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피츠제럴드 단편선 1•2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민음사 / 2005, 2009
- 1권
<위대한 개츠비>, <밤은 부드러워>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9편을 모은 책이다. 피츠제럴드는 40년 남짓한 짧은 생 동안 무려 160여 편에 이르는 단편소설을 집필했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 160여편을 한꺼번에 모아놓은 책은 아직 없다. 분량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단행본 한 권에 묶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 책은 맬컴 카울리가 편집한 (1951), 매슈 J. 브루콜리 교수가 편집한 (1989)와 <개츠비 이전> (2001)에서 대표적이라 할 만한 작품 아홉 편을 골라 엮은 것이다.
그가 단편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크게 두세 가지로 요약된다. 물질적 풍요와 성공에 대한 야망, 잃어버린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환멸, 삶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낭만과 환상이다. 이른바 ‘재즈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미국의 분위기가 작품 전반에 짙게 투영되어 있으며, 젊음과 아름다움, 욕망 역시 시간의 화살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음을 날카로운 상징과 은유를 통해 풀어낸다.
- 2권
F. 스콧 피츠제럴드 단편 6편을 모은 책이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서 쓴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비롯하여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얼음 궁전’은 피츠제럴드가 미국 북부와 남부의 사회, 문화적 차이에 대해 처음 살펴본 작품으로, 사랑으로도 뛰어넘을 수 없는 뿌리 깊은 갈등을 그려 낸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 ‘집으로의 짧은 여행’은 환상 소설로서, 피츠제럴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에 설득력을 부여하고자 시도했다.
물질적 부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해변의 해적’과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도 수록되어 있다. ‘해외여행’에는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 파산을 맞으면서 육체의 건강마저 악화되는 주인공 켈리 부부가 등장한다.
○ 목차
- 1권
다시 찾아온 바빌론
겨울 꿈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광란의 일요일
기나긴 외출
컷글라스 그릇
‘분별 있는 일’
부잣집 아이
오월제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2권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얼음 궁전
해변의 해적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집으로의 짧은 여행
해외여행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저자소개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189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에 입학했으나 3학년 때 자퇴했다.
1918년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사의 딸인 젤다 세이어를 만나 약혼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한다.
첫 장편 『낙원의 이쪽』이 1920년 스크리브너에서 출간되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자, 젤다와 결혼한다.
1920년대부터 미국 동부와 프랑스를 오가며 호화로운 생활을 시작했고, 그사이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에스콰이어> 등의 신문과 잡지에 160여 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이 단편소설들은 『말괄량이들과 철학자들』(1920)과 『재즈 시대 이야기들』(1922)로 묶여 출판되었다.
1922년에는 두번째 장편소설 『아름답고도 저주받은 사람들』을 발표했다.
1925년,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며 문단의 격찬을 받았다.
그러나 작가로서 성공을 거머쥔 동시에 그의 삶은 추락하기 시작한다. 알코올중독과 빚에 시달리는 사이, 젤다는 정신병이 발병해 입원한다.
1934년, 마침내 9년 만에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라』를 펴냈다.
이 작품은 훗날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발표 당시 세간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1940년, 할리우드 영화계의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거물의 사랑』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 1권 역자 : 김욱동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 인문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환경문학, 번역학, 수사학, 문학비평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해 온 인문학자다. 주요 저서로는《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2020), 《외국문학연구회와〈해외문학〉》(2020),《아메리카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2020),《눈솔 정인섭 평전》(2020),《하퍼 리의 삶과 문학》 (2020),《미국의 단편소설 작가들》(2020) 등이 있다. - 2권 역자 : 한은경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전임강사이다.
옮긴 책으로는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 『오두막』, 『피츠제럴드 단편선 2』, 『메디치가 이야기』, 『사랑의 역사』, 『기호의 제국』, 『가든 파티』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1권]
미국 작가, 아니 세계 작가를 통틀어서도 F. 스콧 피츠제럴드만큼 단편 소설을 많이 쓴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좁게는 현대 미국 문학, 더 넓게는 세계 문학에 이정표를 세워놓은 소설가로 흔히 평가받는 그는『위대한 개츠비』(1925)나 『밤은 부드러워』(1934) 같은 장편 소설을 쓴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을 훨씬 더 많이 썼다. 대학 시절에 발표한 작품을 포함하여 그가 생전에 출간한 단편 작품은 모두 160여 편에 이른다.
모두 160여 편에 이르는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모아놓은 책은 아직 없다. 작가가 살아 있을 때 출간되어 나온 개별적인 단편집 가운데 몇 권이 아직 절판되지 않고 시중에 나와 있다. 분량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그렇게 양이 많고 작품의 질이 고르지 못한 작품을 단행본 한 권에 모은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단편 전집보다는 단편 선집의 형태로 출간되었다. 그중에서도 맬컴 카울리가 편집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집』(1951)이 표준 텍스트로 인정을 받았고, 최근에는 피츠제럴드 학자 매슈 J. 브루콜리 교수가 편집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1989)과 『개츠비 이전』(2001) 이라는 단편 선집이 출간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이 세 책에서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만한 작품 아홉 편을 고른 것이다. 이 아홉 편은 미국의 단편 소설을 굳건한 발판에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단편 소설 장르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은 훌륭한 작품들이다. 160여 편에 이르는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은 이 아홉 편의 작품에 축약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피츠제럴드의 문학 세계와 가치관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특히 2004년 3월 영미문학연구회에서 실시한 번역평가사업에서 가장 우수한 번역으로 꼽힌 바 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역자 김욱동 선생님이 직접 작품을 고르고 번역하였기 때문에 원작을 읽는 재미 못지않은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다시 찾아온 바빌론>
프랑스의 단골 호텔 리츠에 도착한 찰리는 쇠락한 모습을 보고 안면이 있는 바의 종업원에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안부를 물었다. 찰리 웨일스는 35세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미남이다. 방탕한 생활로 망했던 그는 지금 프라하에서 하는 사업이 괜찮아졌다. 그는 딸을 보기 위해 파리로 왔다. 찰리는 택시를 타고 팔라틴 가에 있는 처형네 집으로 가서 아홉 살인 딸 오노리어를 만났으나 처형인 매리언과는 서로 무심하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방 안은 따뜻했고, 안락한 미국적 분위기였다. 처형과는 반감을 느꼈으나 그 남편 링컨 피터스와는 사업 얘기를 주고 받았다.
