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단톡방에서
나는 배웠다
샤를르 드 푸코 (1858 ~1916)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만한 사람이 되는 것 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우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 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兩面)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게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음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내가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시인은 카톨릭 수사로 사하라 사막 고원지대에서 은거수도자로 지내다가 알제리 남부의 투아레그족과 가족처럼 살았다. 독실한 이슬람 공동체인 이 부족과 살면서 노동하고 책읽고 죽을 때까지 기도하며, 투아레그어 사전을 만드는데 전념했다. 오세훈 선생 페북글 _ 시드니인문학교실 단톡방에서 최진 대표님
– 홍길복 목사님의 댓글
존경하는 최진선생님,
오늘 아침 올려주신 샤를 드 푸코의 시 “나는 배웠다”를 여러번 거듭해서 읽고 또 그를 검색해서 다른 번역본들과 그의 사람됨을 찿아보았습니다.
3년전 안목이 좁은 제가 우리 인문학교실에서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이즘을 함께 나누면서 소개해 드렸던 미셸 푸코와는 전혀 다른 또 한 사람의 푸코를 보게 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샤를 드 푸코 !
미셸 푸코와 같은 프랑스 사람이긴 하지만 전혀 다른 샤를 드 푸코!
카톨릭 수도사로 사제서품 까지 받았던 그가,
사하라 사막에 들어가 알제리의 투아레그족과
이슬람부족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인생과 역사와 우주를 깨우치고 배웠던 그 삶이,
미천하긴 하지만 우리가 지난주 목요일 저녁,
금년도 첫 인문학교실에서 다루고, 나누었던
나와 다른 그를 인정하고, 사랑하면서, 더불어
진리를 찿아가는 겸손한 발걸음을 다시 생각하고, 되씹으며, 저 자신을 성철하게 해 주네요.
그의 시 제목대로, 저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배우도록 힘쓰겠습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2024년 2월 4일과 5일, 시드니인문학교실 단톡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