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소개
디아스포라 주변인 : 단절, 주변화, 문화화
박종수 교수 / 동연 출판 / 2024년 6월 10일
“주류 사회 구성원도, 한국 사회의 한국인도 할 수 없는, 오직 디아스포라 주변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고 그 일들을 감당할 때, 주변성의 한계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목차
이 책의 의미
_ 김도일, 양희정, 장성훈, 김종두, 이성은, 김세현
프롤로그
1장╻이민자의 삶: 단절, 주변화, 집단화 그리고⋯
2장╻이민자의 적응과 정착: 문화화
3장╻이민자와 정체성
4장╻이민 신학
5장╻이민 교회
6장╻이민 교회의 목회와 교육
에필로그
참고문헌
○ 저자소개 : 박종수 교수
시드니신학대학교 한국어학부 (SKTC)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기독교교육과 신학을 공부했고 (B.A., M.Div.), 멜번신학대학교 (UD)에서 기독교교육과 이민신학을 연구하였다 (M.Theol., Ph.D.).
한 사람의 이민자이자, 이민신학자로서 저자의 가장 큰 학문적, 실천적 관심은 디아스포라 한인들과 한인교회들이 최초의 디아스포라 기독 교회였던 안디옥교회처럼 성장하고 성숙하며, 교육하고 선교하는 것이다.
스데반의 박해로 흩어진 무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세운 안디옥교회는 예루살렘교회의 복사판이 아닌, 디아스포라를 위한 디아스포라 교회로서 이방 선교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저자는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도 한국교회의 복제품이 아닌, 디아스포라 교회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대로 디아스포라를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이민자와 이민교회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사명을 이민신학적으로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이민신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캠버웰연합교회 (호주인 회중)를 목회하면서 한인 이민자의 경계를 넘어 지역 주민들과 지역 사회를 섬기고 있다.
더 나아가 여전히 백인 중심적인 호주교회에 소수 이민자의 목소리를 내면서, 섬기는 교회와 교단이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다문화교회’로 더욱 성숙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어 저서로는 『디아스포라 다음세대를 위한 기독교교육과정』 (동연, 2017), 『있는 모습 그대로, 톡』, 부모 훈련 교재 3권 (장신대기독교교육연구원, 2017-18), 공저로는 『사회적 신앙인의 발자취』 (동연, 2017) 등이 있다. 영어 저서로는 Christian Education Curriculum for the Digital Generation (Wipf & Stock, 2015), Who Do You Say I Am?, 이민 2세 교육 교제 (ACME, 2015)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매우 크신 분이고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매우 협소하고 파편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을 더 잘 알기 위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확장하고 심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시대와 상황이 다른 다양한 신학 사상들을 읽고 접하며, 나와 다른 하나님 경험과 지식을 가진 이들과 겸손하게 소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렇게 배운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지금 나에게, 내가 처한 상황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비평적으로 성찰하며 ‘지금 이 곳’ (Here and Now)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신학함’ (Doing Theology)이다.