찰리가 호텔 바에 갔더니 아는 얼굴이 하나도 없었다고 하니, 매리언은 술집 얘기에 혐오감을 드러냈다. 저녁을 먹고 나온 찰리는 그 옛날 많은 시간과 돈을 날려버렸던 ‘브리톱’에 그만 고개를 들이밀었으나 재빨리 되돌아 나왔다. 그는 몽마르트르에 있는 술집들을 보며 흥청망청 돈을 쓰던 때를 떠올렸다. 그가 돈을 헛되게 쓸 때 아내는 버몬트 주의 묘지 속으로 도망쳤다. 레스토랑 앞에서 유혹하는 여자의 시선을 외면한 채 20프랑을 주고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파리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에서는 콩코르드 광장, 센 강 등 파리의 여러 곳을 보여준다. 다음 날 식당에서 오노리어를 만나서 장남감을 사주고 공연을 구경하자고 했더니 딸은 “이제 우린 부자가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그녀는 사촌 리처드는 아주 좋은데 엘지는 싫지는 않다고 했다. 딸은 매리언 이모보다 링컨 이모부가 좋다는 속마음을 드러내며 아빠와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 찰스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다 삼 년 전 돈을 낭비하는데 일조했던 로레인과 덩컨 셰퍼를 만났다. 둘이 만나자는 로레인의 도발적인 매력에 끌렸지만 그들을 피하고 딸을 처형네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며칠 후 찰리는 처형네로 가서 딸을 맡아주신 것에 고맙다고 하고, 자신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니 딸을 데리고 가려고 파리에 왔다고 말했다. 매리언이 언제까지 술을 절제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동생 헬런이 죽어가면서 오노리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였다고 했다. 링컨이 “자네는 매리언에게 법률상 후견인 자격을 포기하고 오노리어를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거지, 문제는 아내가 자네를 신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거란 말일세.”라고 했다. 찰리는 완전히 믿어도 괜찮다고 했다. 처형을 후견인으로 승낙할 때, 자기는 요양소에 누워 있었고, 주식 폭락으로 빈털터리라서 잘못 처신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해나가면 나갈수록 처형의 증오감이 심해졌다. 찰리는 자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차 있는 분위기 속에 오노리어를 그 집에 맡겨두는 게 더 불안해졌다.
매리언은 헬런이 죽은 밤의 충격 때문에 찰리에 대한 증오심으로 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남편이 찰리 입장을 이해하는 듯 하자 그녀는 두 분이 결정하라며 방을 나가버렸다. 링컨은 찰리에게 자네나 오노리어의 길을 방해할 수 없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온 찰리는 사랑했던 헬런의 모습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녀와 카페에서 싸웠고 찰스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려 했었다. 그러자 그녀는 웹이라는 청년에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히스테리가 되어 떠들어댔다. 혼자서 집으로 돌아온 찰스는 문을 잠가버렸다. 그는 아내가 한 시간 뒤 눈보라 속에서 혼자 돌아올 줄 몰랐다. 문밖에서 추위에 떤 아내가 그후 폐렴에 걸렸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결국 파국의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화창하게 갠 산뜻한 날, 찰리는 링컨에게 전화를 걸어 프라하로 오노리어를 데려가도 좋겠느냐 물었더니 그는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만 매리언이 법정 후견인 권한을 1년 정도 더 갖겠다고 하니 찰스는 동의하였다.
로레인으로부터 만나자는 편지를 받은 찰스는 두려움을 느꼈다. 5시에 찰리는 처형 식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고 처형집으로 갔다. 오노리어가 기뻐하며 맞아 주었다. 처형 식구들의 모습은 포근한 가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덩컨 셰퍼와 로레인 쿼리스가 요란하게 웃어대며 나타나 찰리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찰리는 무례한 침입자에 분노를 느꼈지만 아주 난처해서 그들을 달래어 보냈다. 매리언이 몹시 화가 났다. 링컨은 찰스에게 일이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다고 했다. 숙소로 돌아오다 카페에서 링컨에게 전화했더니 그는 아내를 엉망으로 만들 수 없다며 여섯 달 동안 그냥 미루어야겠다고 했다. 언젠가 그는 또 다시 이 도시에 돌아올 것이다. 이제 혼자서 살 수 있는 젊은이도 아니다. 헬런도 그가 이렇게 외로움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겨울 꿈>
단칸방에 사는 캐디들과 달리 식료품 가게 주인의 아들인 덱스터 그린은 뛰어난 캐디였지만 그만 두었다. 열네 살인 그가 캐디를 그만 두게 된 것은 가냘픈 몸매에 광채를 내뿜는 연한 살짜리 소녀 때문이다. 모티머 존스의 딸인 그녀의 캐디를 하기 싫어서 여름 한 달 동안 버는 30달러를 포기해야 했다.
잠재력으로 겨울 꿈의 지배를 받는 그는 동부에 있는 유명한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블랙베어 호수에 찾는 돈 많은 손님들이 사는 도시에서 세탁소를 열어 돈을 벌었다. 스물일곱 살에 큰 세탁소 체인점을 소유하였다가 사업체를 팔고 뉴욕으로 갔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 때 하트 씨 등과 함께 4인조 골프를 쳤다. 그 뒤를 따라다니는 네 명의 캐디를 보면서 현재의 자신과 옛날의 자신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를 살펴보았다.
골프공 하나가 날라와 일행의 배를 맞혔다. 언덕너머로 나타난 여자는 열한 살 때와 달리 활력이 넘치는 인상, 관능적인 두 눈으로 관심없다는 표정이다. 덱스터는 중추 만월 아래 수영을 하다 수영복 차림에 보트를 탄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이름이 주디 존스라며 자기가 서핑보드를 탈 수 있도록 모터 보트를 운전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덱스터는 운전하고 그녀는 서핑보드를 탔다.
