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확실성의 종말 :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
원제: la fin des certitudes
일리야 프리고진 / 사이언스북스 / 1997.5.25
20세기 물리학의 대혁명을 가져 온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등 결정론적 자연법칙을 거부하고 불안정성과 요동을 고려 새로운 자연 법칙이 정립될 수 있음을 주장한 과학서다.
○ 목차
새로운 합리성
에피쿠로스의 딜레마
단순한 환상
확률로부터 비가역성으로
카오스의 법칙
뉴턴의 법칙을 넘어서
양자론의 통합
자연과의 대화
시간은 존재에 앞서는가
좁은길
○ 저자소개 : 일리야 프리고진
1917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으며, 1929년 벨기에에 정착했다.
피아노 연주자가 될 것을 꿈꾸던 일리야 프리고진은 어려서부터 앙리 베르그송의 사상을 비롯한 철학, 고고학, 문 학에 깊이 심취했었다. 그러나 그는 법률가가 될 생각으로 범죄 심리학에 관한 책을 찾던 중 읽게된 뇌의 화학적 조성에 대한 이야기에서 화학에 대한 깊은 매력을 느끼게 되어, 브뤼셀 자유대학의 화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브뤼셀자유대학에서 열역학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뤼셀자유대학 화학물리 교수와 미국 텍사스대 교수를 겸임했다.
열역학을 전공한 그는 ‘비평형 상태’와 ‘비가역 변화’에 관심을 가져 ‘비평형 열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고, 그 공로로 1977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주요저서로 ‘확실성의 종말’ (The End of Certainty) , ‘있음에서 됨으로’, ‘시간의 탄생’, ‘복잡성의 탐구’, ‘시간과 영원 사이’, ‘시간의 패러독스’, ‘카오스의 법칙’, ‘필연의 종말’ 등이 있다.
– 역자: 이덕환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 대학 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 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강대학교 화학과와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 과정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비선형 분광학, 양자화학,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대한화학회 회장, 기초과학단체협의체 회장, 국제화학올림피아드 운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이덕환의 사이언스 토크토크』, 『이덕환의 과학 세상』, 『과학과 커뮤니케이션』(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거인들의 생각과 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 『아인슈타인 삶과 우주』, 『생명 우주』, 『볼츠만의 원자』,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등이 있다.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과학기술훈장 웅비장을 수상했다.
○ 출판사 서평
과거의 결정론적이고 기계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확률론적인 입장으로 자연 법칙을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소개한다.
○ 독자의 평
확실성의 종말 : La fin des certitudes / 프리고진 (Ila Prigogine)
– 개괄
『확실성의 종말』은 일리아 프리고진(Ila Prigogine)의 『La Fin Des Certitudes』를 번역한 책으로, 번역본에는 「시간, 카오스, 그리고 자연법칙」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프리고진은 이 책을 통해 ‘이상화된 평형 상태에 적용되는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 자연법칙’을 벗어나 ‘실제 세상의 복잡성을 반영하는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까지 포괄할 수 있게 통계적 입장에서 자연을 이해하는 새로운 합리주의’로 세계관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확실성을 의미하는 결정론적 자연법칙이 내포하는 문제와, 그 동안 자연을 잘 설명한다고 받아들여져 온 기존 이론들인 뉴턴 동력학, 상대성 이론, 양자 동력학이 모두 시간 가역적이라 실제 자연에서 보이는 시간의 화살이 존재하는 까닭을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이론이 시간 패러독스와 양자 패러독스 둘 모두를 해결할 수 있을뿐더러, 우주와 시간의 기원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내놓을 수 있는 포괄적인 해결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프리고진의 이론은 비평형 상태 열역학에 대한 연구 결과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전통적으로 과학이 질서와 안정성과 확실성을 강조해 온 것과는 달리, 실제 자연은 모든 수준의 관찰에서 불안정성·요동·다중선택·한정된 예측 가능성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의 계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프리고진은 비평형 열역학 분야 연구를 통해 비가역과정이 자연계에서 갖는 의미와 시간의 화살에 대한 논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비가역 과정은 가역과정만큼이나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자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므로 비가역 과정을 포함하도록 동력학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의 계에 적용이 가능하게 동력학이 새롭게 정립되면 기존의 시간 가역적 동력학 법칙과 엔트로피에서 출발하는 자연에 대한 진화적 이론 사이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동력학은 불안정성이나 카오스와 관련해 나타나는 고전역학의 궤적과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의 적용 범위의 한계를 극복하고 결정론적 법칙과 달리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자연을 나타내야 한다. 이와 같은 확률적 자연법칙에서는 시간 대칭성이 무너지며, 물질을 지배하는 기본 법칙의 구조에 우주의 진화적 특성이 반영되게 된다. 프리고진의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의 계에 대한 연구는 비평형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일관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화살이 질서를 가져 오는 것이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비가역성의 역할이 더욱 놀랍도록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연의 구조가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시간의 화살과 관련된 비가역 과정 때문이다.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에서 무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와 자생적 조직화 (self-organization) 가 출현한다는 사실은 특히 생명의 탄생과 관련해서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 내용
이 책은 서문과 9장으로 구성된 200쪽을 약간 넘는 분량이지만, 결코 읽고 이해하기가 만만하지는 않다. 특히, 3장부터 6장까지는 물리 및 수학적 기초가 없는 독자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다행히 프리고진이 제기하는 문제들의 핵심 및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의 결과로 얻어진 프리고진 이론의 개략적 모습은 서문과 1장, 2장, 7장만 숙독하여도 파악이 가능하다. 8장은 시간의 화살에 대한 논의를 시간의 기원까지 확대하며 우주론의 맥락 속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주의 생성을 비평형 상태에서의 자기조직화와 연관 짓는다는 면에서 특히 흥미를 자아낸다. 9장은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종전의 이론과 비교하여 이 책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자연관이 갖는 의미에 대한 프리고진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1) 서문: 새로운 합리성
프리고진은 「결정론의 딜레마」라는 관점에서 「시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결정론을 따르자면 모든 사건은 선행된 다른 사건에 의해 일어난다. 따라서 모든 사건은 예측이 가능하며, 이런 뜻에서 결정론의 문제는 시간의 의미와 깊은 관계가 있다. 또한, 프리고진은 결정론적인 세상에서 인간의 창조성과 윤리성 및 선택의 자유와 책임감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프리고진에 따르면 우리는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인 우주관을 제공’해주던 세계관을 떠나 새로운 자연관을 정립해가는 전환기를 맞이해가고 있다. 이는 ‘불완전한 관찰자인 인간이 자연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근사를 도입했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가 다른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시간의 화살을 현상학적 (또는 주관적) 주장으로 간주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 자연계에서 시간의 화살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자리를 잡아감을 의미한다.
새로운 이론의 성립은 비평형 상태의 물리와 (카오스가 포함된) 불안정한 계의 동력학 분야 연구의 괄목할 성장에 힘입었다. 특히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에 대한 연구로부터 무산구조(dissipative structure)와 자생적 조직화(self-organization)의 신개념이 출현하였다.
또한 비평형계의 비가역성 (irreversibility)과 이로부터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 (소용돌이, 화학진동)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며 시간의 화살이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비가역성은 인간의 지식이 완벽해지면 사라질 임시방편적인 개념이 결코 아니다.
