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편
이상 (李箱, 1910 ~ 1937)의 시 모음

이상 (李箱, 1910년 9월 23일 / 음력 8월 20일 ~ 1937년 4월 17일)은 일제강점기의 시인, 작가,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로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작가이자 아방가르드 문학가이다.
본명은 김해경 (金海卿)이다.
이상은 일제강점기 「오감도」, 「이런 시」, 「거울」 등을 저술했다.
*거울
거울속에는 소리가 없오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오
내말을 알아듣는 딱한귀가 두개나 있오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요
내 악수를 받을줄 모르는-악수를 모르는 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속으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오
나는 지금 거울을 안가져오마는 거울속에는 늘 거울속의 내가 있오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께요
거울속의 나는 참나와는 반대요마는 또꽤닮았오
나는 거울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으니 퍽섭섭하오
*꽃나무
벌판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수 없소. 나는 막달아났소. 한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가정
문(門)을 암만잡아다녀도 안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生活)이모자라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졸른다. 나는 우리집 내문패(門牌) 앞에서 여간성가신게 아니다. 나는 밤속에 들어서서 제웅처럼 자꾸 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 야봉(封) 한창호(窓戶)어데라도 한구석 터놓아다고 내가 수입(收入)되어 들어가야하지 않나. 지붕에 서리가 내리고 뾰족한데는 침(鍼)처럼 월광(月光)이 묻었다. 우리집이 앓나보다 그러고 누가 힘에겨운 도장을 찍나보다. 수명(壽命)을 헐어서 전당(典當)잡히나 보다. 나는 그냥 문(門)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달렸다. 문(門)을열려고 안열리는 문(門)을 열려고.
*거리
- 여인이 出奔한경우
백지위에 한줄기 철로가 깔려있다.
이것은 식어들어가는 마음의 圖解다.
나는 매일虛爲를 담은 전보를 발신한다.
명조도착이라고.
또 나는
나의 일용품을 매일 소포로 발송하였다.
나의 생활은 이런 재해지를
닮은 거리를 점점 낯익어갔다.
*아침
캄캄한 공기를 마시면 폐에 해롭다. 폐벽에 끌음이 앉는다. 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많기도 하더라. 실어 내가 기도하고 실어 들여오기도 하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새벽이된다. 폐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사이에 무엇이 없어졌나 살펴본다. 습관이 도로와있다. 다만 내치사한 책이 여러장 찢겼다. 초췌한 결론위에 아침햇살이 자세히 적힌다. 영원히 그 코없는 밤은 오지않을듯이
*수염
(수수그밖에수염일수있는것들모두를이름)
1
눈이 존재하여 있지 아니하면 아니될 처소는 삼림인 웃음이 존재하여 있었다
2
홍당무
3
아메리카의 유령은 수족관이지만 대단히유려하다
그것은 음울하기도한 것이다
4
계류에서―
건조한식물성이다
가을
5
일소대의 군인이 동서의 방향으로 전진하였다고 하는것은 무의미한 일이아니면 아니된다
운동장이 파열하고 균열한 따름이니까
6
심심원
7
조(粟)를 그득넣은 밀가루포대
간단한 수유의 월야이었다
8
언제나도둑질할 것 만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지는 아니하였다고 한다면 적어도 구걸이기는 하였다
9
소한것 은밀한것의 상대이며 또한
평범한 것은 비범한것의 상대이었다
나의 신경은 창녀보다도 더욱 정숙한 처녀를 원하고 있었다
10
말(馬)―
땀(汗)―
여, 사무로써 산보라하여도 무방하도다
여, 하늘의 푸르름에 지쳤노라 이같이 폐쇄주의로다
*이런 시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끄집어내어놓고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듯한 생각이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 그 돌이 깨끗이 씻꼈을터인데 그이틀날 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 돌이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을 자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을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같아서 이런 시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1933. 6. 1
천평위에서 삼삽년 동안이나 살아온 사람 (어떤과학자)
삼십 만개나 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 사람(역시)
인간칠십 아니 이십사년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 자서전에 자필의 부고를 삽입하였다 이후나의 육신은 그런고향에는 있지않았다 나는 자신 나의 시가 차압당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화로
방거죽에 극한이 와닿았다. 극한이 방속을 넘본다. 방안은 견딘다. 나는 독서의 뜻과 함께 힘이든다. 화로를 꽉쥐고 집의 집중을 잡아땡기면 유리창이 움푹해지면서 극한이 흑처럼 방을누른다. 참다못하여 화로는 식고 차갑기때문에 나는 적당스러운 방안에서 쩔쩔맨다. 어느 바다에 호수가 미나보다. 잘다져진 방바닥에서 어머니가 생기고 어머니는 내아픈데에서 화로를 떼어가지고 부엌으로 나가신다. 나는 겨우폭동을 기억하는데 내게서는 억지로 가지가 돋는다.
