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복 목사의 성지 답사기 중에서 (9)
<시드니 인문학교실 제 2차 인문학여행팀> 여러분! 모두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홍길복입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 부터 어디 여행을 하게 되면 그때 그때 마다 여행일기를 쓰는 것이 하나의 습관 처럼 되어 왔습니다.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썻던 여행일기가 아마도 한 200일 분은 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더해 가는지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여행일기를 쓸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올리는 글은 16년전에 썻던 글 중 일부입니다. 부족한 사람이 2007년 1월 15일 부터 약 3주에 걸쳐 서울에 있는 장로회신학대학 <성지 답사팀>과 더불어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등 5개국을 방문했을 때 썻던 <여행 일기> 중 한 부분입니다. 저는 그 때, 여행 중에 썻던 일기를 당시 시드니에서 발행되던 주간지의 요청에 따라 주 1회 씩 59회에 걸쳐 1년이 넘게 연재했었습니다. 물론 그 일기는 전문성을 지닌 글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읽으시면 잘못된 것들도 적지 않게 지적해 내시리라 생각되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2023년 시드니인문학교실에서 준비하고 있는 <제 2차 인문학여행>의 참가자들과 함께 오래 전에 경험하고 생각했던 보잘 것 없는 이런 작은 여행 이야기 이지만 나누고 싶어서 우리가 방문하게 될 <이집트> 부분만을 추수려서 1주일에 한번 정도씩 몇번에 걸쳐 올려드릴려고 합니다. 이 글이 여행을 떠나기 전, 우리가 서로 더 가깝게 사귈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고학 박물관과 파피러스 전시장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시간은 점심때를 많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여러날 만에 카이로 시내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아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나누었습니다.
점심 후 우리는 카이로 시내 중심지에 있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 The Egyptian Museum>으로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정원에 들어서니 고대 이집트 시대의 거대한 석상들이 즐비했고, 정원 한 가운데에는 네모난 연못이 있었습니다. 연못 안에는 상(上)이집트를 상징하는 수 많은 연잎들이 수면 위에 떠 있었고, 그 둘레에는 하(下)이집트를 나타내는 파피러스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우리를 맞아 주었습니다.
현재의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1857년에 세워진 것으로써 160년도 더 되는 세계 最古의 박물관 중 하나이며 건물 자체도 역사적 유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 2층으로 되어 있는 붉은 건물 안에는 107개의 전시실이 있습니다. 안내서를 읽어보니, 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대 이집트의 유물은 약 20만 점 정도라고 합니다. 이집트 5천년의 역사적 유물들과 왕궁과 왕들의 소장품들과 그들의 집기들과 각종 미이라가 너무도 많아 자세히 살펴 보려면 아마 한 1주일 정도는 족히 걸리리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전에 파리의 루블 박물관에 갔을 때 3일 티켓을 사서 둘러보았던 생각을 하면서 오늘은 그냥 수박 겉핫기식 방문을 하자고 마음 먹으면서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러 나라의 적지 않은 박물관들을 방문해 보았지만 단일 박물관이 오직 자기 나라에서 출토된 자기 나라 유물들만 이렇게 집중적으로 전시해 놓은 곳은 처음 본 것 같았습니다. 어쨋든, 학생 때 부터 책이나 잡지, 신문이나 텔레비젼에서 많이 읽고 보아서 별로 낮설지 않은 고대 이집트의 유물들과 수 많은 미이라들을 둘러 보면서 <아! 이것이 바로 그거로구나!> 감탄을 연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두어 시간에 걸쳐 쫓기다싶이 둘러보기는 했으나, 우리 가이드 제진수 사장님은 박물관이 문을 닫는 시간 까지 아주 진지하고 자상하게 우리를 잘 가르쳐 주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아는 마큼 보인다, You can see as much as you know>를 깨우쳐 주었습니다.