프리고진은 시간의 화살이 존재하지 않는 평형상태의 물질을 일컬어 ‘눈이 먼 상태’라 했으며, ‘시간의 화살을 갖게 되면 비로써 눈을 뜬다’고 하였다. 또한 비가역적이고 비평형적인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관성이 없다면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라 단언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과학은 질서와 안정성과 확실성을 강조하였으나 실제 자연은 모든 수준의 관찰에서 불안정성, 요동, 다중 선택, 한정된 예측 가능성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따라서 불안정한 계에 대한 연구가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고전물리·양자물리·상대성이론이 불안정한 계를 포함하도록 확장된다면 자연법칙의 의미도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며, 시간의 화살도 포함(과거와 미래의 대칭성을 극복)하게 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진화하는 우주를 설명하기 적합한 자연법칙의 성립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양자론은 시간 가역적인 우주에 비가역성이 도입된 까닭을 ‘관찰자의 측정’에 돌리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우주의 진화적인 특성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로 인해 양자역학은 주관적인 냄새를 풍기게 되며, 이런 점을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많은 물리학자들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만일 불안정성이 시간 대칭성을 파괴한다는 사실만 밝혀지면 관찰자는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되며, 따라서 시간 패러독스의 해결과 동시에 양자 패러독스도 극복한 새롭고 현실적인 양자론의 정립이 가능하다. 이는 결코 양자론을 포기하고 고전물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니며, 단지 전통적인 양자론 법칙과 관련된 확실성을 포기하고 통계적인 관점에서 가능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양자물리를 새롭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프리고진은 불안정한 계에 대한 물리학의 중요성을 시간의 기원에 관한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시간의 기원과 연관하여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흥미로운 질문은 ‘시간은 대폭발(big bang)과 함께 시작되었을까? 아니면 시간은 우주보다도 앞서 존재했을까?’하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우리 우주의 탄생을 의미하는 대폭발을 우리 우주가 만들어진 매질의 불안정성과 관련된 하나의 사건으로 보며, 대폭발이 우리 우주의 시작은 될 수 있어도, 시간의 시작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시간은 시작도 없고, 아마 끝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프리고진의 주장이다.
프리고진이 말한 전환기는 과학이 확실성을 의미할 필요도 없고, 확률이 무지를 뜻하지도 않는 새로운 합리주의가 출현하고, 이상화되고 단순화된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세상의 복잡성을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과학이 탄생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인간의 창조성도 자연의 모든 수준에서 존재하는 기본적인 경향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2) 제 1 장: 에피쿠로스의 딜레마
프리고진은 이 장에서 ‘결정론적인 법칙이 우주를 지배하는 것일까?’ 또는 ‘시간의 본성은 무엇일까?’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구체화하였다. 또한, 이런 질문들에 답을 내놓을 수 있는 해결의 실마리가 ‘최근 이룩된 카오스와 불안정성에 대한 물리와 수학의 발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학자인 저자가 결정론적 자연관에 대한 의문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프리고진은 ‘결정론자인 원자의 세계에서 인간의 자유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닐까?’라는 고민이 고전 희랍시기에 이미 존재했으며, 희랍 철학자들이 클리나멘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클리나멘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아무 설명도 할 수 없으므로 클리나멘은 이질적이고 임의적인 요소로 여겨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희랍철학이 ‘새로움 이란 정말 필요한 것일까? 변화는 실존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고민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플라톤이 ‘진리를 있음(being), 즉 됨 (becoming)을 넘어선 불변의 존재’로 파악하면서도, 여기에 ‘생명과 사상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패러독스적 특성’이 있음을 자각하고 우리에게는 ‘있음(being) 과 됨(becoming)’이 모두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서양사상은 ‘자동 기계장치 세계관’과 ‘신학’사이에서 끊임없이 우왕좌왕하였지만, 이 둘은 모두 결정론의 서로 다른 형태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18세기 과학의 쾌거인 뉴턴역학은 결정론적이다. 20세기 들어 뉴턴 역학을 대체한 양자역학도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결정론적이란 면에서 전통 물리학의 자연법칙은 굳건히 확실성을 의미한다 하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자연은 자동 기계장치에 불과하며 선택과 자발적 행동은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만 존재하는 예외라 하겠다. 기독교는 전지전능한 신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전체적인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주장을 17세기 이래 고수하고 있었는데, 이런 점에서 결정론적 자연법칙을 발견한 것은 인간의 지혜가 신성하고 무궁한 수준에 가까워 진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즉, 과학의 발전이 ‘신학과 과학이 의견을 같이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기괴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정론이 갖는 치명적 문제에 대한 지적은 현대의 철학자들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칼 포퍼는 결정론이 인간의 자유, 창조성, 책임감을 설명하는 데 가장 확실하고 심각한 어려움을 불러일으킨다고 얘기하였다. 이는 고전 희랍시대 이래, 자연을 이해하여 일관성 있고 논리적이며 필수적인 일반적 개념의 체계를 만들며, 또한 인간의 자유와 창조성과 책임성을 근거로 하는 정신을 고양시킨다는 서구문명의 2대 목표가 상호 충돌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뉴턴 역학과 양자역학이 공유한 다른 하나의 특질은 시간 가역성이다. 그러나 물리에서의 시간 가역적 입장과 시간을 핵심으로 하는 철학 사이에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하여 철학자들은 ‘점차 이질화되는 과학과 반과학적인 철학 사이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거듭 강요당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시간의 문제는 결정론의 문제와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이는 ‘시간은 창조성과 선택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라며 ‘시간의 존재가 자연이 비결정론적임을 증명’한다고 말한 앙리 베르그송의 주장에도 잘 나타나있다. 시간의 문제는 자연을 이해하는 핵심의 하나다. 진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영향력을 키워감에 따라 ‘진화적 패턴이 물리의 기본 법칙에 포한된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시간 가역적인 기본 법칙들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비결정론적 특성이나 시간이 비대칭적인 이유를 뉴턴 역학과 양자역학의 기본 동력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의 탐색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진화의 개념과 관련된 긴장 관계는 전통과학 내부에도 존재한다. 정적인 우주를 설명하며 시간 가역적인 자연법칙을 어떻게 엔트로피를 근거로 하는 진화적 시각과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간 반전에 대해서 불변인 운동방정식으로 설명 가능한 시간 가역적 과정은 이상화된 경우에만 존재한다. 실제 자연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비가역적인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간 대칭성이 파괴된 이론이 필요하다. 가역과정과 비가역 과정의 구분은 엔트로피 개념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런 까닭에 에딩턴은 엔트로피를 ‘시간의 화살’이라 불렀으며, 클라지우스는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며 비가역 과정을 근거로 우주가 진화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기도 하였다.
통계 및 열 물리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볼츠만은 19세기를 ‘다윈의 세기’로 인식하였다.
