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장미의 이름 : The Name Of The Rose (Der Name der Rose)
감독) 장 자크 아노 / 원작 / 움베르토 에코 / 주연) 숀 코너리, 크리스찬 슬레이터, 피도르 찰리아핀 주니어, 엘리야 배스킨, F. 머레이 아브라함 / 1986년작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the Rose)은 1986년 개봉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합작 역사 미스터리 영화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영화화한 것이다. 프랑스의 장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했고, 주인공 윌리엄 수도사 역으로 숀 코너리, 아드소 역으로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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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7년. 이탈리아 북부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그림 그리는 채식 수사 아델모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수도원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당시 교회의 청빈을 주장하는 프란시스코 수도회와 이에 반박하는 교황청 및 다른 교단들의 반목이 심화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수도원에서 각 교단이 모여 토론을 하기로했고, 프란시스코 수사인 윌리엄은 수련 제자를 데리고 이곳에 들른다.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 윌리엄이 수도원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하자 수도원장은 윌리엄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던 중 그리이스어 번역사가 다시 살해되고 요한 계시록의 예언대로 수사들이 연쇄적으로 죽음을 맞자 수도원은 악마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극도의 불안에 떤다. 서고를 은밀히 지키던 두 사람은 심야에도 서관에서 누군가가 책 한권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목격하고 뒤를 밟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주방에서 정사를 벌이고 있는 마을처녀와 수도승. 가난한 마을 처녀는 그렇게 해서 식량을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윌리엄은 사서와 보조사서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끼던 중 암호가 적인 양피지를 발견, 사서 외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도서관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고 판단, 잠입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한편 죽은 수사마다 혀와 손가락 끝에 검은 잉크자국이 베어 있다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그러던 사이 이단 심문에서 유죄로 선고된 두 수도승, 여기에 마녀로 선고된 마을 처녀도 함께 묶여서 세 사람의 발아래 장작이 쌓이는 순간 윌리암은 범인을 알아내고 서고탑 안으로 들어가는데 호르헤와 마주한다.
호르헤는 수도원에서는 알리나르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스페인 수사로, 젊었을 적에 눈이 멀어서 장님이 되었으나,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장서관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를 모두 꿰고 있었다. 그는 웃음을 정당화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장에 세베리노에게서 훔쳐낸 독을 발랐고 베난시오, 베렝가리오, 말라키아는 이 독 때문에 죽은 것이다. 아델모는 호르헤에게 고해성사를 하러 갔다가 절망하여 자살한 것이며, 세베리노의 경우는 베렝가리오와 세베리노가 문란한 관계라는 호르헤의 거짓말에 넘어간 말라키아가 저지른 짓이었다. 6일째 밤에 장서관 비밀의 방에서 대기하다가 비밀통로로 오던 수도원장을 가둬 질식사시키고 오다 윌리엄과 조우한다. 여기서 자신의 철학을 펴면서 윌리엄을 설득하려 들지만 윌리엄은 “악마는 바로 당신이다”라면서 호르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끝내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독이 발린 책장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윌리엄과 아드소는 이런 호르헤를 잡으려다가 등불을 뒤집어엎으면서 장서관이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의 책을 불 속에 던져넣는 집념을 보여준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도저히 진리를 알아낼 수 없는 세상에 회의와 혼란을 느낀 아드소는 베르나르 드 몰레의 시 ‘속세의 능멸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을 읊으며 수기를 마무리한다.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예전의 장미는 그 이름일 뿐, 우리에겐 그 이름들만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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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및 출연
– 출연진
숀 코너리 Thomas Sean Connery – 윌리엄 역
크리스찬 슬레이터 Christian Slater – 아조 역
피도르 찰리아핀 주니어 Feodor Chaliapin Jr. – 버나도 역
엘리야 배스킨 Elya Baskin – 세브리너스 역
F. 머레이 아브라함 F. Murray Abraham – 베르나르 기 역
드와이트 와이스트 – 노년의 아드소 목소리 역
헬무트 크발팅거 – 레미지오 데 바라이네
마이클 론즈데일 – 애벗
폴커 프레흐텔 – 말라키아
윌리엄 히키 – 카살레의 우베르티노
미하엘 하베크 – 베렝가리오
우르스 알트하우스 – 베난티우스
발렌티나 바르가스 – 소녀
론 펄먼 – 살바토레
레오폴도 트리에스테 – 체세나의 미켈레
프랑코 발로브라 – 카파의 제롬 역
베르농 도브체프 – 뉴캐슬의 휴 역
도널 오브라이언 – 아시시의 피에트로 역
앤드루 버킨 – 윈체스터의 커스버트 역
뤼시앵 보다르 – 베르트랑 추기경 역
페터 베를링 – 아노의 장 역
피트 랭커스터 – 알보레아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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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진
감독: 장 자크 아노 Jean-Jacques Annaud
제작: 베른트 아이힝거
각본: 앤드루 버킨, 제라르 브라크, 하워드 프랭클린, 알랭 고다르
원작: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해설: 드와이트 와이스트
음악: 제임스 호너
촬영: 토니노 델리콜리
편집: 제인 사이츠
배급: 20세기 폭스(북미), 컬럼비아 픽처스
개봉: 1986년 / 시간: 131분 / 언어: 영어, 라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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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 아드소
이 영화의 화자로, 설정상 서문과 노트를 제외한 이 소설 전체가 늙은 아드소의 수기이다.
베네딕토회의 오스트리아인 수련수사로,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트비히 4세의 직신(直臣)인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 등지를 여행하다가 수도자가 되기 위해 멜크 수도원에 입회했다. 이후 아버지에 의해 윌리엄 수사의 서기 및 비서가 되어 그를 따라다니게 된다. 글을 쓰던 당시에는 80세에 가까운 노인이었으나, 그가 회상하던 1327년 11월 당시에는 18세의 소년이었다.
처음 성경을 펼쳐 본 그때부터 종종 환상을 보게 되었다는데, 이런 탓인지 하느님의 진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문제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윌리엄의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나, 기본적으론 그의 인품과 지혜를 존경하고 있다. 그를 따라다니게 된 것을 평생 후회한 적이 없다고 서술할 정도다.
수도자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혈기왕성한 젊은이라, 연애소설의 구절을 읊다가 윌리엄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엉겹결에 마을 처녀와 불장난을 치르기도 하고, 그 결과 상사병으로 고통받기도 한다.
– 윌리엄
아드소의 스승이자 프란치스코회 소속의 영국인 수도자. 아드소가 회상하던 1327년 당시에는 50세 정도의 나이였다.
