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극장

- 주혜주 지음, 마음극장, 인물과 사상사, 2014년 초판, 2019년 4판
- 저자 주혜주 교수는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을 나온 후 서울대 병원에서 18년 동안 간호사와 수간호사로 봉직한 전문 간호사입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신간호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경인여대에서 교수로 후힉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신간호학계의 전문 의료인입니다. 30년도 더 되는 1993년 학회 참석차 호주를 방문했을 때 잠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한글사랑 도서관>의 김동숙관장께서 그분의 책 <마음극장>을 추천해 주셔서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3부로 되어 있는 <의료 수상집>으로써 그 동안 주교수가 정신간호병원의 수간호사와 교수로써 연구와 수많은 임상 및 여러가지 경험들을 바탕으로 쓴 진솔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치어 가면서도 퍽 많은 것을 깨우쳐 주고 깊이 생각하도록 이끌어 주는 흔치 않은 의료인의 수상집입니다.
다음의 잡문은 그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부분에다 저의 생각을 약간 다듬어서 쓴 독후감 겸 잡기장입니다. -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는 절대적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만 프레트 루츠
- 정신과 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만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정상적이라고 불리우는 비정상적 사람들이 정신과 병동에는 들어오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 우리는 인간을 폐쇄병동 안에 가두어 둘 수는 있겠지만 자유를 향한 인간의 본능 자체는 결코 가두어 둘수가 없다. 사르트르의 말대로 인간은 자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모든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이들도 집으로 가고 싶어한다. 이는 인간의 회귀본능이다. 정신병원에서의 탈출은 도망이 아니라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회기본능이다. 그리고 이 본능의 밑바닥에는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다.
- 인간은 상호의존적 존재다. 우리는 다양한 의존증을 지니고 있다. 커피 의존증, 알코올 의존증, 마약 의존증으로부터 시작하여 인터넷 의존증, 학원 의존증, 아내 의존증까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건강한 의존증이란 자신의 영역을 유지하면서, 또한 필요한 부분에서는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며, 동시에 상대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그에게 필요한 것들은 내가 기꺼이 돕는 것이다.
- 거울 앞에서는 자신의 신체적 모습을 보게되고, 타인 앞에서는 자아의 심리적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정신과 병동으로 들어가는 복도 앞에 자주 들어눕던 환자가 있었다. 아무리 일으켜 보려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한 의사가 복도로 나가 그 환자 곁에 나란히 누웠다. 환자는 그 의사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 환자는 의사에게서 자기를 발견한 것이다. 새상 모든 사람은 나의 거울이고, 나 역시 모든 사람의 거울이다. - 마을 사람들 사이에 불신과 냉담이 깊어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기도를 드리고 찬송을 불렀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와서 상을 차리고 음식을 만들어서 함께 먹자고 했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차츰 웃음이 되살아나고 막힌 담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기도나 찬송이 아니라 음식이 사랑을 되찿게 해 주고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는 이야기다. 영화 <바베트의 마찬> 스토리다.
- 착각은 자유다. 많은 경우 우리는 착각 속에서 일생을 살아간다.
- 정신상태를 진단하는 목적은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알아내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개개인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그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아내어서 그를 도와주려는데 있다. 그래서 정신기능은 혈압이나 혈당 처럼 피검사만 가지고는 추정 할수가 없다.
- 인생살이에서 생겨나는 어려움을 헤처나가는 힘의 원천 중 가장 큰 것은 가정이다. 가정은 정치나 예술이나 종교 보다 강한 힘을 지닐 때가 많다.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정이 없어서 고통 중에 살아간다.
- 우리는 모두 다 정신질환자들이다. 그런데 어떤 환자들은 병원에 있고, 또 어떤 환자들은 병원 밖에 있을 뿐이다.
- <광기 없는 천재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슈만도, 베를리오즈도, 버지니아 울프도, 고흐도, 어네스트 헤밍웨이도 다 정신병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다 위대한 창조적 예술가들이 되었다. 아브라함 링컨은 만성 우울증 환자로써 20대 땐, 늘 자살 하려고 총을 가지고 다녔던 사람이었으나, 그는 가장 멋지게 자신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 되었다.
-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우울증이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체의 감기가 비교적 쉽게 치료 되듯이 우울증도 잘 치유되는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다스려 나가야한다.
- 치매를 돌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치매환자를 통하여 보다 더 크고 넓은 인간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하늘이 들려주는 거룩한 메시지를 듣게 된다.
- 불안은 해롭기만 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불안은 위험을 미리 인식하게 해 주고,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도록 인도해 준다. 불안은 인간의 본질도 아니고 영원한 것도 아니다. 불안은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손님이다.
-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요, 동시에 자기가 지금하고 있는 그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 직업병이란 한가지 직업에 오래 종사함으로 그 직업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병이다. 연예인 직업병, 운동선수 직업병, 의사 직업병, 주부 직업병, 대통령 직업병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읽다가 문득 목사 직업병도 있을 수 있겠고 나는 목사 직업병 환자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 정신과 환자들은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흰가운을 입은 의사나 간호사들을 만나면서, 그들 모두를 장의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본다고 한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아, 저 사람들은 이제 내 장례식을 치룰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이구나!>
- 미국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아, 우리는 중국사람, 일본 사람,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함께 걸어오는 걸 보면 그 중에서 한국 사람은 금새 알아 볼 수 있습니다. 그 세 민족 중에서 유독 한국 사람들은 제일 표정이 없고, 딱딱하고, 인사 않하고, 웃을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 사실 간호학이란 별것이 아니다. 아픈 사람만 찿아서 돌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보면서 어디 돌볼 것이 없나 찾아보는 것이 간호학의 출발이다.
- 우리 친정집 가훈이다. <공부 잘 하는 놈은 굶어도, 인사 잘 하는 놈은 굶지 않는다>
- 제주도나 이탈리아 농촌에서는 마을이나 자기 집에 돌담을 쌓을 때는, 너무 빈틈없이 차곡 차곡 담을 쌓질 않는다. 돌과 돌 사이엔 적당히 구멍도 만들어 두고, 삐뚤삐뚤하게 쌓는다. 그래야 바람이 많이 부는 그 지방에서는 돌담 사이로 바람이 잘 통과하여 거쎈 바람이 불어와도 돌담이 쓰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한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생살이에서도 좀 부족하고 어딘가 헛점이 있는 것이 더 유익 할 때가 있는 법이다.
- 조물주께서는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인간이나 피조물은 만들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내 단점은 당신의 장점이 채워주게 하시고, 당신의 단점은 나의 장점이 보완해 주도록 만드셨다. 그래서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나오는가 보다. <이 세계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란 하나도 없다>
-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 중 대표적인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신부와 수녀 사이,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 사이란 말이 있다. 어느 날 한 레지던트가 간호사인 나를 쳐다 보면서 반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 의자 좀 이리로 가져다 줘” 나도 반말로 되받았다.
“너는 손 없어? 니가 가져 가!” - 아메리카 인디안들의 속담 중 하나이다. “그 사람의 입장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0리를 걸어 보아라”
-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나도 틀릴 수 있다>라고 생각을 바꾸지 않는한 스트레스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 상대를 바꾸는 것 보다는 나를 바꾸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쉽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살이의 정도이다.
- <책을 덮으면서> 생각을 가다듬어 봅니다.

