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5월 15일, 영국의 극작가 피터 섀퍼 / 쉐퍼 (Peter Levin Shaffer, 1926 ~ 2016) 출생
피터 섀퍼 경 (Sir Peter Levin Shaffer, CBE, 1926년 5월 15일 ~ 2016년 6월 6일)은 영국의 극작가이다.

– 피터 섀퍼 (Peter Levin Shaffer)
.출생: 1926년 5월 15일, 영국 리버풀
.사망: 2016년 6월 6일, 아일랜드 코크
.부모: 레카 프리드먼, 잭 샤퍼
.형제자매: 앤소니 셰퍼
.저서: Equus, The White Liars and Black Comedy: Two One-act Plays 등
피터 섀퍼 (Peter Levin Shaffer)는 2016년 6월 6일 오전 5시 30분께 (현지시간) 아일랜드 코크 주에 있는 한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영국 내셔널 시어터의 루퍼스 노리스 관장은 “그는 이 시대 가장 훌륭한 극작가 중 한 명이며 그가 남긴 희곡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섀퍼를 기렸다.
고인은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그린 극 작품 18편 이상을 남겼으며 1975년 ‘에쿠우스’, 1981년 ‘아마데우스’로 두 차례에 걸쳐 토니상 각본상을 받았다.

○ 생애 및 활동
리버풀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으며,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정부에 징집되어 탄광에서 일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등장한 극작가들 가운데 상업극으로 가장 성공하였다고 꼽히며, 로버트 볼트와 같이 전통적인 대중의 기호를 살리면서 전통적인 형식을 완벽하게 조작하였다고 평가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쌍둥이 동생 앤서니 섀퍼 (Anthony Shaffer) 또한 극작가로, 스릴러물 《탐정》(1970)으로 영미권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다.
2차 대전 중에는 징용되어 1947년 대학 입학 전까지 광부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으로 세상과 인간 사이의 부조리한 관계에 대해 고뇌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대안을 강구하게 되었다.
그는 부조리한 인간 내면의 딜레마를 성과 폭력을 통해 표현하고, 신화와 열정을 상실한 인간에게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하는 사색을 담아냈다.
그의 첫 희곡은 1951년에 쓰고 1955년 TV로 방영된 ‘소금의 나라 (The Salt Land)’이지만, 본격적인 극작 경력은 1958년 초연된 ‘다섯 손가락 연습 (Five Finger Excercise)’으로 시작되었다고 본다.

불과 100여 명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처절하게 무너지는 잉카 제국 이야기를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를 파고든 1964년의 ‘태양 제국의 멸망 (e Royal Hunt of the Sun)’과 현대인의 정체성 상실 문제를 파르스 (farce) 형식으로 다룬 1965년의 ‘블랙코미디 (Black Comedy)’는 그의 대중적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1973년 ‘에쿠우스 (Equus)’, 1979년 ‘아마데우스 (Amadeus)’, 1992년 ‘고곤의 선물 (e Gift of the Gorgon)’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여러 편의 브로드웨이 성공작을 발표하였다.
부조리극의 영향이 다분한 초기작으로부터 이후의 대중적 성공작들, 그리고 후기의 철학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이야기 전개와 치밀한 구성에 있어 탁월하다.
그래서 쉐퍼는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등장한 극작가들 가운데 상업극으로 가장 성공하였다고 꼽히며, 대중의 기호를 살리면서 전통적인 형식을 완벽하게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 서훈
1987년 대영 제국 훈장 3등급 (CBE) 수훈
2001년 기사작위 (Knight Bachelor) 서임

