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종교형태론
미르치아 엘리아데 / 형설출판사 / 1978

엘리아데의 종교학 방법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그의 사상의 중요한 테마가 모두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엘리아데의 전 사상체계의 원천이자 총집대성이다.
○ 목차
- 성의 구조와 형태
- 천공과 천공신
- 태양과 태양숭배
- 달과 달의 신비학
- 물과 물의 상징
- 성스러운 돌 : 에피파니, 표시, 형태
- 대지, 여성, 풍요
- 식물 : 재생의 상징과 의례
- 농경과 풍요의 의례
- 성소 : 사원, 궁전, ‘세계의 중심’
- 성스러운 시간과 영원한 재생의 신화
- 신화의 형태와 기능
- 상징의 구조

○ 저자소개 : 미르체아 엘리아데 (Mircea Eliade, 1907 ~ 1986)
미르치아 엘리아데 (Mircea Eliade)는 1907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태어나 부쿠레슈티대학에서 이탈리아 철학 연구로 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인도 캘커타대학에서 3년간 산스크리트와 인도 철학을 공부하였으며, 1933년 부쿠레슈티대학으로 돌아와 요가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부쿠레슈티대학의 교수를 지냈다.
그후 1945년에 파리 소르본대학의 종교학 객원 교수가 되었고, 1956년에 시카고대학의 교수로 부임하여 그곳에서 30년 이상 가르쳤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종교학자인 이 거인은 그의 필생의 대작이자 위대한 학문적 업적으로 꼽히는 『세계종교사상사』를 3권까지 집필한 후인 1986년 4월 22일에 시카고에서 영면하였다.
주요 저서로 『세계종교사상사』(전3권), 『영원회귀의 신화』, 『종교형태론』, 『성과 속』, 『이미지와 상징』, 『요가』, 『샤머니즘』, 『대장장이와 연금술사』, 『종교의 의미』, 『벵갈의 밤』 등이 있다.
– 역자 : 이은봉
서울대 문리대 종교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덕성여대 인문대 학장과 대학원장, 한국종교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덕성여대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한국고대종교사상』 『종교세계의 초대』 『종교와 상징』 『여러 종교에서 본 죽음관』 『한국인의 죽음관』『중국고대사상의 원형을 찾아서』『신판』, 『노자-나만 홀로 우둔하고 멍청하도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길사에서 펴낸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 『성과 속』 『신화와 현실』을 비롯해 『종교학 입문』(엘리아데,기다가와), 『심리학과 종교』(카를 융), 『근대 중국종교의 동향』(윙치찬), 『과학, 신념, 사회』(마이클 폴라니) 등이 있다.