내일 저녁 드시러 오라해서 최고 양복차림으로 갔더니 그녀의 집엔 주디 존스를 사랑해 온 사내들이 가득했다. 그는 그가 다닌 대학 특유의 냉담한 태도를 취했다. 주디 존스와 손님들과 그가 다닌 대학과 사업에 얘길 나누었다. 주디 존스는 덱스터와 둘만 있을 때, 사랑하던 남자가 가난하다며 덱스트는 어떻냐고 물었다. 덱스터가 돈을 많이 번다고 하자 그녀가 키스를 원하는 것 같아서 그는 자선 같은 키스를 하였다. 덱스터는 가장 파렴치한 여성에게 자신의 일부를 바쳤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적 아름다움을 고도의 단계까지 그가 의식하도록 만들었다. 덱스터는 그녀 주위의 맴도는 열두세 명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각자 한 번씩 나머지 다른 사람들보다 그녀의 총애를 받았다. 처음의 희열이 지나가자 덱스터에게 불안감과 불만이 찾아왔다. 그는 주디 존스를 데리고 뉴욕에 갈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주디 존스는 흥미로, 격려로, 악의로, 무관심으로, 경멸로 덱스터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덱스터는 아이런 쉬러라는 여성과 약혼했다. 그녀는 마음씨 상냥하고 조금 살이 찐 편이었다. 덱스터는 아이런 쉬러와 클럽에서 춤을 추기로 했는데 그녀가 아파서 혼자 클럽에 갔다가 주디 존스를 만났다.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그의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였다. 그녀가 결혼하자고 했다. 그녀가 집에 데려달라고 했다. 잠깐 집안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덱스터는 그녀와의 그날 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에 굴복함으로써 아이런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다.
주디 존스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아내로 삼을 수는 없다. 주디 존스를 붙잡아 둘 힘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탁소를 팔아 뉴욕으로 갔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으로 서부로 돌아와 장교 훈련소로 향했다.
7년 뒤 그가 성공한 뉴욕에 디트로이트에서 온 데블린이란 사내가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가 주디 존스라며 멋진 여자인데 안됐다고 했다. 남편 러드 심스가 엉망인데, 그녀는 애들 데리고 집에만 있다고 하였다. 덱스터는 디트로이트행 기차를 탈까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제 꿈은 사라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 서글픈 두 눈 그것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
중서부에서 비행기를 내린 도널드는 전화번호부에서 미스 낸시 홈스를 찾았다. 그녀는 월터 기포드의 부인이 되었단다. 전화하였더니 그녀가 받았다. “난 열두 살 때 만났던 도널드 플랜트”라고 하니 놀란 어조로 아주 정중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서 기쁜 기색을 느낄 수 있었다. 서른 줄에 들어선 그녀가 택시를 타고 오라고 했다.
도널드는 그녀에게 여전히 예쁘다고 했다. 그녀는 멋지고 매력적인 남편이 이틀 있다 돌아온다는 전보가 왔다며, 남편이 뉴욕 누구에게 관심이 있나보다고 했다. 도널드는 그녀와 키스를 했던 얘기, 그녀가 누군가와 키스하는 걸 보며 질투를 느꼈던 얘기와 육 년 전에 죽은 아내에게 “당신만큼 낸시를 사랑했다.”고 말하였다는 걸 말했다. 낸시가 사집첩을 갖고 왔다. 그녀는 결혼한 뒤 처음이라며 도널드에게 키스를 하였다. 도널드가 우리 다시 사랑에 빠져도 좋으렴만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동굴에 함께 갔었던 도널드 바워스를 도널드 플랜트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열두 살 때 좋아했던 건 바워스였고 그래서 키스를 했던 걸 도널드는 알게 되었다.
낸시는 제발 이 얘기를 누구한테도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도널드 플랜트는 갑자기 도널드 바워스에 대해 질투심이 생겼으나 낸시에게 다시 한 번 키스를 해달라고 했다. 낸시는 내 기분이 어떤지 헤아려 달라며 거부했다.
도널드는 비행기 속에서 열두 살 난 소년인 동시에 서른두 살의 장년으로 이 둘은 서로 뒤엉켜 있었다.
<광란의 일요일>
성공한 배우였던 어머니로 둔 조얼 콜스는 영화대본을 쓰는 작가로 마일스 캘먼 감독으로부터 인정받고 유진 오닐의 희곡을 맡았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그에게 감독의 비서로부터 일요일 4시부터 6시까지 차를 마시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상류계층 파티에 가게 된 조얼은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장엄한 마일스 캘먼의 집에서 아름다운 스텔라 캠먼(캠먼과 결혼하기 전에는 전남편의 성을 딴 스텔라 워커였음)을 만나 대화를 하였다. 그녀가 보여준 관심에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가수가 노래를 마치자 조얼은 자신이 만든 ‘좀 더 보충하기’라는 작품으로 사람들과 스텔라 워커를 즐겁게 하고 싶었다. 그는 스텔라의 도움을 받아 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스텔라만이 미소로 그를 올려다볼 뿐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조얼은 영화계의 중요한 인사들 앞에서 바보가 된 사실을 깨달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화계의 불꽃이었는데 멸시와 냉소를 받게 되었다.
다음 날 그는 마일스에게 사죄의 편지를 썼다. 이틑날 스텔라 워커 캘먼으로부터 우리집 파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이었다며, 일요일 동생 준의 뷔페 저녁식사에서 만나자는 전보가 왔다. 또 다시 광란의 일요일이 왔다. 조얼은 마일스 캠먼이 에버 거벨과의 외도로 심하게 다툰 캠먼과 스텔라를 만났다. 화장을 안 한 스텔라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녀는 조얼에게 남편이 곁에 있는데도 정절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마일스가 조얼에게 할 말이 많으니 집으로 같이 가자고 해서 그들의 집으로 갔다. 스텔라와 마일스는 서로 질투한다고 했다. 마일스는 조얼 때문에 질투를 느낀다고 했다. 조얼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얼은 월요일이 되자 일상적인 리듬을 되찾고 바빴다. 스텔라가 토요일 저녁에 노트르댐에 경기를 보러 가는 남편 대신 페리 부부의 연극 파티에 함께 가자고 했다. 회사에서 마일스가 조얼에게 “당신 때문에 노트르댐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얼은 사모님에게 추파를 던진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조얼이 스텔라를 만났더니 그녀는 마일스가 느트르댐에 갔는지, 에버 거벨과 함께 있는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조얼은 그녀를 따라서 그녀의 집으로 가서 사모님을 사랑한다고 했다.
