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 Unga Astrid / Unge Astrid
감독)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 주연) 알바 아우구스트, 마리아 팔 비칸데르 / 2018년
“비커밍 아스트리드” (스: Unga Astrid, 덴: Unge Astrid)는 2018년 공개된 스웨덴과 덴마크의 전기 드라마 영화이다.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다.
‘아스트리드’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10대 소녀다.
1920년대 스웨덴의 시골에서 10대 소녀에게 허락된 일이란 집안일을 돕거나, 동생들을 돌보거나 하는 그저 허드렛일뿐.
게다가 기독교 집안인 까닭에 이성교제는 물론
머리모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하다.
하지만 딸의 글 솜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아끼는 아버지는 아스트리드
를 지역 신문사의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힘쓴다.
그곳에서 그녀는 삶의 전환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말괄량이 소녀 아스트리드
가 전설의 작가 린드그렌
이 되기까지 그녀의 가장 결정적인 삶의 모먼트를 만난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킴 펍즈 아케손
제작: 안나 안토니, 마리아 달린, 라르스 G. 린드스트룀
촬영: 에리크 몰베리 한센
편집: 카스페르 레이크, 에사 모스베리
음악: 니클라스 슈미트
제작사: 노르디스크 필름, 아반티 필름, DCM 프로덕션스, 필름 이 베스트
배급사: 노르디스크 필름
개봉일: 2018년 2월 21일(베를린), 2018년 9월 14일(스웨덴), 2018년 9월 30일(코펜하겐), 2019년 1월 31일(덴마크)
시간: 123분
국가: 스웨덴, 덴마크
언어: 스웨덴어, 덴마크어
- 출연진
알바 아우구스트 – 아스트리드 에릭손 역
마리아 팔 비칸데르 – 늙은 아스트리드 역
마리아 보네비 – 한나 에릭손 역
마그누스 크레페르 – 사무엘 아우그스트 에릭손 역
헨리크 라파엘센 – 라인홀드 블롬베리 역
트리네 뒤르홀름 – 마리 역
비에른 구스타프손 – 스투레 린드그렌 역
○ 줄거리
아스트리드는 16세부터 자신의 농장에 있는 빔메르뷔(Vimmerby) 근처 시골에서 부모님, 형제, 두 자매와 함께 성장한다.
아스트리드가 에세이를 발표한 후,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쉽을 제안받는다. 불행하게 결혼한 나이 많은 신문 편집자 볼룸베리와 바람을 피운 아스트리드는 임신을 하게 되고, 볼룸베리는 아스트리드를 스톡홀름으로 보내서 비서 학교로 입학시켜 준다.
아스트리드는 볼룸베리의 이혼 소송에서의 불리한 결과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덴마크에서 출산한다. 그 후, 아스트리드는 볼룸베리와 결혼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아스트리드는 출산한 아들을 키우는 문제 때문에 부모와 싸우고 가족을 떠나게 된다.
아스트리드는 스톡홀름의 자동차 클럽에서 비서로 계속 일하고 자신의 아파트를 구한다. 아스트리드의 아들 라세는 마침내 아스트리드와 함께 살게 되었으나, 라세는 덴마크의 유모 마리에게서 자라서, 어머니와 2년 넘게 떨어있던 터라, 마리를 어머니라 부르고, 다른 침대에서 자는 등, 아스트리드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러던 라세가 백일해에 걸리고, 아스트리드에게 썸이 있던 자동차 클럽에서의 상사였던 스투레 린드버그는 의사를 아스트리드의 집으로 왕진보내어 치료한다.
아스트리드가 라세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자, 라세는 궁금해하며 아스트리드의 품으로 안기며 이야기를 듣게 되며,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 후, 아스트리드는 고향 빔메르뷔 (Vimmerby)에 방문하여 가족과 화해하는 것으로 끝난다.
○ 영화 이모저모
2018년에 개봉한 덴마크, 스웨덴 합작 영화. 한국에서는 2021년 5월에 개봉하였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작가가 되기 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ㆍ전기 영화이다.
