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엘리자베스 : 골든 에이지 (Elizabeth : The Golden Age)
감독) 셰카르 카푸르 / 주연) 케이트 블란쳇 / 2007년
스페인과 영국의 전쟁, 배빙턴 음모사건 등을 재현한 최고의 시대극으로 여자, 여왕, 전사였던 엘리자베스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 케이트 블란쳇, 클라이브 오웬, 제프리 러쉬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
‘골든 에이지’ (Elizabeth : The Golden Age)는 1998년에 개봉한 영화 ‘엘리자베스’의 속편으로 세카르 카푸르가 감독하고, 워킹 타이틀 필름스와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제작한 2007년 공개 된 영국의 영화이다.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역할을 맡았고, A.R 라흐만과 크레이그 암스트롱이 각본을 썼다.
○ 출연 / 스탭
.셰카르 카푸르 Shekhar Kapur – 감독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역
.제프리 러쉬 Geoffrey Rush – 프란시스 월싱햄 경 역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 월터 라일리 경 역
.리스 이판 Rhys Ifans – 로버트 레스턴 역
.음악 – A.R 라흐만, 크레이그 암스트롱
.촬영 – 레미 아데파라신
.편집 – 질 빌콕
.제작사 – 스튜디오카날, 워킹 타이틀 필름스
.배급사 – 유니버설 픽처스
.개봉 – 2007년
이 영화는 2007년 9월 9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려 첫 상영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2007년 10월 12일에 개봉 되었다. 런던에서는 2007년 10월 23일에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렸고, 2007년 11월 2일에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개봉 되었다.
.수상 – 아카데미 의상상, 새틀라이트상 최우수 의상 디자인, 새틀라이트상 미술상, 200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의상상 노미네이트, 2008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2008년 브로드캐스트 영화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의상상을 수상했으며, 케이트 블란쳇은 최우수 여우주연상에 후보 지명 되었다.
○ 줄거리
여자, 여왕, 전사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단 한 사람 엘리자베스! 16세기 말, 신교도와 구교도의 대립으로 대륙간의 전쟁이 한창인 시대. 영국은 신교도인 여왕 엘리자베스 1세 (케이트 블란쳇)가 통치하고 있다. 구교도가 주권을 잡은 스페인은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메리 스튜어트 (사만다 모튼)를 이용해 영국을 점령하고자 엘리자베스의 암살음모를 계획한다. 국가 간의 동맹을 목적으로 여왕의 구혼자들이 줄을 잇는 사이, 엘리자베스는 자유로운 탐험가 월터 라일리 (클라이브 오웬) 경에게 빠져들지만 나라를 통치하는 ‘여왕’의 위치 때문에 애써 마음을 숨긴다. 라일리 경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가고 여자로서의 삶과 여왕으로서의 권위에서 갈등하던 엘리자베스는 메리 스튜어트의 암살 음모를 발각하게 된다. 반역자로 사형에 처해진 메리 스튜어트의 죽음을 빌미로 스페인은 영국과의 거대 전쟁을 선포하는데…한 여자로서의 인생에 사랑이라는 축복 대신 전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그녀는 운명이 자신의 어깨 위에 얹어놓은 여왕의 자리를 인정하고 검을 손에 쥔다.그리고 이제, 스페인 무적함대에 맞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을 시작한다.
○ About Cast
– 케이트 블란쳇 (Cate Blanchett), 엘리자베스 역 : 아카데미가 사랑하는 배우, 1998년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엘리자베스’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뛰어난 연기력과 신비로운 외모 지적인 매력을 지닌 케이트 블란쳇은 이루 ‘반지의 제왕”에비에이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로 발돋움했다. 마틴 스콜세지, 스티븐 소더버그, 짐 자무시 등 거장 감독들과 함께 해온 그녀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는 유연하고 재능있는 배우이다.