강한 학구열과 호기심을 지닌 박학다식한 인물로, 이성과 지식을 중시하며 그에 걸맞게 뛰어난 통찰력과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중세시대의 성직자인 만큼 이성을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성을 신앙 위에 두지는 않는다. 달리 말하자면, 이성을 올바른 신앙을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취급한다고 할 수 있다.
매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기억력도 대단해서 한 번이라도 읽거나 들은 것은 거의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뛰어난 두뇌와 통찰력을 과신한 나머지 남들에게 오만하다거나 괴팍하다고 까이기도 한다. 생각에 집중할 때는 어떤 약초를 씹는 버릇이 있는데, 아드소에게는 “젊은이의 건강에는 해롭다”며 권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중세인과 근대인의 경계에 걸쳐 있던 14~15세기 유럽인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비록 수도자이기는 하지만 신학 뿐 아니라 수학과 천문학, 약초학 등 자연과학을 사랑하며 이에 대한 지식도 풍부한 교양인으로, 자신의 신학적, 문학적, 과학적 식견을 총동원하여 작중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그에 걸맞게 품속에는 컴퍼스와 천구의를 비롯한 천문학 도구와 자석, 그리고 안경 등을 소지하고 다닌다.
– 수도원장
작품의 무대인 베네딕토회 수도원의 원장. 외교적 수완이 대단해 교황과 황제 세력의 딱 중간에서 능숙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수도원을 방문한 윌리엄에게 아델모의 의문사 사건을 수사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나 연이어 베난시오, 베렝가리오, 세베리노, 말라키아가 죽고 레미지오와 살바토레는 이단 혐의로 체포되어 베르나르 기에게 수도원의 사법권이 눈앞에서 넘어간데다, 심지어 자신이 주선한 황제파와 교황파 간의 협상은 폭망해 버리자 윌리엄에게 심한 불신감을 보인다.
본래 이 지역 영주의 서자로, 가문을 계승하는 장남을 제외한 아들들은 군인이나 성직자가 되는 당시 관례대로 수사가 되었는데 토마스 아퀴나스의 시봉 수사가 되었다가 아퀴나스가 선종했을 때 그 시신을 짊어지고 내려온 공로로 승승장구했다. 닳고닳은 정치가인데다 오로지 자신의 지위와 수도원의 위신만을 앞세우는 위선자이다.
윌리엄이 장서관의 진실에 접근하자 수도원의 위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드소를 함구케 하고 윌리엄을 쫓아내려 하지만], 이후 사건의 진범에 의해 벽 속에 갇혀 질식사한다. 6번째 희생자다.
– 아델모
수도원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 아드소와 윌리엄이 수도원에 도착하기 불과 며칠 전에 사망한 미청년 이탈리아인 수사. 탑위의 창문에서 떨어져 피투성이가 된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문제의 창문은 잘 닫혀 있었던데다 바닥에서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사람이 올라갈 수 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자살 아닌 의문사로 장례가 치러졌다.
– 우베르티노
실존 인물. 68세의 이탈리아인 노수사로, 프란치스코회의 엄격주의자들 중 가장 존경 받는 이다. 교황청의 탄압을 피해 베네딕토회에 몸을 의탁했고, 그 결과 사건이 일어난 수도원에 기거하게 된다.
– 세베리노
수도원의 수사이자 약초를 다루는 독일 출신 본초학자. 자신이 전공하는 약초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매우 풍부한 편이다.
베난시오와 베렝가리오의 손가락이 모두 검었기에 독을 건드린 것으로 유추하고 조사해 보다가 문제의 책을 찾아내지만, 결국 천구의에 머리를 얻어맞아 살해되고 책은 사라진다. 작중 4번째 희생자.
– 베노
수사학을 공부하는 스웨덴 출신의 젊은 수사. 지식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며 폐쇄적인 장서관에 대하여 비판하는 윌리엄에게 동조한다. 한동안 윌리엄의 조사를 돕지만, 장서관 보조 사서 자리를 제시하는 말라키아에게 회유되 기껏 찾아낸 책을 다시 장서관에 가져다 놓는 사고를 저질렀다. 최후에 장서관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진화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지만 결국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불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장서들과 함께 산화한다.
– 베난티오
프랑스 출신 수도자로, 수도원에서는 그리스어를 공부하고 있었던 듯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에 대하여 호르헤와 논쟁을 벌인다. 읠리엄 일행이 수도원에 도착한 둘째 날 아침 돼지 피 항아리 속에 거꾸로 처박힌 상태로 발견된다. 다만 사인은 중독이었다. 작중 2번째 희생자.
– 호르헤
수도원에서는 알리나르도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스페인 수사로, 대략 80세 정도이다. 젊었을 적에 눈이 멀어서 장님이 되었으나,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로 장서관에 어떤 책들이 있는지를 모두 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3개 국어를 구사할 정도의 천재였다고 한다. 작중에서는 웃음을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윌리엄과 계속 충돌한다.
사건의 진범이자 마지막 희생자. 웃음을 정당화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책장에 세베리노에게서 훔쳐낸 독을 발랐고 베난시오, 베렝가리오, 말라키아는 이 독 때문에 죽은 것이다. 아델모는 호르헤에게 고해성사를 하러 갔다가 절망하여 자살한 것이며, 세베리노의 경우는 베렝가리오와 세베리노가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호르헤의 구라에 넘어간 말라키아가 저지른 짓이었다. 6일째 밤에 장서관 비밀의 방에서 대기하다가 비밀통로로 오던 수도원장을 가둬 질식사시키고, 윌리엄 등과 조우한다. 여기서 자신의 철학을 펴면서 윌리엄을 설득하려 들지만 윌리엄은 “악마는 바로 당신이다”라면서 호르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끝내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독이 발린 책장을 뜯어먹기 시작하고, 윌리엄과 아드소는 이런 호르헤를 잡으려다가 등불을 뒤집어엎으면서 장서관이 불바다가 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제의 책을 불 속에 던져넣는 집념을 보여준다. 윌리엄이 책을 던진 그를 난폭하게 밀쳐버린 이후로 언급되지 않지만, 주변 상황이나 맹독이 발린 책장을 먹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불타서 죽었든 독으로 죽었든 사망은 확정. 윌리엄은 이 때 호르헤의 광기어린 모습에서 “적그리스도를 보았다”고 말하며 맹신의 위험성에 대하여 경고한다.
– 마을 처녀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 위기에 처하나 영화상에서는 수도원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로 인해 화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결국 목숨을 구한다. 엔딩에서는 떠나는 아드소와 작별 인사를 나눈다. 윌리엄은 아드소에게 사랑을 택할 것인지 믿음을 선택할 것인지 기회를 주었는데, 아드소는 윌리엄을 따라가는 걸 선택한다. 마지막에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스승님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걸 보면, 그녀와의 인연에 큰 미련이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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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배경상으로만 언급되는 실존인물들을 적는다.