[ ABOUT THE MOVIE ]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말괄량이 10대 소녀 아스트리드
가 전설의 작가 린드그렌
이 되기까지, 그의 삶의 기반이 되어준 인생의 가장 내밀했던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선택과 성장을 거듭한 6년 여의 타임라인을 통해, 내밀한 작품 세계의 단초를 발견하고 그 시절의 소환을 통해 관객에게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이자 스토리텔러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 ~ 2002)은 전 세계는 물론 스웨덴 사회의 격동기를 겪으며 10대 미혼모로 세상의 편견에 맞섰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늦깎이 작가로 데뷔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여성이다.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201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고, 시카고국제영화제에서 외국어영화 부문 관객상 수상, 54회 스웨덴 영화협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을 포함 7관왕을 달성하는 등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주목 받았다. 특히 해외 언론과 평단은 특히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배우 알바 어거스트에 대해 ˝매우 아름답고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연기!˝ (The New York Times Critics` Pick), ˝알바 어거스트의 반짝이는 연기가 아름답게 담긴 진솔한 영화˝ (New York Times), ˝힘있고, 반항적이며, 풍부한 알바 어거스트의 연기에 몰입된다˝ (Chicago Reader) 등 만장일치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만약 삐삐가 없었다면, 나는 감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비커밍 아스트리드> 감독
“우리 사회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녀의 업적과 삶을 기리며 그녀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 라스 린드스트룀 프로듀서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의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던 말괄량이 십대 소녀 아스트리드
는 글 솜씨를 인정받아 지역 신문의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그녀는 부인과 별거 중이던 편집장과 사랑에 빠져 임신을 하게 되지만 당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인습 때문에 덴마크에서 출산하고 육아를 위탁해야만 했다.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후 무책임하고 보수적인 사회의 폭력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스트리드
가 독립적인 생활을 위해 글쓰기는 물론 속기와 타이핑을 배우며 커리어를 쌓고 후에 남편이 된 스투레 린드그렌
을 만나기까지 그녀의 치열한 삶이 담겨있다.
관람 포인트: 잘 알려진 [삐삐 롱스타킹] 등 여러 어린이 소설을 쓴 유명 작가가 되기 이전 아스트리드
의 역경을 극복하는 성장기, 작가로서 기반이 되었던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시절의 삶에 집중한 작품, 여성 감독이 쓴 여성에 관한 여성 중심 영화
2020년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대표적인 소설인 [삐삐 롱스타킹]이 탄생한 지 75주년이 되는 해로 국내에서도 2020.9.9 ~ 12.6 동안 주한 스웨덴 대사관과 국립세종도서관, 그리고 시공주니어 출판사 주최로 2020.5.19 ~ 7.9에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올해 2021.3.26 ~ 9.30에도 남양주 정약용 도서관에서도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림책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의 백희나 작가가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아동문학상인 린드그렌상
혹은 ALMA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을 받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18년)와 제8회 스웨덴영화제 (2019년)에서 상영되었다.
[ DIRECTOR`S NOTE ]
친애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선생님,
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의 여름을 스몰란드의 숲에서 보냈어요. 그것은 단순한 삶이었죠. 전기와 온수도 없었고 화장실, 전화, 텔레비전도 없었어요. 다른 또래 친구들이 없어서 하루 종일 지루했고 자주 혼자 지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 책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바로 당신의 책들이었죠.
내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죠. 당신은 나에게 악과 선함이 존재한다고 가르쳐 주었어요. 그리고 죽음은 맞닥뜨려야 한다고. 용서는 가능하지만 삶에 대한 믿음이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요.
당신은 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당신을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신이 아주 어렸을 때 일어났던 어떤 일이 깊은 영향을 끼쳐서 위대한 스토리텔러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영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준 것 말입니다.
그 시대의 규범, 종교, 문화를 깨도록 강요한 어떤 것, 당신을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것들이 나의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를 만들게 했어요. 감사합니다. _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드림
[ ABOUT THE AUTHOR ]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Astrid Lindgren
전 세계가 사랑하는 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11.14 ~ 2002.1.28)은 방황하는 청소년과 미혼모를 거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늦깎이 작가, 그리고 다양한 사회 이슈에 맞서 치열하게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혁신적이고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린드그렌의 수많은 작품이 76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100개 국 이상의 나라에 출판되어, 많은 어린이들에게 책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 주고 훗날 인생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삐삐 롱스타킹],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개구쟁이 에밀] 시리즈를 시작으로, 모두 대표작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하며, 모든 작품에서 말썽쟁이 아이들의 생명력과 풍부한 세계관과 어른 못지않은 강한 의지, 그리고 어린이다운 자유로운 발상이 넘친다.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만 전세계에서 6,000만부 이상이 판매됐다고 알려졌다.
