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사일런스 (Silence)
감독) 마틴 스코세시 / 주연) 앤드루 가필드, 애덤 드라이버, 리엄 니슨 / 2016년
《사일런스》(Silence)는 2016년 공개된 미국의 영화이다. 엔도 슈사쿠의 1966년작 동명 고전을 원작으로, 제이 콕스가 각색하고 마틴 스코세시가 연출했다. 앤드루 가필드와 애덤 드라이버, 리엄 니슨이 세 포르투갈 선교사를 연기한다.
엔도 슈사쿠의 1966년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하는 2번째 영화다. 근세 일본의 가톨릭 탄압 속에서 고뇌하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종교적 성찰을 그렸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작이다.
스코세이지가 1980년대부터 영화화하고 싶어했던 프로젝트였으나, 판권 문제 및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개봉 이후 시달려온 종교적인 후폭풍으로 인해 촬영이 계속 미뤄지다가 2013년에서야 가시화됐다고 한다. 최종적으로 2016년 12월에 개봉하는 것으로 확정지었으며, 12월 23일부터 제한적 상영을 시작했다.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에서는 촬영상 후보 하나밖에 지명받지 못했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마틴 스코세시
각본: 제이 콕스, 마틴 스코세시
제작: 바버라 더 피나, 랜들 에밋, 비토리오 체키 고리, 에마 틸린저 코스코프, 가스톤 파블로비치, 마틴 스코세시 어윈 윙클러
원작: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
촬영: 로드리고 프리에토
편집: 셀마 스쿤메이커
음악: 킴 앨런 클루거, 캐스린 클루거
배급사: 파라마운트 픽처스
개봉일: 2016년 12월 23일(미국), 2017년 2월 28일(한국)
시간: 161분
국가: 미국
언어: 영어, 일본어
- 출연진
앤드루 가필드 – 세바스티앙 호드리게스 신부
애덤 드라이버 – 프란시스쿠 가흐프 신부
리엄 니슨 – 크리스토방 페헤이라 신부
아사노 타다노부 – 통역사
키어런 하인즈 – 발리냐노 신부
츠카모토 신야 – 모키치
쿠보즈카 요스케 – 기치지로
잇세이 오가타 – 이노우에
○ 줄거리
시마바라의 난이 진압되고 얼마되지 않은 시기 (1638년), 포르투갈 예수회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선교사 페레이라 신부 (리엄 니슨 분)가 일본에서 일본인 천주교 신자들이 관리들에게 고문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신자들이 유황에서 온천수를 뒤집어쓰는 고문을 당하는 장면과 함께 페레이라 신부가 예수회 측에 보낸 서신이 나레이션으로 깔렸다.
편지는 여러 국가를 거쳐 몇 년 뒤에 포르투갈에 도착했으며, 발리냐노 신부는 “페레이라 신부가 배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그의 제자인 가루페 신부 (애덤 드라이버 분)와 로드리게스 신부 (앤드루 가필드 분)에게 밝힌다. 이 말을 믿지 못한 가루페와 로드리게스는 일본으로 그를 직접 찾으러 간다.
도중에 명나라의 마카오에서 일본인 기치지로 (구보즈카 요스케 분)를 소개받는다. 그는 나가사키 출신으로 어부였다.
그런데 그는 술에 쩔어있는 폐인이었고, 왠지 미덥지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치지로를 길라잡이로 고용하여 그의 안내에 따라 일본의 토모기 촌으로 밀항한다.
일본의 서남부 규슈에 위치한 토모기 마을에 상륙하자 기치지로는 동굴로 그들을 안내한다.
기치지로는 동굴에서 사라져서 어디론가 가버린다. 배신당한 줄로 착각한 두 신부는 절망 속에서 기도하다가 어떤 노인이 횃불을 들고 눈 앞에 나타나자 도망친다.
그러나 그는 신부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마을 이장이었다.
이장의 뒤로 마을 사람들이 더 나타나서 신부들을 환영했다. 그 마을에 신부는 없었고, 노인장 (じいさま)이라고 불리는 촌장 ‘이치조’만 세례를 해주고는 했다.
