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남송 시인 육유 (陸游, 1125 ~ 1210) 시모음
육유 (陸游, 1125년 11월 13일 ~ 1210년 1월 26일)는 중국 남송의 시인이다. 자 (字)는 무관 (務觀)이고 호 (號)는 방옹 (放翁)이며, 지금의 절강성 (浙江省) 소흥시 (紹興市)인 월주 (越州) 산음현 (山陰縣) 사람이다.
북송 (北宋)과 남송 (南宋)의 교체기에 태어났으며, 남송 조정이 중원 (中原) 지역을 금 (金)에 내어주고 굴욕적인 화친책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해 가던 시기에 일생토록 금에 대한 항전과 실지 (失地)의 회복을 주장하며 살았던 시인이다. 그의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투쟁 의식은 그의 수많은 우국시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되었으며, 그 헌신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 (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아울러 전후로 도합 1만 수에 달하는 시를 남기고 있어 중국 최다작 (最多作) 작가로서의 명성 또한 지니고 있다.
○ 육유의 시 모음
야유궁(夜游宮)-육유(陸游)
야유궁
雪曉淸笳亂起(설효청가난기) : 눈 내리는 새벽 맑은 풀피리소리 어지러이 들리고
夢游處不知何地(몽유처부지하지) : 꿈에서 노는 곳 어디지 몰라라
鐵馬無聲望似水(철마무성망사수) : 기마병들은 소리도 없이 물처럼 이어진다
想關河(상관하) : 관하를 생각하노니
雁門西靑海際(안문서청해제) : 안문의 서쪽 청해강 가 어디였으리라.
기몽 기 사백혼(記夢寄師伯渾)-육유(陸游)
꿈을 적어 사백혼에게 부치다
睡覺寒燈裏(수교한등리) : 꿈에서 깨니 차가운 등불 안
漏聲斷(누성단) : 물시계 소리 끊어지고
月斜窓紙(월사창지) : 창호지에 달이 기운다.
自許封侯在萬里(자허봉후재만리) : 스스로 제후 되려고 만 리 먼 곳에 와있음을
有誰知(유수지) : 누가 알아주랴만
鬢雖殘(빈수잔) : 귀밑머리 다 빠져도
心未死(심미사) : 마음 아직 죽지 않았어라.
대풍우중작(大風雨中作)-육유(陸游)
큰 비바람 속에서 짓다
風如拔山怒(풍여발산노) : 바람은 산을 뽑을 듯 분노하고
雨如決河傾(우여결하경) : 비는 강을 끊어버린 듯 쏟는다.
屋漏不可支(옥루불가지) : 집은 새어 지탱할 수 없고
窓戶俱有聲(창호구유성) : 창과 문에서는 소리가 나고
烏鳶墮地死(오연타지사) : 까마귀와 솔개는 땅에 떨어져 죽는다.
鷄犬噤不鳴(계견금불명) : 닭과 개는 입을 다물고 울지도 못하고
老病無避處(노병무피처) : 늙은이와 병자는 피할 곳도 하나 없도다.
起坐徒歎驚(기좌도탄경) : 일어나며 앉으며 헛되이 탄식하고 놀랄 뿐
三年稼如雲(삼년가여운) : 삼년 수확한 것이 구름처럼 많았으나
一旦敗垂成(일단패수성) : 익어 가는데 하루아침에 망쳐버렸다.
天豈或使之(천기혹사지) : 하늘이 어째서 이렇게 시켰나
憂乃及躬耕(우내급궁경) : 근심하여 직접 농사짓게 되었도다.
구월십륙일야몽주군하외(九月十六日夜夢)-육유(陸游)
九月十六日夜夢駐軍河外,遣使招降諸城,覺而有作-육유(陸游)
9월 16일 밤, 꿈에
殺氣昏昏橫塞上(살기혼혼횡색상) : 엄습한 살기가 자욱이 깔려있는 변방
東竝黃河開玉帳(동병황하개옥장) : 동쪽에 황하를 끼고 장수의 막사를 세웠다.
晝飛羽檄下列城(주비우격하렬성) : 낮에는 군령을 날려 여러 성에 하달하고
夜脫貂裘撫降將(야탈초구무항장) : 밤에는 담비 갖옷을 벗고 항복한 장수를 선무한다.
將軍櫪上汗血馬(장군력상한혈마) : 장군은 마구간에 피곤한 말을 매어두고
猛士腰間虎文韔(맹사요간호문창) : 용사는 허리춤에 호랑이 문양 활집을 매었다.
階前白刃明如霜(계전백인명여상) : 섬돌 앞에 날카로운 칼날은 서리처럼 밝고
門外長戟森相向(문외장극삼상향) : 문 밖에는 긴 창이 삼엄하게 마주서 있다.
朔風卷地吹急雪(삭풍권지취급설) : 북풍이 땅을 휘감고 폭설을 몰아 불어오니
轉盼玉花深一丈(전반옥화심일장) : 눈 깜짝할 사이눈꽃이 산길 넘어 쌓이는구나.
