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맨발의 이사도라 (Isadora, The Loves Of Isadora)
감독) 카렐 라이츠 / 주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제임스 폭스 / 1968년
맨발의 이사도라 (Isadora, The Loves Of Isadora)는 영국에서 제작된 카렐 라이츠 감독의 1968년 드라마 영화이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레이몬드 하킴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이사도라 던컨은 전통 무용을 배웠으나 차차 예술은 물론이고 개인 생활에서조차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는 파격을 보인 인물이다.
영화는 남자 비서에게 자신의 인생을 구술하면서, 삶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관습을 배격하는, 자유분방한 연애와 동거, 개인 생활, 그녀의 춤 모두는 당시 보수적이고 편협한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녀의 춤은 고대 그리스 무용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맨발로 무대에 선 것으로 유명하다.
재봉틀 거부 파리스 싱어 (제이슨 로바즈), 러시아 시인 세르게이 에센닌과의 사랑, 두 아이들의 비극적 죽음 등 그녀의 인생은 성공과 비극적 최후라는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이사도라 던컨은 자신의 규칙에 따라 삶을 살았으며, 여성 해방과 자유로운 사고, 현대 무용에 기여한 업적으로 인해 열렬한 찬미자를 거느리고 있다.
1927년 프랑스 니스에서 타고 가던 자동차의 뒷바퀴에 스카프가 끼어 사망했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카렐 라이츠
제작: 레이몬드 하킴, 로버트 하킴
각본: 멜빈 브래그, 마거릿 드래블, 클리브 엑스턴
원작: 이사도라 던컨, 시웰 스톡스
각색: 멜빈 브래그
촬영: 래리 파이저
음악: 모리스 자르
편집: 톰 프리스틀리
미술: 조슬린 허버트, 젤리코 세네치츠, 마이클 세이무어
의상/분장: 올가 앤젤리네타, 비디 크리스탈, 월리 슈나이더만
캐스팅: 미리암 브릭먼
- 출연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이사도라 던컨 역
제임스 폭스: 고든 크레이그 역
즈보니미르 크른코: 에세닌 역
제이슨 로바즈: 싱어 역
존 프레이저: 로저 역
블라디미르 레스코바르: 부가티 역
신시아 해리스: 메리 데스티 역
베시 러브: 던컨 부인 역
토니 보겔: 레이몬드 던컨 역
로니 길버트: 미스 체이즈 역
월레스 이튼: 아처 역
니콜라스 펜넬: 베드포드 역
존 쿠엔틴: 핌 역
크리스티안 두발레이스: 아만드 역
데이빗 힐리
이나 데 라 하예
스테판 그리프
존 브랜든
○ 줄거리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이사도라는 자신의 춤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곳은 유럽뿐이라고 생각하며 술집에서 돈을 벌어 가족들과 함께 유럽으로 건너온다.
전통적인 발레복이나 토슈즈 없이 그리스 시대의 나풀거리는 천 조각 하나와 맨발로 춤을 추는 이사도라의 댄스 스타일은 유럽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시의 무용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사도라는 금새 유명인이 된다.
무대에서 춤 연습을 하던 이사도라는 어느 날 건축가 고든 크레이그를 만나고, 크레이그는 이사도라와 자신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말한다.
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이사도라는 곧 크레이그와 사랑에 빠지고 그의 아이를 가지지만, 결혼을 믿지 않는 그녀는 혼자서 딸 디어드리를 낳게 된다.
크레이그와 헤어진 이사도라는 자신에게 줄기찬 구애를 하던 대부호 패리스 싱어와 함께 살면서 학교를 경영하고 아들 패트릭도 얻는다.
하지만 독점욕 강한 패리스는 항상 춤을 먼저 생각하는 이사도라에게 조금씩 멀어져가고, 무엇보다 기업인으로서 타인의 눈을 인식해야하는 그로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이사도라의 철학이 맘에 들지 않았다.
궁전 같은 큰 집에서 무료해하는 이사도라에게 패리스는 피아노 선생을 구해주지만 그는 (이사도라의 표현에 의하면) 개구리 같은 용모의 사내였고, 그의 얼굴조차 보고 싶어하지 않는 이사도라를 보고 패리스는 심술궂은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 개구리 같이 생긴 피아노 선생과 이사도라가 사랑에 빠지자 패리스는 이사도라와 결별한다.