*아래 글 출처: [우리가 이토록 작고 외롭지 않다면–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전기] (창비 출판)
<요약>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말괄량이 10대 소녀 아스트리드
가 전설의 작가 린드그렌
이 되기까지, 그의 삶의 기반이 되어준 일생의 가장 내밀했던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시절을 소환해 관객에게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영화 속에는 신문사 수습기자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비서학교를 수학, 유능한 비서로 활약하던 시기까지만 담겼다. 하지만 실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결혼과 함께 생계를 돕기 위해 자동차클럽
홍보를 위한 경기 진행요원을 하기도 했다. 또한 꽤 저명한 잡지에 기고하는 등 본격적인 아동문학 작가로 데뷔하기 전 수많은 매체에 자유롭게 기고한 이력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세상과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버릴 만한 강렬한 경험도 했는데, 전쟁 일기
라 불릴 정도로 꾸준히 일기를 쓰며 시대의 슬픔을 함께 호흡했다. 그 기간에 스웨덴 중앙 정보기관의 비밀 보직으로 우편검열관이 되어 스웨덴과 다른 나라 사이를 오가는 서신 수만 통을 검열했고, 이를 통해 전쟁이 영혼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성찰을 계기로 1944년 봄, [오리지널 삐삐]의 초고를 완성했고, 바야흐로 1945년 [삐삐 롱스타킹] 출간의 발판이 됐다. 아동문학 작가로 데뷔해 세계적인 유명작가가 되어서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작가와 출판사 편집인 업무 두 가지 모두 눈부시게 뛰어난 솜씨로 처리해서 오랜 기간 각광받았다. 책의 홍보문, 광고 카피 초안 또는 서적상을 위한 판매 집계표 작성 등 매우 반복적이고 사소한 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다. 자신의 명성을 다른 무명작가들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면서 소임을 다했다.
이외에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노년에 스웨덴 사회민주당 정부가 과도한 과세 정책을 펴자, 평생 지지해온 정당을 가차없이 비판해, 사회민주당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스웨덴은 물론 전 세계 아동들의 인권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1978년 독일서적상협회 평화상 수상에서의 절대 비폭력! 어린이에 대한 체벌 금지
등을 주제로 한 연설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1978년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공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생전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규정한 적은 없었지만, 미혼모로서 치열하게 일하며 자녀를 길렀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제한적이던 시절에 작가이자 출판인으로서 자립한 것도 존경할 만하다. 나아가 80년대 동물복지운동부터 90년대 이르러 환경보호운동까지 스웨덴 시민들의 행동을 격정적으로 촉구하는 기사 기고를 10년에 걸쳐 지속하며 스웨덴 녹색운동계의 주요 인사가 되었다. 말년에는 스웨덴 국내외에서 개인과 단체 가릴 것 없이 재정적 지원 요청 편지를 수없이 받았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수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단체를 위해 얼마나 기부를 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선 활동에 힘썼다. 스웨덴 왕립도서관 기록물 보관소에 남아있는 기부에 관한 감사 편지로만 추정해도 기부 금액이 약 1천만 크로나(1백만 달러)나 된다는 후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에 기록된 수많은 직업의 반추야말로, 그가 100여 년의 생애 동안 수많은 배움과 성장으로 20세기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훌륭한 한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방증이다.
<인용문>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이자 사회활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세기와 국경을 넘어 사랑 받는 동화 삐삐 롱스타킹
시리즈와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여성 등 세상 속 여린 존재들을 위해 힘껏 목소리를 낸 사회활동가로서도 조명을 받았다. 1900년대 초 지적 노동을 원하는 어린 여성이자 미혼모로서 사회적 폭력에 직접 맞닥뜨린 것을 시작으로, 소수자를 향한 다양한 억압과 불의에 앞장서서 맞서며 살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명실상부하게 20세기를 대표하는 동화작가지만, 그녀의 삶은 더 많은 수식어와 정의를 필요로 한다. 린드그렌은 스웨덴 반핵 운동과 동물복지법 논쟁을 촉발시킨 환경운동가이며, 아동 포르노그래피, 청년 주택 문제 등에 목소리를 낸 활동가이고, 명망 있는 출판 편집자이자 신랄한 논평을 통해 사회민주당의 과세 정책을 비판하고 44년만의 스웨덴 정권 교체에 기여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기존의 전통적 삶의 모델에서 벗어나 다양한 꿈을 쫓기 시작한 격변의 20세기에, 린드그렌은 특히 더욱 영민한 감각으로 시대의 진보에 맞추어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 나갔다.