두팔을 벌리고 유리창을 가로막으면 빨래방맹이가 내 등의 더러운의 상을 뚜들긴다. 극한을 걸커미는 어머니―기적이다. 기침약처럼 따끈따끈한 화로를 한아름 담아가지고 내 체온위에 올라서면 독서는 겁이나서 곤두박질을 친다.
*이상한 가역반응
임의의 반경의원(과거분사의시세)
원내의 일점과 원외의 일점을 결부한 직선
두 종류의 존재의 시간적 영향성
(우리들은 이것에 관하여 무관심하다)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
현미경
그밑에 있어서는 인공도 자연과 다름없이 현상되었다.
같은날의오후
물론 태양이 존재하여 있지아니하면 아니될 처소에 존재하여 있었을 뿐만아니라 그렇게 하지아니하면 아니될 보조를 미화하는 일까지도 하지아니하고 있었다.
발달하지도 아니하고 발전하지도 아니하고 이것은 분노이다.
철책밖의 백대리석 건축물이 웅장하게 서있던
진진 5의 각바아의 나열에서
육체에 대한 처분을 센티멘탈리즘하였다.
목적이있지 아니하였더니 만큼 냉정하였다.
태양이 땀에 젖은 잔등을 내려쬐었을때
그림자는 잔등 전방에 있었다.
사람은 말하였다.
「저변비증환자는 부자집으로 식염을 얻으려 들어가고자 희망하고 있는 0것이다」라고
…………
*절 벽(絶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다.
향기香氣가 만개滿開한다.
나는 거기 묘혈을 판다.
묘혈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속에 나는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기롭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향기가 만개만개한다.
나는잊어 버리고 재차 거기 묘혈墓穴을 판다
묘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로 나는 꽃을 깜빡잊어 버리고들어간다.
나는 정말 눕는다.
아아 꽃이 또 향기롭다.
보이지 않는 꽃이
-보이지도 않는 꽃이.
*위치 (位置)
중요한 위치에서 한성격의 심술이 비극을 연역(演繹)하고있을 즈음 범위에는 타인이 없었던가. 한주(株)-분(盆)에 심은 외국어의 관목(灌木)이 막돌아서서 나가 버리려는 동기요 화물(貨物)의 방법이와 있는 의자(倚子)가 주저앉아서 귀먹은체할 때마침s 내가 구두(口讀)처럼 고사이에 낑기어 들어섰으니 나는 내책임의 맵시를 어떻게해보여야하나. 애화(哀話)가 주석(註釋)됨을 따라 나는 슬퍼할 준비라도 하노라면 나는 못견뎌 모자를 쓰고 밖으로나가 버렸는데 웹사람하나가 여기남아 내 분신(分身) 제출할것을 잊어 버리고 있다.
*최후
사과 한알이 떨어졌다.
지구地球는 부서질 그런정도로 아팠다.
최후最後이미 여하如河한 정신情神도
발아發芽하지 아니한다.