– 요한 22세
당시 교황. 아비뇽 유수 기간 동안 세속권을 늘리려는 교황의 움직임이 신자들에게 곱게 보일 리가 없고, 주교 시절 공정왕 필립과 함께 성당기사단을 박해한 건도 있었기 때문에, 교황파 사절들을 제외한 작중 수사들은 요한 22세 이야기만 나오면 교황을 비난하기에 바쁘다. 노년의 아드소는 요한 22세를 교황명으로 안 부르고 원래 이름인 ‘카오르의 자크’라든가, 아예 ‘사교의 우두머리’나 ‘늙은 여우’ 등으로 부르며, 윌리엄도 “이만큼 탐욕스러운 교황이 없었다”고 비판할 정도다. 그리고 “다시는 의로운 사람들에게 거역스러울 이 요한이란 이름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 루트비히 4세
– 돌치노
극단적인 청빈을 주장하는 이른바 돌치노파를 일으켜 고위 성직자와 부자들을 척살하였다가 교황청에서 이단으로 정죄당한 수도자. 작중 시점에선 이미 종교재판에 의해 처형당한 상태이다. 그를 추종했던 옛 돌치노파의 잔당들이 수도원에 남아있었다.
– 로저 베이컨
영국 태생의 프란치스코회 수사. 윌리엄의 스승으로 언급된다.
– 오컴의 윌리엄
프란치스코회 신학자. 로저 베이컨과 함께 언급된다. 본래 에코는 이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려 했으나 지나치게 소설이 딱딱해질 것 같아 가공인물인 베스커빌의 윌리엄을 주인공으로 했다고 한다.
– 성 토마스 아퀴나스
작중 수도원장이 그의 시신을 들고 내려오면서 명성을 쌓았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신학의 범주에 끌고 온 사람인지라 호르헤 수사와 윌리엄 수사의 시학 2권을 둔 언쟁에서 언급된다. 하필이면 그를 시성한 이가 작중에서 틈만 나면 까이는 요한 22세인지라 ‘꿀돼지’로 비하되기까지 한다.
– 성 프란치스코
교황파 수사들이 프란치스코회 수사들을 욕할 때 ‘거위를 타고 다닌 네놈들의 프란치스코’ 정도로 욕하면서 언급된다.
– 니콜라오 3세
전 교황. 회칙 ‘Exiit qui seminat’ (그는 나가서 씨를 뿌렸다)를 통해 프란치스코회를 옹호하며 이에 이의를 제기할 시 파문을 각오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었다. 우베르티노는 이를 자신의 주장에 인용해 교황파 사절들을 위협한다.
원작자 : 이탈리아의 철학자 · 기호학자 ·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1932 ~ 2016)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1932년 1월 5일 ~ 2016년 2월 19일)는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이다. 볼로냐 대학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기호학뿐만 아니라 건축학, 미학도 강의했다.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식을 쌓은 박식한 사람이다.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과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부터 현대의 대중문화와 가상현실에 대한 담론에 이르기까지 미학, 기호학, 문학, 에세이, 문화 비평 등의 영역에서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이로운 저술 활동을 펼쳤다. 지식계의 T-Rex(티라노사우르스)로 불릴 만큼 엄청난 양의 독서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비평과 수필글로도 유명하다.
본격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전 세계 지식인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기호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푸코의 진자’는 독자들의 찬사와 교황청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 밖의 작품으로 ‘폭탄과 장군'(1988), ‘세 우주 비행사'(1988) 등 동화가 있다. 이론서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 이론’ 등 다수가 있으며 2009년 열린책들에서 전집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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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
.출생: 1932년 1월 5일, 이탈리아 피에몬테 알레산드리아
.사망: 2016년 2월 19일 (84세)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밀라노
.국적: 이탈리아 이탈리아 국기
.직업: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
.학력: 토리노 대학교 (철학, 박사)
.경력: 볼로냐 대학 기호학 교수, 국제기호학회 명예 회장
.시대: 20~21세기
.철학지역: 서양철학
.연구분야: 미학, 기호학, 중세 스콜라 철학 등
.주요업적: 열린 예술 작품
.배우자: 레나테 람게
.종교: 무종교
철학자이자 기호학자 및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20세기 인문학계의 거두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이며 언어학자, 철학자, 미학자이다. 교수, 건축학자, 편집자, 문학평론가, 역사학자, 인류학자, 고서적 수집가이기도 하다.
움베르토 에코는 1975년부터 볼로냐 대학에서 기호학 교수로 건축학, 기호학, 미학 등을 강의했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총 42개에 달하는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명예 훈장을 받았다. 유럽 문명의 역사를 다룬 멀티미디어 백과사전 엔사이클로미디어 (Encyclomedia)를 기획, 제작했다.
에코의 이름을 알린 소설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국에 번역돼 3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이 소설로 프랑스 메디치 상을 비롯해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학문적 출발점은 철학이었다. 토리노 대학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볼로냐 대학에서 기호학 교수가 되었고, 『일반 기호학 이론』, 『구조의 부재』 등 기호학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을 펴냈다. 소설가이자 학자로서 그는 스스로를 ‘주말에는 소설을 쓰는 진지한 철학자’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분야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펼쳤다.
작품으로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 이론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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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및 활동
토리노 대학 문학부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Laurea) 학위를 받았다. 약 40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무려 9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고 한다. 거기에 80년대까지만 해도 본인이 재직하던 볼로냐 대학 도서관의 모든 책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는 기억력의 괴수이다. 한번 읽은 책은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았다는 걸 보면 책과 관련해서는 굉장한 기억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또한 이탈리아 제임스 조이스 학회의 명예 이사였으며, 기호학 저널 베르수스 편집자, 컬럼비아 대학교 방문교수, 예일 대학교 방문교수, 볼로냐 대학 교수, 이탈리아 인문학 연구소 소장이었고, 콜레주 드 프랑스, 하버드 대학교, 케임브리지 대학교, 에꼴 노르말 쉬페리외르에서 강의했고, 국제기호학회 명예 회장이었으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위에 적힌 것은 그의 약력의 극히 일부이다.
볼로냐 대학의 기호학 교수였으나, 2007년 75세의 나이로 은퇴하였다. 은퇴 이후에도 미학, 기호학, 문학, 에세이, 문화 비평 등의 영역에서 이론과 실천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 2월 19일 자택에서 오랜 암투병 끝에 사망하였다. 사인은 몹시 사망률이 높은 암인 췌장암. 가족들이 부고를 라 레푸블리카 사에 알렸다고 한다. 향년 84세. 장례는 2016년 2월 23일 밀라노에서 거행되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인문학계 거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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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술 활동
그의 엄청난 양의 독서에서 비롯된 깊이 있는 비평과 수필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들은 상당 부분 스스로 밝히길, 기존의 저작물에 나오는 문장과 단어들을 재구성한 2차 창작물이라고 한다.
