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상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칼 세이건의 역저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은 지구를 뜻한다. 보이저 2호가 찍어 보낸 사진에서 지구는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뿌려져 있는 하나의 작고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세이건은 그 점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애초부터 방랑자였다. 우리는 100마일에 걸쳐 서 있는 나무 하나하나를 다 알고 있었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 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 지구는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세계를 멀리서 찍은 이미지를 보는 것보다 인간의 자만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작은 점을 보면서 ‘창백한 작은 점’을 더욱 소중히 보존하고 가꾸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보다 긴밀하게 협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_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 현정준 역, 사이언스북스. 2001.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 (p.27)
“인간 중심의 협소한 무대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또 잠재력 면에서 훨씬 능가하는 우주” (p.71)
“다른 새로운 탐사 계획에서 무언가 다른 두드러진 사실, 행성의 과학의 보통 방법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의 생물학적 설명을 위해서 떨리는 가슴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갈 것” (p.167)
“우주에 대한 새로운 전망,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간의 자기 인식에 영향을 줄 원대한 계획 등은 우리 지구 환경의 취약함과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에 공통된 위험과 책임을 일깨워 줄 것” (p.295)
“큰 모험과 방랑을 향한 인간의 의욕” (p.299)
‘창백한 푸른 점’은 결론부에서 독자에게 묻는다. “지구라는 이 세계를 이처럼 망쳐 놓은 우리들이 다른 세계들을 맡을 수 있을까?”(p.364) ‘자신들이 살고 있는 유일한 터전을 함부로 훼손하는 인류가 정말로 지성을 지닌 존재인가’라고 묻는 저자의 지적은, 앞으로 우리 인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주는 주어진 시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고, 우리는 조상들이 했던 방랑생활의 양식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은 “밤하늘을 우러러 창백한 푸른 점을 찾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나약한 존재”가 일궈놓은 일들을 말할 것이다.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선도한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 (Carl Sagan, 1934 ~ 1996)은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유전학 조교수, 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조교수를 지냈다. 그 후 코넬 대학교의 행성 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 과학 교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의 특별 초빙 연구원, 세계 최대 우주 동호 단체인 행성 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미국 항공 우주국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매리너, 보이저, 바이킹, 갈릴레오 호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저술과 방송을 통해 세계적인 지성으로 주목받았다.
행성 탐사의 난제들을 해결한 공로와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와 핵무기 감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NASA 공공 복지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미국 우주 항공 협회의 존 에프 케네디 우주 항공상, 탐험가 협회 75주년 기념상, 소련 우주 항공 연맹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 훈장, 미국 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그리고 1994년에는 미국 국립 과학원의 최고상인 공공 복지 훈장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과학, 문학, 교육, 환경 보호에 대한 공로로 미국 각지의 대학으로부터 명예 학위를 스물두 차례 받았다.
그의 저서 ‘코스모스(Cosmos)’(1980년)는 전 세계 출판계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평가받았고, 30여 권의 저서 중 ‘에덴의 용(The Dragons of Eden)’(1978년)은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외계 생물과의 교신을 다룬 소설 ‘콘택트(Contact)’(1985년)는 1997년에 영화로 상영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했다. 이 외에도 ‘우주의 지적 생명 (Intelligent Life in the Universe)’(공저, 1966년), ‘UFO, 과학적 논쟁 (UFO’s: A Scientific Debate)’ (공저, 1972년), ‘코스믹 커넥션 (The Cosmic Connection)’(1973년), ‘화성과 인간의 마음 (Mars and the Mind of Man)’ (공저, 1973년), ‘브로카의 뇌 (Broca’s Brain)’(1974년), ‘다른 세계들 (Other Worlds)’ (공저, 1975년), ‘지구의 속삭임 (Murmurs of Earth)’ (공저, 1978년), ‘혜성 (Comet)’ (공저, 1985년),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길 (A Path Where No Man Thought)’ (공저, 1990년),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1994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The Demon Haunted World)’ (공저, 1995년), ‘에필로그 (Billions & Billions)’ (1997년, 사후 출간),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The Varieties of Scientific Experience)’ (2006년, 사후 출간) 등을 썼다. 평생 우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일구었던 그는 1996년 12월 20일에 골수 이형성 증후군으로 시작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