또 다시 일요일이 되었다. 그는 마일스의 집에 갔을 때 비행기 추락으로 마일스가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고 쓰러진 스텔라를 안고 소파에 앉혔다. 스텔라는 그이는 죽지 않았고 꾸며낸 계략이라고 했다. 조얼이 의사를 전화로 부르려고 하자 스텔라는 그에게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말라며, 오늘밤 이곳에 머물러 있어 달라고 했다. 그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하고 밖으로 나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기나긴 외출>
킹 부인은 부유했고 남편과 서로 사랑하는데 둘째를 낳던 중 혼수상태에 빠진 후 정신분열증에 걸렸다. 열달 후 요양원에서 퇴원하고 남편과 함께 여행하기로 하였다. 스물두 살 앳된 소녀의 매력을 지닌 그녀는 남편을 기다리근데 요양소로 오던 남편이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간호사들은 사고 얘기는 안 하고 남편이 올 수 없다는 사실만 알려 주었다. 그날 밤 남편이 사망하자 의사는 킹 씨가 출장을 떠났다고 해서 그녀가 적응되었을 때 사실을 말하기고 했다. 킹 부인은 매일 짐을 꾸리고 여행 떠날 차림을 하고 병원에서 돌아다녔다.
<컷글라스 그릇>
호기심이 많은 로저 페어볼트 부인이 앳되고 검은 눈동자가 반짝이는 해럴드 파이퍼 부인에게 당신의 집이 예술적이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식당이 제일 마음에 든다며 커다란 컷글라스 그릇도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해럴드 파이퍼 부인은 결혼을 하니 칼튼 캔비라는 청년이 보낸 선물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페어볼트 부인은 해럴드 파이퍼 부인에게 집에 있는 시간을 좀 늘리라고 귀뜀을 해주고 싶었다.
페어볼트 부인이 나가자마자 잘 생긴 청년 하나가 파이터의 집으로 갔고, 파이퍼 부인이 재빨리 서재로 안내하고서 “프레디, 그만 돌아가 줘”라고 했다. 그때 남편이 오자 그녀는 게드니를 2층에 가게 하고 남편을 맞았다. 해럴드 파이퍼는 서른여섯 살로 아내보다 아홉 살 연상이었다. 남편은 아내 이블린과 게드니의 관계를 알고도 관대하게 처리하면 아내가 적잖이 감동할 거라고 보았다. 이블린이 두려워할 때 게드니가 뒷문으로 달아나려다 컷클라스와 부딪쳤다. 해럴드가 그녀를 뿌리치고 나가서 붙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블린은 게드니에게 나가라며 난폭하게 대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서른다섯 살인 이블린을 여자들은 아직도 예쁘다고 하지만, 남자들은 이제 매력을 잃었다고 하였다. 이블린은 프레디 게드니 사건이 있은 후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있는 가를 알았다. 시간이 지나자 부부 애정이 되살아났다.
해럴드의 철물 도매상 사업이 힘들어졌다. 헤럴드가 동업하게 될 에이런과 그의 아내를 초대하겠다고 했다. 헤럴드가 펀치를 만들려고 커다란 컷글라스를 사용하려고 하자 이블린이 저지하였다. 그러나 해럴드가 빼앗아서 사용하였다. 딸 줄리가 놀다가 컷글라스에 살이 베었다. 이블린은 에이런 부인이 싫었지만 그녀의 남편에게는 호감이 갔다. 해럴드는 펀치를 너무 많이 마셔 취했다. 딸 줄리가 낮에 베어던 상처에 독이 들어간 것 같다고 하녀가 이블린에게 말했다. 이블린은 에이런 부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딸에게 갔다. 딸의 손이 퉁퉁 부처 패혈증인 것 같았다. 자정이 되어 의사가 왔다. 이블린은 4시까지 딸을 돌보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술에 취했던 남편은 정오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마흔여섯 이블린에게서 미모는 완전히 떠나가 버렸다. 재산이 줄어드는 가정이 그러하듯이 그녀와 남편도 적의를 품게 되었다. 딸 줄리는 한 손을 잃어 학교에 가기를 두려워해서 보낼 수가 없었다. 아들 도널드의 부대는 위험한 해외로 파병 중이었는데 사망 통지서가 왔다. 그녀는 유리 그릇을 안고 비틀거기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그녀는 미끄러져 균형을 잃으며 고꾸라졌다. 달빛이 비친 한길에는 유리 파편이 반사하고 있었다.
<‘분별 있는 일’>
조지 오켈리는 회사 점심시간에 달려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서 편지를 받고 절망을 느꼈다. 이 년 전 MIT 우등으로 졸업하고 테네시 주 회사의 건설 엔지니어로 취직한 그는 일주일에 40달러를 받는 보험회사의 직원으로의 꿈이 멀어져 가고 있다. 그를 궁지에 몰아 놓은 여자가 작은 도시에서 기다리고 있다. 회사로 돌아온 그는 존퀼 캐리를 만나기 위해 부장에게 나흘간 휴가를 요청하였다. 부장은 회사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 조지 오켈리는 행복감과 희열을 느꼈다.
조지는 기차역에서 두 청년과 함께 있는 존퀼 캐리를 만났다. 청년의 차로 그녀의 집으로 갔다. 청년들이 돌아가자 그녀는 그를 끌어안으며 애정표현을 했다. 저녁 식사 때 존퀼의 부모가 나타나 엔지니어 직업을 포기한 걸 아쉬워했다. 식사 후 둘만 남자 그녀는 그의 팔에 안겼다. 그녀가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니 조지는 찾아오는 남자들이 많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마치 나에게서 떠날 것 처럼 편지를 보내니 이렇게 달려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존퀼은 서럽게 우니 그는 그녀를 감싸 안았다.