비밀리에 신앙을 유지하던 마을 주민들은 신부들을 숯을 굽는 움막에 숨겨주었다. 신부들은 밤마다 미사를 집전했지만 이가 들끓는 지하실에 갇혀 사는 것에 대해 염증을 느꼈다. 어느 날 그들은 햇살을 쬐러 나와서 간만의 단꿈같은 휴식을 즐기던 중 다른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을 보고 연기가 피어오를 때 재빨리 도망친다. 신부들은 은신처에 숨었다. 그러자 그들은 움막 앞에 와서 자신들도 기리시탄이라면서 신부들을 불렀다. 로드리게스는 처음에는 의심했으나 그들이 첩자는 아닌가 싶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본다.
알고보니 이들도 신앙을 숨기고 살고 있던 근처의 키치지로가 살고 있는 고토 촌의 사람들이었다. 기치지로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고 했다. 유창하지는 않아도 웬만큼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면서 자기들의 마을에도 와달라고 간청했다. 그들의 발이 상처투성이인 것을 보고 신부들은 그들을 치료해주었다. 로드리게스, 가루페 신부는 고토 촌에도 찾아가서 목회 활동을 했다.
그 곳에서 로드리게스는 어떤 노인에게 페레이라의 소식을 듣게 된다. 단속 이전에 페레이라가 나가사키 인근 신마치에서 병든 자와 어린이를 돌보았다고 했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자신들을 일본으로 안내했던 기치지로가 몇 년 전에 있었던 천주교 박해 당시에 배교하고 가족 중에 홀로 살아남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에게 고해성사를 해 주었다. 또한 선교 과정에서 지쿠고의 수령 이노우에가 잔혹하게 가톨릭 신자들을 박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으로 일본인들이 정통 가톨릭 신앙과 달리, 자신들의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부들이 왔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자 나가사키 봉행소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나가사키 봉행소 소속의 고관 오오메츠키 (大目付) 이노우에 (잇세이 오가타분)가 관리들을 데리고 와서 토모기 마을의 촌장을 붙잡는다. “사흘 내에 신부들을 내놓지 않으면 촌장과 함께 세 사람을 더 인질로 잡아갈 것이다.”라고 밝히고 촌장을 풀어주었다. 촌장 (오이다 요이시 분)과 토모기 마을 주민들은 신부들을 밀고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인질로 나갈 사람을 뽑았다.
이 와중에 고토 촌 사람이라는 이유로 기치지로도 인질에 포함되었다. 인질들은 예수가 새겨진 석판을 밟을 것을 요구받게 되었고 로드리게스는 밟으라고 하지만, 가루페는 안 된다고 했다.
약속된 사흘이 지나고 찾아온 이노우에는 인질들에게 예수의 석판을 밟을 것을 요구했는 데 마을 주민들이 너무나 쉽게 통과하자 성에 차지 않았다. 이번에는 십자가에 침을 뱉고 성모 마리아를 창녀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다. 기치지로만 침을 뱉고 배교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배교를 거부하고 십자가에 묶여 며칠 동안 거센 파도를 정면에서 맨 몸으로 맞아야 하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 인질들은 굶주림에 물이 차면서 겪는 질식, 탈수 증상 등으로 며칠만에 숨을 거두었다. 최후의 순교자 모키치 (쓰가모토 신야 분)는 찬송가를 부르며 숨을 거두었다. 관리들은 시신을 불에 태워서 소각했다. 하느님의 어떠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잔혹한 침묵 속에 로드리게스는 깊은 절망을 겪는다.
로드리게스와 가루페는 흩어지게 되고, 가루페는 히라도에 가서 선교를 이어간다. 로드리게스가 고토 촌을 찾아갔을 때 마을은 이미 한바탕 토벌을 당해서 쑥대밭이 된 이후였다. 그는 인근의 야산에 숨어 있던 중에 기치지로를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다가 예수의 현신을 보게 된다. 로드리게스는 기쁨에 겨워서 미친 듯이 웃다가 그를 발견한 관리들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다른 가톨릭 신자들이 있는 공터로 잡혀갔다. 관리는 기치지로의 앞으로 은전을 던지고 기치지로는 로드리게스에게 미안하다고 외친다. 로드리게스는 공터에서 천민 신자 후안 (카세 료 분)과 모니카 (고마쓰 나나 분)를 만난다. 모니카는 로드리게스에게 음식을 주는 데 천국에는 굶주림도, 조세도, 노역도 없을 것이라면서 죽음 앞에서 너무나 담대한 태도를 보인다. 그들의 태도에 로드리게스는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고 사과한다.