이처럼 신학이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하나님을 사고하고 이해해 가는 여정이라면, 이민 신학은 이민자의 눈으로, 이민자의 상황에서 이러한 신학적 여정을 밟아가는 노력이다. 이민자의 삶은 중심에서 주변으로의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 중의 하나이다. 이민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뿌리내리고 있던 나라, 문화와 특권들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이민은 우리를 중심에서 주변으로 내몬다. 이민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땅과 환경에 심겨져, 살아남기 위해 외딴 문화와 상황에 다시 뿌리내리며 적응해야 한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난 아브라함과 사라는 다른 여느 이민자들처럼 새로운 땅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을 가졌을 것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땅에 정착하기 위한 몸부림은 죽을 때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그들은 고향과 이주한 땅 가나안 사이에 살았다. 이처럼 이민은 경계선상에 사는 삶이며, 주변화를 경험하는 사건이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사라는 그 외딴곳에서, 주변화되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대면한 아브라함과 사라는 그들의 이름뿐만 아니라 존재 양식과 삶의 방식 자체도 완전히 변화되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이 그들의 이민자 신학이다. 아브라함과 사라가 하란에서의 신학, 즉 본토 친척 아비 집에서 만난 하나님 이해에 집착하고 매몰되었다면 가나안 땅에서 주변인으로 살게 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그들은 중심이 아닌 주변의 시각으로 하나님을 바라보기 시작했을 것이고, 자신들을 주변인으로 불러내신 그 이유를 하나님께 묻고 또 물으면서 열방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브라함과 사라의 이야기는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이 어떻게 신학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나님을 이해하고 우리의 신앙과 사역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략)
한인 디아스포라 이민자와 이민교회는 한국에서의 신학, 한국인 중심적인 신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나안에서의 아브라함과 사라는 하란에서 살던 그들과 전혀 달랐듯이, 한인 디아스포라 이민자의 상황은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한국인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민 신학적 사유는 이 다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디아스포라 이민교회와 이민 목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학문적 성찰과 연구, 목회적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선의 이민 목회자들과 성도들도 “하나님은 왜 우리를 이민자로 부르셨을까? 하나님은 우리 이민자 신앙 공동체를 통해 무엇을 원하실까?” 등의 질문들을 진지하게 묻고 대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여 한국적인 신학과 목회 철학, 목회 프로그램 등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을 지양하고, 이민교회 현장에 맞게 비평적으로 도입하고 사용하는 지혜와 자세를 길러야 한다. 이민교회의 목회와 교육은 이민자와 다음 세대들을 위한 실천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민자 공동체는 건강한 집단화, 열린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언제나 자신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주류 사회와 소통하며, 주류 사회에 기여하고, 이웃들을 섬기는 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게토화되기 쉽다. 왜냐하면 이민자들은 단절과 주변화의 거센 물살을 온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거친 강물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웅덩이 안에 머물고 싶은 유혹이 늘 강하게 엄습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게토화되는 것은 편한 길이다. 말이 통하고 문화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것은 편하다. 그러나 울타리 뒤에 숨어서 주류 사회와 타민족 이웃들과 소통하지 않는 이민자, 이민자 공동체는 아무런 영향력과 생명력도 흘려보낼 수 없는 외딴섬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주위와 소통하는 공동체는 단절과 주변화의 아픔을 창조적으로 승화시킬 힘을 가지지만, 게토화된 집단은 단절과 주변화의 고통 가운데 함몰되어 그 굴레를 벗어나기가 어렵다. 〈1장_ 이민자의 삶: 단절, 주변화, 집단화 그리고…〉 중에서
주류 사회에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때 이민 와서 자라온 이민 2세는 주류 사회의 문화와 언어에 훨씬 익숙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민족 정체성이 없거나 약하다면, 상대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문화화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많고, 이는 양 문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이민 2세의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대로 의미 있는 민족 정체성을 가지게 될 때, 자신의 원 문화라 할 수 있는 주류 문화와 균형 있는 통합 과정을 거치면서 이민 2세만이 창조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문화적 뿌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인종적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불평등과 편견을 경험할 때, 자신을 보호하고 불공정한 상황에 매몰되지 않도록 돕는 버팀목의 역할 또한 감당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민족 정체성은 강요하거나 주입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족 정체성은 민족 공동체와 문화에 대한 소속감이요 애정이기에, 그런 소속감과 애정을 키울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2장_ 이민자의 적응과 정착: 문화화〉 중에서
