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25년간의 수요일 :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평화의 날갯짓
윤미향 / 사이행성 / 2016.1.26
– <20년간의 수요일> 출간 후 지난 5년간의 할머니들의 활동과 수요시위 이야기를 더한 개정 증보판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해 동원되고 희생된 조선의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스런 증언들은 우리가 왜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어야 하는지 되새기게 만든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부터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그리고 기나긴 침묵을 깨고 진실을 세상에 알려나가는 과정까지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아픈 역사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책은 왜 일본 정부가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짜 본질은 무엇인지, 미래 세대를 위해 왜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이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지난 ‘25년간의 수요일’ 동안 거리에서 외치고 외쳤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해야 할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다.
○ 목차
개정판에 부쳐
초판 저자의 말
1부. 일본군 ‘위안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수요시위,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31
아름다운 이름과 더러운 이름 41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이상한 이야기 55
열세 살의 꿈 많은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67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83
– 역사 기행 _ 상하이 위안소를 찾아서 104
– 할머니와 나 1 _ 짝꿍 일지 108
– 할머니와 나 2 _ 할머니, 그곳에선 편안하시지요? 112
2부. 희망의 시작, 수요시위
희망의 불씨를 지핀 사람들 119
김학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백 137
인권 운동가로 변신한 할머니들 159
수요시위, 누군가 곁에 항상 있다는 것 175
– 수요시위 참가기 1 _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 188
– 수요시위 참가기 2 _ 꽃 / 알았다면 192
3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을까?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197
일본은 왜 인정하려 하지 않을까? 209
전쟁과 여성,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연 225
어쩌면 세상의 절반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 237
–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1 _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254
–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2 _ 어머니, 그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 256
– 수요시위 참가기 3 _ 세계의 양심을 깨우는 수요시위 258
4부. 평화로운 세상은 어떻게 찾아올까?
전쟁 없는 평화를 꿈꾸는 노란 나비의 꿈 265
베트남으로 날아간 나비기금 277
기적처럼 현실이 된 할머니의 유언 291
○ 저자소개 :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 상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시위를 개최하고 있다. 1992년 정대협 결성 초기부터 간사로 활동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찾아 증언을 녹취하고 이를 세상에 알렸다. “온 세계가 우리 문제를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강덕경 할머니의 유언은 그에게 “믿고 가세요. 끝까지 싸울게요.”라는 강한 의지와 소신으로 남았다.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할머니들의 뜻을 받들어 유럽 연합 의회와 미국 하원 등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이끌어 내는 데 앞장섰고, 시민들과 함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건립했다. 2011년 12월 14일에는 천 번째 수요시위를 맞이하여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일본 대사관 앞에 평화비를 건립했다. 현재는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노력하시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어받아 나비기금 운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 그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오늘도 수요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Mee-hyang Yoon is the director of the Korean Council for the Women Drafted for Military Sexual Slavery by Japan. Yoon has been an activist working to resolve the issue of Japan’s war time sexual enslavement of women since 1992. She has located survivors of the “comfort women” system, recorded their testimonies, and raised awareness of the issue to the world.
○ 책 속으로
P. 59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는 1932년 상해 사변에서 비롯되어 1937년 중일 전쟁 발발 이후 본격화되었습니다. 1932년 제1차 상해 사변 때 오카무라 야스지 상해 파견군 참모부장은 상하이 지역에서 발생한 몇 건의 강간 사건을 계기로 위안소를 설치하고 ‘위안부’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것이 무시무시한 일의 시작이었지요. 이 위안소는 2008년 10월에 정대협 조사 팀이 현장 조사를 위해 방문했을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건물은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었지만 홀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홀을 중심으로 작은 방들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2층 역시 작은 방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벌어진 일들은 상상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대문과 마당의 일본식 정원 등 전반적인 위안소의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요.
