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화폐 착각 : 돈의 마술에 넘어가도록 만드는 편향
어빙 피셔 / 부글북스 / 2016.10.19
– 돈의 마술에 넘어가도록 만드는 편향!
『화폐 착각』은 1927년 여름 제네바 국제 연구 대학원에서 한 강의를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화폐 착각’이란 명목 가치를 구매력으로 오해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책의 저자인 어빙 피셔가 1919년에 발표한 ‘달러 안정화’라는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책은 달러를 포함한 모든 통화 단위들의 구매력이 불안정한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다. 아울러 통화 단위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원인들이 무엇인지, 통화의 불안정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지,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취해졌거나 제안된 처방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살핀다.

책은 어떤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있지 않다. 독자들에게, 특히 기업가들에게 문제의 실상을 명확히 보여주고자 했다.
저자는 달러를 안정시키는 중대한 의무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현재의 상태에서 누구나 명확히 책임을 지려 드는 그런 상태로 바꿔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정적인 화폐가 직, 간접적으로 사회 정의를 상당히 성취해 내고 또 산업적, 상업적, 재정적 문제의 해결을 앞당길 것이다.
저자는 안정적 화폐 단위를 갖게 될 때, 일찍이 보지 못한 그런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목차
1장 화폐 착각이란?
2장 화폐 변동의 폭
3장 화폐는 왜 변동하는가?
4장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직접적 해악
5장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간접적 해악
6장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인가?
7장 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8장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저자소개 : 어빙 피셔 (Irving Fisher, 1867 ~ 1947)
저자 어빙 피셔 (Irving Fisher, 1867 ~ 1947)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통계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 같은 경제학자는 어빙 피셔를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했다.
1898년에 예일 대학 경제학 교수가 되었으며 화폐수량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1867년 뉴욕 출생으로 예일대학교에서 수학·물리학을 공부하고 유럽 유학 후 모교에서 1892∼1895년 수학, 1895∼1935년 경제학을 가르쳤다.
계량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1932년 계량경제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경제분석에 수학적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근대경제이론 개척자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화폐이론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물가문제의 분석·대책에 실천적 공헌을 하였고, 뉴딜정책 입안에도 관여하였다.

‘화폐의 구매력’ (The Purchasing Power of Money, 1911), ‘이자론’ (The Theory of Interest, 1930)을 저술하여 피셔의 교환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화폐수량설을 전개하였다.
이 이론은 기계론적 수량설의 전형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원리적 분석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가치와 가격 이론의 수학적 연구’ (Mathematical Investigations in the Theory of Value and Prices, 1892)는 수리경제학의 고전적인 저서로 알려져 있다.
‘지수작성법’ (The Making of Index Numbers, 1922)에서의 지수공식에 관한 연구는 피셔식 지수로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는 「The Rate of Interest」(1907), 「The Purchasing Power of Money」(1911), 「The Making of Index Numbers」(1922), 「Money Illusion」(1928), 「The Theory of Interest」(1930), 「Booms and Depressions」(1932), 「Stable Money」(1934), 「100% Money」(1935) 등이 있다.
– 역자 : 정명진
역자 정명진은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부, 국제부, LA 중앙일보, 문화부 등을 거치며 20년간 근무했다.
현재는 출판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부채, 그 첫 5000년](데이비드 그레이버),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뜨릴 심리실험 45가지](더글라스 무크),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타임: 사진으로 보는 ‘타임’의 역사와 격동의 현대사](노베르토 앤젤레티), [팀워크 심리학](대니얼 래비), [성격의 재발견](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성공의 새로운 심리학](캐롤 드웩), [자유와 존엄을 찾아서](B. F. 스키너)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화폐의 유통량이 재화의 유통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나면, 물가는 올라갈 것이다. 반대로, 화폐 유통량이 재화의 유통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면, 물가는 떨어질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상대적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고, 두 번째의 경우에는 상대적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물가지수는 상대적 인플레이션과 상대적 인플레이션 중 어느 것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수시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 인플레이션 또는 상대적 디플레이션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의 변화와 달러 구매력의 변화를 설명하는 목적이라면, 상대적 인플레이션이나 상대적 디플레이션이 화폐 유통량 때문인가 아니면 재화 유통량 때문인가, 아니면 화폐와 재화 두 가지 모두의 유통량 때문인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을 포함한 다른 사항들을 두루 논하는 목적이라면, 상대적 인플레이션이나 상대적 디플레이션이 화폐 유통량 때문인가 재화 유통량 때문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를 때, 사람들은 재화가 희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물가가 내려가면, 사람들은 재화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런 생각은 우리의 오랜 친구인 화폐 착각 때문에 생긴다. 말하자면 화폐 착각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장의 화폐 측면을 보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이 화폐 착각 때문에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엉뚱한 측면을 보게 된다.”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상대적 인플레이션이나 상대적 디플레이션에 의해, 말하자면 통화 유통량이 재화 유통량을 능가하거나 반대로 재화 유통량이 통화 유통량을 능가하는 현상 때문에 올라가거나 내려간다.
또 화폐 흐름이 재화의 흐름에 비해 월등히 더 불안정하기 때문에 심각했던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예들 거의 모두가 상대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이었다. 국민 일인당 재화의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일인당 화폐 흐름에 절대적 증가 혹은 감소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 화폐 착각을 보여주는 가장 놀라운 예는 독일에서 확인될 것이다. 독일제국은행 총재는 1923년 8월 7일 연방 의회에서 연설을 하면서 무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현재 화폐 발행액은 6경3,000조 마르크에 달한다. 며칠 후면 지금 유통되고 있는 전체 통화량의 3분의 2를 하루에 찍어야 하는 수도 있다.’ 정말 이상한 일은 이런 놀라운 선언 앞에서도 모두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인플레이션이 놀라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속까지 붙고 있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으며 막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주주와 채권 소유자의 운(運)이 서로 어떤 식으로 갈리는지를 보자. 어느 회사가 주식을 1억 달러어치 발행하고 채권을 1억 달러어치 발행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회사는 주주와 채권 소유자에게1년에 각각 500만 달러씩 총 1,0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가정하다.