생명이 끊임없는 진화의 결과임을 보인 다윈은 됨(becoming)을 자연 이해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격상시켰다. 다윈은 개체가 아니라 집단을 연구하여 선택압력을 받는 개체의 변이성 때문에 집단적인 경향이 출현함을 이해하였다. 볼츠만도 이를 따라 엔트로피의 자발적 증가(열역학 제2법칙)는 개체의 동력학적 궤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며 입자의 대규모 집단에서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엔트로피의 증가는 입자들 사이의 수많은 충돌에서 발생하는 전체적인 ‘경향’이라고 파악하였다. 그러나 전통적 동력학을 계승한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감소하며 불균일성이 자발적으로 증가하는 반 열역학적 진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데 실패하였다. 이는 시간 가역적인 궤적을 이용해 비가역성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내포된 논리적 모순 때문이다. 이에 볼쯔만은 열역학 제2법칙의 미시적 해석을 우리의 정보 부족과 관련한 확률적 해석으로 대체하였다. 계의 미시적 상태는 모두 같은 선험적 확률을 갖는다고 가정하고, 거시적 상태를 가져 올 수 있는 미시적 상태의 수를 계산함으로써 거시적 상태의 확률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서 미시 상태란 닫힌계의 가능한 양자상태를 의미하며, 거시 상태의 엔트로피는 미시 상태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
프리고진은 비가역성과 열역학 제2법칙에 관한 이런 전통적인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비가역성은 우리 경험의 정밀도에 상관없이 존재하는 반면, 전통적인 물리법칙은 우리가 살고 있는 불안정하고 진화하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상화되고 안정한 세상만을 설명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프리고진은 시간의 화살이 단순히 무질서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오히려 시간의 화살이 질서를 가져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평형이 새로운 형태의 일관성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에 비가역성의 긍정적인 역할이 더욱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고 말하고 있다. 즉, 자연의 구조가 고도로 정교하고 복잡한 것은 시간의 화살과 관련된 비가역 과정 때문으로, 자생적 조직화와 무산구조도 비가역 과정 때문에 나타나며, 생명 현상은 비평형의 우주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가역 과정은 가역과정만큼이나 물리적으로 의미가 있으며 자연에서 중요한 긍정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비가역 과정을 포함하도록 동력학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 프리고진 주장의 핵심이다. 프리고진은 불안정한 비평형 상태의 계에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동력학이 정립되면 기존의 시간 가역적 동력학 법칙과 엔트로피에서 출발하는 자연에 대한 진화적 이론 사이의 모순처럼 보이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새로운 동력학은 불안정성이나 카오스와 같은 개념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고전역학의 궤적과 양자역학의 파동함수의 적용 범위 한계를 극복하고 결정론적인 법칙과 달리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자연을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확률적인 자연법칙에서는 시간의 대칭성이 무너지며, 물질을 지배하는 기본 법칙의 구조에 우주의 진화적 특성 반영되어야 한다.
안정한 계와 불안정한 계의 차이는 초기 조건의 변이가 갖는 영향에서 확실히 나타난다.
안정한 동력학 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작은 변이가 작은 효과를 낳지만, 불안정한 계에서는 작은 초기 조건 변이의 효과가 크게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다. 푸앙카레에 따르면 이는 동력학계의 안정 여부에 따라 나타나는 근본적인 차이이다. 작은 변이가 지수 함수적으로 발산하는 카오스 계는 초기조건에 대한 민감도가 극단적인 불안정한 동력학계의 한 예이다.
‘결정론적 카오스’의 경우에는 운동 방정식이 결정론적임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무질서한 것처럼 나타나게 된다.
동력학에 대한 기술적인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운동량과 위치좌표로 정의되는 위상공간과 위상공간 상에서의 점과 궤적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전 동력학계에서는 한 계의 동력학적인 상태를 위상공간 상의 한 점 (p, q)로 표현하며, 시간에 따른 변화는 초기상태에 대응되는 점 (p0, q0)에서 시작되는 궤적으로 나타낸다. 이와 달리 아인슈타인과 기브스는 앙상블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는 초기조건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에 계가 가질 수 있는 상태들의 확률을 위상공간에서 ‘구름’과 같은 점들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확률은 무지의 표현이고 정보의 부족을 나타낸다. 또한 동력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각각의 궤적을 고려하는 것과 확률분포를 고려하는 것은 언제나 동일하다고 받아들여진다. 이는 다시 말해 (단일 궤적에 해당하는) ‘개체적’ 수준과 (앙상블에 해당하는) ‘통계적’ 수준의 설명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런 동등성은 비가역성이 나타나지 않는 단순한 안정한 계에서만 성립한다.
볼츠만의 운동론(kinetic theory)과 같이 분자수준에서 비가역 과정을 설명하는 모든 이론의 경우에는 궤적 대신 확률만이 이용되며, 현재는 불안정성 때문에 동역학계에서 확률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해되고 있다. 즉, 불안정성 때문에 개체적 수준과 통계적 수준의 설명 사이의 동등성이 깨지고, 확률이 고유한 동역학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불안정한 동력학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도 증폭되므로 무한한 정밀도를 요구하는 이상적 단일 궤적은 나타날 수 없다. 단지, 다양한 형태의 모든 운동을 포함하는 확률 분포만 생각할 수 있다. 확률 분포를 이용해 위상공간의 복잡한 미시구조를 동력학적으로 설명하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확률 분포에는 개체적 궤적의 수준에서는 담겨 있지 않은 ‘추가정보’가 포함되어 있어 개체적 설명과 통계적 설명 사이의 동등성이 정말로 깨지게 된다.
이처럼 동력학을 확장할 때 초기조건이 위상공간에서 한 점이 아니라 위상공간의 일정 영역에 퍼진 점들의 확률 분포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동력학적 접근은 ‘비편재화’를 특징으로 갖는다 하겠다.
초기 조건의 정확도에 상관없이 궤적 수준의 표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더욱 강력한 형태의 불안정성도 존재한다. 이는 수학적으로 적분 가능성 여부와 관계가 있다. 동력학에서 상호작용이 없는 입자들로 구성된 계는 운동에너지만 있어 궤적 계산이 간단하며 시간 가역적인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적분가능 계에서는 모든 동력학적 운동이 상호작용이 없는 자유입자의 운동과 동등하므로,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하는 입자들로 구성된 일반적 동력학계는 적분 불가능하며, 이는 자유도 사이의 공명(resonance)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써 두 개의 진동수를 가진 적분 불가능 계의 경우에는 n1ω1 + n2ω2 = 0가 될 때마다 공명이 발생하며, 이는 동력학에서 나타나는 1/(n1ω1 + n2ω2)와 같은 항들이 발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공명이 발생하는 경우는 위상공간에서 무작위적 궤적이 나타나며 카오스 현상이 출현한다.
완전한 카오스의 경우에는 궤적으로 만들어지는 점의 집합이 확산되는데, 그런 확산은 미래가 균일하게 되는 비가역 과정을 의미하며, 이는 고전 동력학으로부터도 시간 대칭성 파괴를 뜻하는 진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명에 의해서 일어나는 발산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통계적 수준에서 공명은 사건들의 연결(coupling of events)을 가져 오며, 이것이 궤적을 이용하는 설명과는 양립할 수 없는 새로운 비 뉴턴 항으로 표현된다. 다시 말해 공명은 편재화된 사건이 아니며, 비편재화된 방법으로 설명되어야 하기 때문에 뉴턴 동력학과 관련된 궤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공명은 위상공간에서 확산운동(diffusive motion)을 가져오는데, 이 역시 시간의 방향성 존재를 의미한다. 관점을 바꾸어 어떤 경우에 확산 항을 관찰할 수 있는지 물을 수도 있다. 답은 지속적(persistent)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이다. 일시적(transient) 상호작용의 경우에는 확산 항을 무시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확산 항이 압도적이 되며 결정론적인 카오스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환원될 수 없는 확률론적 이론이 얻어진다.
