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소개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 민음사 / 2002.11.20
– 러시아 단편문학의 천재 체호프가 쓴 웃음과 눈물의 대역전극
대표작 “관리의 죽음”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체호프의 단편 9편을 포함 총 10편의 단편을 수록했다.
사소한 인물 군상을 통해 일상의 본질과 삶의 아이러니를 포착, 단순한 유머를 넘어서 우수 어린 서정적 미학을 창출해 낸 체호프의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다.
○ 목차
관리의 죽음 … 7
공포 … 13
베짱이 … 35
드라마 … 80
베로치카 … 89
미녀 … 111
거울 … 125
내기 … 134
티푸스 … 147
주교 … 159
작품 해설 … 187
작가 연보 … 199
○ 저자소개 : 안톤 체호프
저자 안톤 체호프는 1860년 러시아 타칸로크에서 태어났으며, 모스크바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재학중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단편소설들을 쓰기 시작했으며, 졸업 후 의사로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문학활동에 나섰다.
독일 바덴바덴에서 요양 중 병이 악화되어 1904년 44세의 나이에 생을 마쳤다.
1880년대 전반 몇 년 동안에 ‘관리의 죽음’, ‘카멜레온’, ‘하사관 프리시베예프’, ‘슬픔’ 등과 같은 풍자와 유머와 애수가 담긴 뛰어난 단편을 많이 남겼다. 그후 ‘황야’, ‘지루한 이야기’, ‘등불’ 등을 발표하며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혔고, 30세 때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기점으로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다루며 사회 활동에 참여했다.
근대연극에서 기분극 (氣分劇)의 창시자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희곡으로는 ‘이바노프’ (1887), ‘갈매기’ (1896), ‘바냐 아저씨’ (1897), ‘세 자매’ (1901), ‘벚꽃동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은 러시아 근대 리얼리즘을 완성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88년에는 단편 소설집 ‘황혼'(1887)으로 푸쉬킨 상을 수상했다.
– 역자: 박현섭
역자 박현섭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러시아 극동국립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상명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이다. 논문으로는 [체호프 ‘희극’의 성격과 그 발전과정에 대한 연구]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누구의 죄인가}, {영화예술}, {영화 기호학} 등이 있다.
○ 출판사 서평
– 모순과 부조리에서 나온 삶의 비극성을 감싸 안는 따뜻한 리얼리즘
이번 작품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1883년에서부터 1902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로, 체호프 문학의 초, 중, 후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완성된 것들이다.
그러나 작품 간의 뚜렷한 차별성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체호프 문학의 주된 창작 기법과 일관된 주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체혼테 시절(초기 창작 시절)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관리의 죽음]은 아주 사소한 사건(주인공 체르뱌코프가 오페라 관람 중에 장군의 뒤통수에 대고 재채기를 한 사건)이 주인공의 어리석음 때문에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메커니즘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작품을 매듭짓는 “그리고 그는 죽었다.”라는 짧은 문장은 다른 단편들에서도 곧잘 목격되는 결말 처리 방식이다.
죽음 앞에서 결코 머뭇거리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결말 처리는 다른 작품 [드라마]나 [베짱이] 등에서도 확인된다.
이와 같은 구성이 갑작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사건 자체의 외적인 측면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양하고 모순된 반응에 주목한다면 암울한 듯 보이는 작가의 페시미즘 속에 끈질기게 숨쉬고 있는 낙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원론적인 세계관은 새로운 사회가 도래하는 중인 과도기적 러시아의 서민적 일상과 비극적 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자 하는 한 리얼리스트의 애정에서 발원되었다.
바로 옆에서 지극한 사랑을 쏟아 부으며 의학계의 별과 같이 떠오르는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탓하는 올가 [베짱이], 섬세한 서정성으로 남녀 관계의 영원한 불가사의를 묘사한 [베로치카],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한 명상을 담고 있는 [미녀], 궁극의 진리를 갈망하지만 결코 그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을 뿐인 [내기],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자기 때문에 누이가 죽었음을 알고서도 살아 있음에 대한 동물적인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티푸스] 등에서도 등장인물 간의 의사소통은 단절되고 그 결말이 죽음으로 귀결되거나 미결정 상태로 끝나, 모순에 찬 현실에 대한 쓰디쓴 비애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이면에 웃음 지을 수밖에 없게 하는 강렬한 유머가 되살아나고 있다.
속물성과 탐욕으로 도배된 냉혹한 현실에서 웃음은 삶의 비극성을 감싸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체호프의 문학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웃음과 비애, 일상의 암울한 체념과 전복성 등의 특징들은 나아가 현대 단편소설의 출현을 예고하는 핵심적인 징후들로 자리 잡았다.
그 대표자로 캐서린 맨스필드,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나딘 고디머 등이 언급되고 있다.
크리스천라이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