에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중국사 관련 학자 중 유명한 인물인 조너선 D. 스펜스 (Jonathan D. Spence)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등 국내에서는 소설과 수필집으로 유명하다.
모든 에코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특징은 진실과 허구 사이의 줄타기다. 그게 과학적인 것이든, 비과학적인 것이든, 등장인물들은 주어진 시공간 안에서 진실과 허구를 구별하기 위해 투쟁한다. 결국 이러한 구도는 진리의 존재유무와 연결되고, 에코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진공의 유무에 대한 토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또한 초기 소설들, 즉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의 경우, 본인의 학문 분야인 기호학과 해석과도 연관된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기호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정답을 찾아내는 경우를 보여주며 기호의 해석은 해석일 뿐, 그것이 실상과 엄연히 구분될 수 있는 것임을 보였고, 푸코의 진자에서는 자의적 해석과 추측이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경우, 즉 음모론의 현실화를 경계하였다. 본인이 그 학문 분야의 대가임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자기 학문 분야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자성하는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소설을 쓸 때는 철저한 사전 조사와 구상을 통해 소설 내의 세계를 완벽히 만든 다음 집필을 시작했다. ‘장미의 이름’의 경우 캐릭터들뿐 아니라 주무대인 수도원의 구조, 인물들 스케치 등을 2년간 했고, 푸코의 진자를 쓸 때는 몇달간 소설의 주무대인 곳을 지나다니면서 아이디어를 녹음하곤 했다.
본인의 칼럼을 “미네르바의 성냥갑 (La bustina di minerva)”이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의 신문 “라 레푸불리카 (La Republica)”와 “레스프레소 (L’Espresso)”에 기고하지만 주로 레스프레소에 많이 실렸다(홈페이지에 가서 보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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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들
– 소설
《장미의 이름》 이윤기 옮김 이탈리아 1980년, 대한민국 1986년
《푸코의 진자》 이윤기 옮김 이탈리아 1988년, 대한민국 1990년
《전날의 섬》 이윤기 옮김 이탈리아 1994년, 대한민국 1996년
《바우돌리노》 이현경 옮김 이탈리아 2000년, 대한민국 2002년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세욱 옮김 이탈리아 2004년, 대한민국 2008년
《프라하의 묘지》 이탈리아 2011년, 대한민국 2013년
– 이론서
《미의 역사》 이현경 옮김
《추의 역사》 오숙은 옮김
《궁극의 리스트》 오숙은 옮김
– 에세이
《가재걸음》, 김희정 옮김
– 대담집
《책의 우주》움베르토 에코, 장클로드 카리에르 대담집, 임호경 옮김
– 전집
2004년 열린책들에서 소설과 동화책을 제외한 철학, 기호학, 문학 이론, 문화 비평, 칼럼 등 에코가 50여년간 출간한 대부분의 저작을 모아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전집을 출간하였다. 총25권인 이 전집에는 비평 에세이 8종, 문학 이론 7종, 기호학 5종, 대중문화 3종, 미학 및 철학 저서 2종이 포함되어 있다.
《중세의 미학》 손효주 옮김 —『중세의 미와 예술』
《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이현경 옮김 —『작은 일기』
《매스컴과 미학》
《구조의 부재》 김광현 옮김 —『기호와 현대 예술』
《기호: 개념과 역사》
《가짜 전쟁》 김정하 옮김
《일반 기호학 이론》 김운찬 옮김
《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김운찬 옮김 —『대중의 슈퍼맨』
《논문 잘 쓰는 방법》 김운찬 옮김
《이야기 속의 독자》 김운찬 옮김 —『소설 속의 독자』
《장미의 이름 작가 노트》 이윤기 옮김 —『장미의 이름 창작 노트』
《기호학과 언어 철학》 김성도 옮김
《예술과 광고》 김효정 옮김
《해석의 한계》 김광현 옮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세욱 옮김
《작가와 텍스트 사이》 움베르토 에코, 리처드 로티, 조너선 컬러, 크리스틴 브루크로즈 공저, 손유택 옮김 —『해석이란 무엇인가』
《하버드에서 한 문학 강의》 손유택 옮김 —『소설의 숲으로 여섯 발자국』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공저, 이세욱 옮김 —『무엇을 믿을 것인가』
《신문이 살아남는 방법》 김운찬 옮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
《칸트와 오리너구리》 박여성 옮김
《언어와 광기》 김정신 옮김
《거짓말의 전략》 김운찬 옮김 —『낯설게하기의 즐거움』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 김운찬 옮김 —『미네르바 성냥갑』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 김운찬 옮김 —『미네르바 성냥갑』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김운찬 옮김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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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작
1981년 스트레가상
1982년 메디치상
1982년 『리르』지 선정 <올해의 책>
1994년 서울대 고전 읽기 교양 강좌 선정 도서
1999년 「경향신문」 선정 〈20세기의 문학〉
1999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선정 〈20세기의 기억할 명저〉
1999년 출판저널 선정 〈20세기의 명저〉
2015년 조선일보 선정, <20년 이상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 약력
1967년 잡지 『퀸디치』 공동 창간
1968년 『구조의 부재』 출간
1969년 국제 기호학 연구 협회 사무총장
1971년 데달루스라는 필명으로 이탈리아 공산당 내 좌파의 기관지 『일 마니페스토』에 기고
1971년 최초의 국제 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편집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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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볼로냐 대학 기호학 조교수
1973년 『기호: 개념과 역사』, 『가짜 전쟁』 출간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 기호학 회의 조직
1975년 『일반 기호학 이론』 출간
1975년 볼로냐 대학 기호학 정교수
1976년 『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출간
1977년 『논문 잘 쓰는 방법』 출간
1979년 문학 월간지 『알파베타』 공동 창간
1980년 첫 소설 『장미의 이름』 출간
1984년 『기호학과 언어 철학』출간
1988년 두 번째 소설 『푸코의 진자』 출간
1992년 하버드 대학 노턴 교수(1993년까지)
1994년 세 번째 소설 『전날의 섬』 출간
1999년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훈장
1999년 독일 푸르르메리트 훈장
2000년 네 번째 소설 『바우돌리노』 출간
2000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황태자상
2003년 『번역한다는 것』 출간
2003년 프랑스 레종 도뇌르 훈장
2004년 다섯 번째 소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출간
2009년 독일연방공화국 공로 훈장
2010년 여섯 번째 소설 『프라하의 묘지』 출간
2015년 일곱 번째이자 최후의 소설 『창간 준비호』 출간
2016년 밀라노에서 암으로 타계
서적소개 : 장미의 이름 (상, 하) The Name of the Rose
움베르토 에코 저 / 이윤기 역 / 열린책들 / 2006.3.30
– 중세 수도원 생활에 대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로 알려져 있고 이미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는 움베르토 에코의 필생의 역작
‘장미의 이름’ (이: Il nome della rosa 일 노메 델라 로사)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로 1327년 11월의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 이 소설은 당시 교황과 황제 사이의 세속권을 둘러싼 다툼, 교황과 프란체스코 수도회 사이의 청빈 논쟁, 제국과 교황에 양다리를 걸치려는 베네딕토 수도회의 입장, 수도원과 도시 사이에 흐르는 갈등 등도 다룬다.