1989년 데뷔 이래로 짐 자무쉬를 비롯한 피터 잭슨, 토드 헤인즈 등의 감독들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고고한 아름다움을 지닌 카리스마적인 연기파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1992년 호주의 국립 연극 학교 (Australia’s National Institute of Dramatic Art)를 졸업한 후 연극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명성을 얻었으며 이후 런던 연극계로도 진출했다. 그러던 중 영화에도 캐스팅되고 헐리웃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리고 1998년에 <엘리자베스>에서의 열연으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및 시카고 영화 비평가 협회, 런던 영화 비평가 협회, 토론토 영화 비평가 협회 등의 여우주연상을 석권하며 명실부동한 최고의 여배우에 등극했다. 이후 영화계의 대표적 연기파 여배우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2001년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의 여왕 갈라드리엘, 2005년 <에비에이터>의 캐서린 헵번, 2007년 <아임 낫 데어>의 밥 딜런, 2008년 <골든 에이지>에서 다시 한번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하는 등, 다양한 영화와 역할로 그 아름다움과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 제프리 러쉬 (Geoffrey Rush), 윌싱엄 경 :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캐리비안의 해적’시리즈의 바르보사 선장 역으로 친숙한 제프리 러쉬.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에서 별난 괴짜 피아니스트 역을 열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아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뮌헨’ 등에도 출연했다.
연극 무대로 데뷔하여 지금까지 70여 편의 연극과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연륜 있는 명배우. 1996년 스콧 힉스 감독의 <샤인>에서 열연을 펼쳐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를 비롯한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며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셰익스피어 인 러브>, <퀼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며 명품 배우로서 명성을 쌓았다. 세계적인 흥행작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 ‘바르보사 선장’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2011년 <킹스 스피치>에서 왕의 말더듬증을 치료하는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국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등에 다시 한번 노미네이트 되었다.
<샤인> 이후 제프리 러시는 연극 배우 출신답게 주로 헐리우드의 고전물에 출연하였는데, <레 미제라블>에서는 장발장을 쫓는 형사 ‘자베르’ 역을 맡았고 같은 해 출연한 <엘리자베스>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협하는 프란시스 월싱험 경을 연기했다. 역시 고전물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는 셰익스피어를 고용한 극장주로 출연하여 자신의 뛰어난 연기력을 마음껏 펼쳐 두 번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
– 클라이브 오웬 (Clive Owen), 라일리 역 : 강인한 카리스마와 탄탄한 연기력. 다양한 장르의 영화속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는 그는 2005년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만과 함께한 ‘클로저’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골든글로브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듯한 표정 속에 폭발적인 에너지가 잠재된 클라이브 오웬은 정형화된 매력을 벗어난, 특별한 열정이 존재하는 배우이다. 험프리 보가트, 로버트 미첨, 숀 코네리를 떠올리게 한다는 세간의 평처럼 그의 얼굴은 다양한 이미지를 변주할 수 있는 강렬한 힘과 쉽게 잊혀지지 않을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클로저>, <씬 시티> 등을 통해 이제 막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을 뿐인 그가 주목받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영국 왕립 드라마 아카데미에서 연기를 공부한 그는 24세의 나이에 2년 동안 RADA를 이끈 다음 BBC TV 시리즈인 < 챈서 : Chancer >에 출연하여 대중에게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연극무대와 영화를 오갔는데, 대표적인 희곡작품으로는 < The Philanderer >, < Design for Living >, <클로저> 등이 있고, 영화작품으로는 <센츄리>, < An Evening with Gary Lineker > 등이 있다.
클라이브 오웬은 1998년에 마이크 히기스 감독의 독립영화 <크루피어>에서 잭 맨프레드 역을 호연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음 할 기회를 얻었다. 2000년에 미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이어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시대극인 <고스포드 파크>로 헐리웃에 입성한 그는, 지난 3년 동안 왕가위, 이안, 존 프랑켄하이머, 가이 리치 등 쟁쟁한 감독이들이 연출을 맡은 BMW 상업광고인 < Hire > 시리즈에 출연해왔다.
이후 맷 데이먼과 <본 아이덴티티>를, 안젤리나 졸리와 <머나먼 사랑>에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나가던 그는 2004년,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만, 주드 로와 함께 출연한 <클로저>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클로저>를 통해 냉정한 얼굴 이면에 복잡한 감정 세계를 가진 래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골든 글로브 남우 조연상, 뉴욕 비평가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 후 흥행의 마이다스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을 맡은 <킹 아더>에서 넘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아더왕으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씬 시티>에서는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이미지가 공존하는 그만의 독특한 멋을 발산했으며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 불륜에 빠진 두 기혼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스릴러 <디레일드>에 출연하기도 했다.