誰言鐵衣冷徹骨(수언철의냉철골) : 누가 갑옷의 차가움이 뼈 속을 뚫는다 하였는가
感義懷恩如挾纊(감의회은여협광) : 솜이불 덮은 듯이 의리에 감복하고 은혜 느끼노라.
腥臊窟穴一洗空(성조굴혈일세공) : 더러운 오랑캐의 소굴은 한 벗에 휑하게 씻어내니
太行北嶽元無恙(태행북악원무양) : 우뚝한 태항과 북악에는 원래 근심걱정이 없도다.
更呼斗酒作長歌(갱호두주작장가) : 다시 불러서 말술을 가져오게 하여 긴 노래 지어
要遣天山健兒唱(요견천산건아창) : 반드시 천산의 건아들에게 보내어 부르게 해야 한다.
- 원제목은; 九月十六日夜夢駐軍河外,遣使招降諸城,覺而有作
의루(倚樓)-육유(陸游)
누에 기대어
暮雲細細鱗千疊(모운세세린천첩) : 잔잔한 저녁구름 천 겹 쌓인 비늘
新月纖纖玉一鉤(신월섬섬옥일구) : 고운 초승달 옥으로 만든 낫이어라
歎息化工眞妙手(탄식화공진묘수) : 조물주의 묘한 솜씨에 감탄하며
衝寒來倚水邊樓(충한래의수변루) : 추위 뚫고 물가 누대에 기대어섰노라
2005.03
산다(山茶)-육유(陸游)
동백
雪裏開花到春晩(설리개화도춘만) : 눈 속에 꽃이 피니, 오는 봄이 늦은데
歲閒耐久孰如君(세한내구숙여군) : 한가히 오래 견딤에는 너만 한 이 누군가
憑闌歎息無人會(빙란탄식무인회) : 난간에 기대어, 사람 없음 탄식하노니
三十年前宴海雲(삼십년전연해운) : 삼십 년 전 연회에, 바다의 구름같았도다
모춘(暮春)-육유(陸游)
저무는 봄날
數間茅屋鏡湖濱(수간모옥경호빈) : 거울같은 물가에 두어 칸 초가집
萬卷藏書不救貧(만권장서불구빈) : 만권의 장서로도 가난을 면치 못하오
燕去燕來還過日(연거연래환과일) : 제비 오가는데 하루가 다 지나고
花開花落卽經春(화개화락즉경춘) : 꽃이 피고지니 봄날이 다 가는구나
開編喜見平生友(개편희견평생우) : 책을 펼치니 평생의 친구 보이고
照水驚非曩歲人(조수경비낭세인) : 물에 비친 모습 옛날 나 아님에 놀란다
自笑滅胡心尙在(자소멸호심상재) : 우습나니, 오랑캐 멸하픈 마음 아직 남아
憑高慷慨欲忘身(빙고강개욕망신) : 높은 곳에 기대어 강개하며 신상을 잊는다
劍門道中 遇 微雨- 육유(陸游)
검문 가는 길에 가랑비를 만나
衣上征塵雜酒痕(의상정진잡주흔) : 옷에는 여행길 먼지와 온갖 술자국
遠遊無處不消魂(원유무처불소혼) : 머나먼 유람길에 마음 위로할 곳 없도다
此身合是詩人未(차신합시시인미) : 이 몸이 시인에 합당한지 아닌지
細雨騎驢入劍門(세우기려입검문) : 보슬비에 나귀 타고 검문으로 들어선다
소원(小園)-육유(陸游)
소원
村南村北勃鴣聲(촌남촌북발고성) : 남촌 북촌에 비둘기 울음소리
水刺新秧漫漫平(수자신앙만만평) : 논에는 뾰죽한 새 모가 가득하다
行遍天涯千萬里(행편천애천만리) : 세상 끝, 천만 리를 헤매이다
却從隣父學春耕(각종린부학춘경) : 이제 이웃 부형에게 봄농사 배운다
柳橋晩眺 – 육유(陸游)
유교에서 저녁에 바라보다
小浦聞魚躍(소포문어약) : 작은 포구에 물고기 뛰는 소리
橫林待鶴歸(횡림대학귀) : 숲에 누워 학 돌이오기를 기다린다
間雲不成雨(간운불성우) : 간간히 뜬 구름, 비 내리지 않는데
故傍碧山飛(고방벽산비) : 일부러 학은 청산 곁에서 하늘을 난다
춘우(春雨)-육유(陸游)
봄비
春陰易成雨(춘음역성우) : 봄 구름 쉽게 비 되기 쉽고
客病不禁寒(객병불금한) : 나그네 병들어 추위를 못막는다
又與梅花別(우여매화별) : 또 매화꽃과 이별하자니
無因一倚欄(무인일의란) : 이유도 없이 난간에 기대어본다
유산서촌(遊山西村)-육유(陸游)
산서촌에서 유람하다
莫笑農家獵酒渾(막소농가엽주혼) : 농가의 섣달 술 탁주라고 비웃지 말라
