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난쏘공 (A small ball shot by dwarf)
감독) 이원세, 원작) 조세희, 주연) 전양자·안성기·김추련·금보라, 제작) 1981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은 작가 조세희의 총 12편의 단편 연작소설을 묶어서 1978년 6월 5일(문학과지성사 출판) 책으로 출판된 이래 2005년 200쇄를 넘기는 등 한국 문학사에 중요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연작 소설의 내용은 모두 이어지며, 각각 하류층(영수와 그 가족), 중류층(신애 가족), 자본가(윤호)의 시점에서 내용을 풀어내지만, 구성 상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로 연관이 있다. 주된 내용은 영수와 가족들이 서울 달동네에서 쫓겨난 뒤 은강에 정착하여 노동 계층으로 생활하는 내용이다. 맏아들 영수는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현실을 깨닫고 노동 운동에 나서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결국 사장을 살해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죽인 것은 외모가 비슷한 사장의 동생이었다. 그 외에 중류층 대학생 두 명이 사회 운동을 하다가 변절하는 이야기, 중류층인 신애가 하류층인 영수 아버지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이야기, 형제간의 경쟁에서 밀린 재벌 2세의 이야기 등이 각 단편을 통해 그려지면서 다양한 사회 계층의 삶을 그린다.
1970년대 후반 산업 발전기와 달동네 재개발 열풍이 서민들에게 어떠한 상흔을 남겼는지 담담하게 서술해나간 명작 소설로 이 소설 안의 내용들은 소설이 쓰인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담론들로 남아있다. 2005년 200쇄를 돌파했으며, 한국내 출판계에서 문학 작품으로 2005년 200쇄를 돌파한건 난쏘공이 처음이다.
한편 영화는 소설과 배경을 달리한다. 소설에서는 서울의 달동네 철거촌이 배경이지만 영화에서는 군자염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는 당시 군사문화의 시대적 정황으로 인해 소설대로 영화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상에서 난쟁이 김불이는 아내와 염전일을 하는 큰아들 영수와, 난쟁이 아버지에게 연민과 불만을 느끼며 권투 도장에서 가난을 씻으려하는 둘째 아들 영화와 딸 영희와 행복동에 산다. 마침 바다의 오염으로 인해 안식처를 다른 곳으로 아주하게 될 때 보상차 받은 주택 분양권에 많은 흥정이 따른다. 난쟁이 가족에게도 부동산 투기업자 박우철의 손으로 분양권이 넘어가게 되고 박우철은 또 어느새 영희에게도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었다. 자연스럽고 사치스러운 박우철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마는 영희. 영희는 변신하고 싶었다. 그러나 따스했던 행복동의 가족들은 영희의 변신을 방해한다. 행복동의 낡은 가옥들이 무너져버린 새벽 영희는 박우철의 금고에서 가족의 꿈인 주택분양권을 찾아쥐고 난쟁이가 없어진 행복동으로 향한다.
○ 출연 / 스탭
이원세 (Lee Won-se) 감독
전양자 (Yang-ja Jeon) 어머니 역
안성기 – 영수 역
김추련 – 박우철 역
금보라 – 영희 역
전영선 – 명희 역
이효정 – 영호 역
○ 구성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등장인물은 직장에서 부당한 일에 항의하다 해고를 당하고 감방살이까지 하고 나온 큰아들 영수, 술집 작부가 된 영수의 첫사랑 명희, 세차장에서 일하는 둘째 아들 영호, 방직 공장을 다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두고 빵집에서 일하는 막내딸 영희, 염전에서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이 가정의 가장인 ‘난장이’ 아버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수가 감방에서 나오고 지방의 극장에서 공연을 하며 살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쟁이 가족은 모두 모여 살게 된다. 난쟁이라는 조롱과 가난이 이 가족을 괴롭히지만 집이 있고 서로에게 다정한 가족이 있어 위안이 된다. 칼 가는 일을 하며 살던 아버지는 난쟁이라는 이유로 술집 사장의 눈에 띄어 술집에서 호객하는 일을 하게 된다. ‘미니 보이’라 불리며 조롱거리가 된 아버지를 우연히 보게 된 영수는 망설이던 주물 공장에 취직하지만 쇳물이 튀어 화상을 입고 일을 못하게 된다.
이 와중에 난쟁이 가족에게 철거 통지서가 날아든다. 마을 사람들이 방 한 칸도 얻기 힘든 보상금을 받고 하나둘 떠나고, 아버지는 난쟁이들만 사는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꿈을 영수에게 말한 뒤 달나라로 띄우는 편지를 종이비행기에 담아 굴뚝 위에서 날리기 시작한다.
술집에 나가던 명희가 약을 먹고 죽자 명희가 준 돈을 갚기 위해 차마 집 번호판을 팔지 못하던 영수네도 결국 번호판을 팔고 만다. 아버지가 난쟁이라 전세방 구하기도 힘들 거라는 어머니 말에 영호는 집을 되찾기 위해 권투 시합에 나가지만 경기에 지고, 영희는 자기 집을 산 부동산 업자를 따라 집을 나간다.
