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
6월의 긴 날들을
산딸기와 로제 와인 방울과 이슬을
쫓겨난 사람들의 농장 위를 빈틈없이 뒤덮는 쐐기풀을 기억하라
너는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해야만 한다
네가 본 멋진 요트와 배들,
이들 중 하나만 먼 여행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에겐 소금기 가득한 망각만이 기다린다
너는 갈 곳도 없이 걷고 있는 난민들을 보았고
처형자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것도 들었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해야만 한다
하얀 방에 우리가 함께 있었던 순간을 기억하라
커튼은 펄럭이고 있었다
음악이 폭발하던 콘서트의 기억으로 돌아가라
가을이면 너는 공원에서 도토리를 주웠고
나뭇잎들은 땅의 흉터 위에 소용돌이쳤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라
개똥지빠귀가 잃어버린 회색의 깃털을
흩어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부드러운 빛들을

아담 자가예프스키
저자 아담 자가예프스키는 고향을 배반한다. 한번 잃어버린 고향은 결국 어느 장소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1945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자가예프스키는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가축 운반차에 실려 새로운 땅으로 추방당한다. 그 이후 그는 영원한 이방인, 자기 자신까지도 타인으로 느끼는 삶에 지배당한다. 고향 상실과 독재 정치는 자가예프스키의 시 세계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공산 사회의 실체를 폭로한 ‘크라쿠프 뉴웨이브’, 곧 1968년 전후로 등단한 작가 단체인 ‘68세대’의 중심인물로 유명해지지만 그의 작품은 곧 금서 목록에 오른다. 그러나 자가예프스키는 정치적인 상황보다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상황에 더 큰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억압받는 자의 고독에 깊이 천착한다. “나는 시가 내 국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감정, 의견, 기쁨, 슬픔으로부터 커 가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자가예프스키는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체스와프 미워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를 잇는 대표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고 한국의 고은 시인과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다. 그는 우리 시대의 가장 강렬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다. 시를 읽는 사람이 적어지는 지금의 현실에서 그는 시의 열렬한 옹호자이다. “당신은 시를 쓴다. 당신은 살아 있다. 당신이 시를 쓴다면 그것은 그저 슬퍼하기보다 더 큰 전체적인 무언가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시에서 당신은 어떤 인간성 같은 것을 복원하려는 것이다. 인간성은 웃음과 울음의 혼합이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 기꺼이 내놓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 안에 그리고 다른 물건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에게 보편적인 선, 우리 내부에 저마다 존재하는 신, 깊은 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다 더 가깝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