豊年留客足鷄豚(풍년유객족계돈) : 풍년에 손님 잡기에 닭도 돼지도 풍족하다
山重水復複無露(산중수복의무로) : 산 첩첩 물 첩첩 길마저 없는 듯 하나
柳暗花明又一村(유암화명우일촌) : 버들 우거지고 꽃 만개하니 또 마을 하나
簫鼓迫隨春社近(소고박수춘사근) : 피리소리 북소리 다가오니 봄제사 가깝고
夜冠簡朴古風存(야관간박고풍존) : 의관이 간소하고 소박하니 옛 풍속 남아있다
從今若許閑乘月(종금약허한승월) : 지금부터 한가한 달구경 허락하신다면
拄杖無時夜叩門(주장무시야고문) : 지팡이 짚고 무시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리라
신필(信筆)-육유(陸游)
붓 가는 대로
急雨初過景物奇(급우초과경물기) : 소낙비 지나자 경물이 뛰어나고
一天雲作細鱗差(일천운작세린차) : 온 하늘 구름은 비늘구름 되었도다
畫橈弄水三十里(화요롱수삼십리) : 그린 것처럼 굽어 물결 친 삼십 리
恰是西村煙瞑時(흡시서촌연명시) : 마치 서쪽 고을이 안개로 어둑한 것 같다
병기(病起)-육유(陸游)
병상에서 일어나
少年射虎南山下(소년사호남산하) : 젊어서는 남산의 호랑이도 쏘아 잡았고
惡馬强弓看似無(악마강궁간사무) : 거친 말 강한 활을 보아도 없는 것같았다
老病卽今那可說(노병즉금나가설) : 늙어 병든 지금은 어찌 말이나 할 수있나
出門十步要人扶(출문십보요인부) : 문을 나가 열 걸음에 남의 부축이 필요다네
약야계상(若耶溪上)-육유(陸游)
약야 계울에서
九月霜風吹客衣(구월상풍취객의) : 구월 달 서릿바람 나그네 옷깃에 불어오고
溪頭紅葉傍人飛(계두홍엽방인비) : 개울 머리에 붉은 나뭇잎 사람 곁으로 날아다닌다
村場酒薄何妨醉(촌장주박하방취) : 시골 마당에 술 담박하니 어찌 취하지 않겠으며
菰正堪烹蟹正肥(고정감팽해정비) : 향기난 나물은 삶을 만하고 게는 한참 살 찌는구나
추일교거(秋日郊居)-육유(陸游) 가을날 교외에 살며-육유(陸游)
行歌曳杖到新塘(행가예장도신당) : 걸으며 노래하며 지팡이 끌고, 새 연못에 이르니
銀闕瑤臺無此凉(은궐요대무차량) : 화려한 대궐 누대도 이보다 시원한 곳은 없으리라
萬里秋雨菰菜老(만리추우고채로) : 만리 가을비에, 향초와 나물은 시들어가고
一川明月稻花香(일천명월도화향) : 온 개울에 밝은 달빛 비치고, 벼꽃은 향기롭구나
제야설(除夜雪)-육유(陸游)
제야의 눈
只怪重衾不禦寒(지괴중금불어한) : 두꺼운 이불마저 추위를 못 막다니
起看急雪玉花乾(기간급설옥화건) : 일어나 급히 내린 눈을 보니 옥같아라
遲明欲謁虛皇殿(지명욕알허황전) : 날 밝기 늦어짐을 허황전에 아뢰려니
厩馬蒙氈立夜闌(구마몽전립야란) : 마굿간 말이 담요 덮혀 밤 난간에 서있다
춘유절구(春遊絶句)-육유(陸游)
봄 유람
一百五十春郊行(일백오십춘교행) : 백오십일 봄들판을 걸으니
三十六溪春水生(삼십육계춘수생) : 삼십육 개울에 봄물이 흐른다
千秋觀裏逢急雨(천추관리봉급우) : 천추관 안에서 소낙비 만나고
射的峰前看晩晴(사적봉전간만청) : 사적봉 앞에서 저녁 갠 하늘을 본다
탐매(探梅)-육유(陸游)
매화를 찾아
江路雲低糝玉塵(강로운저삼옥진) : 강변로에 구름 깔리고 옥먼지 던저지고
暗香初探一枝新(암향초탐일지신) : 은은한 향기 찾아내니 한 줄기가 새롭구나
平生不喜凡桃李(평생불희범도리) : 평생에는 복숭아와 오얏꽃 기뻐하지 않았지만
看了梅花睡過春(간료매화수과춘) : 매화꽃을 보자마자 지난 봄에 취하여 잠드노라
추야관월(秋夜觀月)-육유(陸游)
가을밤 달구경
誰琢天邊白玉盤(수탁천변백옥반) : 누가 하늘 가를 쪼아 백옥쟁반 만들었나
亭亭破霧上高寒(정정파무상고한) : 높게도 구름 깨고 차가운 하늘로 올라간다
