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로버트 번스 / 번즈 (Robert Burns, 1759 ~ 1796)의 모음
- 로버트 번스 / 번즈 (Robert Burns, 1759 ~ 1796)
영국 스코틀랜드 에리셔 출생. 각지의 농장을 돌아다니며 농사를 짓는 틈틈이 옛 시와 가요를 익혔으며, 스코틀랜드의 방언을 써서 자신의 사랑과 마을의 생활을 솔직하게 노래하였다.
최초의 시집 <주로 스코틀랜드 방언에 의한 시집 Poems, Chiefly in the Scottish Dialect> (1786) 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한때는 에든버러에서 문단생활도 하였다.
그의 시는 18세기 잉글랜드의 고전취미의 영향에서 벗어나, 스코틀랜드 서민의 소박하고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점에 특징이 있다.
<센터의 탬 Tam o’Shanter> (1791) 을 비롯한 이야기시의 명작과 <새앙쥐에게 To a Mouse> (1785) 와 <두마리의 개> 처럼 동물을 통하며 인도주의적 사상을 표현한 작품도 있으나, 역시 그의 진면목은 <둔 강둑 The Banks of Doon> (1791) 이나 <빨갛고 빨간 장미 A Red, Red Rose> (1796) 와 같이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1788), <호밀밭에서> 와 같은 가요에 있다.
○ 붉디붉은 장미
오 내 사랑 붉디붉은 장미 같아라
6월에 갓 피어난;
오 내 사랑 노랫가락 같아라
곡조에 맞춰 감미롭게 울리는.
그대 그리 아리따워, 귀여운 아가씨,
내 그대 사무치게 사랑하네;
그대 항상 사랑하리라, 내 사랑아,
온 바다가 마를 때까지.
온 바다가 마를 때까지, 내 사랑아,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질 때까지:
오 그대 항상 사랑하리라, 내 사랑아,
생명의 모래시계가 흘러내리는 동안.
그러니 잘 있어다오, 오직 내 사랑,
그러니 잘 있어다오 잠시 동안만!
반드시 내 다시 올 테니, 내 사랑아,
그 길이 만리길이라 해도.
– A Red, Red Rose
O My Luve’s like a red, red rose,
That’s newly sprung in June;
O My Luve’s like the melodie
That’s sweetly played in tune.
As fair art thou, my bonnie lass,
So deep in love am I;
And I will love thee still, my dear,
Till a’ the seas gang dry.
Till a’ the seas gang dry, my dear,
And the rocks melt wi’ the sun:
O I will love thee still, my dear,
When the sands o’ life shall run.
And fare thee weel, my only luve,
And fare thee weel awhile!
And I will come again, my luve,
Though it were ten thousand mile.
*해설: As fair are thou: As you are beautiful. thou art는 옛 어법으로 you are에 해당된다.
-my bonnie lass: my pretty sweetheart.
-So deep in luve am I: So deep I am in love. 사랑에 아주 깊게 빠져 있다.
-a’ the seas gang dry: all the seas go dry.
-wi’ the sun: with the sun.
-I will luve thee weel: I will love you well.
-the sands o’ life: the sands of life. 생명의 모래. 모래시계의 이미지를 도입하고 있다. 생명의 모래가 흐르는 동안이라는 건 살아 있는 동안이라는 뜻.
-fare thee weel: fare you well. 작별의 인사. 요즘 식으로 하면 farewell.
-mile: miles가 되어야 옳으나 awhile과 운을 맞추기 위해 mile로 썼다. 이는 시인의 특권.
스코틀랜드 방언으로 쓰여 있어 철자가 우리가 아는 영어와 약간 다르다.
아리따운 애인과 한동안 헤어지면서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시이다.
○ 오래 전부터
오랜 친구들이 잊혀지고,
다신 생각나지 않으려나?
오랜 친구들이 잊혀지고,
함께 지낸 날들도 잊혀지려나!
오랜 동안 함께 한, 내 친구여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아직도 여전한 우정의 잔을 드세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우리 둘은 산기슭을 뛰어다녔지.
그리곤 예쁜 데이지 꽃을 뽑았었지.
