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And Mr. Hyde)
감독) 빅터 플레밍 / 주연) 스펜서 트레이시, 잉그리드 버그만 / 1941년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And Mr. Hyde)는 미국에서 제작된 빅터 플레밍 감독의 1941년 드라마, 공포, SF 영화이다. 스펜서 트레이시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빅터 플레밍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이 영화는 오스카상을 수상한 1931년 영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 제작 및 출연
- 제작진
감독: 빅터 플레밍
각본: 존 리 마힌
제작: 빅터 플레밍
원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미술: 다니엘 B. 캐스카트, 세드릭 기븐스
의상: 아드리안, 길 스틸
주연: 스펜서 트레이시, 잉그리드 버그만
촬영: 조셉 루텐버그
편집: 해롤드 F. 크레스
음악: 프란츠 왁스만
개봉: 1941년 8월 12일
시간: 127분
국가: 미국
언어: 영어
- 출연진
스펜서 트레이시
잉그리드 버그만
라나 터너
도널드 크리스프
이안 헌터
바톤 맥레인
C. 오브리 스미스
○ 원작자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 Stevenson)
1850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토목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7세 때 아버지 뜻에 따라 에든버러 공과대학에 입학했으나 곧 전공을 법학으로 바꿨다. 1875년에 변호사 자격을 얻었으나 개업에 뜻이 없어서 명망 있는 직업을 뒤로한 채 자신의 여행담을 기록한 첫 작품집 《내륙 기행》을 펴냈다. 여행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창작의 원천이 되었으며, 이후 꾸준히 여행에 관련한 이야기를 집필했다.
1876년, 스티븐슨은 파리 근처의 한 마을에서 남편과 별거 중이던 11세 연상의 미국인 패니 밴드그리프트 오스번을 만난다. 그는 곧 사랑에 빠져, 1880년에 그녀와 결혼했다.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그는 가족과 함께 결핵 치료차 스위스 다보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의붓아들 로이드를 위해 《보물섬》 집필에 몰두했다. 1883년에 《보물섬》이 출간되자마자 그는 단번에 인기 작가로 명성을 높이게 되고, 이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등 많은 화제작을 발표했다. 1888년, 건강이 악화된 스티븐슨은 아내와 함께 고국을 떠나 남태평양의 사모아 제도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베일리마’라고 이름을 붙인 그곳에서 그는 원주민에게 추장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유괴》 《발란트래 경》과 말년에 사모아 제도를 여행하며 쓴 《팔레사의 해변》 《썰물》 등의 여행기가 있다.
○ 줄거리
주인공인 지킬 박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선행을 베푼 유명한 의사지만 향락에 쉽게 빠지고, 무미건조한 학문 생활의 지겨움을 이기지 못한다.
그는 결국 ‘가끔이나마 신나게 놀고 싶은 충동’을 못 이겨 자기가 원할 때 변신할 수 있는 약물을 발명한다.
그 약을 들이키면 악마적 본성이 ‘망토를 껴입듯이’ 지킬 박사의 몸을 에드워드 하이드의 몸으로 바꾼다.
하이드의 몸으로 제멋대로 사고를 치다가 그게 싫증나면 다시 지킬의 몸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지난 악행을 회개하고 선행으로 지난 잘못을 보상하는 이중적인 삶을 즐긴다.
이렇게 충동적인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킬과 하이드는 주객이 전도되고 만다.
하이드가 저지르는 악행은 점차 심해지고, 하이드에서 지킬로 돌아오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지킬은 이중생활에 회의감을 느낀다.
결국 지킬은 하이드로 변해 사람을 죽이게 되고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이 생활을 마감한다.
○ 영화 이모저모
로버트 스티븐슨의 유명한 원작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가 처음 영화화 된 것은 1920년 무성영화에서 였다. 그리고 11년뒤인 1931년 ‘프레드릭 마치’가 주연한 영화가 제일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었고, 이 영화로 프레드릭 마치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본 영화는 그로부터 10년뒤인 1941년에 만들어진 빅터 플레밍 감독의 작품이다.