山房無客兒貪睡(산방무객아탐수) : 산방에는 객은 없고 아이는 잠만 자니
常恨淸光獨自看(상한청광독자간) : 맑은 달빛 혼자서 바라보니 항상 한스럽다
야의(夜意)-육유(陸游)
밤 생각
睡覺隣鷄已再啼(수각린계이재제) : 잠 깨니 이웃집 닭이 이미 두 번 울고
篷窓澄黑雨凄凄(봉창징흑우처처) : 봉창은 맑고 어둑한데 비 내려 쓸쓸하다
東家蹇驢不用借(동가건려불용차) : 동쪽 이웃 절름발이 노새 빌릴 필요 없나니
明日門前一尺泥(명일문전일척니) : 내일 아침, 문 앞은 진흙이 한 자나 되리라
무제(無題)-육유(陸游)
무제
半醉凌風過月旁(반취능풍과월방) : 취하여 바람 타고 달 곁을 지나니
水精宮殿桂花香(수정궁전계화향) : 수정궁전에 풍겨오는 계수나무꽃 향기
素娥定赴瑤池宴(소아정부요지연) : 미녀는 반드시 요지궁 연회에 이르러고
侍女皆騎白鳳凰(시녀개기백봉황) : 시녀들은 모두가 흰 봉황새 타고 오리라
복산자(卜算子)-육유(陸游)
복산자
驛外斷橋邊(역외단교변) : 역 밖 끊어진 다리 주변
寂寞開無主(적막개무주) : 적막하여 피어도 주인 없도다
已是黃昏獨自愁(이시황혼독자수) : 황혼이 되자 홀로 수심겨워
更着風和雨(갱착풍화우) : 게다가 비바람마저 맞는구나
無意苦爭春(무의고쟁춘) : 무심히 애를 쓰며 봄을 다투니
一任群芳妬(일임군방투) : 여러 꽃들에게 질투 받게 맡겨두었구나
零落成泥碾作塵(영락성니년작진) : 떨어진 꽃잎 진흙 되고 먼지 되어도
只有香如故(지유향여고) : 향기만은 옛날처럼 남아있구나
십일월사일풍우대작(十一月四日風雨大作)-육유(陸游)
십일월 사일 비바람이 크게 일다
僵臥孤村不自哀(강와고촌불자애) : 외로운 고을에 꼿꼿이 누워웠어도 슬프지 않아
尙思爲國戍輪臺(상사위국수륜대) : 여전히 나라 위해 망루를 지킬 일을 생각한다.
夜闌臥聽風吹雨(야란와청풍취우) : 밤은 깊어가고 누우나 바바람 소리 들리고
鐵馬氷河入夢來(철마빙하입몽래) : 얼어버린 강의 무장한 말들이 꿈에 들어왔노라
유월십사일숙동림사(六月十四日宿東林寺)-육유(陸遊)
유월 십사일 동림사에서 묵으며
看盡江湖千萬峰(간진강호천만봉) : 온갖 강과 호수, 산봉우리 다 구경해도
不嫌雲夢芥吾胸(불혐운몽개오흉) : 운몽택 호수가 겨자처럼 내 가슴에 드는 것 싫지 않도다
戱招西塞山前月(희초서새산전월) : 서새산 앞에 뜬 달을 장난삼아 불러다가
來聽東林寺裏鐘(내청동림사리종) : 돌아와 동림사의 종소리 함께 듣는다
遠客豈知今再到(원객기지금재도) : 오늘 다시 온 줄 멀리서 온 나그네가 어찌 알리오만
老僧能記昔相逢(노승능기석상봉) : 동림사 노승은 옛날 만난 일을 기억하고 있구나
虛窓熟睡誰驚覺(허창숙수수경각) : 창 열어두고 깊은 잠 든 것을 누가 깨우리
野碓無人夜自舂(야대무인야자용) : 아무도 없는 들녘, 물방아는 밤에도 혼자 방아찧는다
장가행(長歌行)-육유(陸游)
장가행
人生不作安期生(인생부작안기생) : 사람의 일생에 안기생이 되어
醉入東海騎長鯨(취입동해기장경) : 취하여 동해로 들어 큰 고래 잡아타지 못하여도
猶當出作李西平(유당출작이서평) : 오히려 세상에 나가 이서평이 되어
手梟逆賊淸舊京(수효역적청구경) : 손수 역적을 효수하고 옛 서울 깨끗이 회복해야 하리라
金印煌煌未入手(금인황황미입수) : 나라 회복 못하여 빛나는 황금 도장 아직 얻지 못하고
白髮種種來無情(백발종종래무정) : 백발이 종종하게 무심하게도 찾아왔도다
成都古寺臥秋晩(성도고사와추만) : 성도의 늦가을에 옛절에 누우니
落日偏旁僧窓明(낙일편방승창명) : 지는 해가 다가와 승방이 밝아지는구나
豈其馬上破敵手(기기마상파적수) : 어찌 말 위에서 적을 치던 손으로
