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영국의 시인 스티븐 스펜더 (Stephen Spender, 1909 ~ 1995)의 시 (詩) ‘그의 사랑에게’ / ‘위대한 사람’

○ 그의 사랑에게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몰려와
씻어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을 말아요.
언젠가 죽을 운명인데
불멸의 것으로 하지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씻겨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의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
설령 죽음이 온 세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 위대한 사람
나는 진실로 위대한 사람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네.
끝없이 노래하는 태양의 시간이 있는 빛의 복도를 통해
자궁에서부터 영혼의 역사를 기억했던 그들.
볼에 닿은 입술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래에 뒤덮인
영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아름다운 야망이었네.
그리고 그들은 꽃송이 같은 몸으로
떨어지는 욕망을 봄의 가지에 묻어 놓았네.
귀한 것은, 우리 세상 이전 세상의 바위틈에서 나오는
환희의 피를 결코 잊지 않는 법.
소박한 아침 햇살에 쌓인 즐거움을 결코 부인하지 않으며,
사랑에의 욕구를 부인하지 않는다네.
오고가는 차량의 소음에 숨 막히게,
영혼의 꽃에 안개에 휩싸이게 하지 않는다네.
가장 높은 들판의 눈 근처, 태양 근처에서 어떤 이름들이
흔들리는 풀잎과 흰 구름 뭉치와
귀 기울이는 하늘의 바람 소리의 축하를 받는지 보아라.
삶을 위해 싸운 진지한 인생을 산 이름들,
그들의 심장은 불의 중심이었네.
태양을 향해 여행하는 태양으로 태어난 자들,
그들은 생생한 대기에 영광의 흔적을 남겨 놓았네.

*스티븐 스펜더 (Stephen Spender, 1909 ~ 1995)
스티븐 스펜더 (Stephen Spender, 1909년 2월 28일 ~ 1995년 7월 16일)는 런던에서 출생하여 옥스퍼드대학 재학 중에 루이스, W. H.오던 등과 그룹을 만들어 문학운동을 함께 하였고, 1930년에 등단하였다. 현실참여적인 시 (詩)를 많이 썼으며 에스파냐 내전에서는 공화정군 측의 의용병으로 참가했고 정치의식이 강한 시를 발표하였다. 초기의 부드러운 심정의 낭만주의 시풍의 《조용한 중심》(1939) 시집을 발표한 후에 보다 강인한 어투의 《관용의 나날》(1971)로 변화하였다.
평론으로는 H. 제임스 등의 근대문학에는 근대사회로 통하는 하나의 파괴적 원리, 불길한 정치운명의 자각이 인정된다고 한 《파괴적 요소》(1935)와 파괴적 요소를 정치적 계략이 아니라 사회자체로 다시 파악하고, 작가 개인의 창조적 에너지(꿈)의 관점에서 19세기 말 이후 문학의 3국면을 논한 《창조적 요소》(1953), 《미국과 영국의 애증의 관계》(1974) 등이 있고 자서전 《세계 속의 세계》(1951)가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