P. 72 소녀들을 전쟁터로 이송시킬 때 사용된 주요 수단은 군용 트럭, 선박, 열차 등이었습니다. 군용 트럭은 일반인들이 군의 허가 없이 절대로 이용할 수 없는 이동 수단이라는 것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으로 끌려갔던 홍애진 할머니는 상하이행 군용 선박으로 이송되었고, 그 배 안에서 장교에게 처음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정학수 할머니도 부산역에서 군용 열차에 실려 만주 하얼빈까지 끌려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린 소녀들은 고향을 떠나 일본군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으로 흩어졌습니다. 이동 과정에서 폭행과 성폭행은 일상적인 일이었지요.
P. 92 이렇듯 당시 우리 사회는 일제에 의해 유린당한 피해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또 다른 상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여성은 정절을 지켜 내야 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죽음으로써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절 역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문을 위해 강요되었습니다.
P. 113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집보다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할머니를 두고 저는 2년 4개월 동안 군대에 가야만 했습니다. 군대에서 할머니께도 편지를 몇 통 보내 드렸습니다. 그리고 첫 휴가를 나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할머니 댁이었습니다. 군복에 군화를 신은 늠름한 모습을 본 할머니께서는 연방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여야 한다며 중국집에 전화를 하시고 통닭도 두 마리나 주문하셨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먹긴 했지만, 결국 저 혼자 그걸 다 먹어야 했습니다.
P. 165 길원옥 할머니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긴장을 한 탓이었을까요? 할머니의 얼굴색이 불그스레하게 변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당뇨를 심하게 앓고 있어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하기도 했고, 허리와 고관절 등 여러 질환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날 아침 일찍 인슐린 주사를 직접 놓으셨던 모습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혈당 수치가 높아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요. 그러나 할머니는 이내 안정을 찾고 발언을 시작하셨습니다.
“제 나이 열세 살에 일본은 저를 공장에서 기술 가르쳐 주고, 돈도 벌게 해 준다며 속여서 부모한테 말도 못 하게 하고 바로 끌고 갔습니다. …
P. 179 평화비를 만들기 위해서 두 조각가와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 만남을 가진 이후 평화비를 세울 때까지 어떤 모습으로 재현할지, 내용을 무엇으로 담을지, 어떤 의미를 사람들에게 전할 것인지 깊은 토론을 벌였어요. 평화비가 세워질 도로가 종로구청이 관리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구청장과 담당 공무원들과도 열심히 만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2월 14일, 일본 대사관 앞 평화로에 평화비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평화비에는 소녀상과 빈 의자, 그리고 할머니의 그림자가 하나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P. 220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조선의 딸로 태어나 곱게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왜 끌고 가서 위안부가 됩니까? 나의 이름은 이용수입니다. 여기 앉은 사람이 길원옥입니다. 우리 이름이 있는데, 왜 우리가 ‘위안부’가 됩니까?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너무 서러웠어요. 그러나 오늘 이렇게 나와서 여러분들을 뵐 적에 여러분들이 이렇게 힘을 주셔서 저는 외롭지 않아요. 지금부터 저는 끝까지, 끝까지 싸울 겁니다. 하늘 가신 할머니들도 한을 못 풀고 갔습니다. 238명의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인 배상을 마땅히 받아야 합니다. 저는 이제 여러분의 힘을 받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두 번 다시 우리 후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저는 결사적으로 싸울 겁니다. 저는 아직 나이 젊습니다. 나이 88세 뭐 그리 많습니까?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이용수 할머니
P. 243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유독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남자아이들의 경우가 그렇지요. 어린이들에게도 전쟁은 매력적인 주제인가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남자아이들이 장난감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다닐 때, 그 옆에서 여자아이들은 모래로 밥을 짓고 남편을 기다립니다.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그러한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각자의 성 역할을 배워 나갑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비단 어린이 놀이터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닙니다. 어린이 놀이터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들은 총과 칼을 들고 전장으로 나가고, 여성들은 고향에서 아들과 남편을 기다립니다. 전장의 남성들이 돌아갈 곳은 조국이고 어머니이고 아내이지요. 오랫동안 우리는 그렇게 성 역할을 분배했고 그렇게 학습해 왔으니까요.
