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으로 전쟁 확전 양상 … 미, 자국민 대피령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 격화 … “레바논, 제2의 가자 될 수도“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삐삐)와 무전기 (워키토키) 폭발 공격에 이어 표적 공습으로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까지 살해하는 등 가자전쟁이 레바논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자국민들에게 레바논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미 국무부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지속적인 충돌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레바논에 있는 미국 시민들은 상업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레바논을 떠나라. 미국 대사관은 레바논에 남기로 한 미국 시민을 지원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9월 21일(현지시각) 새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17일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에서 시작된 전운은 20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아파트 2동을 표적 공습해 붕괴시키면서 더욱 치솟고 있다. 이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최정예 특수부대를 이끈 이브라힘 아킬과 아흐메드 와비 등 고위급 지휘관 16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공습으로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39명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가자전쟁이 시작된 이후 본격화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과의 충돌 중 헤즈볼라가 입은 가장 치명적인 피해로 평가되면서 레바논으로 전쟁무대가 옮겨가는 양상이다.
국지전 수준이었던 양측간 충돌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동시다발 폭발 사건 이후 격화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대규모로 공습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곧바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표적 공습해 헤즈볼라의 주요 지휘관들을 살해했다. 삐삐 폭발 사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최소 16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를 45명으로 집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격화했다. 이스라엘은 자국 접경지 공격을 멈추라며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압박했으나 헤즈볼라가 굴하지 않고 반격하면서 전면전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커졌다.
AP, AFP,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헤즈볼라는 22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로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구조당국은 북부 경제·산업 도시 하이파 인근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붙었으며 76세 남성을 비롯해 로켓 파편에 다친 4명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날 새벽 이스라엘에 대한 드론 공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1일 밤과 22일 아침 약 150발의 로켓과 순항 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다”며 “이에 따라 현재 레바논의 헤즈볼라 테러 조직에 속한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발사된 대부분의 로켓을 요격했고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지역의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모임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은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가운데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작전 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양측 전면전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까지 개입하면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유엔의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인 지니 헤니스-플라샤르트는 SNS)에 “중동이 재앙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양측을 더 안전하게 할 군사적 해법은 아예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