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소개
미국은 왜 사회주의가 없을까?
베르너 좀바르트 / 간디서원 / 2024.8.23
- 미국은 왜 사회주의가 인기가 없을까?
미국은 자본집중이 심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가속화되어 자본주의 세계의 대격변이 임박한 사회다. 비슷한 조건의 유럽이라면 파업과 시위가 빈번하고 사회주의 노동운동이 활발하겠지만, 그러나 유럽과 달리 미국엔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모색되는 사회주의가 인기가 없다. 왜 그럴까?
사회학자 좀바르트는 “정치, 경제, 사회 상황에 따른 미국 노동자의 독특한 사회, 경제적 지위로 인해 미국은 사회주의가 자리잡지 못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전통으로 확립되었다는 것이다.” 100여 년 전 분석이지만 수많은 데이터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좀바르트의 탁월한 분석은 명쾌하다. 이 책은 자본주의적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사회주의가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티브가 될 것이다.
- 『사치와 자본주의』에 이은 좀바르트의 역작
좀바르트는 자본주의의 발흥을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 당시 사회학자 막스 베버와 격심한 논전을 벌였다. 곧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의 기원을 ‘생산과 생산자’를 중심에 두고 설명하고자 했다면, (『사치와 자본주의』에서) 베르너 좀바르트는 바로 ‘소비’를 중심에 두고, 특히 ‘사치’ 수요는 이전과 다른 교역과 생산 체제를 필요로 했고 결국 자본주의의 경제 체체를 낳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좀바르트와 막스 베버는 당대의 최고의 지성으로 유명세를 탓지만 막스 베버는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켕과 함께 3대 고전 사회학자로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반면 좀바르트는 많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실은 당대에 좀바르트는 막스 베버보다 훨씬 유명했다고 한다.
『왜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없는가?』(Warum gibt es in den Vereinigten Staaten keinen Sozialismus?)는 원래 1905년에 『사회과학과 사회정책』(Archiv für Sozialwissenschaft und Sozialpoliitik) 21권에 연재된 글을 약간 수정하여 1906년 J. C. B. Mohr (Paul Siebeck) 출판사에서 현재의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100여 년 전 역사적 사실과 많은 데이터 등 풍부한 자료를 근거로 좀바르트는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과 미국 노동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때문에 미국에 사회주의가 자리잡지 못하게 된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 목차
옮긴이 서문
서문
제1부 서론
제1장 미국의 자본주의
제2장 미국의 사회주의
제2부 노동자의 정치적 지위
제3장 정치와 인종
제4장 정치 기구
제5장 양대 주요 정당의 독점
제6장 제3당은 모두 실패했다
제7장 주요 정당의 내적 특성
제8장 미국 노동자의 국가 내에서 지위
제3부 노동자의 경제적 상황
제9장 일반적인 견해
제10장 미국 노동자의 화폐 소득과 유럽 노동자의 화폐 소득
제11장 미국과 독일의 생활비 비교
제12장 노동자의 생활상태
제13장 생활 수준과 이데올로기
제4부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제14장 미국 공적 생활의 민주적 스타일
제15장 고용주와 노동자
제16장 자유 속으로 떠나는 노동자
○ 저자소개 : 베르너 좀바르트 (Werner Sombart: 1863~1941)
독일 경제학자·사회학자.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와 로마대학교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1888년 베를린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음.
1890년 브레슬라우대학 경제학과 부교수로 임용되고, 1906년 베를린대학 상과대학 강사를 거쳐 1918년 정교수로 임용됨.
1904년 막스 베버와 공동으로 『사회과학과 사회정책』을 간행하고, 1909년 독일사회학회 창립 회장과 1932년 독일사회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학술단체에 주요 멤버로 활동함.
주요 저서로 『사회주의와 사회운동』, 『근대자본주의』, 『세 종류 경제학』, 『사치와 자본주의』 등이 있음.
– 역자: 정헌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사회학박사를 받음.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음.
주요 저역서로는 『정보사회의 빛과 그늘』, 『현대사회와 소비문화』(이상 공저), 『새로운 계급정치』, 『짐멜의 갈등론』, 『진보의 환상』 , 『소유의 기원』, 『뒤르켕의 사회주의론』, 『미국과 러시아』 등이 있음.