우린 발이 부르트도록 싸돌아다녔어
지난 오래 동안
우리 둘은 냇가에서 뱃놀이를 하였지
아침부터 저녁때 까지
우리 사이에 놓인 넓은 바다는 포효하듯 출렁거렸지
오래 전부터
자, 내 손을 내밀겠네, 내 진정한 친구여
이제 자네도 손을 이리 내밀게
이제 우리 우정의 술잔을 드세
지난 시절을 생각하면서
– Auld Lang Syne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Should old acquaintances be forgotten,)
And never brought to mind?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Should old acquaintances be forgotten,)
And days o’ lang syne! (And days of long ago!)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times gone by, my dear)
For auld lang syne, (For times gone by,)
We’ll tak a cup o’ kindness yet (We will take a cup of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For times gone by.)
We twa hae run about the braes, (two have run about the hillsides)
And pu’d the gowans fine, (And pulled the daisies fine,)
But we’ve wander’d mony a weary foot (But we have wandered many a weary foot)
Sin’ auld lang syne. (For times gone by.)
We twa hae paidl’t in the burn (We two have paddled in the stream)
Frae morning sun till dine, (From noon until dinner time,)
But seas between us braid hae roar’d (But seas between us broad have roared)
Sin’ auld lang syne. (Since times gone by.)
And there’s a hand, my trusty fiere, (And there is a hand, my trusty friend,)
And gie’s a hand o’ thine, (And give me a hand of yours,)
And we’ll tak a right guid willie-waught (And we will take a goodwill drink (of ale)
For auld lang syne! (For times gone by!)
*해설: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은 번즈가 구전해 내려오던 시를 처음으로 글로 썼고 이를 스코틀랜드의 민요곡에 맞추어 부르게 되었다.
제목을 직역하면 old long since(오래 전부터) 인데 의역을 하면 long long ago(아주 오래 전) 나 days gone by(지난 날들) 나 old times(옛날)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 세계 각국에서는 <올드 랭 사인>을 부른다.
장례식에서나 졸업식에서나 친구와 헤어질 때에 손에 손을 잡고 이 노래를 부른다.
우리 말로도 번역이 되어 <작별> 또는 <석별의 정> 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는 더 인연이 깊다. 해방이 되고나서 얼마동안 애국가를 <올드 랭 사인>의 곡조에 맞추어 불렀다.
애국가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윤치호와 안창호가 작사하였다.
마땅한 작곡가가 없어서 안익태가 곡조를 새로 만들기까지 30년 동안 <올드 랭 사인>의 곡조를 빌렸던 것이다.
또 우리가 청춘이었을 때 가슴을 울렸던 <애수 (哀愁) Waterloo Bridge>라는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하였다.
워털루 다리에서 불행으로 끝난 사랑을 회상하며 연인이 준 마스코트를 만지고 있는 장면과 <올드 랭 사인> 주제곡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
○ 한국 올드 랭 사인 (정든 내친구)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잘가시오 잘 있으오
서로 손목 잡고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도 흘리네
이 자린들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
*해설: 번즈는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을 비롯해서 스코틀랜드의 민요를 모아 시를 많이 지었다.
우리가 자주 부른 <아이 저를 어쩌나 Duncan Gray>와 <들놀이>도 그중에 하나이다.
<들놀이>는 김미선 시인 (1952~,상명여사대 국어교육과)이 어린이를 위해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 …” 로 작사했지만, 원래는 <호밀 밭 사이로>라는 시이다.
○ 들놀이
- 나아가자 동무들아 어깨를 걸고
시내 건너 재를 넘어 들과 산으로
산들산들 가을바람 시원하구나
랄라랄라 씩씩하게 발 맞춰 가자
- 나아가자 동무들아 손목을 잡고
산새 들새 노래하는 들과 산으로
푸른 하늘 흰구름을 바라보면서
랄라랄라 우리들도 노래부르자
○ 호밀 밭 사이로
호밀밭 사이로 걸어나오네, 불쌍해라,
호밀밭을 걸어나오네,
그녀는 다 젖은 페티코트 질질 끌면서,
호밀 밭 사이로 걸어나오네.