*오감도(烏瞰圖)
- 時弟一號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같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제 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4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5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6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7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8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9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0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2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 13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십삼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람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2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그 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워하는 아해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하오.)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 時弟二號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도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니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뛰어 넘어야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 時弟三號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 時弟四號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 책임의사 이상
- 時弟五號
전후좌우를 제(除)하는 유일의 흔적(痕跡)에 있어서
익은 불서목불대도(翼殷不逝目不大覩)
반왜소형의 신의 안전(眼前) 에 아전낙상(我前落傷)한 고사(故事)를 유(有)함
장부(臟腑)라는 것은 침수된 축사(畜舍)와 구별될수 있을란가
- 時弟六號
앵무 ※ 2필
2필
※ 앵무는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 2필을 아는것은내가 2필을 알지못하는 것이니라. 물론 나는 희망할 것이니라.
앵무 2필
“이소저는 신사 이상의 부인이냐””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2필
2필
물론 나는 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 것까지도 없이 자퇴하였느니라. 나의 체구는 중추를 상실하고 또 상당히 창랑하여 그랬든지 나는 미미하게 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나””나의-아-너와 나”
“나”
sCANDAL이라는것은 무엇이냐.”너” “너구나”
“너지” “너다” “아니 다너로구나” 나는 함뿍젖어서 그래서 수류처럼 도망하였느니라. 물론 그것은 아아는 사람 혹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럴는지 그것조차 그럴는지.
- 時弟七號
구원적거(久遠謫居) 의지(地)의 일지(一枝)· 일지에 피는 현화(顯花)· 특이한 4월의 화초· 30륜(輪)· 30륜에 전후되는 양측의 명경(明鏡)· 맹아(萌芽)와 같이 희희(戱戱)하는 지평(地平)을 향하여 금시금시 낙백(落魄)하는 만월·청한의 기(氣)가운데 만신창이의 만월이의 형당하여 혼륜(渾淪)하는·적거(謫居)의지를 관류하는 일봉가신(一封家信)·나는 근근히 차대(遮戴)하였더라·몽몽한 월아(月芽)·정일을 개엄하는 대기권의요원·거대한 곤비(困憊)가운데의 일년 4월의 공동(空洞)·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 성좌와 성좌의 천열(千裂)된 사호동(死胡同)을 포도하는 거대한 풍설·강매·혈홍으로 염색된 암광채임리한망해·나는 탑배하는 독사와 같이 지하에 식수되어 다시는 기동할수 없었더라·천량이 올때까지
- 時弟八號
제1부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마취된 정면으로부터 입체와 입체를 위한 입체가 구비된 전부를 평면경에 영상시킴. 평면경에 수은을 현재와 반대측면에도 말이전함.(광선침입방지에주의하여) 서서히 마치를 해독함. 일축철필과 일장백지를지급함.(시험담임인은 피시험인과 포옹함을 절대기피할 것)순차수술실로부터 시험인을 해방함.익일.평면경의 종축을 통과하여 평면경을 2편에 절단함.수은도말2회.
ETC 아직 그 만족한 결과를 수득치 못하였음.
제2부시험 직립한평면경 1
조수 수명
야외의 진공을 선택함. 위선마취된 상지의 첨단을 경면에 부착시킴. 평면경의 수은을 박락함. 평면경을 후퇴시킴.(이때 영상된 상지는 반드시 초자를 무사 통과하겠다는 것으로 가설함) 상지의 종단까지. 다음 수은도말.(재래면에)이 순간 공전과 자전으로부터 그 진공을 강차시킴.완전히 2개의 상지를 접수하기까지.익일.초자를전진시킴. 연하여 수은주를 재래면에 도말함.(상지의처분)(혹은멸형)기타. 수은도말면의 변경과 전진후퇴의 중복등.
ETC 이하불상.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 時弟九號
매일같이 열풍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 닿는다. 황홀한 지문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드자마자 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에 묵직한 총신을 느끼고 내 다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를 느낀다. 그러더니 나는 총 쏘으드키 눈을 감으며 한방 총탄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어배앝었더냐.
