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형이상학 논고
빌헬름 라이프니츠 / 아카넷 / 2010.05.15
.방대한 주제들을 포괄하고 있는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의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철학적 핵심의 내용을 담고 있는 연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책.
.’형이상학 논고’와 함께 라이프니츠의 연보, 참고문헌에 대한 자료를 수록.
라이프니츠의 저작 7편을 엮어 라이프니츠를 이해하고자하는 독자들에게 그의 형이상학뿐만아니라 라이프니츠 철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라이프니츠 사상의 발전시기를 초기, 중기, 후기 세시기로 나누어 보았을 때 이 책에서는 이 세시기와 거의 상응하는 시기에 저술된 체계적인 저작을 통하여 라이프니츠 철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각 시기를 대표하는 『형이상학 논고』, 『자연, 실체들의 교통 및 영혼과 육체 사잉의 결합에 관한 새로운 체계』, 『모나드론』을 실었다. 그리고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세편을 추가로 선정하여 『인식, 진리 그리고 개념에 과한 성철』, 『제일철학의 개선 및 실체의 개념에 대하여』, 『동역학의 시범』을 담았고 마지막으로 『자연과 은총의 이성적 원리』를 실어 자연의 왕국와 은총의 왕국의 작용 원리를 이성적으로 해명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 목차
일러두기
인식, 진리 그리고 관념에 관한 성찰
형이상학 논고
제일철학의 개선 및 실체의 개념에 대하여
자연, 실체들의 교통 및 영혼과 육체 사이의 결합에 관한 새로운 체계
동역학의 시범
자연과 은총의 이성적 원리
모나드론
역자 해제
라이프니츠 연보
참고문헌
○ 저자소개 : 빌헬름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von Leibniz)
1646년에 독일의 라이프치히에서 법률가이자 도덕철학 교수인 아버지 프리드리히 라이프뉘츠와 명망있는 법률가의 딸인 어머니 카테리나 슈무크 사이에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는 대학에서 주로 철학 공부를 하였으며 1663년에 『개네의 원리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학부를 마치고 알트도르프 대학으로 옮겨가서 그곳에서 1667년에 『결합술에 대한 논고』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마친 후 잠시동안 뉘른베르크에서 라이문트 룰루스의 위대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황금 십자단의 사무원으로 있었다. 이후 마인츠의 선제후의 위촉으로 1668년부터 1672년까지 중세 교회법인 ‘코르푸스 유리스’를 개조하여 모든 기독교 국가의 공동법전으로 만들려는 작업과 신구교의 기독교 종파를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하였다. 1672년에는 루이 14세로 하여금 이집트를 원정하도록 설득하려는 외교적 목적을 띠고 파리를 방문하여 1676년까지 체류하면서 미적분을 발견하고, 사칙연산용 계산기를 발명하였다. 1676년부터 말년까지 약 40여년간은 하노버 궁정의 고문관 및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데 처으에는 왕실에서 운영하는 하르츠 광산에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뒤 1685년부터는 와실인 벨펜하우스가의 역사를 서술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 기간에는 하노버 궁정의 위촉으로 마인츠 시절에 손댔던 신구교 종파를 통합하려는 작업과 함께 복음주의 내의 종파를 결합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사료 검증을 위해 남부 독일, 빈, 로마, 나폴리 등을 여행하면서 프로이센 아카데미, 제국 아카데미, 작센 아카데미, 러시아 아카데미 등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였고 로마에서 예수회의 중국선교사들을 만나 중국과의 학술 교류 및 개신교 선교를 계획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탈리아의 갱에서 나온 물질들의 연구를 토대로 하여 지구의 자연사인 『프로토게아』를 서술하였다. 또한 하노버 궁정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형이상학 논고』, 『변신론』, 『모나드론』을 비롯한 많은 철학적 저작을 저술한다.
– 역자 : 윤선구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린대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책임연구원, 서양근대 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BK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데카르트 방법서설』, 『데카르트 성찰』, 『라이프니츠 단자론』, 『흄, 인간지성에 관한 탐구』, 『아도르노 부전변증법』, 『서양근대철학』, 『서양근대철학의 열 가지 쟁점』등이 있고 역서로는 『아젠다 21』, 『철학의 거장』등이 있다.
○ 독자의 평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우선 독일이 처했던 시대 상황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독일은 1618~1648년의 기간 동안 ’30년 전쟁’이라는 대참화를 겪습니다. 독일은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명목상의 체제 속에서, 여러 제후국들과 자유도시들이 느슨한 연합체의 관계를 맺고, 상대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자유를 누리며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독일 지역은 유럽에서도 상공업이 가장 발달한 부유한 지역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선출된 보헤미아의 왕 페르디난트가 카톨릭교를 제국에 강요하게 되면서, 이에 반기를 든 프로테스탄트측 제후들과 내전이 발발합니다. 그리고 전 유럽의 강국들이 개입하여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한 쪽 진영에 가담하는 국제전이 됩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덴마크 등이 간섭하면서 전쟁은 30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당시의 전쟁이 주로 용병단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점입니다. 용병단은 전쟁을 일종의 사업으로 보았습니다. 그들에게 부유한 독일의 도시들은 약탈이라는 전쟁 사업을 벌이기에 최적의 장소였죠. 30년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독일 인구의 1/3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상공업의 피폐함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러한 전쟁이 끝난 후인 1646~1716년이 라이프니츠가 출생하여 활동한 시기입니다. 라이프니츠는 마인츠제후국에서 벌률고문과 외교사절로 활동했고, 1676년 이후에는 영국의 하노버 왕조를 여는 훗날의 조지 1세 아래에서 궁정고문으로 일합니다. 그 당시 독일 사회는 30년에 걸친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는데 힘쓰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종교적 갈등의 치유에도 미쳤습니다. 라이프니츠 역시 신교와 구교의 통합 문제와, 오랜 종교 갈등에 의해 확산되고 있던 종교적 회의감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동역학이나 모나드론, 예정 조화설 등은 이런 배경 속에서 형성됐습니다.