오, 제니는 젖어 있어, 불쌍해라,
제니는 마른 적이 없어:
그녀는 다 젖은 페티코트 질질 끌면서,
호밀 밭 사이로 걸어나오네.
누가 누굴 만나서
호밀 밭에서
누가 누구에게 키스하면
나 살려 소리 질러야 하나?
누가 누굴 만나서
호밀 밭에서
누가 누구에게 키스하면
세상 모두가 알아야 하나?
아가씨들은 모두 총각이 있는데
나한테는 없다고 말들 하지만
총각들은 날 보면서 미소를 하지
호밀 밭을 지나면서.
누가 누굴 만나서
시내에서 오다가
누가 누구에게 인사하면
눈살 찌푸릴 필요 있나
아가씨들은 모두 총각이 있는데
나한테는 없다고 말들 하지만
총각들은 날 보면서 미소를 하지
호밀 밭을 지나면서
– Comin’ thro’ the Rye(Coming Through The Rye)
[First Setting]
Comin thro’ the rye, poor body,
Comin thro’ the rye,
She draigl’t a’ her petticoatie
Comin thro’ the rye.
[CHORUS.]
Oh Jenny ‘s a’ weet poor body
Jenny ‘s seldom dry,
She draigl’t a’ her petticoatie
Comin thro’ the rye.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 the rye,
Gin a body kiss a body —
Need a body cry.
Oh Jenny ‘s a’ weet, &c.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 the glen;
Gin a body kiss a body —
Need the warld ken!
Oh Jenny ‘s a’ weet, &c.
[Second Setting]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thro’ the rye,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cry;
Ilka body has a body, ne’er a ane hae I;
But a’ the lads they loe me, and what the waur am I.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frae the well,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tell;
Ilka body has a body, ne’er a ane hae I,
But a the lads they loe me, and what the waur am I.
Gin a body meet a body, comin frae the town,
Gin a body kiss a body, need a body gloom;
Ilka Jenny has her Jockey, ne’er a ane hae I,
But a’ the lads they loe me, and what the waur am I.
*해설: <호밀 밭 사이로>는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동요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요를, 당시 청교도 사회에서, 번즈는 대담하게 표현한 것 같다.
-rye: grass grown for grain.
-weet: wet.
-draigl’t: draggled, made wet and soiled by dragging, or lying down.
-Gin: if (perhaps from “gif”).
-cry: call out [for help].
-glen: lonely narrow valley.
-warl: world.
-ken: know.
-ain: own.
-Ilka: each, every.
-nane: none. -ha’e: have.
-ne’er a ane hae I: never a one have I
(meaning, perhaps, that she believes herself unattractive).
-loe: love.
-waur: worse off.
-gloom: act sullen.
[The first setting]은 번즈의 서명이 있는 확실히 번즈가 쓴 시이다.
[Second Setting]은 번즈의 서명은 없지만 그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쁜 시골 처녀 제니 (Jenny)가 호밀밭 사이로 걸어 나온다. 치마가 젖어 있다.
비에 맞아서인지 이슬 때문인지 젖어 있다. 호밀밭 사이로 걸어 나올 때마다 젖어 있다.
스코틀랜드의 방언을 많이 썼다.
미국 고등학교 필독서 중의 하나로 <호밀밭의 파수꾼 The Catcher in the Rye>이라는 소설이 있다.
샐린저 (J. D. Salinger)의 유일한 소설로, 마음은 착하지만 공부에도 친구에게도 모든 것에 재미를 못 부치고 방황하는 17세 된 학생이 주인공이다.
모든 과목에 낙제 점수를 받고 방학이 되어 집에 가기 전에 뉴욕에 들린다.
뉴욕에서 데이트도, 술집도, 창녀에게도 다 재미를 못 부치는데,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호밀밭에서 누가 누굴 만나면” 하고 노래 부르는 것을 “호밀밭에서 누가 누굴 잡으면” 으로 잘못 알아 듣는다.
어린이들이 호밀밭에서 놀다가 절벽에 떨어지면 어쩌나, 내가 붙잡아 주어야지, 그래 내가 자라면 잡아주는 사람 (catcher)이 되겠어, 이렇게 생각하고 처음으로 즐거워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었다.