○ 책 속으로
178-179쪽 – 미국은 노동자들에게 애국심을 주입하여 미국이 다른 모든 나라를 (자본주의적) 진보의 길로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었고, 미국 노동자를 확고한 사업 지향적 사고방식을 가진 냉철하고 계산적인 사업가로 만들었다. 어떤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도 갓 구운 소고기와 애플파이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186쪽 – 미국이 사회생활과 공적 생활에서 강조하고 있는 권리의 평등은 자본주의 기업에서도 발견된다. 여기서도 고용주는 봉건적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복종을 요구하는 영주처럼 노동자를 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는 순수한 사업 견지에서 임금 계약을 두고 협상하는 관행이 일상적인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190쪽 – 자본가들은 이윤의 일부를 지급하는 식으로 노동자를 매수하기도 한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 같은 방법 중 하나다. 어떤 상황에서는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자본가들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198-199쪽 – 1880년대 중반, 계속되는 불황으로 미국 노동계급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시카고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무정부주의가 준동했다. 노동기사단은 사회주의 성향이 강하던 초기인 1883년에서 1886년 사이에는 추종자가 52,000명에서 703,000명으로 증가했으나 1888년에는 거의 절반으로 대폭 감소했다. 폭풍의 위력이 무너졌다. 반란을 일으킬 과잉인구가 점점 불어나다가 자유의 땅을 찾아 서부로 떠나는 수가 갈수록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쪽 – 미국의 노동자는 언제든지 자유로운 농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안정감과 만족감은 유럽의 노동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누구라도 억압적인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환상 속에 살면 아무리 억압이 심하더라도 쉽게 견뎌낼 수 있다.
이것이 미래의 경제 형태에 대한 노동계급의 입장이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초기의 모든 반대를 경제체제에 능동적인 형태에서 수동적인 형태로 바꾸어 놓았으며,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모든 선동을 물리쳤다.
○ 출판사 서평
- 독특한 미국의 사회주의
임금 노동계급의 지위는 자본주의 성장의 성격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미국은 사회주의의 고전적 사례를 대표하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미국 노동계급에는 사회주의가 전혀 없으며,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사람들은 아무런 추종자도 없는 소수의 몰락한 독일인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은 자본주의가 가장 선진적으로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자들은 자신을 현재의 미국의 국가와 동일시하며 애국심이 강하다. 그래서 계급 갈등이 유럽보다 훨씬 약하며 유럽 대륙의 사회주의에서 흔히 나타나는 반 (反)국가 성향을 찾아볼 수 없다. 또 미국 노동자는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와의 사이를 친밀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노동조합들이 통합하여 구성된 미국노동총연맹 (American Federation of Labor)을 보면 지도부는 비사회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 전체에 대해 또는 하위계층인 미숙련 노동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의 성향이나 결과 모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강화를 목표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주의적 노동조합과 대비하여 자본주의적 노동조합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 유럽의 노동계급과 전혀 다른 미국의 노동계급 : 미국 노동조합운동의 자본주의적 성격
-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태도를 보면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타도할 의도는 전혀 없고 오로지 노동조건 개선 투쟁에 몰두한다.
- 고용주들과 투쟁할 때도 자신들을 지지하는 부르주아지 구성원들과는 협력을 도모하며 고용주와도 자유롭게 자주 식사한다.
- 노동자들에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프롤레타리아트 사회주의 같은 반체제 의식이 전혀 없다.
- 독일의 대다수 노동자들이 부르주아 계급과 끊임없이 계급 갈등 관계에 있다면 미국에서는 그 반대다.
이 같은 뜻에서 미국에는 사회주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 미국 노동자들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낳게 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 미국 정당의 (내적) 특징
- 미국 정당들은 당명이나 당 강령을 보고 당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이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차이도 알 수가 없다. 또 인종별, 성향별 지지 성향도 다 다르고 무척 복잡하다. 예를 들면 연방 정부의 역할과 개별 주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보면,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중앙집권적이고 민주당은 지방분권적이라 일컫는다. 그렇지만 이 같은 대비는 역사적으로는 타당할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기껏해야 이론적인 의미만 가질 뿐이다.
왜냐하면 연방 정부와 개별 주 사이에 이해관계의 갈등이 일어난 적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한때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 차이가 있었을지 모르나 그것은 오래전의 얘기일 뿐이지 지금은 모든 결정적인 정치 문제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별반 차이가 없다.
이따금 민주당은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공화당은 보호관세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자유무역 지지와 보호주의 정책 완화는 단지 집권당인 공화당의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음주자 비중은 아일랜드인과 독일인이 가장 큰데, 아일랜드인은 민주당을 독일인은 공화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금주운동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발을 빼고 있다. 흑인문제에서도 두 정당 모두 계급적 성격을 탈피하여 주로 지리적 영역에 영향을 받는다. 흑인들은 노예해방의 빚으로 거의 공화당에 투표하지만, 남부 주에서 상류사회의 모든 인구층은 백인 농부든 기업가든 민주당에 투표하고, 북부와 중부 주 상류층은 공화당에 투표한다. 또 이민자들 중 아일랜드인은 민주당, 독일인은 모두 공화당을 지지한다.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인이 민주당을 지지는 것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청교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이 처음 정착한 뉴욕은 이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독일인들은 아일랜드인에 반대되는 공화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또 그들이 농부로 정착한 중부와 서부 주는 이미 공화당이 차지하여 공화당 지지자들과 어울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특성들은 노동계급조차 지역의 상황에 따라 투표하도록 강제한다.