한편, 씩씩하고 거침없어 보이는 린드그렌의 행보에는 언제나 우울과 위기가 그림자처럼 자리했다. 그녀는 외향적이고 진보적인 시대 정신을 흠뻑 흡수하는 동시에 정서적으로 불안정했으며 머리를 짧게 자르고 넥타이와 바지 차림으로 자신의 몸에 관한 결정권을 온몸으로 외치면서도 고독과 자괴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삶이란 속속들이 썩어 빠졌다˝고 읊조리기도 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시간과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 작가일 뿐 아니라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 현실 참여의 눈부신 성공 사례를 온몸으로 웅변한 지성인이기도 하다. ˝어린이도 예술을 통해 충격을 경험해야 한다.˝라며 아동문학의 금기를 과감히 깨트리고, 그 소중한 존재들을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바를 스스로 실천한 그의 삶에 어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으랴.(옮긴 이의 말 중에서)
1926년, 열일곱 살이던 린드그렌은 당시 수습기자로 막 꿈을 펼치던 신문사 『빔메르뷔 티드닝』의 소유주이자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베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임신에는 ˝지독하게 무책임한˝ 아버지뻘 상사뿐 아니라, 성에 관해 지독하게 보수적
이었던 당시의 사회 또한 관여하였다. 피임기구 광고마저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1920년대 스웨덴 농촌에서 혼외자를 임신한 어린 여성으로 낙인 찍힌 린드그렌은 그 후 자신을 신체적•정신적으로 구속하고 통제하려는 본격적인 폭력들을 공기처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린드그렌이 발걸음을 옮긴 곳은 사회가 그녀를 쥐고 끌고 가려 한 방향과 완전히 다른 쪽이었다. 그녀는 사랑하지도 않는 남성의 아내가 되는 대신 ˝그토록 사소한 것에 대해 그렇게도 심하게 수군거˝ (71면)리는 고향 사람들을 떠나 덴마크에서 출산하였으며, 그곳의 명망 높은 위탁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스톡홀롬으로 이주해 홀로 속기와 타이핑을 배우며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중략)
(*아래 글 출처: 주한 스웨덴 대사관 SNS https://fb.watch/4zyy_9d-nZ/)
세계적인 슈퍼스타 말괄량이 삐삐를 탄생시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아동인권 수호자였다. 1978년 독일도서무역평화상 수락 연설에서 그녀가 소개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체벌이 아이 양육에 필요하다고 믿었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의 어린 아들이 나쁜 짓을 했다는 판단에 그녀는 아이에게 숲에 가서 회초리로 사용할 자작나무를 찾으라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 뒤 아들은 손에 돌멩이 하나를 든 채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자작나무는 찾을 수 없었지만, 여기 엄마가 저에게 던질 수 있는 돌이 있어요.
아들은 엄마는 내가 상처 입기를 원하니 이 돌멩이를 써도 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엄마와 아들은 서로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이후 엄마는 그 돌을 주방 선반에 올려두고 바로 그 순간에 만들었던 평생의 약속을 상기합니다. 폭력은 절대 안됩니다! (Never Violence)!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이후 사회의 큰 울림이 되어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냈고,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 가정체벌금지법을 시행한 나라가 되었다.
[ BACKGROUND ]
삐삐 롱스타킹
의 전설적인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20년대 스웨덴의 시대상 톺아보기를 통해 깊은 이해 돕는다!
