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단톡방에서
인문학교실 회원님들 안녕하시지요. 사정상 나가지는 못하나 단톡방을 통하여 소식은 늘 접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최진 선생님이 올리신(위) ”저자의 죽음, 독자의 탄생” 가운데 저자 김미옥씨가 “어떤 책이 발간되면 그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나 독자의 손에 들어가고 그 때부터는 그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나 저자의 의도에 따라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기 마련이라고 쓴 부분을 읽고 몇 마디 논평입니다. 커뮤니케이션 학도의 입장이어서 여기 전체의 핵심에서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먼저 여담입니다. 선생님이란 존칭은 좋은 우리말 표현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같이 늙어 가는 70대 전후 동료들에게는 나이 고하를 막론 그 존칭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절친의 편지에 회답을 하면서 아무개 선생님이라고 썼더니 감당하기 어렵다며 아무개 중령(예비역)이라고 불러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해는 가는데요, 그렇다면 일등병으로 제대한 타인에게 아무게 일등병이라고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최선생님, 우리나라 존칭 사용법 참 어렵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본론입니다. 행복은 마음 속에 있다는 생각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큰 연구 과제입니다. 메시지의 전달과 해석도 작성자(Sender)가 아니라 수용자(receiver)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모든 메시지기 그런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전통적 모델은 도식적으로 1(Source, Sender, Communicator-소스, 작성자, 전달자, 송신자)+2M(message- 메시지)+3(Channel-채널, 전달 수단, 회로, 미디어)+4(receiver-수용자), 줄여서 S+M+C+R입니다. 그러나 더 발전된 오늘의 모델은 여기에다 마지막에 Effect(효과)를 보태주어야 합니다.
전통적 모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이후 전달자가 미사여구를 써 메시지만 잘 꾸리면 메시지는 일방양적으로 잘 전달되어 전달자의 생각대로 효과를 발생한다는 가정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효과의 열쇠는 수용자가 쥐고 있다는 이론이 새로운 연구 대상이지요. 그 과정에는 많은 중간 변수(Intervening variables)들이 개입한다는 사실입니다.
간단한 예로 짧게 써야 하는 시(詩)의 경우 읽고 받아들이는 사상이나 감흥은 독자의 지식 수준이나 사회심리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중 가장 중요한 설득(Persuasion)의 경우는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교훈을 들어야 사람이 남에게 교훈을 늘어 놓는다면 그게 효과를 가져오습니까.
요즘 대북 확성기가 보낼 메시지가 지대한 관심사인데 그런 연구를 사전에 하겠지요. 위에 든 기존의 잘 못된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묘사하느라 학자들이 만든 재미 있는 이론적 표현이 세가지 있습니다.
“컨베이어 이론”(conveyor theory), “총알 이론”(bullet theory), “피하주사바늘 모델”(hyperdemic needle model)입니다. 컨베이어 이론은 매체를 마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conveyor)에 비유하는 것입니다. 매체는 메시지(따라서 그 효과)를 지점 A에서 지점 B로 당연히 옮기는 일을 한다, 그래서 메시지와 효과는 모두 컨베이어를 타고 그대로 옮겨간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총알 이론은 언론이 내보내는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총알과 같아서 일단 발사하면 수용자는 맞아 쓰러진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모델은 언론은 피하주사 같아서 주사기를 찌르고 약(메시지)을 투입하면 금방 강력한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입니다. 다른 비유를 쓰고 있을 뿐 모두 같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메시지 작성자와 전달자로서 한국의 언론과 정치인과 대중 강연자, 목회자를 포함 지식인들은 이런 이론이나 연구에는 아랑곳 없이 메시지만 멋지게 꾸려 쏟아내면 된다고 안일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한국 언론의 사설은 전형적입니다. 대필로 발간하는 유명인의 자서전도 그렇습니다. 위에서 많은 중간 변수를 언급했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게 작성자의 신뢰성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6월 13일, 시드니인문학교실 단톡방에서 김삼오 박사의 글
김삼오 박사 (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