이 박물관의 2층에는 이집트 신왕국 제 18왕조 시대의 유명한 소년왕 <투탕카멘, Tutankhamun, ‘투탕카문’이라고도 읽습니다>의 유물들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음날 우리가 방문 할 룩소르의 <왕들의 계곡, The Valley of the Kings>에서 발굴된 3500여점들의 유물들 중 약 절반 가량이 이곳에 소장되어 있거나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사진으로만 보았던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100% 순금을 10킬로그램이나 부여서 만든 이집트 문명과 역사와 관광의 대표적 상품 처럼 소개되고 있는 것인데 오늘 그 실물을 처음으로 접해 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여기에 전시되어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 마차와 황금 의자 역시 화려함의 극치요, 이들 황금으로 만든 왕관과 미이라를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신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순금 113킬로그램을 부어서 만든 황금 관 (棺), 그리고 그 곁에 있는 18살 짜리 소년 임금 투탕카멘의 미이라 – 이는 지금 부터 무려 3500년 전 이집트의 찬란했던 영화를 재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은 세계의 모든 금이란 금은 다 한 곳으로 모아놓은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전에 런던에 있는 <대영 박물관, The British Museum>에 갔을 때도 그 입구에서 부터 영국이 이집트에서 빼앗아온 <로제타 스톤, Rosetta Stone>을 비롯한 이집트의 유물들로 인하여 한없이 놀랬었지만 지금 여기 카이로에서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니 더더욱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수많은 미이라 (Mummy)들을 둘러 보면서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어떻게 시신에서 피와 수분을 제거해 내고, 인간의 뇌수와 내장들을 건조 처리하고, 심지어는 유리로 의안 까지 만들어 넣고, 입술과 볼을 붉게 물들여서, 진짜로 살아있는 사람이 마치 잠을 자는 것 처럼 미이라를 만들어 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지닌 과학과 기술에도 감탄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가능케 했던 그들의 신앙세계에도 마음이 쏠렸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지닌 영혼불멸 사상과 부활신앙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기에 이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냈을까? 고대 이집트인들이 지녔던 생명의 재생과 영생불사의 신앙이 여기 박물관 안에 가득 찬 것을 느끼면서 <아, 이런 것이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 되어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박물관 문을 나섰습니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우리는 파피러스를 제조도 하고, 전시도 하면서, 또 판매도하는 <파피러스 전시장>에 들렸습니다. 파피러스 (Papyrus)는 주로 습지에서 자라는 갈대풀 중 하나입니다. 우리 나라의 왕골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피러스는 주로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땅에서 많이 자랍니다만 오늘날은 수단 지방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파피러스는 종이를 만드는 원자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피러스의 껍대기를 벗겨내어 물에 적시어서 판대기 위에다가 가로와 세로로 엇놓아 가면서 풀칠을 하여 말리게 되면 누런 색갈의 종이가 만들어 집니다. 조잡한 방식이긴 했지만 옛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종이를 만들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림으로 역사와 문화를 창조하고 보존해 왔습니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천년 전 부터 이런 식으로 파피러스를 만들어 왔으니 인류 최초의 제지 기술은 이집트에서 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고문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파피러스는 <死者의 書, The Book of the Dead>로 알려져 있는데 그 두루마리의 길이는 무려 37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성서 사본들도 양피지 아니면 파피러스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파피러스 가운데 두껍고 굵은 것들로는 상자나 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더 숨길수 없게 되매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고 아기를 거기에 담아 나일강의 갈대 사이에 두었더라> (출 2:3) 아기 모세를 담아 나일강에 띠운 상자는 일반 나무로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파피러스로 만든 갈대상자였다는 기록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사야서에는 이런 귀절이 직접 언급되고도 있습니다. <갈대 배를 만들어 물에 띠워 수로로 보냈더라> (사 18:2) 하여튼 우리는 고대 이집트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파피러스 종이, 파피러스 상자, 파피러스 배를 만드는 과정을 둘러 본 후 내가 목회하는 교회의 신도들과 강의하는 신학교의 학생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파피러스 그림 몇점을 사들고 전시장을 나왔습니다. (계속)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