○ 작품 세계
《5지연습 (五指練習)》(1958)으로 데뷔했는데, 세련된 어머니와 속된 아버지를 가진 가정에 독일 출신 가정교사가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불화를 교묘하게 그린 서정적인 드라마이다.
남녀의 싸움을 다룬 단막 희극 《은밀한 이야기》와 《세상의 눈》(1962)은 영국보다도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했다.
《태양 탐험대》(1964)는 16세기 에스파냐의 잉카 제국 침략을 주제로 삼았다.
섀퍼의 작품 중 극적 현란성을 압도적으로 살린 야심작으로 꼽힌다.
그 밖에 불바르연극과 파르스 (farce)를 반대적인 효과로 되살리기 위해 중국의 연극을 이용한 《블랙 코미디》(1956)도 주요 작품으로 언급된다.
– 인간 존재에 관한 성찰
대표작인 <에쿠우스>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인간소외, 제도의 폭력, 맹목적 신념이 충돌하는 일종의 싸이코 드라마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알런이 극 중에서 행한 말의 눈을 찌른 행위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작을 한 피터 셰퍼는 소년의 심리를 다각적, 심층적으로 해부하고 그 결과로 평온한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던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날카롭게 제시한다. 교육을 통해 우리는 개성을 점차 잃어가며 같은 모습을 갖추기를 강요받고 있으며, 경제활동에 필요한 인력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그 와중에 가족은 중심을 잃고 점차 해체되어 가고 있다. 근대까지 우리의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종교는 이제는 무력하다. 알런이 압박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선택한 욕망과 쾌락은 전통적 규범과 내부의 양심으로 인해 오히려 고통으로 변한다. 부모도, 여자친구도 세상 그 누구도 알런을 구원하지 못한다. 그래서 알런은 친구이자 신의 모습이었던 말의 눈을 찌른다. 그의 실존은 고립인 것이다. 관계를 끊음으로써 스스로를 구한 것이다.