이 소설은 1980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이윤기가 영문판을 중역한 한국어판은 1986년 5월 15일에 초판이, 1992년 6월 25일 개역판이, 2000년 7월 10일 3판이, 2006년 4월 15일 4판이 발행되었다. 1986년에는 장 자크 아노 감독, 숀 코너리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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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움베르트 에코 (Umberto Eco)
기호학자인 동시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볼로냐대학교의 교수이다. 1932년 이탈리아 서북부의 피에몬테주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변호사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세 철학과 문학으로 전공을 선회, 1954년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학위논문을 발간함으로써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1962년 토리노대학교와 밀라노대학교에서 미학 강의를 시작했으며, 최초의 주요 저서인 『열린 작품 Opera apertas』(1962)을 발간해 현대미학의 새로운 해석방법을 제시했다. 이어 『제임스 조이스의 시학 Le poetiche di James Joyce』(1965), 『예술의 정의 La definizione dell’arte』(1968) 등 새로운 이론서를 발표해 문학비평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1966년 상파울루대학교와 피렌체대학교에서 시각커뮤니케이션을 강의했으며, 1967년 『시각커뮤니케이션 기호학을 위한 노트』를 출간했다.
1968년 인간의 사고와 문화행위, 이념구성 등에 다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호를 개념, 유형, 의미론, 이데올로기 등으로 명쾌하게 분석 정리한 『텅빈 구조 La struttura assente』를 발간했으며, 이어서 『내용의 형식 Le forme del contenuto』(1971)을 발간한 후 이 두 저서의 내용을 증보해 영문판 『기호학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을 발간함으로써 세계적인 기호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Visio 문화, 즉 읽는 문화가 아니라 보는 문화의 전형적인 사례인 중세 미학과 러시아 형식주의, 그리고 아방가르드 문화로부터 출발했으며, 퍼스의 철학적 기호론을 통해 독특한 기호학 체계를 구축, 프랑스 중심의 언어학적 기호학이나 구조주의와 철저하게 맞대결하는 한편 프랑크푸르트 학파류의 마르크스주의와도 완연히 다른 예술 이해와 미학관을 보여주었다.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조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세계 최초의 국제기호학 잡지 『베르수스』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1974년 밀라노에서 제1회 국제기호학 회의를 주관했으며, 1975년 볼로냐대학교의 기호학 정교수 및 커뮤니케이션·연극학 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다.
기호학과 미학의 세계에 열중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출판사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의 권유로 소설을 집필하게 되었다. 당시 원자핵의 확산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세기말적인 위기를 문학으로 표현해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그는 2년 반에 걸쳐 집필을 완료해 1980년 첫번째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을 발표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논리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과 자신의 기호학 이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어 1988년 두 번째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 Il pendolo di Foucauilt』를 발표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며, 1994년 자전적 작품인 세 번째 장편소설 『전날의 섬 L’isola del giornoprima』을 발표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에코는 문학은 죽는 방법까지 가르쳐 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는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라는 책에서 문학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리고 문학이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웅변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문학의 몇 가지 기능에 대해’에서 시작하여 마르크스, 단테, 네르발, 와일드, 조이스, 보르헤스 등의 작품에 대한 비평과 문체, 상징, 형식, 아이러니 등 문학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들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 등을 담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에서 퍼스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기호학·철학·역사학·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까지 통달한 언어의 천재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그의 기호학이론은 오늘날 세계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5년 Prospect/Foreign Policy 공동 조사에게 움베르토 에코는 노엄 촘스키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였다.
작품으로 장편소설『장미의 이름』(1980) 과『푸코의 진자』(1988),『전날의 섬』(1994), 동화『폭탄과 장군』(1988),『세 우주 비행사』(1988), 이론서『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의 문제』,『열린 작품』, 『대중의 슈퍼맨(대중문화의 이데올로기)』, 『논문 잘 쓰는 방법』 등이 있다.
2016년 2월 19일 향년 84세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밀라노 자택에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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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 이윤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탁월한 번역가 이윤기. 1947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하였다. 중학교 2학년 때 학비를 위해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되면서 책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인문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경북중학교, 성결교신학대 기독교학과를 수료하였다. 국군 나팔수로 있다가 베트남전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해 오랫동안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뒤 신화에 관한 저서를 내 크게 성공했다.
1976년 첫 번역서 『카라카스의 아침』을 펴냈고 그 이듬해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종교학 초빙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번역을 생업으로 삼아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그리스인 조르바』, 『변신 이야기』 , 『신화의 힘』, 『세계 풍속사』등 20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번역가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에 한국번역가상을 수상했다. 1999년 번역문학 연감 『미메시스』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이윤기는 한국 최고의 번역가로, 『장미의 이름』은 해방 이후 가장 번역이 잘 된 작품으로 선정됐다.
2000년 첫 권이 출간된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전 5권)는 ‘21세기 문화 지형도를 바꾼 책’이라는 찬사와 함께 신화 열풍을 일으키며 200만 명 이상의 독자와 만났다.
번역과 동시에 작품활동도 이어갔다. 1994년 장편소설 『하늘의 문』을 출간하며 문단으로 돌아온 그는 중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했다. 1998년 중편소설 「숨은 그림 찾기」로 동인문학상을, 2000년 소설집 『두물머리』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은 풍부한 교양과 적절한 유머, 지혜와 교훈을 두루 갖추고 있어 ‘어른의 소설’ 또는 ‘지성의 소설’로 평가받았다.