양자역학과 관련해서도 동력학적 논의에서 중요한 문제가 나타난다. 양자역학에서는 ‘파동함수’가 고전역학의 궤적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본적인 양이며, 파동함수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슈뢰딩거 방정식에 의해 주어진다. 그런데 슈뢰딩거 방정식도 뉴턴 방정식처럼 결정론적이고 시간 가역적이므로, 양자역학적인 동력학도 엔트로피와 관련된 진화적 이론과 모순되어 보인다. 특히 양자론에서는 모든 동력학적인 분석의 기본이 되는 파동함수가 확률 자체가 아니라 확률 진폭을 의미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가 생긴다. 간단한 예로 에너지 E1과 E2를 갖는 파동함수 u1과 u2의 선형결합(Ψ=c1u1+c2u2)으로 주어지는 혼합 상태(mixture state) Ψ에 대해 에너지를 측정하면 각각 |c1| 2과 |c2| 2의 확률로 E1 또는 E2가 얻어진다.
이는 일종의 중간 상태인 파동함수 Ψ가 측정 과정을 통해 u1 또는 u2 상태로 ‘환원(reduction)’ 또는 ‘붕괴(collapse)’된 것을 의미한다. 파동함수를 다른 파동함수로 시간 가역적으로 변환시킬 뿐인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지배되는 양자역학 동력학 계에서, 이처럼 측정이 이뤄지면 파동함수가 환원 또는 붕괴 되는 것을 양자 패러독스라 한다. 측정을 통해 가능성에서 현실로 옮겨가면서 시간 대칭성이 깨진다는 의미에서 모든 측정은 비가역 과정을 의미하게 된다. 또한, 시간 대칭적 법칙으로 지배되는 세상에서 시간의 화살이 나타난다는 측면에서 양자 패러독스는 시간 패러독스와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고전역학에는 존재하지 않는 측정의 문제는 양자론이 관찰자에 의존한다는 거북한 관점을 내포하므로 양자론 자체의 기초와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된다. 관찰자에 의존하는 양자론은 우주론의 관점에서 의미가 더욱 애매해진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주의 진화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자론에서 관찰자와 관련된 주관적인 요소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양자론의 모든 성과는 지키면서 이원적 구조와 관련된 어려움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은 고전역학의 경우와 유사하게 공명과 관련된 불안정성에 대한 동력학적 논의로부터 찾아진다.
단, 양자역학에서는 궤적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고전역학의 경우에 논의한 지수 함수적으로 발산하는 궤적과 관련된 결정론적 카오스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의 경우에는 푸엥카레 공명과 관련된 불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며, 푸엥카레 공명을 통해서 논의 대상을 확률 진폭으로부터 완전한 확률로 전환해야 한다. 확률 진폭이 아닌 확률을 이용하여 동력학을 구축하게 되면 파동함수의 붕괴가 필요 없어지며, 따라서 관찰자도 더 이상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게 된다. 오로지 측정 장치만 시간 대칭성의 파괴를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동력학계에 대한 현대적 이론에서는 불안정성이 핵심을 이룬다. 이는 실제 세상에는 모든 수준에서 요동과 가지치기와 불안정성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부합된다. 만일 세상이 안정한 동력학계로 이루어져 있다면,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다. 이런 세상은 정적이며 예측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예측할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점이다.
확실성이 존재하는 정적인 계는 이상화와 근사에 해당할 뿐이다.
3) 제 2 장: 단순한 환상?
프리고진은 이 장에서 자신이 왜 시간의 문제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며, 어떻게 시간의 문제가 동력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히게 되었는지를 상술하고 있다.
과학에서는 ‘시간의 공간화’라는, 즉 시간을 단순히 기하학적 파라미터로 여기는 전통이 강하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시간의 공간화가 진화하는 우주는 물론 우리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프리고진은 몇 철학자들의 시간에 대한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앙리 베르그송은 인간의 존재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의 연속적인 창조와 관련되어 있으며 시간은 자연에 비결정론적인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결론지었다. 화이트헤드는 영원성과 과정을 화합시키고 존재를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자연의 기본적 성질은 ‘실제 세상이 새로움을 향한 시간적 길의 특성을 갖도록 하는’ 창조성이고 이런 길은 어떤 종류의 결정론적 설명과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에딩턴은 우리의 자연에 대한 정신적인 면과 물리적인 면에 속하는 경험의 영역을 연결시키려는 어떤 시도에서도 시간은 핵심적인 위상을 갖게 된다고 말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과학이 제시하는 시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시간의 문제는 형이상학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프리고진은 시간에 대한 논의에서 과학을 포기하는 것은 대가가 너무 크다고 보았다. 또한 시간을 기하학적인 파라미터로 취급하는 것이 가능했던 까닭은 고전 과학이 단순한 문제만을 취급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프리고진은 물리에서의 시간의 역할에 대해 숙고한 결과 거시적인 비가역성은 미시적 수준에서의 무작위성의 표현이라 확신하게 되었으며, 불안정성의 결과로 고전역학 및 양자역학과 관련된 기본적인 법칙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프리고진에게 있어 비가역과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비평형 열역학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었으며, 이를 통해 비평형 상태로부터 무산구조가 출현할 수 있다는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동역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열역학에서도 안정성은 핵심적인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일정한 경우에는 자유에너지가 최소일 때가 평형 상태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작은 섭동이나 요동에 의해 자유에너지기 최소인 상태를 벗어났다가도, 계가 다시 평형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평형 부근에서는 섭동이나 요동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프리고진에 따르면 비 평형에 해당하는 정류 상태에서는 단위 시간 당 엔트로피 생성 이 최소가 되며, 이 경우도 요동은 퇴화된다. 이어지는 중요한 질문은 평형 부근의 선형 비평형 열역학 결과를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까지 확대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최소의 법칙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요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단지 안정성을 얻기 위한 충분조건(즉 ‘일반적 진화조건’)만 정립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 비가역과정의 메커니즘이 포함되는 것이다. 또한 평형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물질은 요동과 불안정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새로운 특성을 획득하며, 결과적으로 비평형 상태의 계가 복잡성이 증진되는 상태로 자발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복잡성은 언제나 비가역성과 관련이 있으며, 비가역성은 자연계가 다양성을 보이는 원인이 된다. 이를 좀 더 기술적인 언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열역학적 가지가 평형으로부터 일정 거리만큼 떨어지게 되면 불안정하게 될 수 있으며, 가지치기 점을 넘어서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인 시간공간적 조직화를 의미하는 무산구조가 출현한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물질이 보이는 무산구조를 장거리 상관성 (long-range coherence)이 나타난 것이라 하기도 한다. 이런 상관성은 평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을 프리고진은 ‘눈이 먼 평형에 있는 물질들이 평형에서 멀리 떨어지면 보기 시작 한다’라고 표현하였다.