20여년을 간격으로 3번이나 영화화 된 것을 보면 이 원작이 얼마나 흥미로운 소재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차레의 TV영화가 있었고, 1989년 ‘사이코’로 유명한 배우 ‘안소니 퍼킨즈’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졸작영화 ‘닥터 지킬 (Edge of Sanity)’이라는 작품도 개봉이 되었었고, 1996년 줄리아 로버츠를 주인공으로 하여 ‘하녀’의 관점에서 만든 ‘메리 라일리’라는 영화도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소재로 한 영화였다.
1941년 작품에서 지킬박사 역을 한 배우는 명우 스펜서 트레이시다. 원작에서의 지킬박사는 50대의 근엄한 중년신사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미혼의 청년으로 나온다.
흥미를 위해서인지 이 작품은 ‘두 명의 절세미녀’를 등장시킨다. 40년대와 50년대를 풍미한 ‘잉그리드 버그만’과 ‘라나 터너’이다. 물론 원작 자체를 보면 ‘여배우’가 등장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이 두 명의 미녀를 많이 등장시키기 위한 설정을 만들려고 지킬박사를 미혼청년으로 만들었고, 라나 터너는 지킬의 약혼녀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사실 1931년도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우연히 만나는 술집여급으로 등장하며, 하이드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역할을 한다.
결코 가볍지 않은 배우 라나 터너와 잉그리드 버그만이다 보니 무리하게 두 여배우를 많이 등장시키기 위하여 억지로 이야기를 풀어간 설정도 역력하다.
당시 20세의 라나 터너는 원숙한 매력을 과시했던 50년대와는 달리 굉장히 앳되고 청조한 미모를 보여준다.
26세의 잉그리드 버그만은 평소와는 달리 꽤 농익은 관능미를 가진 역할을 하는데, ‘청순미’의 상징인 잉그리드 버그만과 ‘관능미’가 어울리는 라나 터너지만, 고정배역에 식상할 수 있으니 역할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출연한 것이라고 한다. 두 배우의 비중과 미모는 엇비슷하지만 모처럼 ‘청순한’ 라나 터너와 ‘관능적’인 잉그리드 버그만의 연기가 나오는 색다른 면이 있다.
이 영화는 ‘공포영화’로서의 역할은 사실 전혀 하지 못한다. 스펜서 트레이시가 분장한 하이드의 외모는 ‘무섭고 사악한’ 모습이 아니라 ‘교활한 노인’같은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물론 지킬박사일 때의 외모도 ‘게리 쿠퍼’나 ‘로버트 테일러’같은 기품이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그건 ‘시골농부’처럼 다소 투박한 외모의 스펜서 트레이시의 한계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스펜서 트레이시가 지킬에서 하이드로 변하는 장면은 나름대로 1941년을 감안하면 그럴듯하게 처리하였다. 그냥 얼굴을 감싸쥐고 시간을 흐르게 한 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화면을 고정시키고 서서히 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라나 터너의 초창기 모습과 역시 ‘미국’으로 온 뒤의 잉그리드 버그만의 초기 시절 등의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치이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에서 가장 아버지 역할을 잘 해 냈던 도날드 크리스프가 여기서는 라나 터너의 아버지이자 지킬박사의 예비장인으로 출연한다.
‘뛰어난 원작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명감독’ ‘불세출의 연기파 배우’ 이렇게 모여서 영화를 만들어도 이러한 범작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작품이기도 한데, 역시나 여럿이 함께 만드는 ‘영화’라는 장르는 개개인의 재능도 중요하지만 배우와 스탭과 각본 등의 합도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워낙 재미난 원작이다. 영화자체는 지루하지 않다. 빅3 배우들의 꽤 젊은 얼굴들을 대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던 영화이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