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연방 수장 찰스 3세, 호주 방문
13년 만의 국가원수 호주 방문, 주일예배 · NSW 주의회 200주년 기념식 · 캔버라의회 환영식 · 파라마타BBQ · 오페라하우스에서 대중환영식 참석
6일간 호주 방문, 이어 사모아 영연방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
찰스 3세 부부가 지난 10월 18일 (금) 호주에 도착했다.
국가원수로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11년에 방문한 이후 13년 만이다.
찰스 3세의 호주 방문은 이번이 17번째로 2022년 국왕에 취임 이후에는 첫 방문이다.
19일에는 호주 총독의 시드니 공식 거주지인 애드미럴티 하우스에서 휴식을 취했다.
20일 주일에는 시드니 세인트 토마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는 지역 모임으로 제한돼 모스틴과 뉴사우스웨일즈 주지사 마가렛 비즐리 등 몇몇 특별 손님만 참석했다.
찰스 3세 부부가 교회에 도착했을 때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았다.
찰스 부부가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동안 수십 개의 휴대전화가 그들을 찍기 위해 분주했고, 흥분한 속삭임이 교회안에 퍼졌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어 찰스 부부는 호주의 첫 번째 의회인 뉴사우스웨일즈주 주의회의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찰스는 의회에 모래시계를 선물했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의원들의 연설 시간을 제한하는 데 사용된다.
찰스는 “주권자로서 처음 호주에 와서 얼마나 기쁜지 그리고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해 온 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사랑을 새롭게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말씀드리고 싶다”고 감회를 밝혔다.
찰스 3세 부부는 21일 수도 캔버라에서 열리는 의회 환영식에 참석했다.
22일에는 시드니 서부지역의 다양성을 선보이는 파라마타에서 주총리 주최의 호주 전통식 BBQ행사에 참석했다.
이어 시드니 해안을 둘러본 뒤 오페라 하우스에서 대중을 맞이했다.
오페라 하우스 행사에는 NSW교육부의 초청을 받은 교민 (임기호 목사, 김나리 사모) 자녀 임바다 (노스미드하이스쿨) 군이 작사·작곡한 곡 “Follow Your Dream”이 행사장에 울려퍼졌다.
이날 찰스 부부는 임바다 군과 악수하며 곡에 관심을 보이고 “멋진 뮤지션이야”라고 격려했다.
이 곡은 40주년을 맞은 “School Spectacular 2023”에 뽑힌 곡으로, 임바다 군은 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가수로도 활동중이어 앞으로 기대가 촉망된다.
찰스 3세 부부는 6일간의 호주 방문 후 23일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로 이동해 연례 영연방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24 영연방 정상회의에서 56개 회원국들은 “끔찍했던 노예무역의 유산에 대해 대화할 때가 됐다”는 공동 코뮈니케(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제국주의 시대 노예제 문제가 영연방정상회의 공동 코뮈니케에 포함된 건 처음이며, “배상 정의” 목소리도 담겼다.
영국과 과거 식민 지배를 받던 나라로 구성된 이 나라들은 26일 (현지시각) 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 섬에서 열린 영연방정상회의(CHOGM)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코뮈니케를 채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나라는 코뮈니케에서 영국의 식민지배 시절 “끔찍했던” 대서양 노예무역과 원주민 약탈, 납치 등에 대한 “배상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주의하며, “평등에 기초해 공통의 미래를 가꿔가기 위한 의미있고 진실되며 존중할 만한 대화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영국은 이번 회의에서 노예무역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꺼렸다. 앞서 영국 총리실은 노예무역 문제는 이번 회의 의제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회의 결과는 영국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아시아의 회원국들의 강력한 요구에 한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세기 동안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나간 사람은 1천만~1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틀에 걸친 회의에서 주요 문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유연성 문제였다”며 노예 무역 문제가 부각되는 걸 경계했다. 그는 “노예 무역에 대한 배상 정의 문제는 공동코뮈니케에서 전체 스무 문단 중 한 문단뿐”이라며 “돈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 이와 관련한 우리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배상에 선을 그었다.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재정적 배상을 꺼리는 영국의 태도에 비춰, 최종 절충될 “배상 정의”는 영국의 공식 사과 표명이나 교육 및 공공 보건의료 프로그램 지원 등의 형태를 띨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ICJ) 재판관 패트릭 로빈슨은 지난해 8월 비비시 (BBC)에 출연해 영국이 카리브해 14개 나라에 노예무역과 관련해 배상해야 할 금액은 24조 달러 (3경3천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연방정상회의 일정후 찰스 3세 부부는 26일 영국으로 돌아갔다.
한편 호주 방문중 소규모 시위대가 근처에서 ‘대량 학살로 세워진 제국’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호주에서는 영국 국왕을 국가원수로 하는 군주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계속 중이다. 1999년 국민투표에서 54.9%가 군주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2023년 9월 조사에서 호주인의 32%가 군주제 유지에 반대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