평형 부근에서의 요동은 별다른 효과가 없지만,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평형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는 계가 허용된 여러 가능성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시간 가역적 동력학 방정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단지 요동이 결정하며 따라서 확률적 요소의 도입이 필요하다. 가지치기는 대칭성 상실의 원인이다. 이는 가지치기를 통해서 계의 각 부분들 사이 또는 계와 주변 사이의 본질적인 차별화가 출현하는 것을 뜻한다. 무산구조가 형성되면 시간의 균일성이나 공간의 균일성 중의 하나 혹은 둘 모두가 깨진다. 일반적으로 가지치기는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가지치기 점들 사이의 결정론적 과정과 가지의 선택에서 나타나는 확률론적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 특정한 가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일련의 가지들을 거쳐야 하는 사실을 역사적 차원 (historical dimension)이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지치기는 다양화 (diversification)와 혁신 (innovation)의 원인이 된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4) 제 3 장: 확률로부터 비가역성으로 (복잡성의 동력학적인 원인과 결정론적 카오스에 대해 물리적·수학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므로 아주 간략하게만 내용을 소개한다.)
불안정한 계에 대해서는 통계적 수준에서 동력학 법칙을 정립해야하며, 이는 물리의 기본적인 대상이 궤적이나 파동함수가 아니라 확률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확장이 필요하다. 단순한 확률적 과정에서도 시간의 화살은 포함되며, 비가역적 방법으로 평형에 접근하는 것은 확률의 수준에서만 발생한다.
아보가드로 수 정도의 엄청난 수의 분자 사이에는 제거할 수 없는 상호 작용이 존재하며, 이는 적분 불가능한 푸앙카레 계에 해당한다. 각각의 물 분자의 운동은 시간 대칭적이지만 통계적 이론의 관점에서는 시간 순서가 존재한다. 통계적 이론에서는 상관성 개념이 도입되며, 시간이 흘러가면서 상관성이 나타나고 전파되기 때문이다. 물 분자들 간의 충돌에 의해 속도 분포가 더욱 대칭적이 되며, 2체에서 3체를 거쳐 4체 상관성 등으로 시간에 따라 순서가 있는 상관성의 흐름이 생긴다. 푸엥카레 공명은 시간이 흐르면서 속도 분포를 더욱 대칭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이다. 또한 비가역성이 포함되는 통계적 이론이 출현하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의 통계적 이론은 궤적의 동력학이 아니라 ‘상관성의 동력학’이다.
이 장에서는 또한 ‘카오스적 사상’(chaotic mapping)을 통하여 개체적(궤적) 수준의 이론과 통계적 이론을 비교하고 있다. 사상(mapping)에서는 시간이 일정 간격에 따라 불연속적으로 작용하므로, 사상은 동력학의 단순화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주기적 사상을 통해서 궤적은 앙상블의 특수한 경우이며, 궤적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앙상블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해가 없음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안정한 계(주기적 사상)의 경우에는 궤적과 앙상블 중 어느 쪽을 이용해도 차이가 없다. 이어서 결정론적 카오스의 가장 간단한 예인 베르누이 사상(Bernoulli mapping)을 이용하여 불안정한 동력학계의 경우는 개체적 입장과 통계적 입장의 동등성이 붕괴되는 것을 보이고 있다. 카오스의 문제는 개체적인 궤적의 수준에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앙상블 수준에서만 해결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분포함수를 이용하는 이론은 궤적을 이용하는 이론보다 풍요롭다. 앙상블을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력학의 법칙은 앙상블로 표현되어야 한다. 푸엥카레 공명이 존재하는 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의 화살을 보이는 상관성의 흐름은 확률 분포를 이용한 이론의 새로운 해이다. 불안정한 동력학계의 경우는개체적 설명과 통계적 설명의 동등성이 무너진다는 것이 새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결론이다.
5) 제 4 장: 카오스의 법칙 (결정론적 카오스에 대하여 상세히 논의가 이루어진 부분으로, 내용이 상당히 기술적이므로 아주 간략하게만 내용을 소개한다.)
이 장에서는 베르누이 사상과 베이커 사상(Baker mapping)을 이용하여 ‘통계적 수준에서 동력학적 문제를 푼다는 것’의 의미를 살피고 있다. 양자역학은 전통적으로 힐버트 공간에서 정의되나, 여기에는 비가역성을 통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특이성을 가진 일반화 함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안정한 동력계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힐버트 공간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실이다.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으로 좀 더 현실적인 계를 취급하기 위해서는 힐버트 공간을 벗어나야 하는 것은 지속적인 상호 작용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이런 문제는 전체적이고 비편재화된 설명을 요구한다. 베이커 변환으로 설명되는 동력학은 반전 가능하고, 시간 가역적이며, 회귀성이고, 카오스적이다. 이런 특성은 복잡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실제 세상의 많은 동력학계에서 나타난다. 가역성과 회귀성에도 불구하고 카오스의 성질로부터 어떤 근사도 없이 통계적 수준에서 적절한 설명 방법을 정립하게 되고, 따라서 진정한 비가역성의 의미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궤적 이론에서는 ‘카오스의 법칙’ 언급 자체가 패러독스이다. 궤적의 지수 함수적 발산 때문에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확률 이론은 언제나 유효하다. 또한, 카오스계의 동력학 법칙은 확률적 수준에서 정립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가역성을 동력학에 포함시키려면 좋은 함수만을 취급하는 힐버트 공간을 탈피해야 한다. 결정론적 카오스에 대한 통계적 설명의 성공은 위상 공간에서의 복잡한 미시 구조가 고려되기 때문이다. 위상 공간의 모든 유한영역에서 지수 함수적으로 발산하는 궤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몇 개의 자유도 밖에 없는 매우 단순한 계에서도 비가역성이 출현한다. 이는 근사 때문에 비가역성이 나타난다는 의인화된 해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초기 조건을 무한히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궤적이론도 유효하다. 그러나 실제 관찰할 수 있는 계에서 이는 불가능하다. 실제 초기 조건 정밀도는 유한하며, 그 결과 시간 대칭성은 붕괴된다. 적분 불가능한 푸앵카레계의 경우에도 궤적이나 파동함수를 이용하는 개체적 이론과 통계적 이론 사이의 동등성 파괴가 나타난다.
6) 제 5 장: 뉴턴의 법칙을 넘어서 (고전역학에서의 푸엥카레 공명의 역할에 대하여 상세히 논의가 이루어진 부분으로, 관련된 물리 및 수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술적인 내용은 과감히 줄이고 아주 간략하게만 내용을 소개한다.)
고전역학은 엔트로피 증가와 관련된 비가역 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불완전하다. 비가역성 고려를 위해서는 고전역학 이론에 불안정성과 적분 불가능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적분 가능한계에서는 뉴턴 법칙을 근거로 한 궤적 이론과 앙상블을 기초로 하는 통계적 이론이 동등하지만, 대부분의 동력학계는 적분 불가능하다. 거대 푸앵카레계(Large Poincare System, LPS)도 적분 불가능한 계로 비뉴턴적 기여가 나타나므로 통계적 수준의 동력학으로만 일관성 있게 다룰 수 있다. 새로운 확률론적 이론에서는 시간 대칭성이 파괴되며, 따라서 시간 가역적 동력학과 시간 방향적인 열역학 사이의 충돌을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열역학적 이론과 일치하는 진화적 패턴의 출현이 가능하다.