哦詩長作寒螿鳴(아시장작한장명) : 시를 읊으며 길이 쓰르라미 소리를 내리오
興來買盡市橋酒(흥래매진시교주) : 흥이 나면 시장 다리목의 술을 모두 사서
大車磊落堆長甁(대거뇌락퇴장병) : 큰 수레에 가득히 긴 술병만 쌓였다오
哀絲豪竹助劇飮(애사호죽조극음) : 구슬픈 현악기와 호방한 관악기가 폭음을 도아
如鉅野受黃河傾(여거야수황하경) : 큰 거야 못이 황하의 물을 비워 받는 듯하도다
平時一滴不入口(평시일적불입구) : 평시에는 한 방울도 먹지 않다가
意氣頓使千人驚(의기돈사천인경) : 의기가 돌면 갑자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한다
國仇未報壯士老(국구미보장사로) : 나라의 원수 갚지도 않았는데 장사는 늙어
匣中寶劍夜有聲(갑중보검야유성) : 상자 속의 보검이 밤에는 소리를 내는구나
何當凱還宴將士(하당개환연장사) : 어느 때나 마땅히 이기고 돌아가 장사들에게 연회 베풀까
三更雪壓飛狐城(삼경설압비호성) : 삼경에 눈 쌓이는 비호성에서 시를 읊는다
황주(黃州)-육유(陸游)
황주
局促常悲類蜀囚(국촉상비류촉수) : 움추려 촉나라 죄수 같은 무리임을 항상 슬퍼하고
遷流還歎學齊優(천류환탄학제우) : 떠돌며 제나라 배우짓이나 배우는 것을 한탄한다네
江聲不盡英雄恨(강성부진영웅한) : 흐르는 강물 소리 영웅의 한을 다 풀어주지 못하는데
天意無私草木秋(천의무사초목추) : 하늘의 뜻은 사심 없어 초목에 벌써 가을이 왔구나
萬里羈愁添白髮(만리기수첨백발) : 만리 밖 나그네 수심은 백발을 더하고
一帆寒日過黃州(일범한일과황주) : 차가운 날에 한 돛단배 황주를 지나간다
君看赤壁終陳跡(군간적벽종진적) : 적벽의 마지막 남은 자취를 그대는 보게나
生子何須似仲謀(생자하수사중모) : 자식을 낳음에 어찌 반드시 중모 손권 같아야 하는가
야독병서(夜讀兵書)-육유(陸游)
밤에 병서를 읽으며
孤燈耿霜夕(고등경상석) : 외로운 등불은 저녁 서리에 번척이고
窮山讀兵書(궁산독병서) : 깊숙한 산 속에서 병서를 읽는다
平生萬里心(평생만리심) : 평생의 만리 강산을 그리는 마음
執戈王前驅(집과왕전구) : 창을 잡고 임금님 앞에서 달리고 싶다
戰死士所有(전사사소유) : 전쟁에서 죽는 것은 선비에게 있는 일
恥復守妻孥(치부수처노) : 다시 처자나 지키는 일 부끄럽도다
成功亦邂逅(성공역해후) : 공업을 이루는 일도 어렵게 만나는 것
逆料政自疏(역료정자소) : 성공만 바라면 다스림이 스스로 소홀해지리라
陂澤號飢鴻(피택호기홍) : 저 비탈의 못에는 주린 기러기 울어대고
歲月欺貧儒(세월기빈유) : 세월은 가난한 선비 기만하는구나
歎息鏡中面(탄식경중면) : 거울 속의 내 얼굴에 탄식하나니
安得長膚腴(안득장부유) : 어찌해야 피부가 여원히 기름질 수 있겠는가
춘잔(春殘)-육유(陸游)
봄은 저무는데
石鏡山前送落曛(석경산전송낙훈) : 석경산 앞에서 지는 해 보냈느니
春殘回首倍依依(춘잔회수배의의) : 저문 봄에 돌아보니 그리움이 짙어진다
時平壯士無功老(시평장사무공로) : 시대가 평화로워 장사가 공적도 없이 늙어
鄕遠征人有夢歸(향원정인유몽귀) : 고향 먼 나그네 꿈 속에 고향에 돌아간다
苜蓿苗侵官途合(목숙묘침관도합) : 거여목 싹은 관도를 침입해 들어가고
蕪菁花入麥畦稀(무청화입맥휴희) : 순무꽃은 보리밭 뚝으로 들어 듬성듬성이 있구나
倦遊自笑摧頹甚(권유자소최퇴심) : 다니며 놀기도 지쳐 심하게 늙은 것을 스스로 비웃으니
誰記飛鷹醉打圍(수기비응취타위) : 누가 기억하리오, 나는 매로 취하여 에워싸고 사냥하던 일을
초발이릉(初發夷凌)-육유(陸游)
이릉을 막 떠나면서
雷動江邊鼓吹雄(뇌동강변고취웅) : 우뢰 소리 강변을 뒤흔들고 북소리 요란한데