공터에 지쿠고의 수령이 찾아왔다. 그는 가톨릭 신자들이 천민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천민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줄 터이니 배교하라면서 옥사로 먼저 보내고 로드리게스에게는 잠깐 남을 것을 요구했다. 이윽고 저들의 석방이 로드리게스에게 달려있다고 운을 뗀다.
자신들이 과거에는 신부들을 참수하는 전략을 취했지만 그것은 실수였으며 오히려 순교자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신자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는 신부들을 배교시키는 전략을 취한다는 것을 일러주었다. 신부들이 배교하면, 신자들도 따라서 배교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신부가 배교하지 않으면 신자들을 죽일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리고는 로드리게스에게 배교하라고 하면서 “그대의 영광의 대가는 저들의 고통이오.”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임시 옥사에 투옥된다.
그가 임시 옥사에 투옥되어 있을 때 포르투갈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통역관 (아사노 타다노부 扮)이 찾아왔다. 조만간 열릴 재판에서 자신이 통역을 맡을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통역관은 로드리게스에게 “転ぶ”이 한 마디면 신도들을 살릴 수 있으니 배교하라고 종용한다.
통역관은 가톨릭 교리를 비판하며 누구나가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에 로드리게스는 부처도 인간이고 죽는 존재라고 하며 서로 간의 의견차만 보였다. 통역관은 페레이라가 일본으로 귀화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로드리게스는 믿지 않았다.
수감 생활 중에 관리들은 로드리게스에게 하루 세 끼 식사와 깨끗한 옷을 제공해주며 의외로 인격적으로 대우했다. 그 와중에도 로드리게스는 신자들의 신앙 생활을 이끌며 잠깐의 평화를 누린다.
어느 날 관리들은 로드리게스를 승복으로 갈아입히고 그를 재판에 회부했다. 본격적인 심문에 앞서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보라고 인삿말을 건넸다.
심문 과정에서 관리들은 로드리게스에게 기독교 교리가 일본에서는 쓸모가 없고 위험한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양 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한 로드리게스는 재판관, 이노우에를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자 재판을 진행하는 관리들이 그 말을 듣고 비웃었다. 당혹스럽게도 바로 그의 앞에서 심문을 진행하는 노인이 지쿠고의 수령이며, 재판관이고, 이노우에였다. 로드리게스는 다시 투옥된다. 장대비가 내리는 날, 기치지로가 찾아와서 관리들이 자신을 협박해서 로드리게스를 밀고하게 되었다며 용서를 구하고, 기치지로 역시 투옥된다. 신자들은 기치지로를 이노우에의 첩자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기치지로는 뻔뻔하게도 고해성사를 해달라고 하고, 로드리게스는 환멸을 느끼며 마지못해 형식적으로나마 들어준다.
이후, 관리들은 후안과 모니카 등 일단의 신자들을 붙들고 후미에를 강요하나 아무도 배교하지 않는다. 이에 후안이 본보기로 참수되고 모니카와 로드리게스를 비롯한 투옥자들은 울부짖는다. 이때 관리들은 다시금 배교를 종용하며 모범사례로 기치지로를 데려오고, 이번에도 기치지로는 성화를 밟고 도망치듯이 감옥에서 사라진다. 후안의 죽음 때문인지, 로드리게스는 배교하는 기치지로를 더욱 경멸스럽게 바라본다.