이처럼 두 주요 정당에서 계급적 특성을 찾기는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심지어 프롤레타리아트의 대표자들조차도 미국에서는 관직을 차지하려는 목적을 위해 연합한 사실상 중립적인 집단으로 비친다. - 두 정당의 포퓰리즘 성향도 두 정당의 차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원래 공화당은 노예해방의 원조 정당이고, 민주당은 농부들에게 친밀한 정당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 정당의 전체 뿌리는 서민 대중에 두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양당 모두 당 활동가들은 하층계급 출신으로 민주적인 기반에 기초하여 배출된 사람이기 때문에 당의 원동력이며 대중의 신뢰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두 정당은 모두 유권자의 호감을 얻으려고 애쓰고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또 두 정당은 선거구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노동계급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교묘한 수단을 동원해 왔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후보자 심문시스템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한 설문지를 제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위넷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위원들은 노동조합이나 연맹의 지도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도시와 주에서 채택되어 성공을 거두었고 노동조합 정책의 필수 요소로 널리 수용되었다.
사람들은 이 시스템이 노동자들의 정치참여를 승인하더라도, 종래의 정당에서 독립적인 사회주의정당을 몰아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미국의 정당들은 당이 어떤 방향을 취할 때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두 주요 정당은 모두 관직을 차지하려는 공통된 목적을 추구하는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제3당은 모두 실패했다
미국의 주요 정당들은 거대 기업연합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본을 통제하고 독점하고 있어서 제3당으로서는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다. 이들은 경쟁자가 등장하면 경쟁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로 결탁하기도 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리하여 미국에서 제3당 역사는 거의 없는 패배로 점철되고 있을 뿐이다.
-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당이 설 자리가 없는 이유 : 두 정당의 독점적 지위
- 주요 공직이 선출직이다. 한 해에 평균 22차례 보통선거를 치러, 입법 기구의 구성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고위 행정 관료와 상급 재판관들까지도 선출한다. 그러므로 소수 정당이 선출된 기회가 없고 소수 정당이 외면받는 이유다.
- 전형적인 금권선거다.
부유한 당원의 자발적인 기부금과 일반 대중의 후원금을 합쳐 두 정당은 전국의 부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는다. - 두 정당은 공직자 급여의 일정 비율을 당비로 징수하는데, 심지어 경찰관, 우편배달부, 정부 기관의 일반 직원까지도 징수한다. 그리고 아무리 미미한 관직이나 하위직이라도 당원 신분의 굴레를 통과해야 하고, 그 전에 당에 헌신해야 한다.
-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 개개인에게 기부금을 부과한다. 미국에선 거리의 좌판을 얻거나 술집을 개업하기 위해서도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다. 예를 들면 흑인 표는 평균 300달러 호가한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 사회당이 결성되는 시점이 되면 주요 정당들은, 매번 조직의 간부들을 코앞에서 낚아채 간다. 이처럼 미국은 유명한 노동운동 지도자들을 보수가 높은 직책을 미끼로 스카웃하는 관행이 철저하게 확립되어 있다. 이런 관행으로 노동자 정당의 독립성은 치명적인 손실을 입고 간접적으로 자본주의는 강화된다.
- 미국의 주요 정당들은 거대 기업연합과 마찬가지로 경쟁자가 등장하면 경쟁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서로 결탁하기도 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제3당으로서는 도저히 경쟁할 수가 없다.
- 미국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미국 노동자의 국가 내에서 지위
미국 프롤레타리아트가 아직까지 자기 고유의 정당을 결성하지 못하고 사회주의 경향을 심하게 혐오하는 것은 미국 노동자의 정치적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설명 가능하다.
미국 노동자들은 흔히 미국 헌법을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노동자도 모든 면에서 공식적으로는 아주 부유한 거물 기업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여론도 한몫한다. 여론은 사법 당국은 물론 행정기관과 입법기관의 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구도 거스르지 않는다. 그것은 투표를 통해 직접 관철되지 않는 경우에는 ‘여론’이 힘을 발휘하며 적어도 최근까지는 여론이 항상 노동자의 이익에 호의적인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노동자들은 국가 안에서 다소 존중받는다고 생각하는 노동자 의식을 가지고 있다.