적분 불가능성은 공명에 기인하므로 궤적이론 포기의 당위성은 놀랍지 않다. 진동수가 만족해야 하는 조건을 표현하는 공명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편재화된 사건이 아니다. 따라서 공명은 편재화된 궤적 이론에 매우 이질적인 요소의 도입을 강요한다.
비가역성과 엔트로피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에서의 동력학 정립을 위해서는 통계적 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통계적 이론에 의지한다는 것이 우리의 무지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동력학적 과정의 특성이 통계적 수준에서만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비결정론이 물리에 도입되는 것은 어떤 형이상학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동력학계에 필요한 통계적 이론의 결과일 따름이다.
정의에 따르면 진동수가 파장에 따라 연속적으로 변하는 적분 불가능계의 경우가 LPS에 해당한다 적분 불가능 LPS의 경우에는 푸앵카레 공명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동수가 ω1인진동이 힘장에 연결된 경우에 운동방정식의 해가 1/(ωk-ω1)와 같은 의존성을 보이므로 힘장의 진동수 ωk가 진동수 ω1가 같아질 때 푸앵카레 공명 효과가 나타난다. 컴퓨터 모의실험은 결정론적 카오스와 비슷한 무작위적인 궤적이 푸엥카레 공명 때문에 출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적분 불가능한 푸엥카레 공명과 카오스는 매우 유사하다.
입자살 산란실험이라는 단순한 계를 이용하여 편재화된 분포함수와 비편재화된 분포함수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편재화된 분포의 경우에는 입자살이 전구간에 퍼져 있어 산란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궤적과 같은 편재화된 분포함수에 대응되는 일시적 상호작용과 가장 분명하게 구별된다. 열역학계의 특징도 역시 지속적인 상호작용이므로 비편재화된 분포함수로 설명하여야 한다. 열역학적 극한에서는 상호작용이 무한히 계속되기 때문에 통계적 이론만이 적용가능하다. 이는 무한히 많은 입자가 관련된 경우에는 궤적에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확산 과정이 압도적이 되므로, 궤적이 붕괴 되어 버리고 비편재화된 분포 함수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새로운 통계적 이론은 기존의 궤적 이론으로는 불가능했던 동력학과 열역학의 통합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비가역 과정을 설명하는 현상학적 방법으로 얻었던 모든 결과들을 자연스럽게 재확인 하게 된다. 나아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결과도 얻게 된다. 동력학적 과정에서는 단거리 힘만 작용하는 경우에도 공명 때문에 장거리 상관성이 출현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비평형성이 새로운 일관성을 가져옴을 의미한다.
7) 제 6 장: 양자론의 통합 (양자역학에서의 푸엥카레 공명의 역할에 대하여 논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다. 이 부분도 물리 및 수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앞에서와 같이 기술적 내용은 과감히 줄이고 아주 간략하게만 내용을 소개한다.)
이 장은 불안정한 동력계에 대한 양자론으로부터 통계적이고 실증적인 설명을 얻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논의는 앞의 고전역학에 대한 부분과 비슷하게 진행되며 힐버트 공간을 벗어나 양자역학의 새로운 통계이론을 얻는 결과도 유사하다. 단, 이 새로운 이론에서는 확률 진폭에 해당하는 파동 함수가 아니라 확률 자체가 기본적으로 중요한 양이다.
양자론의 경우에는 고전역학에는 없는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인 슈뢰딩거 방정식이 존재하는 동시에 양자역학의 측정과정에는 비가역성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파동 함수가 붕괴된다는 양자 패러독스의 문제이다. 양자 패러독스의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인 슈뢰딩거 방정식 외에 파동함수 붕괴와 관련된 다른 동력학 법칙이 필요하다. 물질의 파동성을 담고 있는 양자역학에서는 비편재성이 당연하다는 것도 양자역학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양자역학은 시간 대칭적으로 열적-동력학적 평형으로의 접근과 같은 비가역성을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따라서 양자론과 열역학 사이에는 심각한 모순이 존재하며, 양자론과 열역학의 통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양자역학의 경우에도 해답은 푸엥카레 공명에 있다. 하나의 예로 LPS에 대한 양자역학적 이론은 열역학과 관련된 진화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양자역학의 이원적 구조가 제거되므로 양자 패러독스도 저절로 해결된다. 요약하자면 파동함수로부터 앙상블로의 이동은 푸엥카레 공명 때문이며, 새 이론은 잘 정의되고 시험 가능한 예측을 제공한다. 이는 실증주의로의 회귀를 뜻하며, 결코 결정론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비결정론은 실증주의와 양립이 가능하다.
보어는 실험적 배경은 물론 관찰 기록도 모두 고전물리의 단어를 적절하게 손질해서 만든 공통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자법칙으로 지배되는 세상을 고전적인 용어로 설명하는 데는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전통적인 양자역학의 해석을 따르자면 계를 고립된 상태로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측정에는 반드시 도구가 필요하며, 도구들은 시간 대칭성 파괴를 포함하는 동력학의 확장된 법칙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LPS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시간 대칭성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측정 도구 혹은 관찰자 같은 중개자가 불필요하다. 아인슈타인은 관찰자에게 맡겨진 불합리한 역할에 따른 양자론의 주관적인 면을 비판했다. 새 이론에서 관찰자는 관찰을 통해서 자연의 진화에 대해서 어떠한 능동적인 역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주장이다. 양자론의 전통적 이론에 내포되어 있던 인류학적 특징을 제거했다는 점이 프리고진 이론의 중요한 기여 중 하나이다.
8) 제 7 장: 자연과의 대화
프리고진은 ‘과학은 자연과의 대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물론 대화는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려는 것은 서양 사상의 기본 목표 중 하나임이 자명하지만, 이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는 계획과는 다르다는 점을 프리고진은 지적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이 책의 주제와 관련하여 자연과 나눈 대화, 즉 앞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여기서 다시 한 번 정리·종합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진화적 우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기본적 물리 법칙은 진화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런 법칙은 결정론적 카오스와 관련된 불완전성이나 적분 불가능성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개체적 이론과 앙상블을 이용한 통계적 이론의 동등성이 깨지며, 통계적 수준에서 불완전성을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다. 진화를 내포하며 확실성이 아니라 확률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법칙은 ‘있음’뿐만 아니라 ‘됨’도 포괄하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같은 기존 이론을 넘어서는 통계적 이론을 얻기 위한 조건은 새로운 확산형태의 과정을 도입하는 ‘푸엥카레 공명’과 비편재화된 분포함수로 설명되는 ‘확장된 지속적 상호작용’의 존재 두 가지이다. 이런 새로운 이론은 비정규적이고 카오스적인 세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엔트로피 증가와 관련된 진화적 요소의 논의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해밀터니언에 따라 달라지는 푸엥카레 공명은 시간의 흐름에 대한 논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가역성과 함께 시간의 흐름이 동력학적 수준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열역학적 극한에서는 지속적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에 계를 분해해서 각 부분을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고 계 전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비가역성과 확률적 특성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며, 해밀터니언 동력계를 전체로 설명하는 포괄적인 성질 중 하나로 시간 대칭성 파괴가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양자 패러독스는 시간 패러독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시간 패러독스를 해결하면 양자 패러독스도 해결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프리고진은 동력학계의 푸엥카레 공명을 중심으로 하는 자신의 이론이 시간 패러독스와 양자 패러독스 해결을 위한 기존의 제안들보다 더 근본적이라 주장한다. 동력학적 불안정성으로부터 출발하여 모순이 없는 이론을 구축하였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자평이다.
