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일,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Maria Wisława Anna Szymborska, 1923 ~ 2012) 별세
마리아 비스와바 안나 심보르스카 (폴: Maria Wisława Anna Szymborska, 1923년 7월 2일 ~ 2012년 2월 1일)는 199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의 시인이다.
여성으로서는 노벨상은 1903년 마리 퀴리 이후 93년 만이다.
○ 생애 및 활동
폴란드 비엘코폴스카주, 쿠르니크 (Kórnik) 근교의 소도시 브닌 (Bnin)에서 태어났다. 빈첸티 브와디스와프 심보르스키 (Wincenty Władysław Szymborski)와 안나 마리아 로테르문트 (Anna Maria Rottermund) 사이에서 둘째딸로, 야기엘론스키 대학교에서 폴란드어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나 중퇴했다.
그 후에 그녀는 몇년 간의 세월을 주간지를 편집하면서 보내왔다.
심보르스카는 그후의 시집을 정치적보다 자신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그의 첫편 《그것이 우리가 사는 목적이다》 (1952년)는 공산주의의 큰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1957년에 발간한 《예티를 부르며》에는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을 지긋지긋한 눈사람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녀의 다른 시집으로는 《100번의 즐거움》 (1967년), 《다리 위의 사람들》 (1986년), 《모래알과 함께한 전경》 (1995년)과 《개의 1인극》 (2005년)이 있다. 그녀의 산문집은 2002년 《요구하지 않은 낭독》으로 출판되었다.
그녀의 수고하고 재치있는 시구는 대인 관계와 매일 인생의 괴상함과 비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또한 공산주의 체제와 근대 사회에서 개인주의에 대한 위협을 탐험하기도 하였다.
2012년 폐암 투병 중 향년 88세를 별세했다.
○ 쉼보르스카의 시 세계
쉼보르스카는 과작(寡作)의 작가로 유명하다. 등단 후 세상을 뜨기까지 약 70년간 정규 시집 12권과 유고시집 『충분하다』를 남겼을 뿐이다.
“한 편의 시를 봄에 쓰기 시작해서 가을에 가서야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는 고백에서 잘 알 수 있듯이, 시인은 한 편 한 편 심혈을 기울여 탁월한 문학성이 돋보이는 시를 완성했다.
특히 명징한 시어의 선택에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쉽고 단순한 시어로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언어 감각은 정평이 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시인의 대표작 「두 번은 없다」에서 잘 드러난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두 번은 없다」 부분
폴란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폴란드 전 국민이 애송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시인의 명쾌한 자각을 드러내는 시다. 우리(인간)를, 육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꼭 닮았지만 알고 보면 분명히 다른 존재임이 분명한 두 개의 물방울에 비교하여 개개인이 고유한 존재임을 말하고 있다. 타인으로 대치될 수 없는 독자적인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이렇듯 독자적이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개인의 실존을 강조하던 시인은 점차 개체로서의 고립된 실존이 아니라 다른 실존과의 관계로 사유의 범위를 확대한다. 그중에서도 복잡한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익명의 개인으로 버림받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생명체의 존재론적 위기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그럼으로써 쉼보르스카의 시에 등장하는 익명의 개인은 호명되어 의미 있는 하나의 실존적 개체로 살아난다.
그들은 불타는 계단에서 아래를 항해 뛰어내렸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몇 명에서
조금 더 많거나 아니면 적거나.
사진은 그들을 어떤 생에서 멈춰 세웠다.
대지를 향하고 있는 미지의 상공에서
그들의 현재를 온전히 포착했다.
[……]
내가 지금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뿐.
그들의 수직 비행에 대해 구구절절 묘사하거나,
아니면 마지막 문장을 보태지 않고 과감히 끝을 맺는 것. ―「9월 11일 자 사진」 부분
이 밖에도 쉼보르스카는 일상의 단면에 내재된 그로테스크한 순간을 포착해내고,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이율배반적인 욕망과 잔인한 본성을 비판했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체제와 문명의 폭력, 그리고 그 속에서 개체가 겪는 소통의 부재와 소외 현상 또한 쉼보르스카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모든 전쟁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만 하리.
그럭저럭 정돈된 꼴을 갖추려면
뭐든 저절로 되는 법은 없으니.
시체로 가득 찬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누군가는 길가의 잔해들을
한옆으로 밀어내야 하리. ―「끝과 시작」 부분
우리는 서로에게 아주 공손하게 대하며,
오랜만에 만나서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
문장을 잇다 말고 우리는 자꾸만 침묵에 빠진다.
무력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인간들은
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뜻밖의 만남」 부분
이와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쉼보르스카의 시가 많은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학적인 시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소박하고 진솔한 언어로 삶의 소중한 진리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인 특유의 전복적인 시선은 쉼보르스카 시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쉼보르스카는 이러한 시선을 바탕으로 시란 장르에서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고정관념들을 보기 좋게 배반한다. 죽음도 두렵지 않을 것 같은 애절한 사랑도 결국엔 언젠가는 소멸되거나 변질되고 마는 순간적인 열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시 「사진첩」은 이에 대한 적절한 예이다.
가족 중에서 사랑 때문에 죽은 이는 아무도 없다.
한때 일어난 일은 그저 그뿐, 신화로 남겨질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마도 로미오들은 결핵으로? 어쩌면 줄리엣들은 디프테리아로?
[……]
눈물로 얼룩진 편지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로
이승을 등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에는 코에 안경을 걸치고, 장미 꽃다발을 든
평범한 이웃 남자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남편이 갑자기 돌아와
고풍스러운 옷장 안에서 질식해 죽는 일도 없다! ―「사진첩」 부분
또한 쉼보르스카의 시는 인상파 화가의 그림이나 뛰어난 묘사력을 지닌 사진, 심지어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미지적이라는 점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큰 이유다.