- 時弟十號
찢어진 벽지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그것은 유계(幽界)에 낙역되는 비밀한 통화구다.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어서드키 나비도 날라가리라. 이런 말이 결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한다.
- 時弟十一號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적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흠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 時弟十二號
때묻은 빨래 조각이 한 뭉덩이 공중으로 날라 떨어진다. 그것은 흰 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한 한 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이 끈나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이다.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한 하늘 이편에 방망이로 흰 비둘기의 떼를 때려 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시작된다. 공기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 비둘기의 떼는 도 한번 손바닥만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 時弟十三號
내 팔이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당하는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읽어 버린 내 두 개 팔을 나는 촉(燭)대 세움으로 내 방안에 장식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을 내이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얇다란 예의를 화초분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 時弟十四號
고성 앞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내 모자를 벗어 놓았다. 성 위에서 나는 내 기억에 꽤 무거운 돌을 매어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껏 팔매질쳤다. 포물선을 역행하는 역사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 밑 내 모자 곁에 한 사람의 걸인이 장승과 같이 서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걸인은 성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은 종합된 역사의 망령인가. 공중을 향하여 놓인 내 모자의 깊이는 절박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은 표표한 풍채를 허리 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 속에 치뜨려 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하였다. 심장이 두개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속자국이 낙인되어 언제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 時弟十五號
-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을 담은 군용 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렵혀 놓았다.
- 나는 거울 있는 실내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하려고.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침울한 얼굴로 동시에 꼭 들어온다. 거울 속의 나는 내게 미안한 뜻을 전한다. 내가 그 때문에 영이되어 떨고 있다.
-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거울. 무능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등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네게 가리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 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 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 모형 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보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이상 (李箱, 1910 ~ 1937)
이상 (李箱, 1910년 9월 23일 ~ 1937년 4월 17일) 본명 김해경 (金海卿). 서울 출생으로 일제 강점기의 시인, 작가,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다.
보성고보 (普成高普)를 거쳐 경성고공 (京城高工) 건축과를 나온 후 총독부의 건축기수가 되었다. 1931년 처녀작으로 시 〈이상한 가역반응 (可逆反應)〉 〈파편의 경치〉를 《조선과 건축》지에 발표하고, 1932년 동지에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 (建築無限六面角體)〉를 처음으로 ‘이상 (李箱)’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1933년 3월 객혈로 건축기수직을 사임하고 배천온천 (白川溫泉)에 들어가 요양을 했다. 이때부터 그는 폐병에서 오는 절망을 이기기 위해 본격적으로 문학을 시작했다. 이상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은 공사장 인부들이 그의 이름을 잘 모르고 ‘리상 (李씨)’이라고 부르니까 그대로 ‘이상’이라고 했다지만 학교 때의 별명이라는 설도 있다.
요양지에서 알게 된 기생 금홍과 함께 귀경한 그는 1934년 시 《오감도 (烏瞰圖)》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난해하다는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했다. 1936년 《조광 (朝光)》지에 《날개》를 발표하여 큰 화제를 일으켰고 같은 해에 《동해 (童骸)》《봉별기 (逢別記)》 등을 발표하고 폐결핵과 싸우다가 갱생 (更生)할 뜻으로 도쿄행 [東京行]을 결행하였으나, 불온사상 혐의로 일본경찰에 체포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 도쿄대학교 부속병원에서 병사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기 외에 소설 《지주회시 (⊙呪會豕)》 《환시기 (幻視記)》 《실화 (失花)》 등이 있고, 시에는 《이런 시 (詩)》 《거울》 《지비 (紙碑)》 《정식 (正式)》 《명경 (明鏡)》, 수필에는 《산촌여정 (山村餘情)》 《조춘점묘 (早春點描)》 《권태 (倦怠)》 등이 있다. 1957년 80여 편의 전 작품을 수록한 《이상전집 (李箱全業)》 3권이 간행되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