패리스와 결별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도라는 패리스로부터 한 번 만나자는 전갈을 받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패리스에게 간 이사도라는 자신이 패리스와 긴밀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유모와 함께 도시 구경이나 하라며 차를 태워 보내는데, 그것이 이사도라와 아이들과의 마지막이었다.
차사고로 인해 디어드리와 패트릭을 저세상으로 먼저 보낸 이사도라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소련으로부터 초청 연락을 받고 소련으로 건너간다.
○ 관람평
이사도라 던컨 (1877~1927)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생의 무용수다 정식으로 무용을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닷가에서 춤을 추며 독학하여 완성한 자신만의 춤으로 무용수로서 명성을 얻고 명예와 함께 여러 남자를 전전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어이없는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비운의 여성이다. 그녀의 삶을 보면 예술에 혼을 바치며 결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어릴때부터 선언을 하였고, 춤에 몰두하여 평생 춤을 추며 살아갔고, 마치 덜 입은 듯한 의상으로 맨발인 채 춤을 추는 열정의 여인이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에서 얻은 두 아이를 사고로 잃고, 러시아에서 만나 결혼한 18세 연하의 청년과의 짧은 결혼 생활은 폭력과 파탄의 삶이었고, 그 청년의 자살로 그와의 인연도 종지부를 찍었고, 프랑스 니스에서의 말년의 삶을 살다가 스카프가 자동차 바퀴에 걸려 사망하는, 참으로 롤로코스터 같은 비운의 인생이었다.
이사도라 던컨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 ‘맨발의 이사도라’는 1968년 영국의 카렐 라이즈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되었고, 한국에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1976년 TBC 방송으로 첫 전파를 탔다.
이후 케이블 방영, DVD 출시 등을 통해서 알려졌다.
물론 과거 비디오나 DVD가 등장하기 전, 영화보기 힏든 시절에는 모리스 자르의 음악으로 더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못 본 사람들은 많았지만 모리스 자르의 테마 음악을 아는 사람은 많다.
모리스 자르 (Maurice Jarre, 1924.9.13 ~ 2009.3.29)는 프랑스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자, 퍼커션 연주자, 기타 연주가, 작곡가, 지휘자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 《사랑과 영혼》 등 영화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교차편집을 통한 이원적으로 진행된다. 나이가 들고 몰락하여 니스에서 중년의 삶을 보내는 이사도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지치고 나이든 삶이 조금씩 보여지고, 그와 함께 이사도라의 성장과 삶, 성공, 비운의 파란만장한 삶이 순차적 진행으로 보여진다.
미국 여인인 이사도라는 어릴때부터 춤을 좋아했고, 바닷가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한다. 예술의 영혼을 담기 위해서 결혼 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다. 쇼 비지니스 무대에서 캉캉 춤으로 인기를 끌자 계속 출연해 달라는 제안에도 불구하고 출연료로 받은 300달러를 갖고 운명에 도전하기 위해서 유럽으로 떠난다.
이후 그녀만의 독특한 춤으로 인기를 모으는데 그리스 신화속 여인처럼 헐벗은 듯한 의상과 맨발로 클래식 음악에 맞추어 정열적으로 추는 춤은 자유로움과 관능미를 함께 발산한다.
이후 무대 디자이너인 크레이그 (제임스 폭스)와의 만남으로 그의 딸을 낳고, 미국의 대 부호인 싱어 (제이슨 로바츠)의 사랑을 받으며 그의 아들을 낳고 호화로운 삶을 보낸다.
영화에서 이사도라가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은 바로 싱어와의 동거생활 시기였다.
싱어는 이사도라를 위해서 거대한 부지의 댄스 학교도 세워주고 싱어가 가진 부를 마음껏 누리게 한다.