장편소설 『하늘의 문』, 『뿌리와 날개』, 『내 시대의 초상』 등과 소설집 『하얀 헬리콥터』, 『두물머리』, 『나비 넥타이』 등을 펴냈고, 그 밖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의 교양서와 『어른의 학교』, 『꽃아 꽃아 문 열어라』 등의 산문집을 펴냈다.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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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상권]
1. 제1일
1시과/3시과/6시과/9시과까지/9시과/만과/종과
2. 제2일
조과/1시과/3시과/6시과/9시과/만과 이후/종과/한밤중
3. 제3일
찬과에서 1시과까지/3시과/6시과/9시과/만과/종과 이후/한밤중
[하권]
1. 제4일
찬과/1시과/3시과/6시과/9시과/만과/종과/종과 이후/한밤중
2. 제5일
1시과/1시과/1시과/1시과/만과/종과
3. 제6일
조과/찬과/1시과/3시과/3시과 이후/6시과/9시과/만과와 종과 사이/종과 이후
4. 제7일
한밤중/한밤중/뒷말
○ 책 속으로
[상권]
.’화를 낸 것은 제가 바로 수사학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사학도이기 때문에 이교도 시인들의 작품을 많이 읽습니다. 저는 이교도의 작품이라 해도 기독교의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믿습니다. 아무튼,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베난티오는 다른 서책 몇 권의 이름을 들먹거렸고, 호르헤 노수도사는 베난티오의 말에 몹시 화를 내었습니다.’ ‘어떤 서책의 이름이 등장하던가?’ 베노는 머뭇거렸다.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만, 이 일과 그 서책의 제목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p.210
.진정한 앎이란, 알아야 하는 것, 알 수 있는 것만 알면 되는 것이 아니야, 알 수 있었던 것, 알아서는 안 되는 것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190
나도 이제 깨쳤는데, 그것은 죽음이라는 것이야. -133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 허나 내 가슴은 무엇인가를 감지하지. 가슴으로 말하고 얼굴에 묻되, 남의 혀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게 -25
.이것 보아라, 아드소. 내 너에게 뭐라고 하더냐? 우리 같은 운수 행각승은, 세상이 위대한 책을 통해 우리에게 펼쳐보이는 사물의 정황을 유심히 관찰한는 법이라고 하지 않더냐? 일찍이 알라누스 데 일술리스는 이렇게 노래하셨느니라. 옴니스 문디 크레아투라 구아시 리베르 에트 픽투라 노비스 에스트 인 스페쿨룸 -49
.세상에 이단 아닌 것 없고 정통 아닌 것 없다. 어느 한 세력이 주장하는 신앙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그 셰력이 약속하는 희망인 거이야. 모든 이단은 현실, 즉 소외의 가치와 같은 까닭에 있다. 이러한 이단자들을 긁어 보면 바닥에 잇는 문둥병 자국이 보일 것이다. 이단 전쟁은 오로지 문둥이는 문둥이로 소외시킬 것을 요구한다. -330
.윌리엄 수도사: 내 말은, 그들이 주장하는 교리와는 별개의 문제로, 이러한 이단 교파들이 무식한 사람들 계층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무식한 사람들에게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지요. 내 말은, 무식한 사람들은 카타르 파, 파타리아 파,심령파를 혼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장님, 무식한 사람들의 삶이란 현명한 사람들의 분별력이나 학식을 그리 중히 여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질병과 가난, 무지로 인한 눌언(訥言)과 더불어 삽니다. 그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에겐 이단자들의 모임에 가담하는 것이, 그들의 절망을 외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직자의 완벽한 삶을 요구하기 때문에 추기경의 사저에다 불을 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직자가 가르치는 지옥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불을 지를 수도 있습니다. 이 땅에 이미 지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저질러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의 목자가 아닙니다. -172
.”동물의 의식을 일깨우는 데 기쁨보다 유효한 게 딱 하나 더 있지요. 바로 고통이랍니다. 고문을 당하면 몽환 약초를 먹은 것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고문을 당하면, 어디서 들었던 것, 어디에서 읽었던 게 고스란히 머리에 떠오르지요. 흡사 천당이 아닌 지옥으로 실려 가고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고문을 당하면, 조사관이 알고 싶어하는 것뿐 만이 아니라, 조사관을 기쁘게 할 만한 것까지 모조리 말하게 됩니다. 고문당하는 자와 고문하는 자 사이에 어떤 유대(이거야말로 악마적인 유대가 아니겠어요)가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 우베르티노, 나는 알아요. 하얗게 단 쇠붙이로 진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편에 서 본 적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도 알아 둬야 합니다. 자백을 강요하는 그 쇠붙이는 바로 강요당하는 자들의 불길에서 달구어졌다는 것을 … 고문을 당하면서 벤티벵가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했는지도 몰라요. 왜냐? 말하고 있는 것은 벤티벵가가 아니라 벤티벵가의 열망, 즉 벤티뱅가의 영혼 안에 자리잡은 악마였을 테니까요.” -123-124
[하권]
.한때 엄장한 건축물로 장관을 이루던 그곳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고대 로마의 이교도들이 남긴 기념비와 흡사한, 그나마 띄엄띄엄 눈에 띄는 폐허뿐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벽과,기둥과,문틀의 잔해 위로는 인동덩굴이 기고 있었고 바닥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예전의 채마밭과 뜰은 어디에 있었는지 분간도 할 수 없었다. -907
.한동안 내가 그 수도원 살인 사건의 혐의자로 말라키아를 의중에 두었던 것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막상 이승을 뜨고 보니, 그가 어쩐지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쫓기던 가엾은 존재, 할 말이 하나도 없어서 그랬겠지만 늘 당혹과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의미에서 흡사 수도사들이라는 쇠그릇 사이에 끼인 질그릇 같다는 생각도 했다. -782
.특히 사랑이라는 병은 괴질이기는 하되 사랑 자체가 곧 치료의 수단이 된다는 이븐 하즘의 정의는 인상적이었다. 이븐 하즘에 따르면, 사랑이 괴질인 까닭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통찰인가! 나는 그제서야, 그날 아침 내 눈에 보인 것들이 그렇게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던 까닭을 이해했다. 안치라 사람 바실리오에 따르면 사랑은 눈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병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거나, 혼자 있거나, 혼자 있고 싶어하거나 공연한 심술을 부리거나 바로 이 심술 때문에 말수가 적어지거나 한다.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그 대상을 만나지 못 할 경우에는, 심한 자기 학대 증세를 보이면서 하루 종일 침상을 떠나지 않는데, 이 상사병 증세가 지나쳐 뇌가 영향을 받게 되면 정신을 잃거나 헛소리를 하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겁이 덜컥 났다. 이 병이 악화되면 목숨을 앗을 수 있다는 대목도 꺼림칙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여자를 생각하다가 육체가 희생되어도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600~601
.오늘날에 와서는 성자와 선지자들 까지도 신봉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 철학자의 일자 일언이 바야흐로 세상의 형상을 바꾸어 놓기에 이르렀어요. 이 서책의 공공연한 해석의 대상이 되는 날 우리는 하느님이 그어 놓으신 마지막 경계를 기어이 넘게 되고 말 것이오. -737