그의 핵심 사상인 모나드론은 우선 세상을 두 개의 차원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형상계’이고 다른 하나는 ‘가지계’입니다. ‘형상계’는 우리가 감각하는 현실로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가지계’는 감각할 수는 없지만 지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실재하는 형이상학적 세계입니다. 그는 ‘형상계’에는 절대적 실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만물을 구성하는 절대적 실체가 존재하려면, 더 이상 분할되지 않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완전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완전체는 ‘작용-반작용’이라는 탄성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라이프니츠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사물 안에 내재된 탄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그의 동역학 부분에서 탄성을 설명하는 그림을 보면 물체가 다른 물체와 충돌해, 형태가 변화하고 다시 반동에 의해 다른 물체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감각계의 사물을 아무리 분할해도 탄성이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완전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물에게 영향을 받아 형상이 변화한다는 자체가 ‘불완전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형상계’에는 절대 실체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감각되는 현실은 완전체(=절대 실체)로 구성되지 않고, 따라서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가지계’인 형이상학적 세계는 절대실체로서 모나드가 존재합니다. 모나드는 무한히 분할하는 유기체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현미경의 발명으로 미시세계를 관찰하게 되면서 철학자들은 정충(정자)이나 세균 등의 미생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라이프니츠는 이를 생명이라는 유기체를 분할하면 다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유기체가 무한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형이상학적 세계 역시 이러한 유기체로 가득차 있고, 그것이 모나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나드는 절대 실체이면서도 그것을 분할하면 다시 절대 실체인 모나드의 복합체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라이프니츠는 모나드를 기반으로 한 예정조화설을 주장합니다. 신이 모나드를 창조할 때 신은 모나드 안에 세계의 가능한 모든 상태를 그 속에 넣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감각하는 사물의 변화는 그것을 실제로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모나드 안에 내재된 가능태가 신의 중재에 따라 사물의 변화와 조화를 이루어 그것이 감각된다고 느끼는 것에 불과합니다. 즉 사물의 변화를 우리(모나드)가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변화와 그것에 어울리는 모나드에 내재된 사물의 가능한 상태가, 신의 중재로 인해 조화된다는 것이죠.
이때 ‘가능성’의 개념은 신의 의지와 연결됩니다. 라이프니츠의 생각에 신에게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신이라 할 수 없는 단지 기계와 같은 존재일 뿐입니다. 그리고 자유의지가 없다면 선악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미 정해진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에서 선한 행위와 악한 행위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악이 존재하하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어야 하고,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으려면, 그보다 더 완전한 존재로서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신에게도 자유의지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라이프니츠는 신은 세계의 모든 가능성을 관찰할 수 있는 존재이고, 그 중 가장 최선의 세계를 선택하여 창조하고자 하는 목적과 의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이 현재의 모습과 다른 세계를 창조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음에도, 가장 완벽한 세계를 창조하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 현재의 세계를 ‘선택’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선택’이 신의 의지의 증거라는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목적이나 의지 자체가 신의 불완전성을 의미하므로 신에게는 목적도 의지도 없으며, 신이 굳이 불완전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을 필연성이 존재하지 않기에 인격신 역시 부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에 비교해 라이프니츠의 이론은 자유의지와 신의 목적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보다 복잡한 형태를 갖게 됐습니다. 또한 완전실체인 모나드가, 다시 다른 모나드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복합체라는 식의 여러 모순된 주장을 그의 철학 이론 안에 품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철학자들 역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세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선입견’의 존재임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념은 라이프니츠가 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보존 법칙이나 등가성의 원리(정지된 물체와 운동하는 물체 사이의 충돌에서 무엇이 정지되어 있고, 움직였는지는 ‘운동’의 의미에서 절대적 관계가 아니다 – ‘상대성’)를 발견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라이프니츠 같은 선대 철학자들의 노력이 축적된 토양에서 나온 과실인 것이죠.
라이프니츠는 자신이 믿고자 하는 바를 철학을 통해 이루려 했다는 점에서 근대인이라기 보다는 스콜라 철학을 기반으로 사고하던 중세인의 면모를 많이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적 신념이 과학적 사고를 통해 현실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후세에 많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모순의 철학자 라이프니츠. 이렇게 라이프니츠에 대해 평하면서 얕은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