혼자 남은 고양이가 이 텅 빈 아파트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으리.
벽을 타고 기어오르기.
가구들 사이에서 몸을 문지르기.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하지만
틀림없이 뭔가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이동한 게 없는 듯하지만
틀림없이 뭔가가 움직였다.
어둠이 찾아와도 이제는 아무도 불을 밝히지 않는다. ―「빈 아파트의 고양이」 부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천 명 가운데 두 명 정도에 불과”한 요즘이지만 쉼보르스카는 시인으로서 강한 자의식을 갖고 7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시를 썼다. 쉼보르스카는 「쓰는 즐거움」이란 시에서, 시의 세계 안에서는 자신의 “자유 의지가 운명을 지배”할 수 있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존재가 무한히 지속되기도” 한다며, “쓰는 즐거움”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쉼보르스카가 “쓰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시를 좋아하는 그 “어떤 사람들” 모두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을 주는 행운임에 분명하다.
어떤 사람들―
그러니까 전부가 아닌,
전체 중에 다수가 아니라 단지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일부를 뜻함.
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과
시인 자신들을 제외하고 나면
아마 천 명 가운데 두 명 정도에 불과할 듯.
좋아한다―
하지만 치킨 수프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럴듯한 칭찬의 말이나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낡은 목도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기를 좋아하거나,
강아지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시를 좋아한다는 것―
여기서 ‘시’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여러 가지 불확실한 대답들은
이미 나왔다.
몰라, 정말 모르겠다.
마치 구조를 기다리며 난간에 매달리듯
무작정 그것을 꽉 붙들고 있을 뿐. ―「어떤 사람들은 시를 좋아한다」 전문
○ 평가
가치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대상의 참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역사에 함몰된 개인의 실존을 노래했으며, 만물을 포용하는 생명중심적 가치관을 반영한 폭넓은 시 세계를 펼쳐 보였다.
정곡을 찌르는 명징한 언어, 풍부한 상징과 은유, 절묘한 우화와 패러독스, 간결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따뜻한 유머를 동원한 시들로 ‘시단 (詩壇)의 모차르트’라 불리며,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일 괴테 문학상, 폴란드 펜클럽 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작품
1945년 『폴란드 데일리』에 시 「단어를 찾아서」를 발표하며 등단한 뒤, 첫 시집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1952)부터 《100번의 즐거움》 (1967년), 《다리 위의 사람들》 (1986년), 《모래알과 함께한 전경》 (1995년)과 《개의 1인극》 (2005년), 『여기』 (2009)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사후에 미완성 유고 시집 『충분하다』와 미공개 초기작을 모은 「검은 노래」가 출판되었다.
– Major works
1952: Dlatego żyjemy (“That’s Why We Are All Alive”)
1954: Pytania zadawane sobie (“Questioning Yourself”)
1957: Wołanie do Yeti (“Calling Out to Yeti”)
1962: Sól (“Salt”)
1966: 101 wierszy (“101 Poems”)
1967: Sto pociech (“No End of Fun”)
1967: Poezje wybrane (“Selected Poetry”)
1972: Wszelki wypadek (“Could Have”)
1976: Wielka liczba (“A Large Number”)
1986: Ludzie na moście (“People on the Bridge”)
1989: Poezje: Poems, bilingual Polish-English edition
1992: Lektury nadobowiązkowe (“Non-required Reading”)
1993: Koniec i początek (“The End and the Beginning”)
1996: Widok z ziarnkiem piasku (“View with a Grain of Sand”)
1997: Sto wierszy – sto pociech (“100 Poems – 100 Happinesses”)
2002: Chwila (“Moment”)
2003: Rymowanki dla dużych dzieci (“Rhymes for Big Kids”)
2005: Dwukropek (“Colon”)
2009: Tutaj (“Here”)
2012: Wystarczy (“Enough”)
2013: Błysk rewolwru (“The Glimmer of a Revolver”)
– Prizes and awards
1954: The City of Kraków Prize for Literature
1963: The Polish Ministry of Culture Prize
1974: Knight’s Cross of the Order of Polonia Restituta
1990: Kościelski Award
1991: Goethe Prize
1995: Herder Prize
1995: Honorary Degree of the Adam Mickiewicz University (Poznań)
1996: The Polish PEN Club prize
1996: Nobel Prize in Literature
1996: Person of the Year by Wprost
1997: Honorary Resident of the Royal Capital City of Kraków
2005: Gold Medal for Merit to Culture – Gloria Artis
2011: Order of the White Eagle
– Reviews
1998 Boston Review: Poems – New and Collected 1957–1997 by Francis Padorr Brent
2001 The New Republic: “Miracle Fair: Selected Poems of Wislawa Szymborska” by Ruth Franklin
2006 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A fascinating journey with two women poets by Elizabeth Lund
2006 Moondance magazine: Stories/Poems. Plain and Simple. – Mapping the Words of Wislawa Szymborska on Her Latest Book, Monologue of a Dog by Lys Anzia
2006 Sarmatian Review: Wislawa Szymborska’s ‘Conversation With a Stone’ – An Interpretation by Mary Ann Furno
2006 Words Without Borders: Monologue of a Dog – New Poems of Wislawa Szymborska by W. Martin
2015 All roads will lead you home Poetic Alchemy: Wislawa Szymborska’s Map: Collected and Last Poems by Wally Swist [vacpoetry.org/journal/]
참고 = 위키백과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