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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원제 : Yours Truly: An Obituary Writer’s Guide to Telling Your Story
제임스 R. 해거티 저 / 정유선 역 / 인플루엔셜 / 2023년 7월 24일
저자 제임스 R. 해거티 (James R. Hagerty)는 40년 넘는 세월 동안 [월스트리트 저널]을 꾸준하게 지키면서 기자, 편집자로 일해왔다. 〈자신의 부고를 쓰는 어느 부고 작가 (An Obituary Writer Writes One for Himself)〉라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 책을 쓰는 계기가 되었다. 1956년 미국 노스다코타주 출생해 노스다코타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언론학을 전공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일하면서 홍콩, 파리, 런던, 브뤼셀 등 아시아와 유럽 지국을 무대로 활약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편집국장, [월스트리트 저널] 런던 지국장을 지내며 관리직에 올랐으나 기자 생활에 대한 동경을 끝내 단념하지 못하고 ‘부고 전문기자’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풀타임 부고 기자로서 매일 2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기사를 찾아 읽으며 누군가의 인생을 한 편의 ‘이야기’로 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 “당신은 어떤 인생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월스트리트 저널 유일의 부고 전문기자가 초대하는 ‘부고의 세계’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세상을 떠난 이들의 부고 기사만을 전담해서 쓰는 ‘부고 전문기자’가 있다.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를 써온 제임스 R. 해거티 (James R. Hagerty)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쓴 부고 기사의 주인은 꼭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유명인만은 아니다. 유명했어야 하는 사람, 악명 높은 사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그의 부고 기사는 그저 건조하게 사망 소식을 고지하는 간략한 부고와 달리, 삶의 굴곡진 여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인생극장에 가깝다. 이따금 유머와 교훈까지 포함하는 인생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비추어보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음미하게끔 만든다.
부고 전문기자라는 독특한 이력의 스페셜리스트가 쓴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원제: YOURS TRULY)는 내 부고를 쓰는 법에서부터 시작하여 삶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 아버지의 부고를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부고의 짧은 역사, 더 널리 알려졌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인생 이야기 등을 소개하며 독자들을 다양한 매력이 담긴 ‘부고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 책을 읽고 부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나는 인생을 어떤 이야기로 완성하고 싶은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나는 매일 부고를 씁니다” 800여 명의 부고 기사를 써온 부고 전문기자의 이야기
“나보다 부고 기사를 더 많이 읽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부고 전문기자로서 매일 1~2시간씩 전 세계의 사망 뉴스를 찾아보며 누군가의 부고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그는 지난 7년간 800여 명의 부고 기사를 써왔는데, 취재하다 보면 유가족들이 고인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데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고인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어서 놀라울 때가 많았다.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순 없다.’ 오랜 취재 경험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한 저자는 결국 자신의 부고를 직접 쓰기로 했다. 〈나는 이렇게 내 부고를 쓰고 있다〉(222쪽)라는 글에는 실제로 그가 작성 중인 자신의 부고 일부가 실려 있다. 중학교 체육 시간, 자전거 조립 아르바이트 등 흥미진진한 에피소드와 함께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노력했는가?’라는 심오한 질문부터 ‘자신의 사망일을 예측해서 적을까 말까’ 하는 아주 실질적인 문제까지를 두루 다룬다.
〈아버지의 부고는 실패했지만〉(174쪽)이라는 글도 인상적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경황 중에 어머니가 아버지의 이력을 정리하여 간략한 부고를 썼지만, 지금 와서 보니 실패한 부고였던 것 같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면 아버지의 부고를 어떻게 쓸지 인생 여정을 돌아보는데, 삶의 이력과 디테일을 섞어 새롭게 쓴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 “사망할 것인가? 돌아가실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인생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부고 쓰기의 흥미로운 이슈들
흔히 우리는 ‘에두르는 표현’을 써서 사망 소식을 전한다. ‘사망했다’라는 말을 꺼리고, ‘돌아가셨다’라는 완곡한 표현에도 멈칫한다. ‘하늘나라로 갔다, 하나님을 만났다, 새로운 모험을 떠났다’ 등 유독 죽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이토록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을 경원시하는 세간의 완곡어법에 회의적인 저자는 자신의 부고에 자신이 ‘사망했다’라고 쓰겠다고 한다. ‘사망할 것인가? 돌아가실 것인가? 세상을 떠날 것인가?’ 죽음을 서술하는 동사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누군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무엇을 부고에 포함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를 반영한다. 부고가 고인의 고귀함과 관대함, 가족에 대한 헌신을 부풀리는 미사여구로 가득한 이유는 세간에서 그런 가치들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고 전문기자는 삶에 관한 의외의 진실을 짚고 넘어간다. 누군가가 우리를 애틋하게 기억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 별난 성격, 이상한 습관, 실패, 고집 등은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돋을새김하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로서 보이는 엄격한 태도도 참고할 만하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6주 과정을 수료했으면,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라고 내세워서는 안 된다’라는 말처럼 이력을 과장하지 않으며, 자신이나 주변의 흐릿한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팩트 체크를 철저히 거쳐야 신뢰도 높은 인생 이야기를 쓸 수 있다고 강조하는 등 엄정함을 두른 펜촉이 날카롭다. 죽음을 계기로 시작되는 인생 이야기 ‘부고’는 역설적으로 결국 삶을 향하며, 우리의 인생과 기억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모습에 맞게 잘 살고 있는지 고민이라면, 혹은 사랑하는 이들을 더 잘 기억하고 싶다면 수많은 인생 이야기를 써온 부고 전문기자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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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