○ 독자의 평
종교학자 엘리아데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현대 종교학을 대표하는 학자이다. 종교학에서의 그의 영향력은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까지도 지대하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성과 속>, <우주와 역사>,<종교 형태론>, <신화와 현실> 등이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종교 형태론>은 종교적 형태들의 근본 구조와 그것들이 드러내는 상징의 다양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성 (聖)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에 의하면 우리의 조상들은 돌, 물, 대지, 태양, 달, 식물 등 주위의 사물을 숭배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조상들이 숭배한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을 통해 드러나는 신성함이다. 예를 들어 돌을 숭배했다면 돌 그 자체를 숭배한 것이 아니라 돌을 통해 드러나는 신성함을 숭배한 것이다. 이것을 엘리아데는 히에로파니 (Hierophany)라 하는데 히에로파니는 성현 聖顯 즉 신성함의 드러남이다. 다소 난해한 개념이라 할 수 있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 해보자. 지난 여름 아들과 함께 미국 중서부의 요세미티 공원을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하프돔이라는 정말 어마어마한 바위를 보자 나는 그만 압도되었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바위 그 자체의 크기에 눌린 것이 아니라 바위 안에 숨어있는 뭔가 알 수 없는 거대한 신성 神性함에 압도된 것이다. 당시 안내원은 이곳은 과거 인디언들에게는 ‘거룩한 곳’이었다고 한다.
나무의 경우 나무는 다만 그 자체로서 것은 아니고 항상 나무를 통하여 ‘계시’된 것, 나무가 내포하고 의미하는 것 때문에 숭배되었다. 나무 그 자체를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 표상 뒤에는 항상 어떤 영적 존재자가 숨어 있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우리 조상의 눈에 거대한 나무나 고목은 그 속에 어떤 영적 존재자가 숨어있다고 느낀 것이다.
종교심의 발현 發顯은 경외감, 즉 놀람과 두려움이다. 이 놀람과 두려움은 성스러운 것, 완전한 것, 우리가 알 수 없는 신적 존재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감정이다. 모세가 불에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았을 때 놀람과 두려움을 느꼈다. 성서를 보면 많은 선지자들이 하나님 보기를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신을 본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제우스를 보기를 원했던 세멜레는 제우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불에 타 죽었다. (세멜레는 디오니소스의 어머니로 헤라의 간교에 빠져 제우스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한다)
엘리아데는 종교적 사물은 상징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물의 상징은 창조, 풍요, 정화이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水面위에 운행하시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물에서 모든 것들이 창조되었다고 믿었고 후에 과학자들도 인류는 물에서 나왔다 (진화)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물은 풍요의 상징이다. 물이 없으면 아무 것도 살 수 없고 자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은 세상, 특히 인간의 죄를 정화한다. 고대 설화를 보면 지역을 불문하고 대홍수가 기록되어 있다. 물은 죄악된 세상을 쓸어버리고 새롭게 정화된 세상을 창조한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독교에서 중요한 종교의식인 ‘세례’는 사람이 물 속에 잠겼다 나옴으로써 과거의 사람은 죽고 정화되어 새로 거듭 남을 의미한다. 그런 맥락에서 대홍수는 세상을 정화하는 것이다.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에서 여러 가지 종교적 사물의 상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대지는 여성이며 풍요의 상징이다. 대지는 모든 것을 낳는다는 점에서 여성 특히 어머니와 같다. 그래서 대지를 ‘어머니의 신 神’ 또는 Mother Earth라 부른다. 그리고 식물은 순환의 상징이다. 봄에 싹이 트고,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에 죽음 (동면)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원시 인류는 생명의 영원한 순환을 보았다. 인간의 매장관습은 죽은 자를 땅에 묻음으로써 식물과 같이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에서 생겼다. 달 역시 순환의 상징이다. 만월에서 초승달로 그리고 3일간의 삭일(달이 없는 것)은 탄생과 죽음의 순환이다. 놀라운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한 것은 달의 죽음 (삭일)과 부활에 놀랍게 일치한다. 태양은 변하지 않는 것, 절대적인 것의 상징이다. 그래서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본은 제외) 태양은 부권, 왕권, 남성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종교는 다양한 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대표적으로 생물학적 관점,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종교는 인간의 진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종교가 발생한 것으로 본다. 같은 종교를 가진 집단이 종교를 가지지 않은 집단보다 사회통합이 유리하기 때문에 생존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논리다. 고대 국가들은 사회통합을 위해 종교를 국교화했다.그러나 엘리아데는 종교적인 것의 비환원성을 주장하면서 사회학, 생물학 등 다른 학문에서 종교를 다루는 것을 원칙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종교적 심성은 인간 본연의 것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섰을 때 인간은 저절로 외경과 숭고의 감정, 즉 종교적 감정이 발생한다. 이런 인간 유전자 속에 각인된 종교적 심성에서 종교는 탄생한 것이다. 성경 시편을 보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영원, 즉 신 神을 사모하는 마음이 종교인 것이다.
엘리아데는 우리가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 살고 있다하더라도 ‘태초의 때’, ‘신화적 시간, 위대한 시간’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이 회복은 모든 의례, 모든 의미 있는 행위에 의해서 산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의례는 시원 (始原)의 때의 한부분의 반복이다.” 옛날 어떤 때에 일어나 일은 영원히 반복된다. “생이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화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짤막한 리뷰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방대한 내용의 책으로 인간의 종교적 심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걸작이다. 종교학자 엘리아데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해석에 그저 놀랄 뿐이다. <종교형태론>이야 말로 정말 인문학서 아닌가 한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볼만 한 책이다. 강권한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