한편, 이노우에는 로드리게스를 자택으로 불러서 융숭한 대접을 해주며 대화를 시도한다. 히라도에 다녀왔다는 이노우에는 첩들의 투기에 질려 여인들을 모두 쫓아냈다는 히라도의 다이묘 이야기를 꺼낸다. 즉,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의 열강들이 일본에 구애하며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 이에 로드리게스는 한명의 처, 즉 교회를 아내로 맞이하면 되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두사람은 잠시 설전을 벌인다. 최종적으로 이노우에는 추녀와 석녀 이야기를 예시로 들며 “가톨릭의 교리는 일본에 맞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사회 질서만 불안정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루는 통역관이 로드리게스를 데리고 바닷가로 갔다. 로드리게스는 여기서 수척해진 가루페와 다른 신자들이 붙잡혀 온 것을 보게 된다. 로드리게스는 가루페와 이야기해달라고 하지만, 관군들은 로드리게스를 저지하고, 통역관은 가루페에게 로드리게스가 배교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일러주며 가루페가 배교하지 않는다면 신자들은 수장당하는 상황임을 알려준다. 로드리게스는 절망에 빠져 마음 속으로 제발 배교하라고 외치지만, 가루페가 배교하지 않자 관군들은 신자들을 짚단에 묶어 손발을 움직일 수 없게 한 다음에 바다에 빠뜨린다. 가루페는 배교하지 않고 물에 빠진 신자를 구하려다가 자신도 함께 익사했다. 통역관은 가루페 신부처럼 순결하지도 못하다며 로드리게스를 조롱했다.
그 뒤 통역관은 로드리게스를 절에 데려간 다음에 배교한 페레이라 前 신부를 만나게 했다. 그는 사와노 추안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얻고 일본인 아내와 자식까지 둔 상태였다. 로드리게스는 크게 실망했다. 페레이라는 천문학과 의학에 관해 일본인들을 돕고 있었고, 가톨릭의 교리를 비판하는 책 (현의록)까지 쓰고 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이노우에는 페레이라를 배교시켰던 것과 같은 고문 방법을 사용했다. 신자들을 거꾸로 매달고 머리에 상처만 낸 뒤에 계속 피를 흘리게 하여 정신을 잃지 않게 하고 고문시키는 방법이었다. 이를 본 로드리게스는 제발 배교하라고 절규하지만 알고보니 이들은 배교했으나 로드리게스의 배교 없이는 석방될 수 없었다. 결국 로드리게스는 예수의 석판 앞에 서게 되었고, 그들을 살리기 위해 발을 내딛기 직전 지속되던 침묵이 깨지는 그 순간 예수의 현신이 보이며 “밟아라. 괜찮다. 나는 너의 고통을 알고 있다며. 기꺼이 밟아라.”는 음성이 들리자 로드리게스는 석판을 밟으며 배교하고 흐느낀다.
그 뒤로는 네덜란드 상인의 관점에서 로드리게스가 배교 뒤에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로드리게스는 페레이라와 같이 나가사키에서 해외 물품을 검역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막부와 지방 정부가 기독교적인 상징을 금함에 따라, 기독교적 색채가 있는 물건을 거르는 게 그의 일이 되었다. 그는 오카다 산에몬이란 일본 이름도 물려 받게 되었고, 아내와 자식도 얻었다. 그 와중에 기치지로는 뻔뻔하게 로드리게스를 찾아와 고해성사를 하려고 한다. 처음에 로드리게스는 그를 보고 어이가 없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신앙을 의식하게 만드는 기치지로의 존재와 그 상황에서 믿음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페레이라는 ‘우리 주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점에서 뒷부분과 겹쳐 복선이 있는데, 페레이라 역시 내심 속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계속 믿고 있던 것이었다. 이에 놀란 로드리게스가 조용히 되묻자 그는 자네가 잘못 들은 거라며 애써 부인했다.
로드리게스는 그 뒤로 일본 정부의 감시를 받았고, 주기적으로 배교를 점검 받았다. 후미에 과정에서 성물을 갖고 있는 게 들킨 기치지로는 배교하지 않았음이 드러나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 뒤 로드리게스는 일본에 온 지 40여 년 만에 생을 마감했고, 일본 정부의 감시 아래 불교식 화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마지막에 세상을 떠난 로드리게스의 주검을 비추면서, 시점은 그의 손에 자리한 작은 십자가를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일본의 가톨릭 신자에게 헌정하는 문구와 신부들이 소속된 예수회의 표어인 “AD MAIOREM DEI GLORIAM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가 뜬다.
