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년 11월 20일, 무게 80톤의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섹스 (Essex) 호를 공격해 침몰
1820년 11월 20일, 남아메리카의 서쪽 해안에서 2,000해리 (3,700킬로미터) 떨어진 해역에서 무게 80톤의 향유고래가 포경선 에섹스 (Essex)호를 공격, 침몰시켰다. 94일간 7,200km를 표류했던 21명의 조난자들 중 8명만 살아남았다.

에섹스호는 27m 길이에 적재톤수 239톤의 작은 포경선으로, 1799년 진수한 이래 꽤 좋은 조업 실적을 올리며 행운의 배로 불렸다고 한다.
8.5m 길이의 소형 작살 보트 5대를 싣고 매사추세츠 주 낸터킷 항을 출항한 것은 1819년 8월 12일, 2년 반 일정으로 남미 서부해안에서 고래를 쫓을 예정이었다. 선장 조지 폴러드 주니어 (George Pollard Jr)와 1등항해사 오웬 체이스 (Owen Chase)는 각각 29세와 23세의 젊은 리더들이었다.
출항 이틀 만에 거센 돌풍을 맞아 상돛대 하나가 부러지는 불운을 겪은 에섹스호는 이듬해인 1820년 1월 남미 최남단인 칠레 케이프혼에 도착해 5주간 머문 뒤 서부 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고래를 쫓았지만 한 마리도 포획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른 포경선들로부터 경도 5~10도 위도 105~125도 사이 먼 바다에서 고래 떼를 목격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선장은 연안을 벗어나는 모험을 감행했다.

10월 본격적인 포경에 앞서 갈라파고스 제도의 찰스 아일랜드(현 플로리아나 아일랜드)에 들러 자이언트 거북 약 300마리를 포획해 비상식량으로 실었는데, 조타수가 장난으로 지른 불로 건기의 섬 전체를 잿더미로 만드는 참화를 빚기도 했다고 한다.
11월 16일 고래 해역에 도착한 에섹스호가 작살질에 열을 올리던 무렵인 11월 20일 아침8시, 태평양 갈라파고스제도 서쪽 해역. 길이 26.7m, 배수량 238톤급 포경선 에섹스(Essex)의 선원들이 모처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수고대하던 고래 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출항 14개월이 넘도록 고래를 못 보고 무인도에서 거북이나 잡던 선원들은 작살을 던졌다. 놀란 고래가 요동친 꼬리에 맞아 작은 포경 보트 한 척이 크게 파손됐으나 드문 일은 아니었다. 선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바로 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졌다. 길이 24m, 무게 80톤쯤으로 보이는 초대형 향유고래 한 마리가 본선을 들이박았다. 꼬리로 내려치고 몸통으로 부딪치는 두 차례 공격으로 에섹스호는 10분 만에 가라앉았다. 세척의 보트에 피신한 선원 20명은 두 달 반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한 끝에 구조됐다. 물과 식량이 떨어지자 거북이를 잡아먹고 급기야 차례를 정해 동료를 죽여 인육을 먹어가며 버텼다. 구조 당시 생존자는 불과 7명. 실종 5명을 빼면 8명이 식량으로 희생된 셈이다.

생존자들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에섹스호의 선장 조지 폴라드(사고당시 29세)는 다른 포경선과 상선을 연이어 탔으나 연달아 좌초하는 불운을 겪었다. 1등 항해사(23세) 오언 체이스는 평생 배를 타 포경선장으로 경력을 마쳤다.
가장 어렸던 사환 토머스 니커슨(14세)은 상선 선장을 지냈다.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다시 배에 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돈. 포경산업은 황금산업이었다. 대형 향유고래를 잡아 기름을 짜서 고급 양초와 화장품, 의약품, 공업용 세제로 썼다.
특히 미국 포경산업은 세계 1위를 자랑하며 다른 산업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공장의 불을 밝히고 야간 노동이 일상으로 굳어졌다.
생태역사학자인 제이슨 라이벌이 ‘미국의 산업혁명은 고래의 희생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정도다. 페리 제독이 일본의 개항을 강요한 목적도 미국 포경선단의 배후기지를 확보하려는 데 있었다. 석유 시대 개막과 함께 포경산업도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에섹스호의 영향은 지금도 살아 있다.

젊은 시절 포경선을 탔던 허먼 멜빌은 에섹스호 얘기를 바탕으로 1850년 ‘불멸의 해양소설’로 손꼽히는 ‘모비딕 (백경)’을 발표, 세계적 작가로 떠올랐다.
2015년 개봉작 ‘하트 오브 더 씨’의 소재도 에섹스호에서 따왔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명칭도 여기서 나왔다. 애초 이름은 피쿼드.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포경선의 선명을 상호로 쓰다가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으로 바꾼 뒤 대박이 났다.
고래가 포경선을 공격하는 예는 아주 드물지는 않다고 한다.
포경은 공식적으로 사라지고 화물선이 대형화하면서 근년에는 컨테이너 선박에 부딪혀 향유고래나 흰수염고래 등이 숨지는 사례가 있다.


참고 = 위키백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