.서책이라는 것은 서책 자체의 내용도 다루고 있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서책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나는 사부님 말씀을 듣고 나서야 깨달은 것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문득 장서관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면 장서관이란, 수세기에 걸쳐 서책끼리의 음울한 속삭임이 계속되는 곳. 인간의 정신에 의해서는 정복되지 않는, 살아 있는 막강한 권력자, 만든자, 옮겨 쓴 자가 죽어도 고스란히 살아 남을 무한한 비밀의 보고인 셈이었다. -529
.문서 사자실이 추워 손이 곱다. 나는 이제 이 원고를 남기지만, 누구를 위해서 남기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911
.뒷 이야기이지만 수도원은 그 뒤로도 사흘 밤낮을 탔다. 불길을 잡아 보려던 마지막 노력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생존자들은, 수도원 건물 중에 지켜 낼수 있는 건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하느님의 응징에 맞서 보려고 쳐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이 때는 그 엄장하던 건물이 모두 외벽뿐인 폐허로 남고, 교회가 빨아 들이 듯이종탑을 삼켜 버린 다음이었다. 우리가 그 수도원에 머문 지 이레째 되던 날의 일이었다. 몇 동이의 물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집회소와 수도원장 공관은 그날 아침까지도 타고 있었다. -뒷말 169
.’내 일찍이 일렀듯이 나는 내가 세운 가정은 미리 언표하지 않는다. 니콜라의 말에 일리가 있기는 해. 흥미있는 대목도 많고…허나 내가 지금부터 가려는 길은 이와는 정반대 되는 길이야. 아니 어쩌면, 방향만 다를 뿐 한 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너 말인데, 상자 속에 든 걸 보고 너무 기죽지 말아라. 나는 다른 교회나 수도원에서도 거룩한 십자가 조각을 많이 보았다. 모두가 진짜라면 우리 주님은 통나무 두 개를 걸쳐 만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아주 널찍한 숲속에서 돌아가신 모양이다.’ ‘아니, 사부님. 어떻게 그런 말씀을…’ ‘말이 그렇다는 것이야. 이곳에 있는 것보다 더 귀한 보물은 다른 데 얼마든지 있다. 내 어느 해 쾰른 성당에서 세례 요한의 두개골을 보았는데… 기가 막혀서…… 열 두어 살 먹은 아이의 두개골이더구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세례 요한께서는 연세가 훨씬 드신 다음에 처형당하지 않았습니까?’ ‘그 두개골은 또 다른 교회의 성보 상자에 들어 있을 테지…’ -780-781
.나는 얼마 안 있으면, 참으로 신심있는 자들이 지복을 누리는 광막한 사막으로 들어간다. 오래지 않아 동등과 부동이 존재하지 않는, 적막과 화합과 적멸의 나라인 하늘의 어둠에 든다. 이 심연에서는 나의 영혼 역시 무화하여 동등함과 부동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이 심연에서는 모든 불화가 사함을 얻는다. 나는 곧 모든 차이가 잊혀지고 같음과 다름에 대한 분별이 없는 깊고 깊은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수고도 없고 형상도 없는 무인지경의 적막한 선성에 든다. 문서 사자실이 추워 손이 곱다. 나는 이제 이 원고를 남기지만, 누구를 위해서 남기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무엇을 쓰고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775-776
.그분은 당신의 지식을 쓰시되, 하느님 백성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쓰셨다. 따라서 그 분은 지식 자체를 위한 지식은 구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베노는 제 삶을 가꾸는 수단으로서, 제 비천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 다른 인간을 믿음의 전사나 이단의 첨병을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지식을 구한다. 이것이 탐욕이다. -735
.그런데 서글펐다. 수많은 사물을 통하여 보고 누렸다고는 하나 허상일 뿐. 역시 내 앞에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그 모순을 풀어서 설명할 수 없었다. 인간의 정신로 나약한 것이다. 세상은, 완벽한 삼단 논법의 세계를 세운 신성한 이란 참으이성의 도정이지만 인간의 정신에는 그 논법에서 이탈하여 저에게 유리한 명제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악마의 농간에 넘어가는 것일 터이다. 하면, 그날 아침 그토록 내 마음을 흔들어 놓던 그 여자에 대한 상념 역시 악마의 농간이었더라는 말인가? 그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나의 신분이 수련사였다는 데 있다. 내가 수련사만 아니었다면, 인간의 마음에서 인 그런 격정 자체는 크게 허물될 바 아닐 것이다. 남자의 마음에 여자에 대한 그러한 격정이 있어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그래야 이방의 사도들이 바라듯이 육과 육이 만나 새로운 인간이 지어지면서 선거하는 세대가 있고 후래하는 세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방의 사도들이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보아준 것은 우리 같이, 동정 지키기를 서운한 사람이 아닌 속인들게 한하기는 한다. -516
.”우리가 불지르고 노략한 것은, 일찍이 청빈을 우주적 율법으로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타인이 옳지 못한 방법으로 쌓은 부를 전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교구에서 저 교구까지 뻗어 있는 탐욕의 거미줄 한 가운데를 걷어 버리고 싶었을 뿐이지, 얻기 위해 노략하고 노략하기 위해 불지른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징벌하기 위해, 더러운 자들을 피로 정화하기 위해 죽였습니다. 어쩌면 정의를 향한 미치광이 같은 욕망에 쫓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인 한, 하느님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나 지나친 무류에 겨워 죄를 짓는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보내셨고, 마지막 날 영광의 승리자로 선택하신, 참 영혼을 가진 대중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네들의 파멸을 앞당기고, 천국에서 그 상을 받고자 했습니다. 우리만이 그리스도의 사도였을 뿐, 다른 이는 모두 그분을 배반한 이단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게라르도 세가렐리는 신목(神木), 이었습니다. 우리 교단은 하나님께서 목소 세우신 교단입니다. 우리는 하루 빨리 당신네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무고한 자도 죽이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행복이 모두에게 두루 미치는, 보다 나은 새 세상을 바랐습니다. 우리는 당신네들의 탐욕이 불러 일으킨 전쟁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 당신네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정의와 행복이 뿌리내리려면 우리 모두가 피를 흘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은 … 사실은 그런데도 최후의 날은 앞당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타벨로에서 카르나스코 강물을 핏빛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피도 섞여 있었습니다. 우리 피와 당신네들의 피가 …돌치노의 예언이 실현될 날이 가까워진 듯해서 우리로서는 그 징조가 보이는 날을 앞당겨야 했던 것이지요.” 레미지오는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을 법의 자락에다 비볐다. 머리로 상상했던 피를 실제로 닦고 있는 것이었다. “저 돼지가 이제 정결함을 다시 얻었다.” 사부님이 속삭였다. “이게 정결함입니까?” -713-714
○ 줄거리 요약
프란치스 수도사, 바스커빌 출신의 윌리엄과 그를 모시는 수련사, 멜크 수도원의 아드소는 황제측과 교황측 사이의 회담 준비를 위해 회담이 열릴 수도원에 도착한다. 원장은 윌리엄에게 그 수도원에서 있었던 의문의 죽음의 비밀을 풀어달라고 간청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몇몇의 수도사들이 사망한다. 윌리엄은 이 사건의 중심에 미궁의 장서관이 있다고 보고 그곳을 조사하는 한편, 수도사들을 탐문한다.