프리고진에게 비평형 상태는 특히 중요하다. 비평형 상태는 새로운 집단적 효과, 즉 새로운 일관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비평형 상태의 효과는 사라지기도 하지만 물질로 남아있기도 한다. 화학적으로 평형 조건 부근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분자가 비평형 상태에서 비가역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하나의 예이다. ‘비가역성은 물질에 새겨져 있다’고 한 프리고진의 발언은 바로 이런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생분자(biomolecule)의 기원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컴퓨터 모의실험은 생분자와 같은 종류의 분자들이 비평형 조건에서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우주론에서는 물질 자체가 비평형 비가역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다.
프리고진은 ‘생명 과정에서의 사건과 보편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의 원칙을 넘어서 우리 행성에서는 수백만에 이르는 대안 중에서 우발적으로 단 하나만이 현실화된 생명의 역사를 고생물학적으로 시험해 보아야 한다’는 굴드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생명의 역사에 대한 이런 견해는 서양과학의 전통적인 결정론적 모형이나, 인간이 생명체 중에서 최고의 표현이고 지구의 주인임을 주장하는 서양사회의 뿌리 깊은 사회적 전통과 심리적 희망에 극도로 위배되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우리 우주는 가지치기가 연속적으로 포함된 경로를 따라 왔으며, 다행스럽게도 여러 가지치기 가능성 중에서도 생명과 문화와 예술이 있는 경로를 따라 왔다고 말한다. 생명과 우주의 기원에 대한 논의에서 시간의 화살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간의 화살은 물리와 생물학을 가리지 않고 구조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복잡한 생성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생물학적인 계는 자생적 조직화가 일어나는 계의 우수성에 대한 훌륭한 증거이다. ‘지능을 가진 생명’의 출현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시간의 화살이 필요하다.
프리고진은 또한 ‘공통된 미래는 왜 존재하며, 시간의 화살은 왜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하고 있다. 프리고진이 제시하는 답은 ‘우리의 우주 전체가 함께 형성되었으며, 따라서 시간 대칭성 파괴가 담긴 공통된 뿌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9) 제 8 장: 시간은 존재에 앞서는가?
현재 통용되는 우주론의 표준모델인 ‘대폭발’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팽창하는 우주에 존재하며 시간을 뒤로 돌리면 우주의 에너지와 물질이 모두 모여 있는 ‘특이점’에 도달하게 된다.
표준모델은 우주의 기원을 특이점과 관련 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물리법칙은 물질과 에너지의 밀도가 무한히 큰 상태에서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특이점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대폭발이 중요한 사건인 것은 명백하나, 이런 사건을 시간 가역적이고 결정론적인 자연법칙으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이런 난점에 대한 과학계의 기존 반응은 대폭발을 포기하고 정류상태 이론을 도입하거나, 대폭발을 시간에 대한 틀린 개념의 결과로 생긴 일종의 환상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대폭발을 가장 훌륭한 비가역 과정이라 주장한다. 대폭발을 양자 진공이나 우주 이전 시대라고 부를 수 있는 메타우주로부터 비가역적인 상전이가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비가역성은 중력과 물질의 상호 작용에서 유도되는 메타우주의 불안정성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우리의 우주는 불안정성의 징후에서 탄생했고, ‘자생적 조직화’와 같은 아이디어가 초기 단계의 우주에 확실히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전역학이 양자역학으로 확장되어도 공간과 시간 개념은 변하지 않으며, 모든 관찰자에게 공통되는 보편적인 시간은 그대로 존재한다. 상대성 이론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배역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다. 프리고진은 상대성 이론의 혁명은 자신의 결론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으며, 비가역성은 비상대성 물리에서와 마찬가지로 실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점점 더 높은 에너지로 가면 비가역성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다.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동력학적인 기여가 담긴 비가역과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주장이다. 이런 입장에서 시간은 영원하다. 우주도 나이가 있지만, 시간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이론이 우주론의 두 가지 전통적인 견해인 ‘정류상태 이론’과 표준 ‘대폭발 이론’을 통합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정류상태 이론은 우리의 우주를 탄생시킨 불안정한 매질(메타우주)에 적용 가능하며, 대폭발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시간을 거슬러 대폭발 모델의 팽창하는 우주를 거꾸로 되돌리면 나타나는 밀도·온도·곡률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을 성경적 창세기에 나오는 신의 손, 즉 물리적 합리성을 초월한 초자연적인 존재의 작용과 연관 짓는다. 반면에 일부 과학자들은 특이점이란 불편한 상태의 극복을 위해 ‘정류상태 우주’의 모델을 도입한다. 정류상태 우주 모델이란 우주에는 특별한 곳도 특별한 시간도 없다는 완벽한 우주론적 법칙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관찰자 누구에게나 우주의 온도와 밀도가 동일한 값을 갖는 것으로 보이며, 우주에는 나이가 없다는 것이 정류상태 모델이다. 정류상태 우주는 지수 함수적으로 팽창하는 특성을 보이지만, 그런 팽창은 끊임없는 물질의 생성으로 보상된다. 팽창과 생성의 동시성으로 인해 물질-에너지 밀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이런 정류상태 모델은 연속적인 생성상태에 있는 영원하고 나이가 없는 우주를 상정하는 것이다. 이 모델의 문제는 정류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팽창에 해당하는 우주론적 진화와 물질의 생성에 해당하는 미시적 사건 간의 정교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조화의 메커니즘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이 모델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우주론자들이 정류상태 모델을 포기하고 표준모델을 수용하게 된 것은 팬지아스와윌슨이 1965년에 발견한 절대온도 2.7도에 해당하는 흑체복사 때문이다. 대폭발의 화석이라할 수 있는 흑체복사의 존재는 실험적 발견 전인 1948년에 이미 알퍼와 허만에 의해 예견되었다. 대폭발 직후의 우주는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밀도가 높으며 광자가 물질과 강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 불투명했다. 그러나 대폭발로부터 30만년이 지난 후에는 온도가 낮아지면서 물질과 빛 사이의 평형이 깨지며 빛이 물질로부터 분리되어 우주는 투명해졌다. 이 시기의 광자는 절대온도 3000도에 해당하는 흑체복사였다. 그 후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열적복사를 형성하는 광자의 파장도 증가하였으며, 오늘날까지 잔류한 흑체복사의 온도가 약 절대온도 3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표준모델은 오늘날 우주론의 핵심으로, 대폭발 특이점으로부터 1초가 지난 후부터의 우주는 제대로 설명한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폭발 후 1초까지의 우주는 아직도 개념적 탐험의영역에 속하고 있는데, 프리고진은 이를 불안정성과 시간의 문제와 연관 짓고 있다. 우주론에서 보면 에너지에는 중력과 관련된 음의 값을 갖는 에너지와 E=mc2으로 주어지며 양의 값을 갖는 물질과 관련된 에너지의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따라서 텅 빈 우주의 전체 에너지가 0이었다 하더라도 에너지가 보존되는 진공에서의 요동을 통해 우주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면에서 우주의 탄생은 공짜이되, 비평형 상태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엔트로피이다.