무엇보다 탐색과 헌신이 정체성 형성에 키포인트라는 것을 안다면, 균형 있게 탐색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들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체성 교육은 주입이 아니라 탐색과 헌신의 과정을 돕는 것이다. 특별히 두 문화 사이에서 자라나는 이민 2세들의 경우 정체성 형성이 훨씬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적절한 지도 편달이 필요하다. 또한 나이트의 사회인지이론을 통해 인지발달 정도에 따라 정체성 형성 교육의 방법과 정도를 다채롭게 조절할 수 있다. 〈3장_ 이민자와 정체성〉 중에서
유대인으로 30년의 삶을 살아왔던 예수가 이를 몰랐을 리가 없음에도 그는 세리와 열심당원을 함께 자신의 제자 공동체로 초대하였다. 각자의 진영 밖으로 나와 그 경계를 넘어 타자를 이해하고 포용하기를 원하시는 예수의 뜻이 담겨 있다. 성경에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예수의 제자 공동체 안에는 세리와 열심당원이라는 원수 같은 관계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다양한 차이와 불일치가 존재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제자 공동체는 조용할 날이 없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정치색, 종교색, 삶의 목적 등으로 인해 반목과 다툼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한 예가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에게 은밀히 자리 청탁을 하자 다른 제자들이 분노하며 싸웠다는 기사이다. 예수는 이렇게 문제 많고 탈 많은 제자 공동체를 이끄시면서 때마다 일마다 그들이 자신의 진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가르치셨다. 〈4장_ 이민 신학〉 중에서
이민 교회의 주변성을 넘지 못하는 교회, 즉 양자택일 혹은 양자 수용의 수준에 머무는 교회 대부분은 세대 간의 갈등의 골이 깊다. 1세 중심의 교회에서는 1세는 2세를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방향대로 따라오라고 강요하며, 2세는 그런 1세의 힘과 권위주의 앞에서 순응하거나 아니면 교회를 떠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결국 많은 2세들이 조용히 교회를 떠나고, 남은 2세들은 1세 문화에 순응하게 되어 두 문화의 변증법적 승화는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민 교회에서 세대 간의 존중과 연대, 협력과 통합은 이민 교회의 주변성을 극복하고 창조적인 공동체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2세들을 키우고 세우는 것은 단순히 다음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1세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며, 더 나아가 이민 교회 공동체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5장_ 이민 교회〉 중에서
주변성에 대한 이민 신학자들의 공통적인 해석 중의 하나가 바로 ‘창조성’이다. 주변인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주변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주류 사회 구성원도, 한국 사회의 한국인도 할 수 없는, 오직 디아스포라 주변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고 그 일들을 감당할 때 주변성의 한계는 새로운 창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주변성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이들이 바로 창조적 주변인이다. 창조적 주변인에게는 이민 생활의 부정적, 긍정적 경험들을 통합하여 승화시킬 수 있는 변증법적 능력이 필수다. 변증법적 능력만이 이분법적 양자택일의 패러다임을 넘어선다. 〈6장_ 이민 교회의 목회와 교육〉 중에서
○ 추천사
김도일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 교수) :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한 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한 바가지 마중물이 되어 모든 디아스포라 한인과 한인교회의 신학적 펌프에 부어져 더욱 깊이 있고 다채로운 생각들과 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이 책 『디아스포라 주변인』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양희정 (멜버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어학부 교수) : 건강한 믿음 공동체를 꿈꾸고 있는 디아스포라교회에게, 이민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신학적 의의를 찾고 있는 신앙인들에게 이 책은 신학적 사색과 성찰을 연결하는 귀중한 길잡이다. 7백만 한인 외국(국적) 동포들의 다채로운 주변화 경험이 값진 디아스포라의 자산으로 승화되어 각자가 속한 곳에서 창조적인 디아스포라 주변인으로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성훈 (토론토 이글스필드한인교회 담임목사) : 이 책은 분명 내게 은혜였다. 정체성-신학-교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튼튼한 집을 지을 수 있는 좋은 뼈대였다. … 하나하나의 정리들이 친절했고, 생각과 시야의 지평에 숨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앞으로 나갈 디딤돌이 되어 주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다.
김종두 (뉴질랜드코스타 공동대표, 전 오클랜드 임마누엘교회 담임목사) : 이민 교회에서 사역하는 모든 교역자와 평신도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기에, 많은 이들이 함께 읽고 고민하면서 이민 목회의 새로운 장을 열어갔으면 좋겠다.
이성은 (시카고 두나미스장로교회 담임목사) : 20년 전,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났던 한 신학생, 목회자, 학자가 그간의 삶의 궤적을 통해 빚어낸 질그릇 같은 이 책이 보배처럼 귀하게 사용되기를 소망한다.
김세현 (시드니신학대학 한국어학부 학부 학장) : 저자의 사색과 성찰을 통해, 고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 이제는 게토화된 디아스포라 주변인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그 사회의 일원으로, 더 나아가 주류의 흐름을 바꾸어 낼 수 있는 생명력 있는 강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