하지만 이사도라는 그의 아이를 낳았음에도 결혼을 거부하고 동거의 삶만을 추구하는데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열정적 춤을 추던 이사도라의 삶은 싱어를 만나서 매우 부유하긴 했지만 대신 따분하고 심심한 느낌이었다. 싱어가 이사도라를 위해서 붙여준 볼품없는 외모의 피아니스트와 바람을 피기도 하는 등 이사도라의 남성 편력은 영화내내 나타난다. 별거중이던 싱어와의 만남을 위해서 파리에 간 이사도라는 그곳에서 자동차 사고로 두 아이를 동시에 잃게 되면서 큰 시련을 겪는다. 롤러코스터 같은 비운의 삶을 살던 이사도라의 일생에서 가장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러시아에 초대받아서 간 이사도라가 겪는 이야기인데 사회주의 국가가 된 러시아가 인민들은 가난하고 굶주리지만 예술가들은 다른 삶을 사는 모습, 그리고 그곳에서 18세 연하의 시인 세르게이 에세닌과의 만남은 오히려 이사도라의 삶에 행복보다 추한 파탄을 일으킨다.
세르게이는 불안정한 성격과 폭력으로 이사도라를 힘들게 했지만 자식을 모두 잃고 중년이 된 이사도라는 그런 세르게이를 감싸고 생애 최초의 결혼까지 한다.
세르게이의 시를 접목한 러시아 춤 공연을 위해서 고국인 미국공연에 나선 이사도라, 공연도중 가슴을 드러내는 파격적 행위, 그리고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선동 등으로 공연은 실패하고 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세르게이는 30살의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하였고, 이사도라와 결혼한 지 3년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니스에서의 말년의 삶은 부가티 자동차를 모는 청년에게 반하여 그가 누군지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다루어지는데 그 부가티 자동차 청년은 바로 이사도라가 최후를 맞이한 운명의 차를 모는 인물이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영화이기 때문에 좀 드라마틱하게 묘사된 것 같은데 극적으로 그 청년을 발견하여 함께 자동차를 타게 되었지만 결국 그게 비극이었다.
오픈카를 타고 긴 스카프를 휘날리던 이사도라는 그 스카프가 자동차 뒷파퀴에 끼이면서 목이 졸려 사망한다.
이렇게 해서 50세의 나이에 굴곡진 삶을 마감하게 된다.
이사도라를 연기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화려한 빅 스타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연기활동을 해온 영국의 연기파 여배우다.
그녀의 인생 최고의 영화는 유태인 피아니스트를 연기한 ‘죽음의 연주’ 이겠지만 본인의 이름을 내세운 간판 대표작은 ‘맨발의 이사도라’라고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을 통해서 이름을 알리고 ‘악령들’ ‘트로이의 여인들’ ‘줄리아’ ‘위험한 계절’ 경기병대의 돌격’ 등 여러 영화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맨발의 이사도라’를 통해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총 13번이나 올랐으며 그 중 두 번의 조연상을 수상했다.
180cm의 장신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장신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포스와 긴 동작을 십분 활용하여 이사도라의 춤을 재현한 혼신의 열연을 펼쳤으며 때론 노출을 마다않는 과감함을 보여준다. 그로테스크한 수녀 역으로 열연한 ‘악령들’과 삭발까지 감행한 ‘죽음의 연주’와 함께 가장 정열적인 연기를 보여준 영화다.
한국에 ‘토요일밤과 일요일아침’으로 알려진 카렐 라이즈 감독이 연출했으며 영국, 프랑스, 크로아티아 등 유럽 각지에서 촬영을 했다.
모리스 자르의 메인 테마가 은은하고 인상적이며 무용 장면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비롯하여 차이코프스키, 슈베르트, 브람스 등 저명 작곡가의 음악들이 활용되고 있다.
카렐 라이즈 감독은 대체적으로 영화의 배경과 분위기를 밝은 화면과 다소 코믹하고 과장된 분위기로 이끌며 자유분방한 이사도라 던컨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한국내 개봉되지 않은 영화중 1960년대의 볼만한 영국영화 수작이다.
○ 기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이사도라 던컨의 춤을 연기하기 위해서 6개월간 혹독한 연습을 했다고 한다.
한국의 DVD는 132분이지만 원래 168분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168분짜리 버전을 본다면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이 있겠다.
대부호로 등장한 제이슨 로바츠의 대사가 재미나다. 그가 이사도라를 만나 값비싼 보석을 선물로 주자 이사도라가 ‘이런 식으로 재산을 탕진하나요?’라고 묻는데 대답이 “다 탕진하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거요. 그러니 당신이 좀 도와주시오’라고 말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