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라이시 대통령, 헬기추락으로 동승한 외무장관과 사망 확인
악천후로 헬기 추락 … 이스라엘 배후설·내부 암투설 음모론도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탄 헬기가 지난 5월 19일 (현지시간) 오후 산악 지대에 추락한 가운데, 모흐센 만수리 이란 부통령이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20일(현지시간) 공식 확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추락 12시간 만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주 (州)에서 댐 준공식에 참석한 뒤 헬기로 티브리즈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반관영통신 메흐르는 라이시 대통령과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 등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면서 “라이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의무를 수행하던 중 사고로 순교했다”고 전했다.
라이시 대통령 일행이 탑승했던 헬기는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 비행하다가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신고를 받은 이란 당국은 65개 수색·구조팀을 급파했으나,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와 험난한 지형으로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수색에 참여한 튀르키예 아킨치 드론이 사고 헬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열원을 발견, 이란 당국과 좌표를 공유해 본격 수색이 이뤄졌다. 열원이 탐지된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 30㎞가량 떨어진 이란 타빌 마을 인근이다.
강경 보수 성향의 성직자 출신인 라이시 대통령은 2021년 8월 취임했다. 현재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밑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1970년 팔레비 왕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에는 반체제 인사 숙청을 이끌었다.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이란 당국은 2022년 시작된 이른바 ‘히잡 시위’ 국면에서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 또 가자전쟁 중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초강경 이미지를 굳혀왔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시 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 새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대통령직은 이란 12명 부통령 중 가장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에게 일단 승계되며, 그는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추락한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정이 쏟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헬기 추락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나 일각에서 음모론적 성격의 주장이 나올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가 이란 북서부 산간 지역에 추락한 가운데 탑승자 전원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락 12시간 만이다.
전문가들은 헬기 추락 원인에 대해 ‘악천후’를 주 원인으로 보고 있으나 다만 한편에서는 이스라엘이나 내부 권력투쟁 음모론도 언급된다.
일부 중동 전문지에서는 이번 사고가 이란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서로를 공격한 이후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간부 등이 숨지자, 그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이란은 같은 달 13일 밤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순항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약 330대를 날린 바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이란 대통령) 헬리콥터 추락 사고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없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이같은 관계를 거론하며 이번 사고가 중동 전역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음모론으로 제기되는 것은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를 둘러싼 암투에서 비롯된 ‘사고로 가장된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고령(85세)의 암 투병 중인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로 거론되는데,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이 자리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지지를 받는 반면, 다수의 성직자들은 모즈타바를 선호하면서 파벌 경쟁이 들끓고 있다.
미(美) 싱크탱크인 중동포럼(MEF)은 “실제로 (모즈타바 입장에서는) 라이시를 암살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며 “모즈타바는 현재 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알리 하메네이의 죽음 이후에도 그 지지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라이시는 검찰총장이었고 대선 토론회에서 경쟁자의 부정부패를 상세히 기록한 문서를 보여주며 겁을 주는 등 모든 사람의 비리를 알고 있다”며 “라이시가 죽으면 모즈타바는 무알콜 샴페인을 터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