○ 출판사 서평
–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슴 뭉클한 평화와 인권 이야기
수요일 12시, 일본 대사관 앞.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은 풍경이 있다. 바로 수요시위다.
1992년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1월 8일, 그렇게 시작된 수요시위는 무려 25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이제 ‘평화로’라 불리는 그 거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의 함성이 가득 메아리친다. 천 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하여 세운 평화의 소녀상에는 겨울이면 따뜻한 목도리와 털신이 신겨진다. 힘겨운 싸움에서 할머니들은 시민들의 응원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또 한걸음 발을 내딛는다.
이 책은 지난 25년간의 수요일을 잇는 희망과 연대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에 대한 살아 있는 기록이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떻게 처절한 고통의 역사 속에 휘말리게 되었고, 해방 후 50여년 동안 이어진 긴 절망의 세월을 깨고 어떻게 진실이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는지, 그 침묵과 고백의 역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편으로 지난 25년간의 수요일을 아름답게 수놓은 참여의 역사를 통해 진실을 향한 움직임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25년의 시간이 지나고, 처음 당신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 놓는 데도 무척 힘들어 했던 할머니들은 어느덧 평화를 위한 투사가 되었고, 인권을 위한 운동가가 되셨다. 진정한 사죄를 받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연설을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신다. 할머니들은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기에 콩고, 베트남 등 세계 곳곳의 전쟁의 성폭력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주신다. 할머니들의 용기에서 시작한 수요시위는 시민의 참여라는 거름으로 자라나 이제 세상을 향한 평화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 곁에는 누가 있습니까? 아니, 당신은 지금 누구의 곁에 있습니까?’라고.
– 일본군 ‘위안부’, 수요시위, 전쟁 성폭력 …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몰랐던 이야기
정신대. 위안부, 종군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를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들의 차이와 그 속에 숨겨진 의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까? 어떤 말로 불러드려야 피해자 할머니들이 상처 받지 않으실까? 일제 강점기에 발생했던 일임에도 왜 50년이 지난 1990년대에야 비로소 이 문제가 세상에 알려졌는지, 왜 할머니들은 아직까지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전쟁 수행을 위해 동원되고 희생된 조선의 수많은 여성들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스런 증언들은 우리가 왜 이 문제를 끈질기게 물어야 하는지 되새기게 만든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부터 해방 후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 그리고 기나긴 침묵을 깨고 진실을 세상에 알려나가는 과정까지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아픈 역사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책은 왜 일본 정부가 국가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짜 본질은 무엇인지, 미래 세대를 위해 왜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이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지난 ‘25년간의 수요일’ 동안 거리에서 외치고 외쳤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가 반드시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해야 할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다.
– “나 차에 싣고 대사관에 가. 거기 가서 죽자.” : 인간적이며 간절했던 할머니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지난 25년간 할머니들과 함께 수요시위를 이끌었던 저자가 들려주는 할머니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들은 때론 아픔으로 때론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림을 잘 그리신 김순덕 할머니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실 때마다 커피며 잼이며 달짝지근한 음식을 만들어 오셨고, 윤두이 할머니는 일본 대사관에 쳐들어갈 듯한 기세로 수요시위에서 그동안 묻어 두었던 한을 표출하시곤 했다. 책은 할머니들이 용기 있게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에 주목한다.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는 당신과 같은 고통에 놓인 콩고와 베트남 등의 전쟁 중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나비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셨고, 그런 모습은 세계 인권 운동가들의 존경과 귀감을 낳기도 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시며 궂은 일 마다 않고 살아오신 김복동 할머니는 그 나비기금에 평생 모은 전 재산 5,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하셨다. 12월 30일에 열린 수요시위에서 88세 이용수 할머니는 끝까지 싸우시겠다면서 “저는 아직 나이 젊습니다. 나이 88세, 뭐 그리 많습니까?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시기도 했다. 책에 실린 할머니들의 유언은 사무친 아픔으로 남는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던 강덕경 할머니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수요시위에 가야겠어. 내가 아프다고 이렇게 쓰러져 있으면 일본은 내가 포기한 줄 알 거야. 가야겠어.”라고 말하며 옷을 입으셨고, 병상에 누워 계시던 박두리 할머니는 기운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나 차에 싣고 대사관에 가. 거기 가서 죽자.”고 말하며 두 팔을 허공에 내저으시곤 했다.