탄탄한 극적 구성을 지니고 있고,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리듬감도 희곡 자체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무난한 연출이라면 희곡을 잘 재현하기만 해도 무대와 객석을 장악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피터 셰퍼의 비범함은 주인공의 내적 세계를 묘사함에 있어 연출의 도전을 허용한 데에 있다. <에쿠우스>의 극작기법은 리얼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주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심리적 묘사가 들어가야 하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표현주의적이다. 작품에 임하는 연출은 말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자신의 해석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난다. 어떤 연출은 말들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부여했고, 또 어떤 연출은 노래나 음성을 활용하기도 했다. 다른 장면은 몰라도 비현실적인 장면에 대한 묘사는 각 공연팀마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에쿠우스>는 풍성해졌고, 다양한 연출만큼 다양한 층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또 다른 대표작인 <아마데우스>는 훨씬 구체적인 갈등을 다룬다. 타고난 천재와 노력하는 보통사람의 대립을 통해서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지 되묻는다. 합스부르크 왕조 지배하의 오스트리아 비엔나 궁전을 배경으로 괴팍한 성격의 천재음악가 모차르트의 음악과 각고의 노력 끝에 궁정작곡가가 된 살리에리의 질투가 빚어내는 이야기다. 실제 역사와 다소 다르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인간의 악한 본성인 시기, 질투, 교만을 잘 다루어 대중의 공감과 보편적 정서를 이끌어 내었다.
두 작품 모두 서술자를 두는 기법을 택하였다. <에쿠우스>에서는 알런을 상담하게 된 다이사트 박사가, <아마데우스>는 먼 훗날의 살리에리가 연극이 진행되는 사이 틈틈이 전지적 관찰자의 시선으로 극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부연한다. 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적인 기법을 도입해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정리해 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두 작품 공히 주제와 초점을 밝히기 위해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원래 연극이 인간의 이야기긴 하지만 피터 셰퍼는 피상적인 사건보다는 인간 존재, 본성을 건드린다. 선한가, 악한가부터 시작해 관계, 실존을 지나 신과 인간까지 다룬다. 결론에 이르면 그래서 결국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마주하게 된다. 어떤 대답이든 치열한 고민을 유도하고, 개인과 세계, 인간과 제도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비교적 초기 작품인 <블랙코메디>는 풍자적인 요소가 강한 연극인데, 그 내용보다는 공연의 형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다. 이 연극은 극장의 조명이 켜지면 등장인물들은 암흑이 되고, 극장의 조명이 아웃되면 극 속의 세상은 다시 밝아지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보이는 곳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나는 행위들이 인간이 지닌 허위와 기만, 거짓과 진실에 대한 물음들을 제시한다. 단순화시켜 본다면 결혼소동이지만 이러한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서도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살필 수 있는 작품을 써낸 피터 셰퍼의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 얄팍한 속임수로 말초적인 감각만을 건드리는 시시한 작가들을 단번에 오징어로 만드는 희곡일 것이다.
말기 작품에 해당하는 <고곤의 선물>은 10년 전 쯤 대학로에서 구태환 연출로 공연된 것을 관람한 적이 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는데, 어쩌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 역시 피터 셰퍼의 작품답게 죽은 작가의 아내의 기억으로 서술되고 있다. 죽은 작가 에드위드의 아내 헬렌은 피와 복수를 추구하는 작가의 작품을 곁에서 조언하면서 걸작으로 만들어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작가의 진짜 의도를 숨긴 것이었고, 그래서 조언의 결과들을 제거하자 걸작은 졸작으로 바뀌어 버린다. 신화와 현실을 교차하면서 진행하는 작법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예술의 기능과 예술이 예술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작가란 어떤 존재인지, 작가의 의도가 먼저인지 아니면 관객이 원하는 것이 먼저인지, 예술은 개인의 표현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기호로써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담론을 펼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예술의 곁에서 예술을 돕기도 하고 집어삼키기도 하는 매니지먼트에 대한 부분들, 예술행정과 지원제도에 관한 고민까지도 이르게 하는 작품이었다.
물론 피터 셰퍼는 영리한 작가이고, <고곤의 선물>에 등장하는 에드워드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였으며, 항상 대중의 사랑과 선택을 받아온 그의 입장에서는 온갖 저작권과 자본의 간섭 속에 자리하게 된 자신의 위치가 어쩌면 개탄스럽기도 했을 것도 같고,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제도적 환경이 혐오스럽기도 했을 것 같다.
확실히 작가로서 피터 셰퍼는 롤모델로 삼기에 적합한 인물이다. 훌륭한 작품을 집필했고 세계 곳곳에서 그의 작품들이 상연되고 있다. 관객에 구미에 돋는 작품들을 써냈지만 인간에 대한 의문과 성찰을 놓치지 않았다. 일상 속의 균열을 포착해내는 데 비범한 재주를 지니고 있고, 대중의 공감과 보편성을 획득해 내었다. 그의 인생과 작가적 행보는 마치 현대의 셰익스피어 같다.
단지 <고곤의 선물>에서 느껴진 묵직한 고통은 그가 사실은 이오네스코나 사라 케인(영국의 극작가, 27세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도 감각적이며 비윤리적인 희곡을 썼다) 같은 작품을 쓰고 싶었지만 자신의 글쓰기의 지향점이라든가 한계, 혹은 주위의 환경으로 인해 쓸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피터 셰퍼는 자신을 살리에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 작품
1952년 앤소니 셰퍼와 합작하여 소설 ‘작은 악어가 어떻게 할 건가?’를 런던에서 출판했고, 뉴욕에서는 1957년에 출판되었다.
1981년 ‘아마데우스’가 극장에서 개막되어 그로 인해 최우수 희곡상 수상했다.
그의 희곡 ‘에쿠우스’를 비롯하여 ‘5 중주’, ‘자기의 귀’, ‘타인의 눈’, ‘블랙 코미디’등은 무대에 올려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Selected works
The Salt Land (Television, 1955)
Balance of Terror (Television, 1957)
The Prodigal Father (Radio, 1957)
Five Finger Exercise (1958)
The Private Ear (1962)
The Public Eye (1962)
The Establishment (1963)
The Merry Roosters’ Panto (1963)
The Royal Hunt of the Sun (1964 but completed by 1958), a theatre piece on Atahualpa, the last emperor of the Tahuantinsuyu.
Black Comedy (1965)
The White Liars (1967)
The Battle of Shrivings (1970)
Equus (1973)
Amadeus (1979)
Black Mischief (1983)
Yonadab (1985)
Lettice and Lovage (1987)
Whom Do I Have the Honour of Addressing? (1990)
The Gift of the Gorgon
- Detective novels co-written as Peter Antony
Shaffer co-wrote three detective novels with his brother Anthony Shaffer under the pseudonym Peter Antony.
The Woman in the Wardrobe (1951)
How Doth the Little Crocodile? (1952)
Withered Murder (1955)


참고 = 위키백과, 교보문고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