상대론적 입장에서도 결정론적인 이론은 과도한 이상화에 해당하며, 이는 통계적 이론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또한 쌍둥이 패러독스를 생각해 보면 시간의 흐름도 역사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대론에는 비가역적 요소가 있음이 분명하다. 상대성 효과는 해밀터니언을 이용하는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푸엥카레 공명이 과거와 미래가 같은 역할을 하는 동력학 그룹을 시간 대칭성이 깨지는 준 그룹으로 나눈다. 양자론의 틀에서 전하를 가진 입자 간의 상호작용은 광자를 통해 전파된다. 입자와 힘장(force field) 사이의 푸엥카레 공명에 해당하는 이 경우에는, 입자로부터의 광자방출로 인해 생기는 복사감쇠(radiation dampling) 같은 새로운 비가역과정이 출현한다.
우주 생성의 초기에 존재했던 지극히 짧은 시간, 작은 기하학적 크기, 높은 에너지는 플랑크 척도(Plank’s scale)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플랑크 척도는 h, G, c의 세 가지 보편 상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길이와 시간 및 에너지의 척도로 플랑크 길이는 10-33㎝, 플랑크 시간은 10-44초, 플랑크 에너지는 절대온도 1032도에 해당한다. 플랑크 척도가 적용되던 시기에는 양자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따라서 중력의 양자화라는 개념이 요구된다. 중력의 양자화는 현대물리학의 최첨단 문제로 일반적 이해는 요원하지만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해가 진전되고 있다. 이런 진전을 통해서도 우리 우주의 생성에서 푸엥카레 공명과 비가역성이 중요했음을 알게 된다. 양자 우주론의 결과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 방정식에서 물질의 출현과 함께 민코프스키 진공으로부터 구부러진 공간-시간이 관여하는 협동과정이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가역 과정이 중력을 물질로 변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비가역 과정의 출발점인 민코프스키 진공에 해당하는 先우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뜻한다.
또한, 우리 우주의 탄생이 특이점 보다는 오히려 상전이나 가지치기 같은 불안정성과 더 관련이 깊다는 의미이다. 이런 결과를 열역학적 거시 이론에 포함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적 우주를 ‘열린 계’로 취급해야 한다. 또한, 물질은 중력을 희생시켜 생성되었으므로 열역학 제1법칙의 수정이 필요하다. 엔트로피는 특별히 물질과 관련이 있다.
공간-시간이 물질로 변환되는 과정은 엔트로피를 생성시키는 무산적 비가역 과정이며, 물질을 공간-시간으로 변환시키는 역과정은 금지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우주의 탄생은 엔트로피의 폭발과 관련이 있다. 양자 우주론의 논의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시간이 ‘공간의 우연’에 의해 나타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사실이다. 중력장의 성공적 양자화로 인하여 공간-시간의 양자화가 가능하며 양자요동 영향도 있지만 공간과 시간의 구분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리고진이 줄기차게 강조해 온 비가역성과 확률은 우주론에서도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주는 중력장과 물질장의 진폭이 큰 값을 갖는 경우에 출현하게 되는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와 시간은 힘장의 양자요동과 관련되므로 통계적인 접근만 의미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꿈꾼 모든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통일이론(unified theory)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 통일 이론은 우주의 탄생은 물론 진화와도 관련된 우주의 시간 방향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시간의 탄생과 ‘기원’에 대한 의문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에는 시작이 없고, 시간이 정말 우리 우주의 존재보다 앞서 존재했다는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10) 제 9 장: 좁은 길
흔히 비가역성은 우리 우주의 탄생과 관련된 순수한 우주론적 이유에서 나타난다고 주장된다.
시간의 화살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주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가역 과정은 우리 우주의 탄생과 함께 멈추지 않았고, 현재에도 화학 과정이나 생물학적 진화의 형태로 진행 중이다. 비가역성의 근원은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과 관련된 미시적 설명에서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안정한 동력학계를 대상으로 고전역학이나 양자역학의 법칙이 잘 적용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다. 그러나 안정한 동력학계란 실제 자연계의 단순화이자 이상화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불안정성이 흔히 나타나는 자연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자연법칙 이론이다. 이런 혁신적인 이론은 통계적 법칙을 기반으로 하며 확실성은 필요 없게 된다. 불안정성은 우주론에서도 중요하다.
거대한 열역학계인 우주도 시초에는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으며 요동과 가지치기를 통해 진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리고진은 확실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간을 부정하고 창조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시간과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뒤엉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 위안일 수도 있고 인간 이성의 승리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 부정일 따름이라는 것이 프리고진의 견해이다. 17세기 종교전쟁의 혼란 속에서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확실성을 찾으려는 데카르트의 탐구가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물리로 나타났으며, 이런 물리의 모델이 뉴턴의 업적으로 탄탄하게 구현된 것은 사실이다. 이와 유사하게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유대인 차별 및 파시즘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의 비극적 시기에 살았던 아인슈타인도 과학을 통해 매일같이 계속되는 존재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했다. 객관적 지식을 불확실성과 주관성으로부터 구별함으로써 인간 이성의 궁극적인 승리를 달성하고자 하는 희망을 물리에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의 노력이 ‘새로움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결정론적 법칙에 지배되는 세상’ 혹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 신으로 상정되는 아무것도 이해할 것이 없는 괴상하고 인과성도 없는 세상’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귀착되어,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실존 자체를 부정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프리고진의 생각이다.
프리고진은 새로운 이론을 일컬어 소외를 가져 온 이 두 가지 개념 사이의 좁은 길이라 했다.
비로 이 좁은 길을 찾으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프리고진은 과학이 인간 창조성의 역할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시간 패러독스를 찾은 것 자체가 인간 창조력과 상상력의 특별한 업적이란 의미이다. 과학이 실험적 사실에만 국한된다면 시간의 화살은 부정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실험적 관찰을 이론적 구조와 결합한 결과 시간 대칭적 법칙이 정립된 부조화가 생긴 것이다. 시간 패러독스는 상식에 호소하거나 동력학 법칙을 임시방편적으로 수정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단순히 동력학 구조의 약점을 찾는 것도 답이 아니다. 해결을 위해서는 ‘결정론적 카오스’와 ‘푸엥카래 공명’과 같은 새로운 물리적 개념과 새로운 수학적 도구가 필요하다. 과학적 이해라고 생각하는 ‘자연과의 대화’는 아는 사람과 알게 되는 대상 사이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 새로운 의미를 주는 새로운 개념적 구조로 변환되는 것이다. 얻어진 것은 서로 융합되지 않는 결정론적 세상과 순전히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임의적 세상의 중간에 해단하는 ‘중간적’ 이론이다. 미시적이거나 거시적이거나 상관없이 불안정성과 관련된 새로운 자연법칙은 사건을 확률로 기술한다.
지금까지는 눈이 먼 법칙과 무작위적 사건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극복할 좁은 길을 건설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주변의 확고한 세상의 상당 부분이 ‘과학적 그물을 빠져 나갔다. * 확실성의 종말 / 프리고진 La fin des certitudes/Ila Prigogine _ 이순일(아주대 자연과학대 ㆍ 물리학)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