다음 날 조지는 언젠가 돌아오겠다며 떠났다. 존퀼은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듬해 9월 얼굴이 그을린 조지 오켈리가 기차를 내렸다. 그는 호텔로 가서 존퀼에게 전화해서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는 차림새는 형편없었으나 엔지니어로 인정받고 있었다. 조지는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 약혼했느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그렇다고 했다. 저녁 먹는 동안 둘은 말이 없었다. 식사 후 그는 결혼해 달라고 하자 그녀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가 예전처럼 무릎 위에 앉아 달라고 하자 그녀는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대고 세상에 시간이 얼마든지 있지라고 속삭였다. 그녀를 껴안을 수도 있었지만 똑 같은 사랑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부잣집 아이>
지금부터 부짓집 아이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 그 청년은 나의 친구이다. 부자들은 냉소적이고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족속이다.
내 친구 앤슨 헌터는 1500만 달러를 상속받을 여섯 남매 중의 장남이다. 그들은 우아한 영어를 구사하는 영국인 가정교사가 있어 상류사회 사람들이 구사하는 독특한 말씨를 익혔다. 앤슨은 마을 사람들의 경의를 받고 자랐다. 그는 미남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자신감과 무뚝뚝한 태도로 부호의 아들이며 일류 명문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예일 대학교의 규범을 지키지 않았으나 졸업을 하고 뉴욕으로 옮겼다. 뉴욕에서 화려한 여자들과 신바람 나게 노는 모임에 나갔다. 앤슨은 거액의 재산과 사치의 세계며, 이혼과 방탕의 세계며, 속물과 특권의 세계를 별다른 유보없이 받아들였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그가 예일 대학교를 막 졸업한 1917년 전쟁이 나자 해군 항공대 장교가 되었을 때였다. 그는 조종사로서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논리적인 어조로 교관들에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쾌락을 추구하였으므로 얌전한 아가씨와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는 모두 놀랐다. 남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던 폴라 르잰더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폴라는 그에게 자신은 100만 달러에 가까운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폴라와 그녀의 어머니가 그를 따라 뉴욕에 갔을 때,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규모에 큰 인상을 받았다. 폴라는 당장이라도 결혼해서 그의 아내가 되고 싶었다.
폴라에게 질투를 느끼는 사촌과 폴라가 있는 호텔에 술에 취한 앤슨이 들어왔다. 폴라는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앤슨을 데리고 내려가 그가 타고 온 차에 술에 곯아 떨어진 두 남자가 타고 있지만 탔다. 한편 호텔에서는 사촌이 르잰더 부인에게 헌터 씨가 이상하게 프랑스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폴라에게 전화해서 그 사람과 함께 집에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폴라가 앤슨의 집에 그를 데려가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앤슨이 술에서 깼다. 호텔로 돌아올 때 폴라가 그의 뺨에 키스를 했다. 앤슨은 폴라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나 동시에 그녀를 자못 불안하게 했다. 앤슨이 참전하고 돌아와 증권회사에 입사할 때까지도 둘의 관계는 좋았다 나빴다 반복되었다.
그러나 폴라가 듣고 싶은 앤슨의 청혼이 없었다. 기다림에 지친 폴라는 로웰 세이어와 약혼하였다. 앤슨은 아버지가 죽자 재산관리를 숙부 로버트 헌트에게 맡겼다. 뉴욕에서 근무하던 나는 예일 클럽에서 앤슨을 다시 만나 친해졌다. 폴라가 결혼을 하자 그는 내게 그녀가 자기를 버렸다고 했다. 그는 상류사회 여자와 결혼하여 사교계에 들어온 악명높은 정치 평론가의 딸인 돌리 카커와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열 살이 지난 뒤로 사랑에 빠졌지만 곧 싫증을 내는 여자였다. 앤슨은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를 경멸하였다. 돌리는 그의 사랑이 식었다는 걸 알고,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페리라는 남자를 사귄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넘어간 앤슨은 질투로 돌리를 만나러 갔다.
돌리가 앤슨의 집에 갔을 때, 그의 방 벽에 걸린 폴리의 사진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두 팔을 벌려 앤슨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앤슨은 액자 속의 폴라를 보고 사랑한다는 돌리의 말에 “난 널 눈꼽만큼도 사랑하지 않아.”라고 대답하였다. 가을에 돌리가 결혼했을 때 앤슨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축전을 보냈다.
앤슨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되어 책임감이 늘어나면서 점점 시간이 없었다. 폴라가 이혼하고 곧바고 보스턴 남자와 재혼하였을 때 그는 나에게 오후 내내 그녀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폴라를 사랑했던 것처럼 다른 여성을 사랑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거라고 했다. 결혼의 가치를 믿었기에 스물여덟 살이 된 그는 자신이 낭만적인 애정없이 결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인 에드너 숙모가 방탕한 캐리 슬론과 깊은 관계에 빠졌는데 숙부 로버트 런트만이 모르고 있었다. 화가 난 앤슨이 화려한 모피와 보석으로 치장한 그녀를 만나 숙부와 어린 사촌을 두고 그럴 수 있냐고 따졌다. 그녀는 헛소문을 듣고 와서는 유일하게 낙으로 삼고 있는 친구 관계를 깨뜨리려 한다고 했다. 곁에 있던 슬론은 무슨 까닭으로 이러는 거냐고 따졌다. 에드너는 아내에 대한 로버트의 무관심이 원인이었다며 앤슨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앤슨은 슬론에게 이 도시를 떠나고 다시는 에드너와 만나지 말 것을 제안했다. 이튿날 아침, 다리 아래에서 캐리 슬론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앤슨의 모친 헌터 부인이 사망하고 두 번에 걸친 상속세로 재산이 크게 줄어든 데다가 여섯 남매에게 분배하기 때문에 앤슨 남매에게 남는 유산은 큰 액수가 아니었다. 앤슨의 동생들은 그동안 그들이 존재조차 몰랐던 신흥 부자에게 오히려 공손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었다.
스물아홉 살이 된 앤슨은 고독에 빠져들었다. 친구들이 결혼하자 소외감이 늘었다. 주말 저녁에도 혼자 보내야 하나 생각하던 어느 날 앤슨은 호텔 입구에서 임산부인 폴라를 만났다. 그녀가 그의 두 손을 잡고 피터 해거티 부인이 되었다며 꼭 한번 놀러 오라고 했다. 그때 키가 크고 세련된 해거티가 곁으로 다가오자 폴라는 우리집에 가서 함께 저녁을 하자고 했다. 커다란 집에 차가 멎자 아이 셋이 다가왔다. 저녁 식사 후 해거티가 둘만의 시간을 줬다. 앤슨이 내가 사랑한 사람은 폴라뿐이었다고 하였다. 폴라는 전 남편이 남긴 아이 셋이 있지만 지금 임신 중인 아이는 정말로 갖고 싶었던 건 지금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앤슨은 그녀가 자기와의 추억을 까맣게 잊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다.