○ 원작과의 차이
세바스티앙 로드리고라는 이름이 영화에서는 세바스티앙 로드리게스로 변경되었다. 이는 본 작품의 영어 번역본에서도 로드리고라는 이름이 로드리게스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로드리고 (Rodrigo)’는 성 (family name) 보다는 주로 이름 (first name)으로 사용되고, ‘로드리게스 (Rodrigues)’는 성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로드리게스 쪽이 포르투갈인의 이름으로서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원작에서는 로드리게스, 가루페와 함께 호안테 산타마르타라는 또 한 명의 사제가 페레이라를 찾으러 나섰지만 호안테는 도중에 병으로 일본행을 포기했다고 나온다.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로드리게스와 가루페 두 사람만 일본행에 나선 것으로 나온다.
모키치가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직접 만든 십자가를 주는 장면이 추가되었다.
원작의 후일담 부분에 유럽 상인들의 물품을 검사할 때의 페레이라와 로드리게스의 대화, 기리시단 거주 구역에서의 로드리게스와 기치지로의 대화 같은 내용이 추가되었고, 죽은 로드리게스의 손 안에 모키치가 만들어준 십자가가 놓여 있는 것으로 각색되었다. 한국어 번역본들에서는 로드리게스의 마지막 다짐이 엔딩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 뒤의 ‘기리시단 주거 구역 관리인의 일기’ 부분이 원작의 마지막 부분이다. ‘기리시단 주거 구역 관리인의 일기’는 작가가 실제 인물을 작품 속 인물인 로드리게스와 기치지로로 바꾼 것 외에는 천주교 박해 당시의 실제 역사 기록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 참고자료, 부록 정도로 생각하고 번역하지 않은 것. ‘기리시단 주거 구역 관리인의 일기’에는 로드리게스와 기치지로가 기리시단 주거 구역에 유폐된 채로 살아가는 내용, 기치지로가 성물을 가지고 있다 붙잡히는 내용, 기리시단 주거 구역에 있는 로드리게스에게 문서로 또 다시 배교를 확인받는 내용, 로드리게스가 마침내 일본에서 숨을 거두고 불교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후일담 부분에 위에서 말한 내용들을 덧붙였다.
○ 배경 설명: 일본의 가톨릭
16세기 오다 노부나가의 치세 때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신부에 의해 일본에 가톨릭이 전해졌다. 오다는 애초에 종교에 부정적인 사람이라, 불교든 가톨릭이든 신경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절에 이르러 가톨릭의 교세가 커지면서 불교나 신토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자 도요토미는 이를 막으려고 선교사 추방령을 내렸다.
하지만 규슈 지방을 중심으로 유럽과 교류하고 있었던 탓에 히데요시는 기독교를 탄압하지는 않았으며 묵인하는 수준이었고, 고니시 유키나가 같은 기리시탄 다이묘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도요토미가 망하고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 막부가 성립하면서 달라진다. 특히 에도 막부는 점차 가톨릭을 일본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로 보게 되었고, 이는 기독교에 대한 박해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가톨릭은 일본의 서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선교됐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먼 에도에는 신자가 적었다. 시마바라의 난과 후미에 등 대규모 박해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가톨릭 신자는 위축되었고 카쿠레키리시탄과 같이 음지로 숨어들어 활동하게 된다.
이후 200년이 넘게 에도 막부의 쇄국 정책이 이어졌고 기독교는 가혹한 탄압을 당하여 지하에서 활동해야 했다. 나중에 에도 막부가 종식되고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개화하여 종교의 자유가 생기면서 가톨릭이 다시 합법화되고, 정교회, 성공회,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 타 종파들도 일본에 들어오게 된다.
어쨌건 추기경도 5명이나 배출한 데 비해서 일본의 가톨릭 교세는 미약한 상태이다. 일본의 그리스도교 인구는 높게 보는 곳에서도 2% 수준이고 보통은 1% 수준으로 본다. 현재는 100만에서 200만 정도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한다.
