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인문학교실 제2차 인문학여행 (5)
바티칸과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하여
개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안에는 ‘바티칸’으로 불리는 작은 독립국이 있다. 이곳에는 로마 가톨릭의 총 본산인 교황청이 있다. 그래서 바티칸은 교황청을 뜻하기도 하고 하나의 독립국으로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시국’을 뜻하기도 한다. 남유럽에 위치한 도시국가이자 이탈리아 로마시에 둘러싸인 내륙국. 로마 주교이자 전 세계 가톨릭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을 국가원수로 한다.
2011년 3월 2일 호주 매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바티칸의 인구는 여성 32명, 남성 540명으로 총 572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바티칸에 거주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실제 인구는 223명에 불과하다. 비록 이탈리아의 로마에 둘러싸인 형태로 존재하지만, 이탈리아와 다른 나라로서 갖출 건 다 갖춘 어엿한 독립국이다. 특히 세계에 퍼진 가톨릭의 위상을 생각하면 국가 규모에 비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1984년 국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바티칸 시국은 교황청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정된 독립 국가로서의 교황령을 지칭하는 명칭이므로 가톨릭의 최고 통치 기구인 교황청 (敎皇廳, Curia Romana, Roman Curia)과는 다른 개념이다. 따라서 국정을 운영하는 조직 자체도 별도의 추기경단이 따로 있다. 하지만 사실상 교황청 또는 심지어 로마 (Roma, Rome)라는 말 자체가 바티칸 시국을 지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티칸 스스로는 세속적인 의미가 강한 ‘바티칸 시국’도 아니고 엄밀한 의미의 ‘교황청’도 아닌 ‘성좌’ (聖座, Sancta Sedes, Holy See)를 대외적인 공식 국가명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이를 경우에 따라 ‘교황’, ‘교황청’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성좌에 파견된 한국의 특명전권대사는 ‘주교황청 대한민국 대사’로, 성좌가 한국에 파견한 대사는 ‘주대한민국 교황 대사’로 칭하고 있다. 한편 교황대사는 영어로 embassador가 아닌 nuncio라고 부르며, 교황대사관도 Embassy가 아닌 Apostolic Nunciature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바티칸시는 바티칸 언덕과 언덕 북쪽의 바티칸 평원을 포함하며, 총 면적은 0.44km2에 인구는 수백 명에 불과한 극소 국가로서 면적으로 보나 인구로 보나 전세계의 주권 국가 중 가장 작다. 서울시 여의도 면적의 대략 6분의 1 정도로 서울시 보라매공원 크기와 비슷하다.
지리적 상황
‘바티칸’이란 이름이 생겨난 것은 기독교 설립 이전의 시대로, 바티칸 언덕을 뜻하는 라틴어 ‘Mons Vaticanus’에서 유래한 것이다. 바티칸 시국의 영토는 로마의 북서부에 있는 바티칸 언덕과 그 앞 인근에 성 베드로 대성전, 사도 궁전과 시스티나 경당 그리고 바티칸 미술관 등의 건물들이 세워진 평원이다. 1929년 라테라노 조약을 맺으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바티칸의 영토를 환상선에 의해 둘러싸인 구역을 경계선으로 명시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일부 국경 지역은 벽이 없는 대신 어떤 건물들로 선을 긋는 것으로 대신하였으며, 국경의 작은 일부분에는 현대식 벽을 건설하였다. 바티칸의 영토에 포함된 성 베드로 광장은 로마의 나머지 부분과 격리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탈리아 정부와 바티칸은 대체적으로 성 베드로 광장 밖의 비오 12세 광장 구역을 가상의 경계선으로 보고 있다.
인구와 언어
바티칸 시민 594명 (2022년 8월 4일 기준) 가운데 거의 대다수는 바티칸 성벽 안에 거주하며 그 외 나머지는 외국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성좌의 외교 활동을 맡고 있다. 바티칸 시민은 대체로 교황청의 공무를 수행하는 성직자와 스위스 근위대 이렇게 두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티칸 인력의 과반수를 이루는 3천 명의 평신도 일꾼 대다수는 바티칸 밖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이며, 이탈리아 외 다른 나라의 국민은 소수이다. 사실상 바티칸 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은 가톨릭 신자이다.
바티칸 시국의 공용어가 이탈리아어이다. 가톨릭교회의 공식 문서 가운데 권위 있는 것들에는 라틴어가 자주 쓰이며, 입법과 공식 보도에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또한 바티칸 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일상 언어 역시 이탈리아어이다. 스위스 근위대에서는 명령 계통의 언어로는 독일어를 사용하지만, 충성 서약을 할 때는 근위병 개개인마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 각자의 스위스 공용어 중 해당 언어로 한다. 현재 바티칸 시국의 공식 웹사이트 언어들은 라틴어, 이탈리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아랍어이다.
경제
바티칸 시국의 경제는 유일무이한 비영리적 경제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보내는 봉헌금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받거나 우표와 기념품 판매, 미술관 입장 수수료 그리고 출판물 판매 등으로 재정을 충당하기도 한다. 바티칸으로 들어오는 봉헌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른바 베드로 성금이다. 6월 마지막 주일에 전 세계 가톨릭 교구에서 성 베드로 사도의 이름으로 모금된 봉헌금이 바티칸에 전달된다. 바티칸에서 근무하는 평신도 노동자들의 수입과 삶의 질 수준은 로마 시민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바티칸 시국은 독자적인 주화를 유통하고 있다. 바티칸은 유럽 연합과 맺은 특별 조약 (위원회 결의 1999/98/CE)에 따라 1999년 1월부터 유로를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유로화 주화와 지폐는 2002년 1월 1일에 처음 소개되었으며 바티칸에서 자체적으로 유로화 화폐를 만들지는 않는다. 조약에 따라 유로화로 명명된 주화의 발행은 교황이 바뀔 때마다 평소보다 더 많이 발행되는 한 해를 제외하고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바티칸의 유로 주화는 그 희소성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수집가의 열렬한 수집 대상이 되었다. 유로화를 채택하기 전까지 바티칸의 지폐와 주화는 바티칸 리라 통화로 명명되어, 이탈리아 리라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바티칸 시국은 바티칸 은행 (약어는 IOR)이라고 명명된 독자적인 은행도 있다.
김충석 목사 (시드니인문학교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