百灘過盡失途窮(백탄과진실도궁) : 많은 여울 다지나니 길 잃어 끊어진 듯하도다
山平水遠滄茫外(산평수원창망외) : 창망한 곳 밖에 산은 평평하고 물길 멀어
地辟天開指顧中(지벽천개지고중) : 순식간에 땅이 헐리고 하늘은 열리는 듯하구나
俊鶻橫飛遙掠岸(준골횡비요약안) : 힘찬 송골매는 비스듬이 날아 멀리 언덕을 스쳐가고
大漁騰出欲凌空(대어등출욕능공) : 큰 물고기는 솟아올라 하늘로 오르려한다
今朝喜處君知否(금조희처군지부) : 오늘 아침 나의 기쁜 점을 아는가
三丈黃旗舞便風(삼장황기무편풍) : 석 자 높이의 황색 깃발 바람 따라 품을 추는구나
문우(聞雨)-육유(陸游)
빗소리 들으며
慷慨心猶壯(강개심유장) : 강개한 내 마음 아직도 비장한데
蹉跎鬢已秋(차타빈이추) : 뜻을 못 이룬채 귀밑머리 이미 가을이로다
百年殊鼎鼎(백년수정정) : 인생 백년은 너무나 짧은데
萬事只悠悠(만사지유유) : 인간만사 아득하기만하다
不悟魚千里(불오어천리) : 깨닫지 못하네, 물고기 천리 간 어리석음 깨닫고
終歸貉一丘(종귀맥일구) : 끝내는 한 구릉의 오소리 신세로 돌아감을
夜闌聞急雨(야란문급우) : 밤이 깊어 소나기 소리 들려
起坐涕交流(기좌체교류) : 일어나 앉으니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금착도행(金錯刀行)-육유(陸游)
금도금 칼을 노래하다
黃金錯刀白玉裝(황금착도백옥장) : 황금 도금한 칼을 백옥으로 장식하니
夜穿窗扉出光芒(야천창비출광망) : 밤에는 창문 뚫고 빛을 내는구나
丈夫五十功未立(장부오십공미립) : 사나이 나이 오십에 아직 공을 못 세워
提刀獨立顧八荒(제도독립고팔황) : 칼 뽑아 홀로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京華結交盡奇士(경화결교진기사) : 서울에서 사귄 사람 모두가 뛰어난 선비
意氣相期共生死(의기상기공생사) : 의기로 생사를 함께하자 서로 기약하였다네
千年史冊恥無名(천년사책치무명) : 천 년 역사책에 이름 없음은 부끄러우니
一片丹心報天子(일편단심보천자) : 일편단심 천자에게 마음으로 보답하려네
爾來從軍天漢濱(이래종군천한빈) : 근래에 군을 따라 변방까지 멀리 오니
南山曉雪玉嶙峋(남산효설옥린순) : 종남산은 새벽눈으로 옥산으로 변하였구나
嗚呼!楚雖三戶能亡秦(오호!초수삼호능망진) : 아아, 초나라 세 집이 강한 진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데
豈有堂堂中國空無人(기유당당중국공무인) : 어찌 당당한 중국에 공연히 사람이 없다고 해겠
서분(書憤)-육유(陸游)
분을 적다
早歲那知世事艱(조세나지세사간) : 젊을 때야 어찌 세상 일 어려운 줄 알리오
中原北望氣如山(중원북망기여산) : 중원을 북으로 바라보아 기상은 산과 같았다오
樓船夜雪瓜洲渡(루선야설과주도) : 다락배 따로 과주도에서 밤눈을 맞았고
鐵馬秋風大散關(철마추풍대산관) : 철마 타고 대산관에서 가을 바람 맞았다네
塞上長城空自許(새상장성공자허) : 변방의 긴 성에서 공연히 스스로 뽐내었는데
鏡中衰鬢已先斑(경중쇠빈이선반) : 거울 속 노쇠한 살떡이 벌쩍 반백이 되었구나
出師一表真名世(출사일표진명세) : 출사표 한 작품은 진정 세상에 이름났으니
千載誰堪伯仲間(천재수감백중간) : 천 년 동안 누가 우열을 겨룰 수 있으리오
매화절구(梅花絕句)-육유(陸游)
매화절구
聞道梅花坼曉風(문도매화탁효풍) : 매화는 새벽 바람에 꽃을 피운다고 드었는데
雪堆遍滿四山中(설퇴편만사산중) : 눈더미가 사방 산 속에 가득하구나
