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헤겔 시학
G. W. F. 헤겔 / 서정시학 / 2015.4.6
– 헤겔시학 개정판을 펴내며
열음사에서 1985년 처음 간행된 ‘헤겔 시학’의 번역은 시에 대한 동서고금의 명저를 열심히 읽고 있던 1980년대 중반에 이루어졌다. 당시 경희대학교 국문학과에 재직 중이던 필자는 대학원 학생들과 벤야민이나 아도르노 등 서구의 미학이론서들을 찾아 읽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방대한 분량의 ‘헤겔 미학’을 발견하고 경이에 가득 찬 눈으로 지적 보고를 바라보며 의욕적으로 이 책을 독파해 나갔다. 특히 당시 경희대학교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이경식군의 절대적인 도움을 빌려 이 책의 초고본을 작성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자 시학이론을 공부하고자 하던 많은 청년학도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2판을 간행하고 나서 절판되어 커다란 아쉬움이 있었다. 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새로 판을 가다듬으면서 독일어의 경우 박정선 박사의 도움을 얻어 전체적으로 첨삭과 수정을 가했다.
이 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동서고금의 고전을 누비는 헤겔의 독서량은 물론 학문적 탁월성 그리고 그 깊은 통찰력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서정시인에 대한 헤겔의 다음 구절은 서정시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 창작에 전념하고 있는 최근의 필자에게 크게 다가왔다.
서정시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실재의 내용을 자신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여 시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서정시인은 자신 속에 살면서 자기의 시적 개성에 따라 대상을 다루며, 그리하여 그의 내면이 그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세계, 상태, 분규, 운명과 뒤섞이게 될지라도, 시인이 이런 소재를 표현함에 있어서 주장하는 것은 오직 그의 감정과 성찰이 가지는 그의 고유하고 독립적 생명성일 뿐이다. (본문 234-235쪽)
이를 다시 요약하면 서정시인은 오직 자신의 감정과 성찰에 고유한 생명을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은 시류를 넘어서는 것이고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너무 유행에 민감한 한국의 독서 풍토에서 『헤겔 시학』이 다시 읽혀져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러한 것 때문이다. 종이 책이 아니라 e-BOOK으로 간행되는 이 책이 문학이나 시를 공부하려는 많은 분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 목차
머리말 / 5
서론 / 11
제1장 시적 예술작품과 산문적 예술작품의 구별
1. 시적 파악과 산문적 파악 / 33
1) 두 가지 파악방식의 내용 ……… 33
2) 시적 표상과 산문적 표상의 차이 ……… 34
3) 시적 직관의 특수화 ……… 39
2. 시적 예술작품과 산문적 예술작품 / 42
1) 시적 예술작품 ……… 42
2) 시와 역사서술, 그리고 웅변과의 차이점 ……… 52
3) 자유로운 시적 예술작품 ……… 62
3. 시인의 창조적 주관성 / 66
제2장 시적 표현
1. 시적 표상 / 75
1) 원래의 시적 표상 ……… 75
2) 산문적 표상 ……… 80
3) 산문에서의 시적 표상 ……… 81
2. 언어적 표현 / 83
1) 시의 언어 ……… 83
2) 시어의 수단 ……… 84
3) 여러 가지 수단의 적용에 있어서의 차이점 ……… 85
3. 운문의 작시 / 88
1) 리듬 위주의 작시 ……… 93
2) 운(韻) ……… 103
3) 리듬 위주의 시작과 운의 통합 ……… 114
제3장 시의 장르적 차이
Ⅰ. 서사적인 시 / 128
1. 서사적인 시의 일반적 성격 ……… 129
1) 에피그램, 격언, 교훈시 ……… 129
2) 철학적인 교훈시, 우주생성론 및 신통기 ……… 131
3) 원래적인 서사시 ……… 134
2. 원래적인 서사시의 특수한 성격 ……… 143
1) 서사시의 일반적 세계상태 ……… 144
2) 개체적인 서사시적 행위 ……… 158
3) 통일된 총체로서의 서사시 ……… 178
3. 서사적인 시의 역사적 발전 ……… 202
1) 동양의 시 ……… 203
2)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 서사시 ……… 208
3) 낭만적 서사시 ……… 210
Ⅱ. 서정적인 시 / 224
1. 서정적인 시의 일반적 성격 ……… 227
1) 서정시적 작품의 내용 ……… 227
2) 서정시적 작품의 형식 ……… 230
3) 작품 형성의 토대인 문화 ……… 240
2. 서정적인 시의 특수한 성격 ……… 247
1) 서정시의 작자 ……… 247
2) 서정시적 작품 ……… 252
3) 원래적인 서정시의 종류 ……… 261