남편이 돌아오자 그녀는 앤슨에게 곡예 묘기를 보여드리겠다고 하였다. 그녀가 시작하자고 하자 해거티가 가볍게 두 팔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녀는 이 사람이 나를 안고 2층으로 올라간다며, 이 사람 멋지다고 했다.
폴라 르잰더 해거티가 아이를 낳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나는 랜슨과 함께 배를 타고 장기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샴페인을 마시다 배에서 스튜어드라는 여자를 만나 식사하고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내가 자러 갈 때까지 그는 그 여자와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그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반가웠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그 우월감을 보살피고 보호해 줄 여성들이 필요한 것이다.
<오월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이긴 이 도시에서는 이제까지 이렇게 호황을 누린 적이 없었다. 이 무렵 이 대도시에서 일어난 몇 가지 모험을 적으려고 한다.
1919년 5월 1일 고든 서터렛이 빌트모어 호텔에 묶고 있는 필립 딘을 만나러 왔다. 두 청년은 예일 대학교 동창으로 열광적이지만 어색하게 만났다. 헤어지고 보풀이 있는 셔츠를 입은 고든은 고급 실크 셔츠가 무려 한 다스나 있는 필립에게 부끄러웠다. 고든이 불과 3년 전 4학년 때에는 옷을 잘 입는 사람에 속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 샤워 마친 딘이 호텔 로비에서 어제 이디스 브랜디를 만났는데 여전히 귀여운 인형처럼 잘 빠졌다고 했다. 그녀가 예일대 댄스 파티에 참석하려고 온 것 같다며 고든에게 초청장을 얻어 줄테니 참석하자고 했다. 이에 고든은 자신이 얻은 일자리에서 해고를 당했다고 하였다. 딘은 건성으로 이 얘기를 들었다. 고든은 주얼 허드슨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 비슷한 것에 빠졌는데 그녀가 돈을 달라고 해서 300달러가 필요하니 빌려 달라고 했다. 고든은 필립을 만날 희망이 없었다면 벌써 자살을 했을 거라고 했다.
딘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여잔 멀리 하라고 했다. 막다른 궁지에 몰리지 않았다면 자네를 찾지 않았을 가라고 말하는 고딘은 분노를 억제했다. 딘은 수입이 많지 않다며 5달러 지폐 한 장을 주고 예일 클럽에 가서 아침을 먹자고 했다.
거리는 풍요롭고 행복에 넘쳤다. 고든은 예일 클럽에서 동기들을 만났으나 따분했다. 누군가가 고든에게 자네의 애인이었던 이디스 브랜디가 오늘 밤 파티에 온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온 딘은 고든에게 75달러를 주며 이게 다라고 했다. 고든은 눈물을 흘리며 호텔을 나왔다.
같은 날 밤 9시쯤 싸구려 식당에서 사흘 전에 상륙한 미 육군의 군복 차림의 두 청년이 나왔다. 키가 큰 쪽인 캐럴 키에게서 아무리 살펴 보아도 조상의 가치나 능력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그의 친구 거스 로즈도 비슷했다. 술에 취한 그들에게는 맞이한 자유보다는 감옥에 있는 게 마음이 편했다. 거리에서 한 유대인이 이 전쟁에서 이득을 본 사람은 누가 있었느냐고 연설을 하였다. 근육질 병사 하나가 볼셰비키라며 주먹을 날렸다. 빨갱이 집회를 쳐부신다는 군중을 따라 키와 로즈도 쫓았다. 행렬은 병사들에 이어 시민들도 끼어들었다. 로즈와 키가 술을 마시려고 행렬에서 벗어나자 ‘겁쟁이’라고 야유를 했다. 키의 형이 웨이터로 일한다는 호텔 입구에서 야회복 차림의 남녀들을 보고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둘은 초라하게 보이는 입구를 통해 들어가 키의 형을 만나 술을 구해 달라고 했다. 형이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 하자 둘은 비어 있는 호텔 파티장에서 술을 훔치기로 하였다.
전쟁 이후 처음 열리는 댄스 파티에 이디스 브랜디는 예일대 3학년인 피터 히멜과 파트너가 되어 참석했다. 이디스 브랜디는 고든 서터렛과의 추억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후배인 히멜이 택시에서 그녀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려 놓은 것과 그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서 팔꿈치로 살짝 그녀의 머리를 건드렸기에 이디스는 화가 났다. 파티에서 그녀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선을 그리고 있다.
이디스는 피터 히멜에게 아까 화가 난 것은 잊기로 하자고 했다. 파티에서 한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관심을 드러냈다. 필립 딘은 그녀에게 고든 서터렛이 룸메이트였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필립 딘은 조금 전에 그를 만났었다고 했다. 잠시 후 이디스는 초라한 모습의 고든을 발견하였다. 이디스는 고든의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그녀의 가슴이 떨렸다. 춤을 멈추자 고든은 그녀에게 만나서 반갑다며 당신은 순수해서 자기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디스는 기민하고 명랑했던 고든이 무기력과 실의에 휩싸여 있다는 걸 알았다. 그는 거지가 되었다고 하자 그녀는 혐오감을 느꼈다. 그녀는 당신의 이런 모습을 보게 되어 유감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이디스의 파트너인 피터 히멜은 무안을 당하자 혼자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그는 술을 훔치려던 로즈와 키를 만나서 그들에게 술과 담배를 권했다. 그는 그들에게 함께 온 여자가 버릇이 없다고 했다. 셋은 흥겹게 술을 마셨다.
이디스는 춤을 많이 추어 나른하고 몽롱해졌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키스를 했고, 여섯 번이나 사랑 고백을 받았다. 고든은 기분이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 피터 히멜이 이디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그녀는 뚱뚱보에게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했다.