何方可化身千億(하방가화신천억) : 무슨 방법으로 이 몸이 천억 개로 나누어져
一樹梅花一放翁(일수매화일방옹) : 한 그루 매화마다 한 이 한 몸 육방옹이 마주 서볼까
심원이수2(沈園二首2)-육유(陸游)
심원
夢斷香消四十年(몽단향소사십년) : 꿈이 깨어지고 향기 사라진지 사십 년
沈園柳老不吹綿(침원류로불취면) : 심원의 버들도 늙어 버들솜도 날리지 않는구나
此身行作稽山土(차신행작계산토) : 이 몸도 장차 회계산의 한 줌 흙이 되련마는
猶弔遺蹤一泫然(유조유종일현연) : 남은 자취 찾아보니 한줄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심원이수1(沈園二首1)-육유(陸游)
심원
城上斜陽畫角哀(성상사양화각애) : 석양의 성 위에 화각소리 애처로운데
沈園非復舊池台(침원비부구지태) : 심원은 다 그 옛날의 누대가 아니로구나
傷心橋下春波綠(상심교하춘파록) : 다리 아래 푸른 봄 물빛에 마음 아아오니
曾是驚鴻照影來(증시경홍조영래) : 일찍이 놀란 기러기 그림자 비춰 날아온 곳이구나
임안춘우초제(臨安春雨初霽)-육유(陸游)
임안에 봄비 개이고
世味年來薄似紗(세미년래박사사) : 몇 년 동안 세상 재미 실처럼 엷어져
誰令騎馬客京華(수령기마객경화) : 누가 시켜 말타고 서울 살게 하였나
小樓一夜聽春雨(소루일야청춘우) : 작은 누각에서 온 밤 동안 봄비소리 들었으니
深巷明朝賣杏花(심항명조매행화) : 내일 아침 깊은 골목길에서는 살구꽃을 팔겠구나
矮紙斜行閒作草(왜지사행한작초) : 폭 좁은 종이 비스듬한 행간에 한가히 초서 써보고
晴窗細乳戲分茶(청창세유희분다) : 맑은 창가에서 거품 띄우며 차맛도 본다
素衣莫起風塵嘆(소의막기풍진탄) : 흰 옷에 흙먼지 일어남을 탄식하지 말아라
猶及清明可到家(유급청명가도가) : 그래도 청명절에는 집에 갈 수 있으리라
시아(示兒)-육유(陸遊)
아들에게
死去元知萬事空(사거원지만사공) : 죽으면 원래 모든 일 끝나는 것 알지만
但悲不見九州同(단비불견구주동) : 다만 구주의 통일을 보지 못하는 것이 슬프다
王師北定中原日(왕사북정중원일) : 왕사가 북으로 중원을 평정하는 날
家祭無忘告乃翁(가제무망고내옹) : 아버지 제사에 이 일 고하는 것 잊지 말아라
매(梅)-육유(陸遊)
매화
三十三年擧眠非(삼십삼년거면비) : 삼십삼 년을 돌아보니 잘못되어
錦江樂事祗成悲(금강악사지성비) : 금강의 즐거운 일 슬픔이 되었다
溪頭忽見梅花發(계두홀견매화발) : 시냇가에서 문득 매화 핀 것을 보니
恰似靑羊宮裏時(흡사청양궁이시) : 마치 청양궁 안에 있는 것 같도다
촌동만조(村東晩眺)-육유(陸遊)
고을 동녘을 바라보다
飽食無營過暮年(포식무영과모년) : 배불리 먹으며 한 일 없이 한해가 저무는데
笻杖到處一蕭然(공장도처일소연) : 대지팡이 집고 이르는 곳마다 쓸쓸하여라
淸秋欲近露霑草(청추욕근노점초) : 팔월이 가까우니 이슬이 풀을 적신다
新月未高星滿天(신월미고성만천) : 초승달은 높지 않고 별은 하늘에 갇득하다
遠火微茫沽酒市(원화미망고주시) : 멀리 불빛은 아득한데 시장에서 술을 사와
叢蒲窸窣釣魚船(총포실솔조어선) : 우거진 부들 풀 속에 낚싯배는 불안하다
哦詩每憾工夫少(아시매감공부소) : 시를 읊으며 공부가 부적함을 아파하며
又廢西窓半夜眠(우폐서창반야면) : 다시 서쪽 창문을 닫고 한밤에야 잠이 든다
중국 남송의 시인 육유 (陸游, 1125 ~ 1210)
육유 (陸游, 1125년 11월 13일 ~ 1210년 1월 26일)는 중국 남송의 시인이다. 자 (字)는 무관 (務觀)이고 호 (號)는 방옹 (放翁)이며, 지금의 절강성 (浙江省) 소흥시 (紹興市)인 월주 (越州) 산음현 (山陰縣) 사람이다.