주선생님은 그의 <마음극장>을 <프롤로그>로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책들과 다른 것이 눈에 띠었습니다. <에필로그>가 없이 마무리를 한 것입니다. 아마도 이는 독자들이 스스로 <책을 덮으면서> <에필로그>를 써보거나 생각해 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는 책을 덮으면서 한편의 영화나 연극을 본 후 <극장 문을 나서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오늘 <마음극장>에 가서 아주 훌륭한 연극 한편을 참 재미있게 보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주혜주 연출가는 이 <마음극장>을 통하여 34편에 이르는 1일 연속극, 혹은 3부작으로 되어 있는 장편 영화의 감독으로써 저를 포함한 관객들에게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한번 말씀해 보세요>라고 숙제를 주는듯 했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것입니다. <인생살이란 하나의 연극이요, 나를 포함한 우리네 인간이란 모두 다 배우들이다. 우리는 가면 – 페르소나, persona –를 쓰고 8-90년 동안 감독과 연출가가 맡겨준 배역을 감당하느라 낄낄거리는 배우들이다> 1막에서는 환자로 나오다가 2막과 3막에서는 치료하는 의료인인척하는 또 다른 형태의 환자로 등장하여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 인생길이란 생각이 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풀어서 쓴 하나의 인문학 도서라 할수 있습니다.
그 다음 이 책, 이 극장은 나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데는 반듯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는 평소 제가 인문학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그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 할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만물의 이치요, 인생살이의 근본입니다. <마음극장>은 종교적 교리나 형식을 넘어서서 딱딱하게 논어에 나오는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 勿施於人>이나 성서에서 말씀하는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형식을 달리하는 종교적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주선생님께서는 이 극장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서로 서로 사랑하면서 사세요. 그럼 우리 모두는 행복해 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극장>은 풀어서 쓴 신학도서라 할수 있습니다.
<마음극장>은 참 생동감이 넘치고 무척 재미있는 무대입니다. 제목은 연극이나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고 했지만 이 책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삶의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 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연극의 연출가는 정말 글도 잘 쓰고 무대 연출도 수준급 이상입니다. 이는 그가 꾸밈 없이 진솔한 사람임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홍길복, 2025. 3. 22)

홍길복 목사
(호주연합교회와 해외한인장로교회 은퇴목사)
홍길복 목사는 황해도 황주 출생 (1944)으로 연세대학교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다. 1980년 호주로 건너와 40여년 간 이민목회를 하는 동안 시드니제일교회와 시드니우리교회를 섬겼고, 호주연합교단과 해외한인장로교회의 여러 기관에서 일했다.
2010년 6월 은퇴 후에는 후학들과 대화를 나누며 길벗들과 여행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다. 자신이 경험한 이민, 특히 이민한 기독교인들의 삶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글쓰기를 바탕으로 ‘동양인 예수’, ‘내 백성을 위로하라’, ‘성경에 나타난 이민자 이야기’, ‘이민자 예수’ 등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