3. 서정시의 역사적 발전 ……… 275
1) 동양의 서정시 ……… 275
2) 그리스 로마의 서정시 ……… 278
3) 낭만적 서정시 ……… 283
Ⅲ. 극적인 시 / 289
1. 시적 예술작품으로서의 극 ……… 291
1) 극적인 시의 원리 ……… 291
2) 극작품 ……… 297
3) 극작품과 관객의 관계 ……… 311
2. 극작품의 실제적인 공연 ……… 320
1) 극작품의 묵독과 낭독 ……… 322
2) 연기술 ……… 327
3) 시에서 독립한 연극 예술 ……… 333
3. 극적인 시의 종류와 역사적인 주요 계기 ……… 336
1) 극과 희극, 그리고 드라마의 원리 ……… 337
2) 전적인 극작품과 근대적인 극작품의 차이 ……… 353
3) 극적인 시와 그 종류의 구체적 발전 ……… 356
헤겔 詩學에 대하여 / 崔東鎬 ……… 396
○ 저자소개 :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
독일의 철학자이자 독일 이상주의 (理想主義, Idealismus) 철학의 이론을 완성한 거장. 1770년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궁정관리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튀빙겐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1793년에 스위스로 가서 당시 베른의 영향력 있는 정치가인 폰 슈타이거 (von Steiger) 집안의 가정교사로 일하며 이 가문이 소장한 방대한 양의 서적을 읽는 기회를 가졌다. 여기서 얻은 폭넓고 심오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훗날 그는 자신의 철학체계를 세울 수 있었다.
1801년 독일 동부 예나 (Jena) 대학교의 강사직에 임명된 후 불후의 명저 ‘정신현상학’ (Phänomenologie des Geiste, 1807년)을 썼고, 이어서 두 번째 저서인 ‘논리학’ (Wissenschaft der Logik, 1812년)을 출간하였다. 1816년에 하이델베르크대학교 교수로, 1818년에는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피히테의 뒤를 이어 베를린대학교 교수로 임명되었고, 세 번째 명저인 ‘법철학 강요’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1821년)를 출간하였다. 대학 강사 시절인 1802년에 당시 독일문화의 중심지였던 드레스덴을 비롯해, 1822년 브뤼셀, 1824년 빈, 1827년 파리와 프라하, 칼스바트로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시, 공연, 오페라 등을 관람하였고, 특유의 독창적이고 진지한 예술 감각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하이델베르크대학교와 베를린대학교에서 ‘미학 또는 예술철학’ (Ästhetik oder Philosophie der Kunst) 강의를 하였으며, 이 내용을 제자인 하인리히 구스타프 호토 (Heinrich Gustav Hotho)가 정리하여 그의 사후 출간한 것이 바로 ‘미학강의’ (Vorlesungen über die Ästhetik) 이다.
일찍이 스피노자와 칸트, 루소 그리고 괴테의 영향을 받았으며, 열아홉 살에 직접 겪은 프랑스 혁명은 그가 이성과 자유에 바탕을 둔 철학을 과제로 삼는 데 하나의 단초가 되었다. 또한 루소의 사상,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예술 나아가 칸트, 피히테 등 당대의 주요 철학들을 깊이 탐구하면서 근대의 온갖 분열된 상황에 맞서 삶의 근원적인 총체성을 되살리려는 이상을 세웠다.
근대철학과 문화, 사회 안에서 주체와 지식의 대상인 객체, 정신과 자연, 자아와 타자, 권위와 자유, 지식과 신념,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긴장과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 현상을 헤겔은 ‘절대정신’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철학체계 안에서 합리적으로 규명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은 1831년 병으로 사망했지만, 182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헤겔학파’를 통해 독일은 물론 세계적으로 그의 철학이 널리 전파되면서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 출판사 서평
서정시인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실재의 내용을 자신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여 시인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서정시인은 자신 속에 살면서 자기의 시적 개성에 따라 대상을 다루며, 그리하여 그의 내면이 그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세계, 상태, 분규, 운명과 뒤섞이게 될지라도, 시인이 이런 소재를 표현함에 있어서 주장하는 것은 오직 그의 감정과 성찰이 가지는 그의 고유하고 독립적 생명성일 뿐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