– 육유 (陸游)
.출생: 1125년 11월 13일, 중국 월주 산음현
.사망: 1210년 2월 2일, 중국 사오싱 시
.부모: 루 자이
.배우자: 왕 시 (1147 ~ 1197)
.자녀: 루 쯔위
.활동분야: 문학가, 역사학자, 정치가
.주요저서: 남당서 (南唐书), 아들 보아라 (示儿)
.주요경력: 푸저우 (福州) 닝더현 (宁德县) 주부 (主簿), 칙령소산정관 (敕令所删定官), 룽싱부통판 (隆兴府通判)
○ 생애 및 활동
육유는 남송대 (南宋代)의 시인으로, 월주 (越州) 산음현 [山陰縣, 지금의 저장성 (浙江省) 사오싱시 (紹興市)] 사람이다.
북송 (北宋)과 남송 (南宋)의 교체기에 태어났으며, 남송 조정이 중원 (中原) 지역을 금 (金)에 내어주고 굴욕적인 화친책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해 가던 시기에 일생토록 금에 대한 항전과 실지 (失地)의 회복을 주장하며 살았던 시인이다.
그의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투쟁의식은 그의 수많은 우국시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되었으며, 그 헌신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 (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아울러 전후로 도합 일만 수에 달하는 시를 남기고 있어 중국 최다작가 (最多作家)로서의 명성 또한 지니고 있다.
38세에 진사가 되어 기주 통판을 지냈다.
고종 (高宗) 시기에 예부 (礼部) 시험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진회 (秦桧)의 배척을 받아 벼슬길이 순탄치 못했으나, 효종 (孝宗)이 즉위한 뒤에 진사 출신으로 푸저우 (福州) 닝더현 (宁德县) 주부 (主簿), 칙령소산정관 (敕令所删定官), 룽싱부통판 (隆兴府通判) 등의 벼슬을 지냈다. 항금 (抗金, 금나라에 대항하자)을 주장해 주화파 (主和派)를 배척했다.
저서로 《검남시고》, 《위남문집》, 《남당서》, 《입촉》등이 있다. 만년에는 효종·광종의 실록 및 《삼조사》를 완성하였다.
그는 일생동안 필경을 멈추지 않았고, 특히 《남당서 (南唐书)》는 사료적 가치가 높으며, 이 책을 완성한 뒤에 산인 (山阴)에 칩거했고, 가정2년 (嘉定二年) 1210년에 세상과 작별하며 마지막 작품 〈아들 보아라 (示儿)〉를 남겼다.
- 문학 세계
육유가 살던 시기 문학적으로는 북송 중기 황정견(黃庭堅)을 중심으로 형성된 강서시파의 시풍이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며 당시 시단의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육유는 이러한 격변의 시대 상황 속에서, 강서시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개성적이며 호방하고 격정적인 필치로, 중원의 회복과 오랑캐 섬멸을 주장하는 비분강개한 심정을 토해내었다. 이런 까닭에 그의 시는 역대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우국시(憂國詩)의 전형으로서 받들어져왔으며, 그 불굴의 열정과 선명한 투쟁의식으로 인해 중국 최고의 애국 시인으로 추앙받아 왔다.
그의 시는 풍격상 크게 세 개의 시기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다시 세분하면 중기를 전후반으로 나눈 네 개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는 강서시파의 영향을 받아 주로 형식기교 방면에 많은 힘을 기울였던 시기이며, 중기 중 전반 재촉시기 (在蜀時期)는 남정 (南鄭)에서의 종군경험을 바탕으로 격정과 호방함을 노래한 우국시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시기이다. 중기 후반 재산음시기 (在山陰時期)는 기본적인 정서나 경향에 있어서는 이전 재촉시기 때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이상에 대한 좌절감으로 인한 울분과 비탄의 정서가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기이다. 말기는 고향에 한거하며 주로 평이하고 질박한 필치로써 전원의 일상적인 생활을 노래한 시기로서, 작품의 양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시기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기별 분기 구분에도 불구하고 육유시에는 주제나 형식에 있어 전시기를 아우르는 공통의 경향이나 원칙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국 (憂國)의 의식’과 ‘형식기교 (形式技巧)의 추구’이다.
○ 평가
북송 (北宋)과 남송 (南宋)의 교체기에 태어났으며, 남송 조정이 중원 (中原) 지역을 금 (金)에 내어주고 굴욕적인 화친책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해 가던 시기에 일생토록 금에 대한 항전과 실지 (失地)의 회복을 주장하며 살았던 시인이다. 그의 불굴의 기상과 강인한 투쟁 의식은 그의 수많은 우국시를 통해 끊임없이 표출되었으며, 그 헌신성과 진정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우국시인 (憂國詩人)으로 추앙받고 있다. 아울러 전후로 도합 1만 수에 달하는 시를 남기고 있어 중국 최다작 (最多作) 작가로서의 명성 또한 지니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