여기서 다른 조건은 다 똑같은데 물가만 배로 뛴다면 이 회사의 주주와 채권 소유자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질까 달러로 표시되는 이익도 배로 늘어나 주식과 채권에 돌아갈 수익도 1,000만 달러가 아닌 2,000만 달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질 가치를 따지면 원래의 1,000만 달러나 똑같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일어난다. 이 2,000만 달러가 채권 소유자와 주주 사이에 똑같이 나눠지지 않는 것이다. 채권 소유자들은 이자율 5%라는 계약 때문에 그 전과 똑같이 500만 달러만 챙길 것이다. 1,500만 달러는 주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명목상으로 따지면, 주주들은 전쟁 전에 받던 돈에 비해 3배 많이 받겠지만, 달러 가치가 반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질 증가폭은 1.5배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은 채권 소유자들의 주머니에 든 돈을 슬쩍 빼내서 주주들의 주머니에 넣어준다.
이젠 바람이 거꾸로 불어 물가가 반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회사는 주주와 채권 소유자들에게 1,000만 달러가 아닌 500만 달러를 분배하게 될 것이다. 물론 물가가 반으로 낮아진 상태에서 이 500만 달러는 가치로 따지면 그 전의 1,000만 달러와 똑같다. 그러나 이 500만 달러는 주주와 채권 소유자에게 똑같이 나눠지지 않고 채권 소유자에게 모두 돌아갈 것이다. 잘못하다가 회사는 파산 상태로 몰릴 것이다. 회사 사정이 더 악화되면, 법정관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면 그 탓은 경영진으로 돌려질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 그런 피해를 안긴 것은 강도나 다름없는 달러이다.”
“미국이 1920년대 중반에 누렸던 안정은 예외적인 기회의 결과였다. 이 기회가 생긴 것은 지나치게 크지도 않고 또 지나치게 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잉여 금준비 덕이었다. 이 잉여 금준비가 신용 관리가 방해받지 않고 이뤄질 수 있는 편리한 여백 또는 여유 또는 자유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폭넓은 한도 안에서 구속받지 않는 그런 관리 통화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으로 정한 양보다 더 많으면서도 관리 불가능할 만큼 많지는 않은 그런 금준비를 갖추는 그런 기회는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래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앞으로 다시 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 기회의 축복이 영원히 이어지도록 하길 원한다면, 신용 관리를 통해서 물가 수준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만큼 금본위제를 탄력적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금 관리의 핵심은 금이 신용 관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막는 데에 있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돈의 마술을 보지 못하도록 막는 편향!
양적완화? 한마디로 말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시중에 푸는 거다. 그러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 당연히 사회적 불공평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돈 자체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 책은 돈의 마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스라엘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와 미국 행동과학자 엘다 샤피르 (Eldar Shafir), 미국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 (Peter Diamond)가 1997년 당시 MIT에서 발행하던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현재 옥스퍼드 대학에서 발간)에 발표한 논문에 실린 실험을 하나 보자.
앤과 바바라는 대학 다닐 때의 경험이나 직업, 초봉이 똑같고 각자 겪은 인플레이션과 임금 인상 폭만 다르다.
1) 앤은 연봉이 3만 달러이고, 입사 첫해의 인플레이션은 0%였으며 2년 차에 연봉이 2% 인상되었다.
2) 바바라는 연봉이 3만 달러이고, 입사 첫해의 인플레이션은 4%였으며, 2년 차에 연봉이 5% 인상되었다.
실질 임금을 따진다면,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앤의 임금이 바바라보다 더 높다. 앤이 받는 연봉의 구매력이 바바라의 연봉보다 더 높다는 뜻이다.
트버스키와 샤피르, 다이아몬드는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먼저 “경제적으로 따지면” 앤과 바바라 중 누가 더 유리한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응답자의 71%가 앤이 더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질 임금을 제대로 계산했다는 뜻이다.
이어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 앤과 바바라 중 누가 더 행복할 것 같은가 하는 질문을 던졌다. 64%가 바바라가 더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이들의 직장 만족도를 물었다. 2년 차에 다른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올 경우에 옮길 확률이 더 높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5%가 앤이라고 대답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실질 임금보다 명목 임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연봉의 실제 구매력과 연봉의 실질 인상을 보면 분명히 앤이 더 높은데도, 사람들은 앤을 바바라보다 덜 행복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폐의 명목 가치를 구매력으로 오해하는 현상을 화폐 착각(The Money Illusion)이라 부른다. 이런 화폐 착각 때문에 연 1-2% 정도의 가벼운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용주들이 실질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도 명목 임금을 약간 올려줌으로써 근로자들에게 자신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착각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바로 어빙 피셔이다. 피셔는 1919년에 발표한 ‘달러 안정화’ (Stabilizing the Dollar)라는 글에서 화폐 착각이라는 단어를 처음 썼으며 그 후 1928년에 화폐 착각만을 다룬 이 책을 출간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도 화폐 착각 문제를 자주 거론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는 돈을 은행에 두지 말고 다른 투자처를 찾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책 입안자들의 기대와 달리 화폐 착각 때문에 돈이 은행 대신 개인의 금고로 흘러 들어감으로써 애초의 목적을 이루기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화폐 착각이 워낙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돈이 걸린 문제에서 화폐 착각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자기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