루즈를 짙게 바른 주얼이라는 여자가 파티장에 들어가게 해달라며 웨이터와 말다툼하고 있었다. 그녀는 웨이터에게 1달러를 쥐어주고 자기 말을 고든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고든이 내려와 그녀에게 돈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그의 목을 껴안고 걷다가 바에서 한잔하고 자기 아파트로 가자고 했다.
한밤중에 댄스 파티장에서 나온 아디스는 오빠의 사회주의 신문을 발간하는 2층 사무실로 갔다. 군중들이 사무실 밖에서 빨갱이 놈들을 해치우자고 외쳤다. 문이 열리더니 사나이들이 실내로 떠밀려 들어왔다. 몹시 취한 병사 키와 로즈가 떠밀려 들어와 바보처럼 비틀거렸다.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전등이 꺼지자 몽뚱이가 그녀를 밀쳤고 난투가 격렬해졌다. 병사 하나가 사라졌다. 불이 들어오고 경찰이 와서 군인 하나가 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외쳤다.
어젯밤 댄스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술은 깼지만 흐리멍텅한 기분으로 앉아있는 도로 가 바에 거스 로즈도 있었다. 캐럴 키의 시체를 앰뷸런스에 실려 지나갔다. 로즈는 다른 사람들과 등지고 있는 남녀를 흥미롭게 바라 보았다. 남자는 댄스파티에서 자신과 키에게 술을 줬던 사람(피터 히멜)이었다.
딘과 고든이 나타났다. 남자 셋이 서로 목소리를 높이자 주얼이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딘은 고든을 도와주려고 했다고 하자 고든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주얼이 고든을 부축하고 음식점을 나가버렸다. 피터가 말썽을 부리다 웨이터들에 의해 딘과 함께 쫓겨났다.
택시 안에는 미스터 인과 미스터 아웃인 피터 히멜과 필립 딘, 두 영혼이 타고 도로를 달렸다. 운전기사가 델모니코 호텔 앞에 차를 멈췄다. 그들은 식당으로 가서 샴페인과 햄,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 그들은 호텔 로비에서 마구 구겨진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이디스와 뚱뚱보인 남자를 만났다. 피터가 그녀에게 잘 있었느냐고 물었다. 딘은 미스터 이웃이라고 인사를 했다. 조그만 호텔에서 고든 스터렛은 잠에서 깨었다. 방안은 담배와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 옆에는 그의 아내 주얼 허드슨이 있었다. 그로부터 삼십 분 뒤 그는 밖으로 나가 권총을 사고 들어와 관자놀이에다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2권]
-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 : 1920년대 미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초월한 현대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서정적인 단편들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을 모은 <피츠제럴드 단편선 2>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번)으로 출간되었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위대한 개츠비>나 <밤은 부드러워> 등의 장편 소설을 쓴 작가로 알려져 있는 피츠제럴드는 사십 년 남짓한 비교적 짧은 생애 동안 무려 160여 편에 이르는 단편 소설을 집필했다. 생전에 그가 “좋은 이야기는 저절로 써지지만 나쁜 이야기는 억지로 써야 한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서 쓴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비롯하여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수록 작품 :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얼음 궁전, 해변의 해적,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집으로의 짧은 여행, 해외여행
- “좋은 이야기는 저절로 써지지만 나쁜 이야기는 억지로 써야 한다.” 16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남긴 타고난 이야기꾼 피츠제럴드
미국 작가, 아니 세계 작가를 통틀어서도 F. 스콧 피츠제럴드만큼 단편 소설을 많이 쓴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좁게는 현대 미국 문학, 더 넓게는 세계 문학에 이정표를 세워 놓은 소설가로 흔히 평가받는 그는 <위대한 개츠비> (1925)나 <밤은 부드러워> (1934) 같은 장편 소설을 쓴 작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을 훨씬 더 많이 썼다. 대학 시절에 발표한 작품을 포함하여 그가 생전에 출간한 단편 소설은 모두 160여 편에 이른다. 각 작품마다 문학적 완성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작품들은 미국 문학 최고의 작품, 나아가 세계 최고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160여 편에 달하는 그의 단편 소설은 과소평가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평소 낭비벽이 심한 데다가 사치를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한 뒤부터 피츠제럴드는 거의 언제나 돈에 쪼들리다시피 하였다. 그가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대중 잡지에 단편 소설을 싣는 것이었다. 적지 않은 비평가들이나 학자들은 안타깝게도 피츠제럴드가 장편 소설을 창작하는 데 쏟아야 할 창조적 에너지를 질이 낮은 단편 소설을 쓰는 데 낭비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중 잡지에 발표한 작품이라고 하여 반드시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그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썼다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피츠제럴드가 “나의 모든 이야기는 소설처럼 상상되며 특별한 감정과 경험을 요구한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단편 소설을 써 내는 자신의 능력을 감정적인 요구의 견지에서 평가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피츠제럴드의 진정한 매력은 낭만적인 상상력과 그만의 글쓰기 형식을 통해 소설의 경계선을 초월한다는 데 있다. 소재와 주제에 있어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그의 소설만큼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널리 영향을 미치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그가 살았던, 그리고 그가 그려 냈던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재즈 시대의 인물들이나 그와 그의 아내 젤다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독자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작가의 시적인 상상력과 극적인 이상,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우아함이 인장처럼 박혀 있다. 그가 “좋은 이야기는 저절로 써지지만 나쁜 이야기는 억지로 써야 한다.”라고 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그는 거장답게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은 것처럼 작품을 써 내려갔다. 다시 말해서 그의 의식 속에서 그의 작품이 이미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또한 이런 의미에서 그의 장인 정신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작품 해설」 중에서
