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주민 대변 기구 ‘보이스’ 개헌안 국민투표 부결, 그 의미는?
Yes는 628만여 (39.94%), No는 945만여 (60.06%) 투표 … 원주민부 장관 “새로운 노력의 시작, 희망 놓지 말아야”
호주 정부가 헌법에서 원주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를 세우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했지만 10월 14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6대 4의 비율로 부결됐다.
국민투표 결과 Yes는 6,286,894명 (39.94%), No는 9,452,792명 (60.06%)으로 전국 합산 득표율에서는 반대율이 60.06%로 찬성율을 압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주 현지 매체들은 6개주(州) 모두에서 유권자 과반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는 전국적으로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고, 또 6개주 중 4개주에서 과반 찬성이 나와야 개헌안이 가결된다.
이번 투표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널)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을 ‘호주 최초 국민’으로 인정하고 이들을 대변할 헌법 기구 ‘보이스’를 설립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개헌 추진은 집권당인 노동당이 작년 5월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이었다.
앨버니지 총리를 비롯한 개헌 지지자들은 개헌을 통해 헌법에서 원주민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보이스를 설립하면 원주민 생활이 더 나아지는 것은 물론 국가통합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당과 국민당 연합은 헌법에 특정 인종을 명기하는 것은 호주인을 인종에 따라 차별해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반대해왔다. 보이스도 권한이나 기능이 불명확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국민투표는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찬성 지지율이 40%대에 그쳐 부결될 가능성이 높았다.
호주 원주민은 전체 약 2천600만명 인구 가운데 3.8%에 달하며 헌법에 적시돼 있지도 않고 국내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 해당한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더 많았던 것에 대해 호주 언론은 결국 보이스에 대한 유권자의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했다.
반대파는 보이스라는 헌법 기구를 만들면서 이 기구의 법적 권한이나 기능이 명확하지 않은 채 개헌부터 하려 한다고 비판했으며, 보이스가 국회 위에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헌법에서 원주민을 명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이는 호주 국민을 인종에 따라 구분하는 것으로 사회 분열을 빚을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특히 호주 내 많은 이민자 사회에서는 지금도 원주민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데 개헌을 통해 이들을 대변하는 헌법 기구까지 생기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앨버니지 총리가 집권 후 강력히 추진하던 개헌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해졌다.
호주를 왕정이 아닌 공화정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보이스 국민투표를 진두지휘한 린다 버니 원주민부 장관은 “비록 부결됐지만 이번 국민투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낸 만큼 새로운 원주민 지도자들의 새로운 노력이 시작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