○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강이여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이여 녹색의 언덕들 사이로
조용히 흘러라 너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러 주마
나의 메리는 졸졸졸 너의 물소리에 잠이 들었다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이여 그녀의 꿈을 깨우지 마라
그대 골짜기를 통해 메아리치는 들비둘기 떼야
들판의 가시덩굴 속에서 휘파람 부는 검은 새들아
그대 초록빛 벼슬을 가진 물떼새여 그대의 비명을 참아라
내가 명하노니, 나의 잠자는 요정을 방해하지 말아라
그대 주위의 언덕은 얼마나 높이 솟았는가, 아프톤이여
맑고 구불구불한 시내물이 저 멀리 흐르는구나.
정오의 태양이 높이 솟을 때 나는 매일 거기를 거닌다
나의 양떼들과 메리의 아담한 오두막을 한 눈에 보면서
그대의 강둑과 그대 아름다운 계곡은 얼마나 멋진가
숲 속에선 야생으로 앵초꽃이 흩날리고
거기에 가끔, 부드러운 저녁바람 잔디 위로 불어오면
달콤한 향내나는 자작나무는 메리와 나에게 그늘 만드네
그대 수정 같은 개울 애프톤이여, 얼마나 사랑스런 흐름인가
그리고 메리가 사는 오두막을 지나가며 흐르네
너의 물결은 눈같이 하얀 그녀의 발을 씻기고
그녀가 향기로운 꽃을 꺾을 때 그대의 맑은 물결에 부딛치네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이여 녹색의 언덕들 사이로
조용히 흘러라 멋진 강이여, 내 노래의 주제여
나의 메리는 졸졸졸 너의 물소리에 잠이 들었다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이여 그녀의 꿈을 깨우지 마라.
– Flow Gently Sweet Afton Flow gently sweet Afton among thy green braes
Flow gently I’ll sing thee a song in thy praise
My Mary’s asleep by thy murmuring stream
Flow gently sweet Afton, disturb not her dream Thou stock dove whose echo resound through the glen
Ye wild whistling blackbirds in yon thorny den
Thou green crested lapwing thy screaming forbear
I charge you, disturb not my slumbering fair How lofty, sweet Afton, thy neighboring hills
Far marked with the courses of clear winding rills
There daily I wander as noon rises high
My flocks and my Mary’s sweet cot in my eye How pleasant thy banks and sweet valleys below
Where wild are the woodlands, the primroses blow
There oft, as mild evening weeps over the lea
The sweet scented birk shades my Mary and me Thy crystal stream, Afton, how lovely it glides
And winds by the cot where my Mary resides
How wanton the waters her snowy feet lave
As gathering sweet flowers, she stems thy clear wave
Flow gently sweet Afton among thy green braes
Flow gently sweet river, the theme of my lays
My Mary’s asleep by thy murmuring stream
Flow gently sweet Afton, disturb not her dream
*해설: brae : (Scots) a hillside, a slope 언덕
-stock dove : 들비둘기 (유럽산)
-glen : a deep narrow valley 골짜기
-den : 돌굴, 소굴
-crest·ed : 벼슬을 가진
-lap wing : 댕기물떼새
-forbear : 참다
-birk : (Scots) birch 자작나무
-woodland : 산림지, 숲속
-primrose : 앵초, 취란화
-wanton : 변덕스런, 방종한, 바람둥이, 장난꾸러기
-lave : 씻다, 물에 담그다
-stem : 거스르다, 막다
-lay : 시, 노래, 새의 지저귐
<멋진 아프톤 Sweet Afton>은 스코틀랜드 에어셔 (Ayrshire)에 있는 에프턴(Afton) 강을 묘사한 서정시다.
1791년 번즈(Robert Burns)에 의해 쓰여졌고 1837년 미국 작곡가 스필만 (Jonathan E. Spilman)이 <조용히 흘러라, 멋진 아프톤강이여 Flow gently, sweet Afton>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음악으로 만들었다.
이 “시”는 원래 스코틀랜드 뮤지컬 박물관에서 번즈가 노래로 출판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의 시 에는 부드럽고 달래는 듯한 리듬에 기여하는 여러 개의 단락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평화를 위한 찬송가로 볼 수도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