○ About the Director
– 세자르 카푸르 (Shekhar Kapur) : 상업광고 감독으로 데뷔해 현재 인도 영화계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1998년 ‘엘리자베스’는 그가 영어로 제작한 첫 번째 영화로 최우수 작품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7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인물이 지닌 매력을 극대화시키는 그만의 연출력은 이번 ‘골든 에이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여자이자, 여왕, 그리고 전사의 삶을 살았던 위대한 여왕 엘리자베스의 황금기를 완벽하게 스크린으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 근대 절대왕정 – 영화 <골든 에이지>와 위대한 여왕의 明暗
16세기 중엽 스페인은 절대왕정의 선두 주자로 유럽 최고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신대륙으로부터 막대한 귀금속을 거둬들였다. 이러한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새로 패권을 장악한 인물이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다. 그녀는 국교회를 확립하고 동인도 회사를 세우는 등 수많은 치적을 남겨 약소국이었던 잉글랜드를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시키고 ‘황금시대’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치적이 위대함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개운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교회 확립 과정에서 메리 스튜어트를 비롯해 많은 가톨릭교도들이 피를 흘렸고, 스페인 식민지를 약탈했던 해적인 드레이크에게 경 (卿, Sir)의 작위를 주어 해적활동을 치하하기도 했다.
세자르 카푸르 감독은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는 말로도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를 주인공으로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험난한 즉위 과정에 초점을 맞춘 <엘리자베스 (1998)>와 위엄 있는 군주의 모습을 그려낸 <골든 에이지 (2007)>가 그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관련해서는 이 밖에도 부모인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이야기를 다룬 <천일의 앤 (1969)>과 <천일의 스캔들 (2008)>, 엘리자베스의 사촌이자 스코틀랜드 여왕이었지만 반역죄로 처형된 메리 스튜어트의 운명적 삶을 다룬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2018)> 등 다양한 영화가 있다.
– 무적함대를 격파한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다룬 <골든 에이지> (2007)
영화 <골든 에이지 (Elizabeth: The Golden Age)>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그린 서사극이다. 이 영화는 절대왕정 시대의 화려한 왕궁과 의상 등을 통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당대에 일어났던 신구교 간의 종교 대립, 아메리카 탐험과 중상주의 정책, 여왕을 둘러싼 거대한 암살 음모사건 (배빙턴 음모사건), 해상권을 둘러싼 영국과 스페인과의 전쟁 (특히 칼레전투)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감독은 엘리자베스 1세를 위엄 있는 군주의 모습뿐 아니라 거대한 정치적 음모와 전쟁의 공포 속에서 두려워하는 인간의 모습,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의 모습으로도 조명함으로써 여왕의 삶을 풍부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한다. “1585년 스페인은 세계 최대 강국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펠리페 왕은 유럽을 종교전쟁으로 몰아넣었다. 영국만이 끝까지 그와 맞섰다. 영국 여왕은 개신교도였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스페인 왕은 신교도 국가인 잉글랜드를 정복하고자 준비를 시작하고 엘리자베스의 고문인 월싱엄 경은 왕권 강화를 위해 결혼하라고 조언한다. 국가 간의 동맹을 목적으로 여왕의 구혼자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엘리자베스는 아메리카를 탐험하고 온 해적 월터 랄리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 사이 스코틀랜드 여왕이자 친척인 메리 스튜어트를 여왕으로 추대하고 엘리자베스를 암살하려는 음모가 발각되면서 메리는 반역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페인은 잉글랜드를 침략할 명분을 얻고 영국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월터 랄리 경은 스페인과의 해상 전투에 참가해 화공전을 펼쳐 무적함대를 섬멸한다. 전쟁이 끝나가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대한 대양을 배경으로 무적함대가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은 새로운 패권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 엘리자베스 1세의 사략선 (私掠船) 사업
영화 제목인 ‘골든 에이지’는 영국이 해상왕국으로 도약해 대영제국의 기틀을 마련한 시대를 상징하며 그 전환점은 무엇보다 잉글랜드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사건이다. 16세기 당시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신대륙과 아프리카, 인도를 잇는 독점적인 대양무역을 통해 번영을 누리고, 특히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유럽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작은 섬나라 잉글랜드는 재정이 거의 파산에 이를 정도로 국고가 빈약했고 종교 갈등으로 국내 문제 또한 복잡했다. 영화 속에서 결혼을 조언하는 월싱엄 경에게 엘리자베스 여왕이 “도버 방파제에 금이 갔는데 수리할 돈이 없다”며 그 문제나 신경 쓰라고 핀잔주는 장면은 이러한 재정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러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어떻게 국고를 늘릴 수 있었을까? 다양한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해적을 활용한 사업은 엄청난 수입을 안겨주었다. 공식적인 무역활동을 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는 해적 행위를 승인해주고 해적들이 보물을 약탈해오면 투자한 금액에 따라 이익금을 나누어갖는 사략선 (privateer, 私掠船, 적선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민간 소유의 배) 사업에 투자했다.