-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시대’를 살아간 ‘잃어버린 세대’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정적인 단편들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에는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미국이라는 구체성과 특수성이 비교적 강하게 드러난다. 이 점에서 그는 가히 ‘미국적’ 작가라고 할 만하다. 그러면서도 훌륭한 문학 작품이 으레 그러하듯이 그의 작품은 역사적 시간과 사회적 공간을 초월하여 좀 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이 전 세계에 걸쳐 널리 읽히고 공감을 주는 것은 바로 특수성과 보편성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재즈 시대’로 일컫는 1920년대는 ‘미국의 꿈’이라는 이름으로 물질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던 시기였다. 피츠제럴드의 작품 속 인물들의 돈과 부에 대한 강박 관념은 그러한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일면이다. 주인공에게 금전적 파산은 정신적 파산 상태를 뜻한다. 「해외여행」의 주인공들은 사기를 당해 경제적으로 파산을 맞으면서 육체의 건강마저 악화된다. 또한 「해변의 해적」이나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의 주인공들 역시 물질적 부에 대한 동경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작가 피츠제럴드가 “나는 완전한 호사스러움을 열망했고, 이 이야기는 상상의 음식으로 그 열망을 채워 보려는 시도였다.”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에 대한 그 자신의 강박 관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얼음 궁전」은 피츠제럴드가 미국 북부와 남부의 사회, 문화적 차이에 대해 처음 살펴본 작품으로, 사랑으로도 뛰어넘을 수 없는 그 뿌리 깊은 갈등을 탁월하게 그려 내고 있다. 한편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과 「집으로의 짧은 여행」은 환상 소설로서, 피츠제럴드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있을 법하지 않은 사건에 설득력을 부여하고자 시도했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1860년 9월의 어느 날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한 병원에서 로저 버튼 부부의 첫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나 부부는 177센티미터의 키에 흰 수염이 텁수룩하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그들의 아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노인을 집으로 데려온 버튼 씨는 그에게 아기처럼 우유만 먹이고 딸랑이를 손에 쥐어 주고, 벤저민은 그에게 기대된 행동을 하려고 애쓴다. 늙어 보이는 외모 때문에 학교도 다닐 수 없던 벤저민은 스무 살 때 몽크리프 힐더가드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점점 젊어지는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아내에게 끌리지 않게 된다.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풋볼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등 전성기를 누리던 벤저민은 점차 몸집이 작아지고 체력도 떨어지더니 급기야 아들보다 더 작아져 아들의 구박을 받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몇 년이 더 흐른 후 유치원에 다니던 벤저민은 그마저도 그만두게 되고 그의 머릿속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만 간다.
.얼음 궁전
활달하고 진취적인 남부 여인 샐리 캐롤은 나른하고 여유로운 남부를 좋아하지만 더 큰 세상에서 성장하고 싶어 북부 남자 해리 벨라미와 결혼하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샐리 캐롤은 해리가 사는 북부의 도시를 방문한다. 해리는 샐리 캐롤이 활기찬 도시의 힘을 느끼기를 원하지만 그녀는 눈 내리는 날씨부터 문화까지 모든 것이 남부와 다른 도시가 낯설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냉담한 해리의 집안 사람들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한 샐리 캐롤은 남부에 대해 뿌리 깊은 편견을 지니고 있는 해리와 종종 다투기도 한다. 그러던 중 겨울 축제를 맞아 지어진 얼음 궁전을 보러 간 샐리 캐롤은 그 안에서 홀로 길을 잃고 죽음의 문턱 앞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그곳이 아님을 깨닫는다.
.해변의 해적
플로리다 해안에 정박 중인 최신형 증기 요트에 부모가 없는 열아홉 소녀 아디터와 그녀를 돌보는 삼촌 파넘 씨가 타고 있다. 파넘 씨는 바람둥이 남자와 결혼하려는 아디터를 설득하여 몰런드 대령의 아들 토비 군을 소개시켜 주려 하지만 그녀는 삼촌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요트가 해적들에게 점령당하고 아디터는 해적 대장 칼라일과 함께 갑판 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아디터는 자신과 다른 새로운 인물에 흥미를 느낀다. 아디터와 칼라일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칼라일의 본명이 토비이며 이 모든 일이 토비의 계획 하에 이루어진 것임이 밝혀지지만, 상상력과 자신의 확신을 이룰 용기가 있는 남자를 바라던 아디터는 토비에게 부드럽게 키스를 한다.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는 미시시피 강변의 소읍 헤이즈 출신의 존 T. 웅거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배타적인 세인트 마이더스 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유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옷차림이 뛰어난 전학생 퍼시가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퍼시의 집은 로키 산맥 중간에 위치한 성으로, 그 성의 바닥에 있는 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다이아몬드였고, 삼대에 걸쳐 국가 조사망에 걸리지 않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접시마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호화로운 성에 머물던 존은 퍼시의 여동생 키스마인과 사랑에 빠진다. 존은 키스마인을 통해 성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성에 대한 비밀 유지를 위해 모두 제거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분노한다. 이윽고 그가 성을 탈출하려는 밤에 성이 탐사 비행기들에게 발각되고, 치열한 전투 끝에 성은 폭파되어 사라지고 만다.
.집으로의 짧은 여행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온 에디 스틴슨은 아름다운 소녀 엘렌을 짝사랑한다. 그녀는 세인트폴의 킹카이자 에디의 선배인 조 젤크의 여자 친구였다. 그러나 엘렌은 유령 같이 섬뜩하게 생긴 남자와 만나면서 이상하게 행동한다. 급기야 그녀가 집에 거짓말을 하고 남자를 따라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에디는 그녀를 쫓는다. 그녀와 함께 기차에 오른 에디는 남자가 죽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고 흡연실에서 그와 맞닥뜨린다. 남자에게 그가 죽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에디는 남자를 물리치고 엘렌을 위험으로부터 구한다.
.해외여행
결혼한 지 일 년이 안 된 켈리 부부는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행복을 만끽한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부터 원치 않는 사람들과 친분을 맺으면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났던 아프리카를 떠나 몬테카를로에 정착한 부부는 각자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지만 사치스럽고 방만한 생활을 청산해야겠다고 생각한 니콜은 남편 넬슨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부부는 파리로 건너가지만 그곳에서 알게 된 사롤라이 백작의 꾐에 빠져 사기를 당하고 만다. 온갖 시련 후에 부부는 스위스로 가지만 두 사람 모두 건강이 악화되어 목숨을 건 투병 생활을 하게 된다. 회복기에 접어든 부부는 호수를 산책하다가 예전 아프리카, 몬테카를로, 파리에서 계속 마주쳤던 미국인 부부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보았을 때엔 매력적이던 그 부부가 지금은 끔찍한 이기주의자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결국 그 부부가 바로 자신들의 모습임을 알게 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