○ 모델이 된 인물
엔도 슈사쿠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철저히 취재했고, 대부분의 소재는 실제로 벌어진 일에서 따온 것이다. 즉 신자들에게 배교를 강제하기 위해 가해지던 여러 고문 방법이나 처형 방법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
“페레이라”로 나오는 크히스토방 페헤이라 (Cristóvão Ferreira, 1580 ~ 1650)는 실제 예수회 소속 포르투갈 선교사로 마카오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가 되어 1609년 일본에 파견되었다. 일본어에 능했기 때문에 일본교구를 감독했으나, 1633년 막부에 체포되어 5시간동안 거꾸로 매달리는 고문 (영화와 소설에서 묘사)을 받고 결국 신앙을 부정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사와노 추안 (沢野忠庵)이라는 이름을 받아 일본인으로 살았다. 스스로 선불교 신자라고 하면서 서양 실용서 (천문서 “천문비용”, 의학서 “남만류외과비전”) 번역에 종사하는 한편 기독교의 모순을 지적하는 현위록 (顯僞錄), 배야서 (排耶書)를 썼다. 또한 막부에 체포된 여러명의 체포된 서양 선교사들 취조에 참가하기도 했으며, 후미에에도 나타나 신자들에게 배교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런 행각이 유럽에 전해져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 이를 확인하고 죄를 대신 갚기 (대속) 위해 영화에서처럼 여러 선교사들이 파견되기도 했다. 이들은 체포되거나 순교했다.
“로드리게스”로 나오는 사람의 실제 모델은 주세페 키아라 (Giuseppe Chiara, 1602 ~ 1685)다. 이 사람은 영화와는 달리 이탈리아인이다.(정확히는 시칠리아 출신) 원작 소설은 사제관계로 그리기 위해서 페레이라와 같은 포르투갈인으로 설정하였으나, 페레이라는 마카오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포르투갈에 제자를 둔 바 없다. 그러니까 사제지간으로 묘사된 영화와는 달리 이 둘은 배교후 일본에서 알게 된 사이다. 키아라는 페레이라와 같은 예수회 소속으로 마닐라를 거쳐 일본에 잠입했다가 1643년 5월에 후쿠오카 근처에서 체포되어 나가사키로 압송되었다. 이후 심한 고문을 받고 배교한 뒤 가톨릭을 근절하려는 막부와 협력하여 페레이라와 함께 선교사나 신도 색출에 앞장섰다.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신앙을 버리지 않아 순교한 하급무사 오카모토 산에몬 (岡本三右衛門)이라는 자의 이름과 가족을 받아 에도의 막부에서 복무했으나 죽을때까지 감시를 받았다. 1685년 사망했고, 사망 후 불교식 화장 (다비)으로 장사지냈다.
이노우에 영주의 모델은 “이노우에 마사시게 (井上政重, 1585 ~ 1661)”다. 도쿠가와 가신으로, 원래 영화에서 처럼 규수 북부의 치쿠고 (筑後)의 슈고 (영주) 노릇을 했다. 이 곳에서 가톨릭 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는데,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설에는 나옴), 원래 가톨릭 신자였다가 막부의 금지령이 내려지자 출세를 위해 신앙을 버리고 가톨릭 탄압에 앞장섰다. 이런 공로로 1640년에 영지의 총석고가 1만석이 넘어 다이묘로 출세했고, 다카오카 번 (현재 치바현 근처)에 영지가 있었다.
초반부에 가루페와 로드리게스의 일본 파송 요청을 거절하다 결국 일본행을 허락하는 발리냐노 주교의 모델인 “알레산드로 발리냐노 (Alessandro Valignano, 1539 ~ 1606)”는 실제로는 주인공들보다 한두 세대 전의 인물로, 명나라와 일본을 들락거리며 선교활동을 하던 나폴리 왕국 출신 예수회 선교사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바테렌 추방령 (쉽게 말해 예수회 신부를 전부 몰아내는 것)이 떨어지자 히데요시와의 담판을 거쳐 예수회의 선교활동을 자중케 했고 고니시 유키나가를 위시한 기리시탄 다이묘들의 조선 파병에도 협조하는등 조선의 입장에서는 의도야 어찌 되었든 영 좋지 않은 나비효과를 낳은 인물이었다.
참고 = 위키백과, 나무위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