영화 속에서 여왕의 총애를 얻는 월터 랄리는 이러한 해적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각국의 왕과 이를 대신한 대사들이 여왕에게 구혼하는 자리에 아메리카 탐험가로 등장한다. 그는 여왕에게 신대륙에서 이제 막 도착했는데 그 곳 비옥한 해변을 버지니아로 명명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영국 식민지를 세우기 위해 왕실 인증서가 필요하다고 요청한다. 또한 미국 원주민을 인사시키고 엄청난 돈과 함께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감자와 담배를 소개한다. 이를 지켜본 스페인 대사는 그가 스페인 배를 수없이 약탈한 해적이며 이 선물들도 해적질로 뺏은 것이라고 언성을 높이지만, 랄리는 스페인은 적이기 때문에 자기가 금을 많이 약탈할수록 폐하는 안전하다며 여왕의 관심을 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 스페인과의 해상전 칼리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다. 실제 역사와 비교하면 영화 속 월터 랄리에는 두 명의 역사 속 실존 인물이 합성되어 있다. 여왕으로부터 총애와 사랑을 받았던 탐험가인 월터 랄리라는 원래 인물과 사략 활동으로 여왕에게 많은 수익을 주고 스페인과의 해전을 승리로 이끈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합쳐진 존재이다.
– 작위와 훈장을 받은 해적, 프랜시스 드레이크
영화 속에서 스페인 함선과 식민지를 약탈하고 무적함대를 섬멸한 월터 랄리 캐릭터의 실존 인물은 드레이크이다. 그는 플리머스에서 태어나 스페인령 도시들과 화물선을 표적으로 습격을 일삼던 해적으로, 당시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1570년부터 여왕의 투자를 받아 약탈한 재물의 일부를 왕실에 바치는 사략 활동을 펼쳤고, 1580년에는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그는 남아메리카 남쪽 부분에 위치한 마젤란 해협을 통과한 후 칠레와 페루 연안을 북상하면서 스페인 식민지와 선박을 공격해 금은보화를 약탈하고 태평양과 인도양을 횡단해 귀환했다. 이 때 약탈한 보물 대부분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에게 바쳤다. 이에 엘리자베스는 드레이크에게 작위와 훈장을 수여하고 그를 잉글랜드 함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스페인은 드레이크의 처벌을 요구했으나 잉글랜드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고, 이런 외교적 갈등이 스페인과 잉글랜드 간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은 해적인 랄리를 총애하며 근위 대장으로 임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잉글랜드를 공격하려는 펠리페 왕을 향해 격분하는 여왕에게 스페인 대사가 “공격받는 건 스페인이다. 당신네 해적이 우리 배를 터는 게 과연 누구의 명령이겠는가”라며 다투는 모습도 나온다.
– 여왕 암살 음모 사건의 배후가 스페인?
스페인과 잉글랜드가 충돌하게 된 또 하나의 원인은 종교 갈등이다. 스페인은 철저한 구교도였던 반면 잉글랜드는 국교회가 주도하는 신교국가였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종교 갈등을 1586년 A.배빙턴이 중심이 되어 엘리자베스 여왕의 암살과 메리 스튜어트의 구출을 계획했던 배빙턴 음모사건과 연결지어 그려내고 있다. 영화에서 스페인은 구교도이자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메리 스튜어트를 왕위에 앉히려는 계략을 꾸미고, 이 계획이 실패해 구교도인 메리가 사형 당하자 잉글랜드를 공격할 명분을 얻는다. 역사적으로 배빙턴 음모사건의 배후에 스페인이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국가 간의 종교 갈등을 배빙턴 음모사건과 엮고, 이를 잉글랜드와 스페인간의 전쟁으로 연결시킨 것은 개연성 있는 각색이라는 판단이 든다.
–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고?
엘리자베스 1세는 여성에다 사생아라는 논란으로 입지가 불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소국인 잉글랜드를 세계 최강의 해양대국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에서 명군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해적질로 볼 수 있는 사략선 사업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해적 활동을 치하하는 훈장을 주며 해적을 지렛대로 무적함대를 격파해 해상왕국이 되었다는 사실에서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영국이 해상 패권국으로 도약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전쟁의 배경에 영국의 사략 사업이 있었다는 이면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도대체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 냈을까? _ 이미영 칼럼니스트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