– 횟수로 1214차, 시간으로 25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 그 긴 시간 속에는 함께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윤정옥 선생님의 끈질긴 조사와 무거운 침묵을 깬 김학순 할머니의 아름다운 고백 이후, 진실을 깨우는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하겠다고 손을 내미는 시민들이 있었다. 여성들의 연대가 시작되었고, 정대협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 뜨겁게 진행되었다. 시민들의 연대는 칼바람 부는 거리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수요시위가 시작된 지 25년, 이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곁에는 전국 방방곡곡,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1년 12월, 제1000차 수요시위를 계기로 평화비가 놓여지고,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은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책은 그러한 시민들의 힘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들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누군가 곁에 항상 있다는 것,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머니들 곁에서 오랫동안 있어준 여러 참여자들의 감동적인 편지와 작품, 기록들은 수요시위가 25년 동안 이어져 온 숨은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 세상의 절반인 여성, 지금도 계속되는 전시 성폭력 : 이것은 모든 경계를 넘어선 여성과 인권의 문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그냥 일본 정부와의 문제일까? 민족주의의 시선으로 일본을 ‘미워’하면 해결되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서 과연 자유로울까? 책은 여기에 대해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위안부’ 문제는 넓게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중 성폭력(전시 성폭력)’의 문제이며, 그것은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인 ‘성 인식’이 전시로 연장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가가 외화벌이를 위해 미군 기지촌과 외국 관광객의 ‘기생관광’을 관리하고 부추긴 사례,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군에 의해 잔혹한 강간 범죄가 자행된 사례, 콩고와 세르비아 등지에서 발생한 전시 성폭력의 사례 등 왜곡된 ‘성 인식’이 전쟁과 만날 때 언제든 제2, 제3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먼저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베트남에 대해서도 반성의 손길을 내밀 때, 비로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미국 하원과 유럽 연합 의회, 그리고 콩고와 베트남까지 : 어느덧 인권 운동가로 변신한 할머니들의 이야기
세상의 그늘을 벗어난 많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벗어나 어느덧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권 운동가’가 되었다. 일본 길거리 한복판에서 일본 우익들의 방해를 꿋꿋하게 이겨내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고, 미국 하원과 유럽 연합 의회에서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알리며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할머니들은 진정한 투사이자 운동가였다. “이런 전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저 아이들만큼은 내가 겪은 것을 다시 겪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시며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 운동을 펼치는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에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운동을 펴나가고 있다. 아픔을 딛고 훨훨 날갯짓하는 평화의 나비를 상징하는 ‘나비기금’을 조성해 고통을 겪고 있는 콩고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게 잔인한 성폭력 피해를 당했던 베트남 피해 여성들에게 작지만 큰 힘이 되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책은 할머니들의 감동적인 연대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인권이라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20년간의 수요일>, 그리고 또다시 5년. 새롭게 출간된 개정 증보판
이 책은 <20년간의 수요일>에 지난 5년간의 할머니들의 활동과 수요시위 이야기를 더한 개정 증보판이다. <20년간의 수요일> 출간 이후 저자는 전국의 학교, 거리, 강당에서 수많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나아가 수요시위에 직접 참석해 뜻을 모아준 점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년간의 수요일>은 그동안 시민들과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으며, 2011년에는 일본으로 수출되어 일본도서관협회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