 변치 않고 참된 아름다움을 지닌 영혼의 삶인가? 우리는 ‘삶이냐 죽음이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앞에 서 있다. 몸의 요구들에 얽매인 ‘그저 살아감’인가, 영혼의 진리를 위한 ‘좋은 삶’(훌륭하고 선한 삶)인가?
그는 감옥에서 탈출하지도 않고, 즐거운 여행을 앞둔 사람처럼 의연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제자들과 논쟁하고 담론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삶과 진리를 찾는다. 이러한 과정들이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목차
I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II 파이드로스 / 메논 / 뤼시스 / 라케스 / 카르미데스 / 에우튀프론 / 에우튀데모스 / 메넥세노스
III 고르기아스 / 프로타고라스 / 이온 / 크라튈로스 /소피스트 / 정치가
IV 국가
V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VI 법률
VII 알키비아데스 I·II / 힙피아스 I·II / 미노스 / 에피노미스 / 테아게스 / 클레이토폰 / 힙파르코스 / 연인들 / 서한집 / 용어 해설 / 위작들
○ 저자소개 : 플라톤 (Platon)
플라톤은 그 유명한 펠로폰네소스전쟁이 시작된 지 4년째 되는 해, 그리스 아테나이에서 태어났다. 전쟁은 기원전 404년 아테나이의 패배로 끝났으므로 전쟁 속에서 태어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했다.
플라톤 집안은 비교적 상류계급이었고 그러한 배경의 귀족 출신 젊은이답게 정계 진출을 꿈꾸었지만, 믿고 따르던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음을 알고 철학을 통해 사회의 병폐를 극복하기로 결심한다.
자주 외국 여행길에 올라 이집트·남이탈리아·시칠리아 등지로 떠났던 플라톤은 기원전 4세기 초 아테나이로 돌아와 서양 대학교의 원조라 할 아카데메이아 학원을 열고 철학의 공동 연구, 교육, 강의를 시작했다. 그곳을 통해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들을 배출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한다.
주로 스승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대화를 주도하는 철학적 대화편을 집필하는데, 그러한 대화편이 무려 25편에 달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 『이온』 『프로타고라스』 『메논』 『파이돈』 『파이드로스』 『국가』 『향연』 『필레보스』 『소피스트』 『정치가』 『티마이오스』 『법률』 등을 남겼다.
– 역자 : 천병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 검정시험 (Graecum)과 라틴어 검정시험 (Großes Latinum)에 합격했다.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로,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했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로마의 축제들』,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메난드로스 희극』, 『그리스 로마 에세이』,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플라톤전집,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2022년 12월 21일, 향년 8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 출판사 서평
기원전 399년, 아테네와 아테네의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터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당한 일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배심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잘 알려져 있다. “저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지는, 신 말고는 아무도 모릅니다.”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 죽음의 연습이라는 주장을 보여주는 본보기인가? 그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그는 죽음이 몸의 죽음일 뿐, 영혼까지 죽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몸은 가변적이고 소멸하는 것이지만, 영혼은 스스로 움직이는 원리를 지닌 것이어서 변화에 휩쓸리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몸의 감옥에 갇혀 있던 영혼은 죽으면 원래 살던 이데아의 세계로 되돌아간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법정 앞에서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일시적이고 사라질 몸을 위한 삶인가? 아니면 변치 않고 참된 아름다움을 지닌 영혼의 삶인가? 우리는 ‘삶이냐 죽음이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앞에 서 있다. 몸의 요구들에 얽매인 ‘그저 살아감’인가, 영혼의 진리를 위한 ‘좋은 삶’(훌륭하고 선한 삶)인가?
그는 감옥에서 탈출하지도 않고, 즐거운 여행을 앞둔 사람처럼 의연할 뿐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제자들과 논쟁하고 담론을 주고받으면서 좋은 삶과 진리를 찾는다. 이러한 과정들이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사상을 품었고, 자신의 사상을 사회에 적용해나가는 실천 과정 또한 이성과 분별력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한 사상과 탐구 정신은 동시대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서양철학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행적을 글로 남기지 않았다. 대신 플라톤이라는 빼어난 제자 덕분에 그는 철학사에 잊히지 않고 살아남았다.
스승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플라톤은 정계 진출의 꿈을 접고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스승 소크라테스가 등장하여 대화를 주도하는 대화편을 집필했고 이것들은 모두 지금까지 전해온다. 고대 그리스ㆍ로마의 고전 번역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로 평가받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플라톤전집 시리즈가 완간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과 때로는 지인과 만나서 나눈 숱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대화편’들은 어디서부터가 플라톤 자신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스승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인지 가려내기 어렵고 의견은 분분하다. 이것을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의 문제(Socrates Problem)’라고 부른다. 오늘날처럼 말을 저장하는 기록 장치가 없는 시대였으므로 불가피한 문제이다.
초기 대화편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대화를 이끌며 대담자들이 제시한 견해를 검토하고 폐기하거나 의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 대화편은 ‘소크라테스식 대화편’(Socratic dialogues)이라 불린다.
중기 대화편에는 소크라테스가 여전히 대화를 이끌지만 플라톤이 혼 불멸론과 이데아론 같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며 소크라테스의 견해를 해석하고 부연한다.
후기 대화편으로 갈수록 소크라테스와 함께 혼 불멸론과 이데아론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철학적ㆍ 논리적 방법론에 관심이 집중된다.
– 어렵다는 철학서가 술술 읽히는 힘은 무엇일까?
고전번역가 천병희교수가 번역한 플라톤의 대화편들은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점에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철학 전공자의 번역처럼 깨알 같은 주석은 없지만 본문이 술술 읽힌다는 점을 누구나 인정한다. 물론 플라톤은 거대한 우주론보다는 도덕철학, 즉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했다. 플라톤의 대화편은 문학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옮긴이가 문학 전공자인 점이 어렵다는 철학서를 술술 읽을 수 있게 하는 건 아닐까? 플라톤 대화편 말고도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비롯한 50여 편에 이르는 그리스 로마의 고전들을 원전 번역한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천병희의 대화편은 전공자들 또는 진지한 독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플라톤의 대화편을 일반 독자들도 읽게 만든다.
옛날 부자의 재산 규모를 표현할 때, 그의 땅을 밟지 않고는 근동의 사람들이 자기 집에 갈 수 없다는 식의 수사가 동원되었다. 고전과 지식의 영토이지만 서양 고전을 탐독하려는 독자라면 번역가 천병희를 거치지 않고는 자신의 집을 만들기 힘들게 되었달까, 이런 수사가 등장해도 무방할 듯하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