결국 윌리엄은 여러 자료를 통한 추론으로 장서관의 밀실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낸다. 장서관의 밀실에는 윌리엄의 예상대로 호르헤 노수도사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윌리엄과 호르헤는 마지막 논쟁을 펼친다. 장서관의 비밀을 지키려는 호르헤에 의해 장서관은 불에 휩싸인다.
본관 3층의 장서관에서 본관 전체로, 본관에서 다른 건물로 계속 불이 옮겨 붙고, 그 불은 사흘 동안 타오른다. 기독교 최대의 장서관을 자랑하던 그 수도원은 결국 폐허가 된다. 이후 아드소는 멜크 수도원으로 돌아가고 윌리엄은 혹병 유행기에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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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등장 인물
.배스커빌의 윌리엄 : 주인공, 영국 출신의 프란체스코 수도사. 전직 이단심문관. 로저 베이컨의 제자. 수도사답지 않게 인문학보다는 자연과학과 기호학을 내세우며, 다소 거만한 감이 있다. 해당 수도원이 화재로 폐허로 변하고 아드소와도 이별한 뒤 흑사병 유행기에 사망한다.
.멜크의 아드소 : 소설의 서술자, 사건 당시 베네딕토 멜크 수도원의 수련사, 윌리엄의 제자.
.포사노바의 아보 : 수도원장, 사부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시신을 들쳐업은 것으로 유명하다. 여섯 번째 피살자로, 장서관을 찾아갔다가 기계장치에 의해 압사당한다.
.카잘레의 우베르티노 : 베네딕토 수도원에 망명한 전프란체스코 엄격주의파 수도사, 윌리엄의 친구. 반교황파의 전설적인 인물. 베르나르 기의 간계로 인해 살해위협을 받아 도주하지만 2년 뒤 의문사한다.
.오트란토의 아델모 : 채식장인 수도사. 베렝가리오와 동성애 관계. 첫 번째 피살자로, 동성애에 대한 죄의식을 이기지 못하고 천길 낭떠러지에서 자살한다.
.살베메크의 베난티오 : 그리스어, 아랍어 번역가. 두 번째 피살자로, 독살된 뒤 돼지피 항아리에 처박힌채 발견된다.
.아룬델의 베렝가리오 : 보조 사서계 수도사. 멍청하고 음탕한 동성애자로, 아델모, 말라키아와 관계했다는 소문이 떠돈다. 세 번째 피살자로, 독살된 뒤 욕장에서 발견된다.
.장크트벤델의 세베리노 : 본초학자. 네 번째 피살자로, 윌리엄과 아드소의 수사를 돕다가 시약소에서 천구의로 살해당한다.
.힐데스하임의 말라키아 : 사서계 수도사. 다섯 번째 피살자로, 금지된 책을 읽다가 책에 묻어있는 독에 중독되어 죽는다.
.웁살라의 베노 : 수사학도. 지적 호기심에 목말라 한다. 세베리노가 죽은 그 날 말라키아에 의해 보조사서로 임명된다. 최후의 날 장서관에 불이 나자 불을 끄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소사한다.
.그로타페라타의 알리나르도 : 해당 수도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수도사. 젊었을 적 경쟁자에게 사서 자리를 빼앗긴 앙심을 가지고 있다. 약간의 노망기를 보인다. 윌리엄과 아드소는 알리나르도의 말에서 사건해결에 필요한 여러가지 단서를 얻는 다. 최후의 날, 불길에서 도망치는 가축들을 피하지 못하고 짓밟혀 압사한다.
.부르고스의 호르헤 : 해당 수도원에서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수도사로, 일찍이 장님이 된 전직 사서. 웃음을 악마로 여기는 정신착란을 앓는 늙은이. 신학에 대한 광신과 철학에 대한 증오로 인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들을 은폐하려 하고, 문제의 서적에 접근하려했던 수도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장본인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모델인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라지네의 레미지오 : 식료계 수도사. 사하촌 처녀와 매춘을 하다가 발각당하고 과거 이단 수도회와 어울린 전과가 드러나 베르나르 기에 의해 화형당한다.
.살바토레 : 꼽추, 식료계 레미지오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수도사.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온 그는 유럽 곳곳을 떠돌아다닌 전력 탓에 온갖 잡다한 언어가 뒤섞인 언어로 이야기한다. 여러가지 요상한 주술을 알고 있다. 이단 심판관을 피해서 이리로 도망쳐 왔지만 베르나르 기에 의해 화형당한다.
.모리몬도의 니콜라 : 유리 세공사. 배스커빌의 윌리엄이 안경을 도둑맞자 그의 안경을 새로 만들어 준다.
.알렉산드리아의 아이마로 : 고문서 필사가. 매우 냉소적인 인물. 수도원장이 이탈리아인이 아닌 외국인들의 입김에 놀아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티볼리의 파치피코 : 실존인물
.베르나르 기 : 베르나르도 귀도니, 혹은 베르나르도 귀도. 교황측의 사절. 이단 심문관. 교황이 회담의 성사를 방해하기 위해 보낸 인물로 추정된다.
.교황 요한 22세 : 본명은 카오르의 자크 뒤엔스. 청빈을 주장하는 수도사들을 탄압하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트비히와 반목을 빚는다.
.체제나의 미켈레 : 프란체스코 수도사. 윌리엄의 친구. 어떻게 해서든 수도회들과 교황권을 중재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이단으로 몰리게 되자 도주한다.
.오컴의 윌리엄 : 실존인물
.노바라의 돌치노 : 이단적인 종교단체인 ‘사도회’의 우두머리. 처음에는 세력을 키워 그를 따르는 신도수가 수천에 이르게 되지만 결국 ‘반역의 산’에서 베르첼리 주교 휘하의 군대에게 토벌당한다. 후에 연인 마르게리타와 화형당한다.
.베르트란토 데 포제토 : 교황측 사절. 추기경. 이단심문관으로 악명을 떨친적이 있다.
.카파의 제롤라모 : 카파의 대주교. 윌리엄은 그를 가리켜 ‘멍청이한 늙은이’라고 한다.
.베렝가리오 탈로니 : 실존인물
.파도바의 알도레아 : 실존인물
.장 드 본느 : 실존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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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