난쟁이 가족이 영호가 사온 고기를 구워 말없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철거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철거반원들 입에 고기 한 점씩을 넣어 주며 집 나간 딸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오늘 밤 이곳에서 자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영희는 부동산 업자에게 몸을 팔아 집문서를 되찾고 아파트 입주권까지 얻어 가족들에게 뛰어온다.
하지만 이 시간, 난쟁이 아버지는 굴뚝에 올라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자살한다. 영희는 죽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영수에게 “아버지를 난장이라 부르는 악동을 죽여 버리라.”고 말하고, 영수는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다.
○ 내용 및 줄거리
쇠락해 가는 가난한 염전 마을에서 난쟁이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까지 견디며 살아가는 ‘난장이’ 가족의 이야기이다. 저임금 육체 노동을 하며 힘겹지만 두터운 가족애로 다감하게 살아가던 난쟁이 가족은 개발 열풍으로 어렵게 장만한 갯벌 위의 허름한 집마저 잃고 어느 날 철거민이 되고 만다. 막내 딸 영희가 몸을 팔아 어렵게 분양권을 얻어 내지만 ‘난장이’ 아버지는 곧 죽음을 맞이한다. 가난해도 함께 모여 살 집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난쟁이 가족은 결국 행복을 잃게 된다는 내용이다.
난장이(김불이)는 염전 일을 하는 큰 아들 영수 (안성기), 둘째 아들 영호 (이효정), 막내 딸 영희 (금보라), 알뜰히 집안 살림을 해주는 아내 (전양자)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바다 오염으로 행복동 주민들이 이주하게 되자 그 보상으로 주택 분양권이 배정된다. 그러나 순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뒷거래들이 성행하고 난장이 일가도 악덕 부동산업자 박우철(김추련)에게 당하고 만다. 가난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보아온 영희는 우철의 꾀임에 넘어가고 돌아오라는 오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희가 새벽에 금고에서 주택 분양권을 갖고 돌아오지만 반가워하는 가족들 뒤로 난장이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의의와 평가
이원세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원작의 위상과 함께 지금은 사라진 군자염전, 수인선 협궤철도, 군자역 등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 일대의 옛 모습이 영화 속에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한 개발 열풍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이 일대 사람들의 당시 생활상도 다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
○ 영화의 이모저모
영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조세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에서는 서울의 달동네 철거촌이 배경이지만 영화에서는 군자염전이 무대다. 1981년 개봉한 이원세 감독의 이 작품에는 안성기, 전양자, 금보라, 이효정 등이 출연했다. 특별출연한 김불이가 난쟁이 역을 맡았다.
직장에서 부당한 일에 항의하다 해고를 당한 뒤 감방살이까지 하던 큰아들 영수가 출감하고, 지방의 극장에서 공연을 하며 살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쟁이 가족은 모두 모여 살게 된다. 난쟁이라는 이유로 조롱당하고, 벗어나기 힘든 가난이 이들을 괴롭히지만, 그래도 내 집이 있고 서로에게 다정한 가족이 있어 위안이 되는 사람들.
“일생을 살면서 자기 집 하나 쓰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우린 운이 좋았어. 단체에서아버지를 모시고 가면서 목돈을 줘 내가 이나마 이 갯바닥에 집을 지은거야. 집 지을 때만 해도 소금이 금값이었지. 밤이면 아낙네들이 소금을 훔치고 …. 이제는 먼 얘기란다.”
쇠락해가는 염전마을에서도 이렇듯 자족하며 살던 난쟁이 가족에게 어느 날 철거통지서가 날아든다. 마을 사람들이 ‘방 한 칸’도 얻기 힘든 보상금을 받고 하나 둘 떠나고, 아버지는 난쟁이들만 사는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꿈을 영수에게 말한 뒤 굴뚝 위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난쟁이라 전세방 구하기도 힘들 거라는 어머니 말에 작은아들 영호는 집을 되찾기 위해 권투 시합에 나가지만 경기에 지고, 영희는 자기 집을 산 부동산 업자를 따라 집을 나간다. 결국 영희는 부동산 업자에게 몸을 팔아 집문서를 되찾고 아파트 입주권까지 얻어 가족에게 돌아오지만 이 시간, 난쟁이 아버지는 굴뚝에 올라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죽음을 택한다.
“아버지를 난장이라 부르는 악동은 죽여 버려”라고 울부짖는 영희의 마지막 말은 개발 열풍 속에서 갯벌 위의 허름한 집마저 잃어야 했던 가난한 이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영화 속에서 수인선 협궤열차와 군자역 등은 저임금 육체노동에 시달리는 난쟁이 가족이 모이고 흩어지며 희망하고 절망하는 공간이다. 이제 염전도 사라지고 협궤열차는 전동차로 바뀌었지만 ‘난장이만 살기 때문에 큰 사람들이 구경거리가 되는 달나라’를 꿈꾸며 난쟁이는 오늘도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