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지리
캅파도키아 / 카파도키아 (Cappadocia) 이야기 / 갑바도기아
지리와 지역
터키의 아시아 동쪽 지역을 성서에서는 주로 ‘소아시아’ (Minor Asia)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는 ‘아니톨리아’ (Anatolia)라고 합니다. 이 지역은 터키 전체의 약 97% 정도나 되는 넓은 땅입니다. 그래서 이 곳은 보통 5부분으로 나눕니다. 북쪽으로는 ‘흑해지역’ 남쪽은 ‘지중해지역’ 가운데는 ‘동부 아나톨리아’ ‘남동부 아나톨리아’ ‘중부아나톨리아’로 분리합니다. 아나톨리아는 중부 터키의 고원 지대로써 그 동쪽 끝자락에는 5,165m나 되는 ‘아라랏산’이 있습니다.

아나톨리아의 북쪽 방향으로는 쾨로울루 산맥과 도우 산맥이 있어 흑해 지역과 나누어지고 남쪽으로는 토로스 산맥이 가로 놓여 있어 지중해 지역과 구분이 됩니다.
캅파도키아는 바로 이 중부 고원 아나톨리아에 자리 잡고 있는 넓은 지역으로 오늘날에는 ‘카파도캬’ (Kapodokya)로 불리웁니다. 캅파도키아는 ‘네브세히르’ (Nevsehir)와 ‘카이세리’ (Kayseri)라는 커다란 주(州)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여러개의 도시와 마을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방문하려는 ‘괴레메’ (Goreme), ‘우치히사르’ (Uchisar) ‘데린쿠유’ (Derinkuyu), ‘파사바계곡’ (Pasabag Vadis)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마을들입니다.
어원과 역사
캅파도키아라는 지명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하나는 BC 257년에 이 지역을 통치했던 카파토키아왕국의 국명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원래 이 지역을 다스리던 고대 페르시아 말인 ‘카타파투카’ (Katapatuuka)를 알렉산더 이후 그리스어의 발음기호에 따라 소리나는 대로 옮겨 왔다는 겁니다. 그 뜻은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라고 합니다.
캅파토키아는 아주 먼 옛날 헷족속 (Hittite – 힛타이트) 시대로부터 페르시아와 그리스, 로마와 비잔틴 시대를 거쳐 오늘날 터키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자리잡고 살아온 땅입니다. 한때는 동방에서 서방으로 가는 ‘실크로드’가 이 지역을 통과함으로 대상 무역의 길목이었으며 그 후에는 징기스칸의 군대가 이 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기원 후 17년 경 부터로마의 속주가 되었는데 이 때 부터는 로마의 종교적 핍박을 피해 온 기독교인들이 이 곳에 터를 잡고 집과 동굴과 지하 도시를 만들어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기에는 처음 기독교가 국교로 인정받은 것은 기원 후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밀라노의 칙령을 통하여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승인한 때부터입니다. 그러나 역사상 로마보다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드린 나라가 있습니다. 곧 아르메니아 (Armenia)입니다.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성자로 추앙 받고 있는 성 그레고리우스 (St. Gregorius)는 본래 캅파도키아에서 살고 있었는데 마침 로마의 핍박을 피해 도망해 온 그리스도인들에게서 전도를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 그는 자기 고향인 아르메니아로 가서 국왕 티라다테스 3세에게 전도하여 아르메니아는 기원 300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국가가 탄생되게 했습니다. 로마 보다 13년이나 앞섰다는 겁니다.
비잔틴 시대에 들어선 캅파도키아는 수도원운동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점점 타락해 갔습니다. 정치와 결탁이 된 비잔틴 시대, 퇴락되어 가는 교회의 현실에 실망한 많은 수도사들이 이 곳 캅파도키아로 모여들었고 제법 규모가 큰 수도원 운동이 여기 캅파도키아에서 부터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캅파도키아 출신의 성 바실리우스 (St. Basillius)는 초기 수도원 운동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도자 중 한분입니다.
11세기 비잔틴 제국이 셀주크 튀르크와의 전쟁에서 진 후 이 곳 캅파도키아는 급속하게 이슬람 사회로 바뀌어 졌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다시 옛날 로마 시대 처럼 지하로 숨어들었습니다. 그 때부터 캅파도키아 지역에는 수많은 동굴교회들이 만들어졌고 그 동굴 안에는 많은 프레스코 스타일의 성화들로 뒤덮인 벽화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15세기는 오스만 터키가 아나톨리아 전 지역과 더불어 이 곳 캅파도키아도 완전히 지배하게 되어 이 후 4백 여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통치하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세계 제 1차 대전 후 1923년 근대 터키공화국이 건국 되면서 그 때 까지 이곳 캅파도키아 지역에서 긴 세월을 숨어서 지내왔던 기독교인들은 그리스 땅으로 옮겨져 그리스정교회 교인이 되었고 근대 터키공화국은 국교는 없다고 하지만 이슬람이 주종을 이루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 고고학적 발굴 : 이 지역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고고학자이며 예수회의 수도사였던 저판이온 (Jerphanion) 이었습니다. 그는 1907년 이 지역에 들어왔지만 이 지역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한 것은 1958년 멜리트 (I. Melleart)에 의해서 착수되었고 특히 1968년부터 10년 동안은 토파키 호유크 (Topaki Hoyuk)와 그의 팀이 큰 공로를 세웠습니다. 그들은 여기에서 약 9천년 전 신석기 시대의 돌항아리들과 장신구, 냄비와 도자기들을 많이 발굴해 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토파키의 아들 잔크 호유크(Jank Hoyuk)가 청동기 시대의 유물들을 발굴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 이 지역의 지형적 특색 : 캅파도키아는 약 백만년 전 중부 터키의 Erciyes 산맥과 하산 산맥 사이에 대규모 화산 폭발로 형성된 땅입니다. 