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전현구 목사
김환기 사관님의 은퇴를 축하하며……
김환기 사관님을 생각하면
이제야 몇 개의 단어가
가을 하늘처럼 明澄하게 떠오릅니다.
순수함, 깨끗함, 정직함, 그리고 사랑.
그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성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사람을 만나고
삶의 굴곡을 지나오면서 알게 됩니다.
사람의 진실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떻게 곁에 있었는가에
더 깊이 새겨진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사관님은
저를 편견 없이 대해주셨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판단하지 않고,
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요구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저를
한 사람으로 받아주셨습니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에는
말보다 먼저 달려오셨습니다.
무엇을 해결해 주겠다고
큰 약속을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때로는 아무런 권면도 없이
그저 옆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 침묵이
어떤 말보다 깊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겠습니다.
사랑은 때로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당장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그 고통 곁에 함께 머무는 것,
그것이 어쩌면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존경하는 사관님은 늘
제 눈높이에 서주셨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고,
앞에서 끌고 가지도 않고,
뒤에서 밀어붙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옆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주셨습니다.
동행이란
상대방을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의 자리까지
걸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관님은
아낌없이 도와주셨습니다.
생색내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억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마치 사랑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조용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은퇴를 맞으며
돌이켜보니 알겠습니다.
사관님이 제게 주신 것은
도움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를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늦은 고백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관님,
당신의 순수함은
세상을 몰라서 깨끗했던 것이 아니라
세상을 알면서도
마음의 때를 묻히지 않으려 했던
깨끗함이었고,
당신의 정직함은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의로움이 아니라
하나님과 자신 앞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했던
고요한 정직함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사랑은
크게 말하는 사랑이 아니라
먼저 달려오고,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곁에 머물고,
함께 걸어주는 사랑이었습니다.
이제야 그것을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사관님,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말을 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힘든 순간에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김환기 사관님을 기억할 때
많은 말보다
그 곁의 침묵을 기억하겠습니다.
많은 업적보다
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걸어주었던
그 걸음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한 문장으로 고백하고 싶습니다.
“사관님은
곁에 있음으로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제, 은퇴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감사의 날인 동시에
분명하고 기쁜 축하의 날입니다.
김환기 사관님,
은퇴를 진심으로, 마음 깊이 축하드립니다.
이 말은
“이제 수고하셨으니 쉬십시오”라는
작별의 인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이
하나의 사역을 아름답게 완주했다는
축하의 선언입니다.
수많은 계절을 지나,
기쁠 때나 어려울 때나,
사람들의 박수가 있을 때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나,
자신에게 맡겨진 길을
한결같이 걸어오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은퇴는
무언가를 내려놓는 날인 동시에
한 생의 충성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아름답게 봉헌하는 날입니다.
이제 사관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졌던 많은 책임을
잠시 내려놓으셔도 좋겠습니다.
많은 일정도,
사역의 무게도,
사람들의 기대도
이제 조금은
뒤에 놓아두셔도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충성한 사람에게도
쉼은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히 기억해 주십시오.
은퇴는 사역의 끝이 아닙니다.
직함이 끝나는 것이지
사명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무대가 바뀌는 것이지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1막의 막이 내리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이미
제2막의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어쩌면 그 무대는
더 작아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깊을 것입니다.
더 조용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더 자유로울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 앞에 서는 대신
한 사람의 마음을 더 오래 바라보고,
더 많은 일을 이루는 대신
한 사람의 삶과 더 깊이 동행하며,
무엇인가를 증명하는 삶보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는 삶.
그것이 사관님의 제2막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도 사관님을
보내드리는 마음보다
축복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그동안 참 수고 많았습니다”라는 말보다
“이제부터 더욱 아름다운 날들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나온 날들에는 감사를 드리고,
오늘에는 축하를 드리고,
앞으로의 날들에는 기대를 품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사관님에게
일보다 깊은 쉼을 주시고,
사역보다 깊은 평안을 주시며,
지금까지 베풀었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사관님의 삶에 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나온 세월 동안
사관님이 사람들의 곁에
그토록 따뜻하게 머물러 주셨던 것처럼,
이제는 하나님께서 사관님의 곁에
더 가까이 머물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김환기 사관님,
오늘 우리는 사관님의 은퇴를
아쉬움으로만 축하하지 않습니다.
기쁨으로 축하합니다.
감사로 축하합니다.
존경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인생의 장이 열리는 것을
기대하며 축하합니다.
제1막은 아름답게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뒤를 돌아보며 슬퍼하기보다
앞을 바라보며 웃으십시오.
새로운 무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아직 만나지 못한
하나님의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김환기 사관님,
오늘은 은퇴하시는 날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을 선물 받는 날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큰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김환기 사관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참 잘 걸어오셨습니다.
참 아름답게 섬기셨습니다.
참 귀하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참 기쁘게 쉬시고,
참 자유롭게 걸으시고,
참 깊게 사랑받으십시오.
제1막의 마지막 장을
감사로 덮으시고,
제2막의 첫 페이지를
기대와 기쁨으로 여십시오.
우리는 그 새로운 길을
축복의 마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사관님께서 새로운 무대에서
다시 걸어오시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 은퇴가 끝이 아니었구나.
하나님께서 더 아름다운 제2막을
시작하게 하셨구나.”
사랑하는 김환기 사관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의 충성에 감사드리고,
오늘의 쉼을 축복하며,
앞으로의 모든 걸음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참 고맙습니다.
곁에 있어 주셔서.
함께 걸어주셔서.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보여주셔서.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정직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마음과 뜻과 정성으로 織造해 주셔서.
사랑으로 축하합니다.
김환기 사관님의 은퇴를………
그리고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김환기 사관님의 새로운 시작을…………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
2026/ 09/ 25 Parramatta교회 서재에서
匍越의 [편지] 중에서
배경음악/ 바흐 : ‘Jesu, Joy of Man’s Desiring’ The Tabernacle Choir [아래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oduhc96kTl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