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 (TAREE)에서 온 선교소식 (2023년 12월 15일)
이영식 (Young S. Lee) · 전명은 (Myeong E. Jeon) 선교사
☀ 주님 안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호주 원주민 선교의 동역자 여러분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언제나 드는 생각이지만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다이어리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인쇄되어 있습니다.
“I swear it was January like two seconds ago.” 맹세코 2초 전에 분명 1월이었다는, 시간의 빠름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도 계속되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며, 또한 저희 부부를 위해 기도하며 후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SRE(Special Religious Education) 사역
저는 금년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곳 타리(Taree NSW)에 있는 3개의 초등학교 (Taree West Public School, Chatham Public School, Manning Gardens Public School)에서 기독교 SRE 교사로 재직하며, 1, 2학년 어린이들을 맡아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지난 12월 첫 주의 수업을 끝으로 2023년도의 SRE 수업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올해에 제게 맡겨진 어린이들은 모두 163명이었고 그중 67명은 원주민 어린이들이었습니다.
1, 2학년 어린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수업 중에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들도 있고, 느닷없이 운다거나 갑자기 옆의 아이와 주먹다짐을 하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은 “선생님은 몇 살이예요?”, “예수님과 악마 중에 누가 더 쎄요?”와 같은 1, 2학년 어린이들 다운 것들입니다. 이렇게 한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런 아이들에게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며 한 해를 보냈습니다.
SRE 교사로 7년을 지내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된 사실은 성경 말씀의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마음 속에 새겨지려면 같은 말씀을 30번 이상 들어야 하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50번 이상 들어야 한다”. 노소를 막론하고 말씀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수업 시간에 성경 본문의 내용을 아이들이 네 번 반복해서 들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성경의 본문을 아이들과 함께 읽는 것입니다. 둘째는, 본문의 말씀을 어린이들에게 쉽게 설명을 합니다. 셋째는, 본문의 내용을 담고 있는 3-4분 분량의 비디오를 보여준 후 삶의 적용 부분을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RE 교재를 통해 본문의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렇게 네 번 정도 같은 말씀을 한 수업시간에 반복해서 접하고 나면 아이들이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하게 됩니다. 실제로 이전 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Sharing of life]
2년 전, 파인애플 한 개를 사서 먹고 윗부분을 잘라내 화단에 심었습니다. 큰 기대없이 그저 싱싱하고 푸른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파인애플은 자라지 않았고, 그렇다고 시들지도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땅에서 뽑아 버려야지 생각하던 어느 날, 저는 결국 솔방울처럼 볼록 돋아난 열매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땅속에 뿌리를 박고, 미동도 없이 죽은 듯, 오로지 작은 열매를 맺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준비했을 그 생명이 너무도 경이로웠습니다.
타리에 온 지 벌써 10년이 되어갑니다. 2년 반 동안 피딩(feeding) 사역을 했고, 7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삶은 단조로웠고, 시간은 흘렀으며, 노력하고 애썼으나 결실은 미미했습니다. 아이들의 수업태도에 따라 어떤 날은 괴로웠고, 어떤 날은 힘들었으며, 또 어떤 날은 희망에 들뜨기도 했습니다. 열매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주신 말씀만을 들고 매번 담대히 아이들 앞에 서야 한다는 것,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홀로 맞서야 한다는 것. 모든 상황과 순간 속에서 기쁨과 감사보다는 두려움과 후회가 많았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합니다. 이대로 계속 나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잠시 멈춰 서야 하는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안개 머금은 오전 햇살이 따사롭던 어느 날, 화단에 물을 주다가 어느덧 솔방울에서 어른 주먹만큼 자라난 파인애플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그 때 떠오르는 말씀 하나,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고전 3:6).
뿌리가 돋고, 잎이 무성해지며 나중에는 열매가 맺히는 순간조차도 저는 그 생명의 존재를 의심했습니다. 지난한 세월 동안 땅속에서 움츠렸던 그 우렁찬 생명이 당장 제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은 듯했던 생명은 어둠 속에서 발아되어 알 굵은 열매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저희들의 사역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위해서 기도하고, 그들의 성장을 위해 분투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도 손에 잡히는 것도 당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죽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걸 저희는 잘 압니다. 손톱이, 발톱이 그리고 머리카락이 자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듯이 말입니다. 지금 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뿌리내리고, 잎을 살찌우고, 풍성한 열매를 키워낼 그들의 미래가 분명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있음을 잘 알기에 초조함을 내려놓고 다시금 용기를 얻습니다.
먼 훗날 타리 지역에 아름다운 복음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히기를 기도하며 저는 이곳 타리에서 SRE 사역을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계속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또 심을 것입니다.
☀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2023년의 모든 사역을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의 삶과 사역이 늘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도록
•2024년에 SRE class에 배정되어 말씀을 배울 어린이들을 위하여
•점점 거세지는 SRE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들이 누그러지도록
•한국에 계시는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을 위해
<즐거운 성탄과 복된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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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 전명은 (Young & Eunice Lee)
•CMMIA(Christian Mission and Ministries for Indigenous Australians) 파송 선교사
•AIM(Australian Indigenous Ministries) Team Partner
✆ +61 413 113 192/ Kakao ID: del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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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