용암이 솟아나서 만들어진 바위들과 함께 화산재들이 쌓이고 쌓여서 석회석이 되고 그 후 계속된 풍화작용과 침식작용으로 기기묘묘한 자연 동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용암과 화산재로 만들어진 바위들은 응회암이라고 하는데 이는 석회석처럼 단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쉽게 깎여나가고 부서지기에 사람들이 동굴을 파기에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여기 캅파도키아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적갈색, 흰색, 검은색, 주황색 등 형형색색의 수많은 버섯 바위들을 볼 수 있고 깊은 동굴과 지하 도시들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세상에서는 ‘볼수 없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괴레메’ (Goreme) 지역과 ‘파사바 계곡’ (Pasabag)과 ‘우치히사르’ (Uchisar)에는 사람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별의 별 모양의 바위들이 솟아나 있습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지닌 ‘데린쿠유’ (Derinkuyu)와 ‘카이마클르’ (Kaymakli) 같은 지하 도시들은 지하 120m까지 내려가는 곳인데 현재는 지하 8층까지만 발굴이 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자연 동굴들은 기독교인들이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는 자연이 빗어낸 신비입니다. 다만 초기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이 곳으로 옴으로 그들의 신앙적 유산들이 첨가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곳에서 기독교 신앙의 본질인, 환란, 핍박, 순교의 현장을 볼수 있고 정치와 종교, 종교와 종교 사이의 갈등 문제도 읽을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볼 것이 너무 많습니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을 비롯하여 성바실리우스교회를 위시한 교회들과 수도원들, 우치하사르 성채 차우쉰 올드 빌리지, 아바노스 도예마을, 파사바계곡 등등 여러 곳이 있습니다만 시간이 허락되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괴레메 계곡’은 영화 ‘스타워즈’의 현장입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자연 유산 중 하나입니다. 여기 동굴에서는 특히 수많은 프레스코화와 동방교회의 성상들과 ‘아이콘’(Icon)들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천정과 벽에 그려진 이 프레스코화들은 주로 복음서를 중심한 예수의 탄생, 기적들, 성만찬, 십자가의 고난, 부활을 비롯하여, 복음서 저자들과 동방교회 성인들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카파도키아 지역에서는 약 100여개의 동굴교회가 발굴되었는데 주로 십자가 형태에 둥근 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곳의 프레스코화들은 종교간 갈등이나 전쟁으로 파괴된 부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이 지역은 어딜 가나 연약한 사암(sandstone)과 단단한 용암이 서로 얽혀 붙어서 만들어낸 신비한 장관들을 보게 됩니다. AD 1세기부터 4세기 사이 환난과 피박 속에서 이 곳으로 피해 온 디아스포라 크리스챤들이 만들어 낸 1천 여개의 동굴과 지하교회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이곳에서는 유명한 항아리 케밥 Testi Kebab을 먹을 수 있고, 그외 파사바계곡, 우치히사르 비둘기 계곡, 야외 박물관, 전망대 등을 보게 됩니다).

– 데린쿠유와 지하도시 (Derinkuyu, Underground City) : 지금까지 발굴된 지하도시는 모두 36개 입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지닌 데린쿠유는 1910년 영국의 고고학자 캠블 톰슨 (Campbell Thomson)이 발굴했습니다. 그는 여기에서 26km떨어진 곳에 있는 소간리 (Soganli)에서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보이는 석기와 손도끼들도 다량이나 찾아냈습니다. 세계 9대 불가사이 중 하나인 데린쿠유는 1965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지하 120m까지 내려가 보았지만 우리는 지하 8층까지 가 볼 수 있습니다. 무게가 50킬로나 되는 돌문을 열고 내려가면 지하 침실, 식당, 예배실, 회의실, 세례터, 우물, 음식 저장고, 포도주 저장고, 심지어는 신학교 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진 작은 도시를 보게 됩니다. 도대체 무슨 힘과 지혜로 환기통 까지 갖춘 이런 지하도시가 가능했을까? 지상의 주택과 도시를 그대로 옮겨온 이 지하도시는 AD 6~7세기부터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과 아랍인들의 공격을 피하여 만든 곳이라는 설이 전해집니다. ‘또 어떤 이들은 조롱과 채찍질 뿐 아니라 결박과 투옥과 시련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며 궁핍과 환란과 학대를 받았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치 못하느니라 그들은 광야와 산중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히브리서 11장 36-38).
캅파도키아 지역은 동서가 약 20km, 남북이 약 40km나 되는 넓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관광객들 중에는 흔히 잘 알려진 Balloons Tour를 많이 합니다. 아침 일찍 기구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서 일출부터 시작하여 이 지역 일대를 조망하는 관광입니다만 일정표를 보니 우리는 이를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캅파도키아 / 카파도키아 (Cappadocia)의 현지명은 ‘네브쉐히르’ (Nevsehir)로 성경지명은 ‘갑바도기아’ (베드로전서 1:1, 사도행전 2:9, 히브리서 11:37-38)이다. 성경 특히 사도행전과 베드로전서에 등장하는 도시 터키의 카파도키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해진 이 땅에는 예수를 믿는 이들에 대한 탄압과 핍박을 피하고자 지하교회가 생겨났다. 베드로전서의 수신지역 (벧전 1:1) 중 하나이며 오순절 성령강림 때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신자가 된 사람 (행 2:9-10)들도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로마의 탄압을 피해서 피난 온 초대교인들이 숨어서 살았던 지하도시와 동굴교회가 여러 개 발견되었는데 지질적인 특성을 최대로 이용한 모습이다. _ 편집자 주
이길남, 이길선 (시드니인문학교실 회원)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