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택 목사의 특별기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 : 용서와 화해 그리고 협치
1.호주에서 배울 것이 있다
헌법 재판소의 최종 판결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이 최종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거부한다면, 국가적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나아가자는 발상일 수 있다. 우리는 정권 교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호주에서 살아가며 배우는 중요한 것은, 정당의 정권 교체가 반드시 불안정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도덕성이 적절하지 않다면 임기 중에도 선거에 의해 정권이 교체되는 것을 보아왔다. 정권 교체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다 된다는 것이다. 국민이 투표하여 임무를 맡겼다 해도 그 임무를 실천하는 일에 흠결이 있다면 통치자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제왕 국가 혹은 전제 국가와 다른 점이다. 한국사회와 정치인들은 이를 혼돈하고 있다. 어느 정권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왜 한국에서는 국민들이 대통령직에 대한 집착이 절대시되거나,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색깔론으로 포장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 선포와 관련된 재판관들의 판결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우리 민족이 지켜온 민주주의 가치와 역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2.민주주의의 기본 정신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3년 남북전쟁으로 양분화되고 사회는 근심한 혼란 상황에서 가진 게티즈버그 연설 (Gettysburg Address)문을 성찰하게 한다. 그가 강조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다.
국민의 정부는 대통령 권력이 국민이 위임한 것이며, 헌법은 그 위임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이 위임을 넘어섰음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에 의한 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무시하고 권한을 남용한 대통령이 국민의 위임을 배신한 것이라고 한다. 국민을 위한 정부는 권력이 국민의 권익을 해친다면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국민을 위한 정부’를 지키기 위해 파면을 선언한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그처럼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을 현대 한국 사회의 정황에서 재해석된 자랑스러운 판결문이였다.
3.계약과 배신이라는 죄목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가장 심각한 죄는 ‘배신’으로, 특히 자신을 믿어준 이들을 배신한 자들이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서 고통을 받게된다.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동료를 배신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을 작품에서 다루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어, 국민의 신임을 바탕으로 권한을 위임받은 자이다. 그 위임은 국민과 정부와의 일종에 계약관계이다.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 (Du Contrac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l, 1762)』에서 ‘사회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 인간들이 계약을 통해 형성한 것이다’ 라고 주장하였고, 이 개념은 근대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는 구약성경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의 계약 관계를 연구하였고 그 계약의 파괴가 곧 이스라엘의 멸망을 가져왔다는 영향을 받았다.
잉글랜드의 학자 존 로크 (John Locke, 1632-1704)는 인간은 자연권 (생명, 자유, 재산)을 보장받기 위해 계약을 통해 정부를 수립했다고 주장한다. 로크의 사회계약설에 의하여 국가는 성립되었으나 국가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며 입법부가 정한 법에 의해 행정부에서 통치하는 기관이었다. 그가 말한 국민 저항권은 특정 정권이나 통치자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통치행위가 국민의 생명권, 자유권, 재산권이 통치자의 권력에 의하여 도전을 받게 될 때 국민은 계약된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계약체계 안에서 저항권을 행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극우파들이 주장하는폭력적이며 정당한 법 절차를 무너뜨리는 도전은 정치적이거나 윤리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통치 행위를 개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위하여 국가 계염령를 사용하였다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심각한 행위가 된다.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중대하게 배신하면서 민주공화국의 질서를 훼손할 뿐아니라 국민과의 계약관계로 이루어진 신임을 배신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항에서 그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을 상실하는 중대한 헌법 위반이 된다고 통찰하였다.
배신 행위는 성경의 기본 정신이다. 이 계약관계는 가정을 이루는 부부관계, 경제사회에서의 공용주와 노동자와의 경제 계약,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계약 규정 그리고 정치에서 투표를 통하여 선출된 자들이 국민과의 통치 위임의 계약관계 등 현대사회는 계약관계 속에서 윤리 규정이 형성되어 있다. 이 신임이 파괴되는 배신 행위는 인간 윤리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죄이다. 신임의 상실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4.민주사회를 세우기위한 화해와 용서로 비용을 지불하기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검토 과정에 있는 동안 사회적인 공론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서로 다른 해석으로 양분되어 왔다. 일부는 이를 정당한 통치 수단으로 보았고, 또 다른 일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한국교회도 이런 사회의 갈등에 영향을 받아 왔으며 극우세력의 주장이 교회의 본질인 것 처럼 주장되어 평화와 정의 대화와 용서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돌봄의 교회 본질이 많은 타격을 받아 왔으며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아 왔다. 탄핵정국 이후 사회적 혼란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지금이라도 사회의 평화와 정의 사랑과 용서, 대화와 치유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혼란기에 있을 때 투투 주교( Bishop, Desmond Tutu,1931-2021는 “용서라는 대가 없이 미래는 없다 (There is no future without forgivenes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민주주의의 구축과 질서 유지에는 일정한 화해와 서로 간의 용서라는 대가가 지불되어야 사회 화합과 통합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권력 교체를 넘어서, 헌법과 법의 지배 아래 모든 시민의 권리가 존중되는 체제이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고, 희생을 감수해야 할 때가 있다.
5.화해와 협치의 새로운 리더싶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대통령의 책무가 국민을 통합으로 이끄는 리더십에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탄핵된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할 기회를 가졌음에도 그 기회를 잊어버린 채, 협치와 대화 대신 배제와 대립의 정치를 택했었다고 했다. 그 결과, 헌법 질서를 훼손하고 민주공화국의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했으며,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렇기에 다음 대통령은 국민적 충격을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와 협치, 화해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다시 굳건히 세워야 할 책임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국민이 겪은 혼란을 치유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지도자의 리더싶을 보여야 한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대화, 화해, 용서를 위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한다. 4월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소망과 회복의 달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 속에서도 평화와 위로, 소망과 새로운 질서의 길을 열어주시는 분이시다. 교회는 우리 사회에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구속하시기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위대한 용서와 화해를 지불하고 우리를 구속하시었다. 하나님께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화해와 용서 구속을 지불하시고 우리를 사랑으로 용납하시었다. 하나님이 우리 민족을 위로하시고, 새로운 소망과 축복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이상택 목사 / 박사
아이오나 콜럼바 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