.생활 수준과 이데올로기
1900년도 독일과 미국 노동자의 산업별 평균 임금을 보면 의류, 도자기, 철강, 화학, 섬유 등 모든 업종에서 2배가 넘고, 대체로 미국 노동자의 임금이 독일 노동자보다 두세 배 높았다. 즉 미국 노동자는 독일 노동자보다 더 좋은 집에 살고, 더 좋은 옷을 입으며, 더 좋은 음식을 먹는다. 다소 윤택한 생활을 하는 미국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주택은 독일 중산층이 거주하는 주택 같은 인상을 준다.
이렇게 일반 노동자의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고 생활 수준이 점점 풍요로워짐에 따라 (물질적으로 타락하여?) 미국 노동자의 사고방식은 자본주의 경제의 독특한 메커니즘에 적응해 나갔다.
게다가 지난 두 세대 동안 미국은 지속적으로 ‘경제가 번영하여’ 발전해 왔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그 기간에 사회주의가 뿌리내리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미국 노동자는 물질적 측면 (즉 물질적 생활 수준)에서만 유럽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사회적 위치에서도 유럽 노동자보다 더 나은 상태에 있다. 그것은 주로 그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경제적 상황의 결과다. 미국 노동자의 겉모습에는 유럽의 거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붙어있는 계급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지 않다. 미국 노동자는 누구에게도 전혀 억압받지도 않고 복종하지도 않는다.
미국의 공적 생활은 갈수록 민주적인 양식을 띤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에 풀먼(Pullman) 차량을 도입하면서 객차 등급이 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명성은 본인 또는 부모의 신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성취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민주적인 정부 체제, 보편적인 교육, 노동자의 높은 생활 수준 등으로 인해 계층 간 사회적 거리가 사실상 줄어들었으며, 계층 의식은 훨씬 작게 느껴진다.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
미국 자본주의 기업의 고용주는 봉건적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복종을 요구하는 영주처럼 노동자를 대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에는 순수한 사업 견지에서 임금 계약을 두고 협상하는 관행이 일상적인 규칙으로 자리 잡았다. 노동자는 자신이 자본주의 체제의 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촉진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기계 개선과 관련한 모든 제안을 주저하지 않고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익을 노동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노동자에게 기술 진보에 직접 관심을 가지도록 한다. 그리하여 노동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을 자신과 흥망성쇠를 같이하는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들며 이는 미국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발견된다.
또 자본가들은 이윤의 일부를 지급하는 식으로 노동자를 매수하기도 한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주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 같은 방법 중 하나로 자본가들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리하여 “대기업의 파트너인 다수의 소액주주는 경제 문제를 점점 더 고용주의 입장에서 고려하게 된다” 결국 미국 노동자는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 젖게 된다.
- 미국 노동자가 사회주의를 멀리한 결정적인 이유?
지금 자본주의가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유혹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회주의가 발을 못 붙이는가?
여전히 미국 자본주의는 개인을 견고하게 속박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노예 상태에 가두어 두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또 미국 자본주의도 불황기 당시에는 실업, 임금 압박 등을 초래하여 노동자를 파탄 상태로 내몰았다.
그러나 유럽의 노동자보다 미국의 노동자는 자신이 속한 계급에서 벗어날 가능성과 자본주의 계층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 그것은 불만족스런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목표를 제공해주었다. 그것은 노동자들도 무상으로 토지를 가져 농부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바로 서부 개척지 농장주였다.
1863년부터 시작된 홈스테드법 (Homestead Act)은 21세 이상 시민권자 또는 시민권자가 될 의사를 표명한 사람은 누구나 160에이커(1에이커는 헥타르의 0.4)를 점유할 수 있으며 단지 5년 동안 정주하면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수백만 명이 미국에서 농부로 정착했고, 이를 증거하듯 이동 인구의 규모는 1850-1900년까지 2,000만 명이었다.
1880년대 중반, 계속되는 불황으로 미국 노동계급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고 시카고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무정부주의가 준동했다. 따라서 사회주의 성향이 강했던 초기 노동기사단은 1883년에서 1886년 사이에 추종자가 52,000명에서 703,000명으로 증가했으나 1888년에는 거의 절반으로 대폭 감소했다. 자유의 땅을 찾아 서부로 떠나는 수가 갈수록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자는 언제든지 자유로운 농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안정감과 만족감은 유럽의 노동자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것이 미국 노동계급의 입장이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분명한 이유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선택하거나 반대할 모든 가능성을 바꾸어 놓았으며,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모든 선동을 물리쳤다.
.미래 세대를 위한 좀바르트의 경고
지금까지 미국에 사회주의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사회주의의 발달을 방해한 모든 요인들은 곧 사라지거나 그 반대 요소로 전환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세대에는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아마도 엄청난 호소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증명하려면 미국의 정치, 사회생활 전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이 같은 분석을 하기를 바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