재즈에 빠진 모던 걸들의 단발머리부터, 여성 신문기자, 미혼 여성의 혼외자 출산까지
세계 최고의 인권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이 자랑하는 명실상부 20세기 대표 아동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가 5월 개봉을 확정한 앞둔 가운데, 영화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특별한 관람 가이드를 공개했다.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말괄량이 10대 소녀 아스트리드
가 전설의 작가 린드그렌
이 되기까지, 그의 삶의 기반이 되어준 인생의 가장 내밀했던 10대 중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시절을 소환해 관객에게 울림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1920년대는 격변의 시기로 세계적으로 재즈 음악이 엄청나게 유행했고, 나라마다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되는 등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사회 관습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비커밍 아스트리드>의 배경이 된 1920년대 중반 스웨덴도 마찬가지. 영화 속에서 아스트리드는 시골마을 스몰란드에서 오직 책에서 삶의 의미를 찾던 외로운 소녀였으나, 시대 분위기를 온 몸으로 느끼며 외향적이고 진보적인 시대정신을 체득해가는 캐릭터다. 댄스파티에 참석해 파트너를 기다리며 춤출 기회를 기다리는 여성이 아니라,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혼자서 댄스 플로어에 몸을 날려 춤을 추며 즐기는 모습을 통해 그녀의 자유분방한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양 갈래머리를 짧은 단발머리로 자르는 모습 또한 현재의 시선으로는 별게 아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제법 의미심장한 장면으로 오롯이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당시 북유럽의 신문과 주간지에 칼럼을 쓰는 남성들은 여성들이 머리를 짧게 자르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을 마치 자신들의 소명처럼 여겼을 정도로 여성들의 헤어 스타일을 힐난했다. 이는 사실 여성의 새로운 사회 역할에 대한 공포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920년대에 전 세계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빅토르 마르그리트의 소설 [라 가르손느] (소년같은
이라는 뜻)가 대유행 했는데, 빅토리아 시대의 성 역할과 예의범절을 벗어 던지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젊은 여성들은 어머니나 할머니처럼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코르셋과 길고 무거운 가운을 버리고, 기능적으로 편한 옷을 입었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은 긴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자르고,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맸으며, 공공장소에서 남자들에게 허용된 흡연과 음주를 서슴지 않았다. 제멋대로 춤추고 다니고, 혼외 자녀를 낳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며, 가족보다 자유를 선택하고, 자신감 넘치는 자수성가형 여성이었다. 공교롭게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짧은 헤어스타일에 춤을 즐겼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 남성복을 입었으며, 혼외 자녀를 낳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택해 작가로서도 성공했다.
스웨덴은 1921년 여성의 참정권 허용 이후 여러 개혁을 통해 양성평등을 철저히 실행하는 국가이다. 스웨덴에서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괄목하게 진척되면서 정부차원에서 남녀평등을 위한 제도와 환경개선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결과 현재는 과학, 문화 및 언론계를 중심으로 여성의 사회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특히 공직과 정치계에서는 완전한 남녀평등을 실현하여 의회 내 여성의원 비율이 약 45%로 매우 높은 수준. 하지만 <비커밍 아스트리드>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당시 스웨덴은 여성 권리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오직 남성의 영역이었으며 여성 기자는 매우 드물었다. 열여섯 살의 아스트리드가 신문사의 수습기자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녀의 글쓰기 재능을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 나아가 그곳이 스웨덴의 시골마을인 것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그만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1920년대 아직 완전히 해방되지 않은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스스로 자리매김해 나가며 성인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아스트리드는 열여덟 살에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전도양양한 기자 커리어 또한 돌연 중단됐다. 당시 스웨덴 사회의 미혼 여성의 임신에 대한 인식은 타지로 도피해서 출산하든지, 마을에 남아서 가족의 수치가 되든지, 둘 중 하나 외에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결국 아스트리드는 전자를 선택하고, 삶의 전환에 맞닥뜨린다. 똑똑하고 책도 많이 읽은 그녀가 피임에 대해 무지한 것을 지금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1920년대 당시 스웨덴은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보다 뒤처진 성 정책의 나라였다. 이는 청교도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스웨덴은 피임 기구 판매는 허용한 반면 콘돔 등의 광고는 법으로 금지했기에, 당시 이런 미혼 여성의 출산은 사회문제 중 하나였다.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성 위생의 중요성을 외치고, 피임에 대한 법률의 이중성을 비판하며 항의했다. 특히 스웨덴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운 선구자 중에는 노르웨이 출신 엘리세 오테센옌센이 있는데, 그는 여성이 임신의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성생활을 누려야한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운동은 페미니즘이 사회민주주의 운동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은 1930년대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여성 권익에 시발이 되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 ~ 2002)은 이렇듯 전 세계는 물론 스웨덴 사회의 격동기를 겪으며 10대 미혼모로 세상의 편견에 맞섰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늦깎이 작가로 데뷔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20세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낸 여성이다.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는 그의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인생의 가장 결정적인 선택과 성장을 거듭한 6년 여의 타임라인을 통해 그의 내밀한 작품 세계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