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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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교육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교육정책의 혼선 (混線)을 들어내고 있다.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던 박순애 장관이 임영된 지 35일 만에 사퇴하였다. 박순애 장관의 많은 뒷이야기가 있지만 취학연령을 5세로 낮추자는 정책의 허점 (虛點)을 노출시키며 결국 자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정책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이론은 질 좋은 교육을 조기에 제공해서 교육의 수월성 (秀越性)을 제고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장하는 조기교육 타당성이 전부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교육을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는 것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백 년 앞, 미래의 초석이 교육에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거두절미하고 느닷없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5세로 낮추자는 주장은 그 내용을 불문하고 탁상공론 (卓上空論)에서 나온 허싱 (虛像)에 불과할 수밖에 없었다. 보수적 교육관과 진보적 교육관은 지속적으로 충돌을 계속해 왔다. 진보교육관과 보수교육관이라는 어휘가 모호성이 있지만, 이를 내세우는 것은 한국교육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 (elite) 양성이 교육의 지상목표로 표방하는 주장들을 보수주의적 교육관으로 보는 것이며, 몬테소리교육이나 한국의 혁신교육, 핀란드 교육정책 등을 진보주의적 교육관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년전에 크게 각광받고 조명되었던 핀란드 교육을 다시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핀란드는 OECD가 실시한 국제학력평가 (PISA)에서 2000년, 2003년, 2006년 3회 연속 세계 최고 성취 수준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과학 1위, 수학 2위, 독해력 2위 등 사실상 교육경쟁력의 모든 분야에서 순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미국이 가장 배워야 할 나라로 핀란드를 꼽았고, 우리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일본에는 핀란드 교육 관련 서적만 수십 권에 달한다.
한국이 국제학력평가에서는 높은 순위를 기록해왔다. 2006년도에는 과학적 소양에서 5위, 독해력 소양에서는 1위, 수학적 소양에서는 2위를 기록한 것. 종합평가에서 핀란드와 1~2위를 다툴 정도로 실력이 비슷했다. 하지만 두 나라가 극명하게 다른 점은 학업 성취도가 아니라 학업 흥미도였다. 핀란드는 ‘공부가 즐거운가?’라는 질문에 70%가 ‘그렇다’고 대답하여 평가 국가 중 1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의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는 바닥권이었다. 이렇듯 핀란드 교육과 한국교육은 수치적으로는 비슷할지 모르나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본질적인 태도는 정반대나 마찬가지이다. 놀라운 것은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을 위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짧다는 것. 아침 자율학습에 야간 자율학습, 게다가 사설 학원까지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서 생활하는 한국학생들에게 높은 학업 흥미도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인지도 모르겠다.
‘국가적 차원의 교육 시스템’이 성공의 열쇠
필란드 교육의 힘은 ‘국가적 교육 시스템’에 있다. 국제학력평가 연구에서도 핀란드는 학교와 학생간의 성취 수준 차이가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이나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누구든 타고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시스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이 어느 지역의 어떤 학교에 가든 차별 없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생들의 교육평가도 ‘등수 매기기’보다는 ‘과목별 학업 성취도’에 따라 교사가 직접 공부 방법을 학생 개개인별로 조율해준다. 일제고사를 부활시킨 한국의 교육과는 완전히 상반된 교육제도인 것이다.
무기력증에 빠진 공교육과 사교육의 과잉열기에 지친 우리나라 교육제도 하에서는 핀란드의 교육 시스템이 이상적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한국의 교육제도가 변하기 위해서는 핀란드처럼 공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의 교육법을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교육 관계자들이 그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와 다르지 않다.
핀란드 교육제도 들여다보기
핀란드 공교육은 19세기 후반 민족주의 운동과 함께 보급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아서 20세기 초에는 이미 문자 해독률이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1921년에는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되었다. 1970년대까지 6년제 초등학교제가 유지되었으나, 7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9년제 기초교육과정으로 개편되었다. 핀란드의 학제는 초등교육과 기초중등교육이 통합된 기본교육과정 (7~16세, 9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또는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이수하는 상급중등교육과정 (3년), 전문대 (polytechnic)와 대학교로 구성되어 있는 고등교육과정으로 구분된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
1. 미취학 아이들도 국가가 직접 가르친다.
7세 이하 미취학 아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탁아시설 (daycare center)이나 보모에게 맡겨진다. 6세 정도의 아이들은 탁아시설 또는 종합학교 부설 취학전과정 (pre-school)에 등록해서 가르친다.
2. 대학까지 무상 공교육을 실시한다.
핀란드는 모든 국민들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 과정까지 무상 공교육을 실시한다. 종합학교를 이수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경제적인 형편에 따라 융자와 같은 소정의 장학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는 핀란드가 GNP의 약 6.5%를 공공교육부문에 지출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3. 학교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가 활발하다.
교육법과 교육과정의 원칙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교사가 창의적으로 교육하도록 권한을 이양해서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시켰다. 또한 학교와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학교와 지방자치단체, 교원단체, 대학, 전문가들이 파트너십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4. 평가 시스템이 체계적이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과 복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적의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해준다. 또 전국적인 성취도 평가나 학교간 성취도를 비교하지 않고 격려와 지원에 초점을 맞춘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마디로 ‘Teachers, teachers, and teachers’로 요약되는데, 어떻게 우수한 인재를 교직에 확보할 것인지, 정치인들이 교육예산을 확보할 의지가 있는지 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대부분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교육학적 소양이 높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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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이 핀란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직접 경험한 핀란드 교육법을 쓴 책 ‘핀란드 교육법’이 세간의 화제다. 일본인 저자 지쓰카와 마유는 핀란드 외에도 영국 등 해외유학 경험이 많은 학생이다. 마침 고려대학교 국제학부의 교환학생으로 와 있어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다.
교류문화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자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각 나라의 교육법과 핀란드 교육의 생생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핀란드 교육법’의 저자 인터뷰 내용]
여러 나라에 유학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보다 일곱 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집에서 별로 말도 없고 조용한 성격이에요.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죠. 그런데 언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칠레로 유학을 떠났어요. AFS (국제장학재단의 고교생장학제도)를 통해 유학을 신청한 거죠. 주위에서는 무척이나 놀라워했지만, 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학을 갔어요. 일 년 후 공항에서 만난 언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표정도 밝아지고 말도 많아지고 성격이 많이 변했더라고요. 언니에게 유학생활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학이라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바꾸기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게 유학을 생각하게 된 계기입니다.”
왜 첫 유학지가 핀란드였나?
“핀란드라는 나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텔레비전을 통해서였어요. 수줍고 조용한 그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막연하게 핀란드에 대한 동경을 키워갔죠. 언니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AFS를 통해 유학을 신청하게 됐어요. 그때 핀란드가 떠오르더라고요. 북유럽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스웨덴 사람은 영국 단기유학 때 만나본 적이 있으니깐 이왕이면 미지의 나라인 핀란드에 가기로 한 거죠. 그래서 주저 없이 제1지망을 ‘핀란드’로 선택했고, 운 좋게 가게 되었어요.”
핀란드 유학 준비는 어떻게 했나?
“가장 고민되는 것은 ‘영어’였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영국으로 단기유학을 간 게 전부였죠. 그때는 영어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았어요. 영어는 여전히 미지의 언어였고, 어렵기만 했죠. 하지만 영어도 일본어를 말하는 것 같은 감각으로 하면 된다는 걸 깨닫고 영어에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그 후부터 영어 성적이 급속도로 올라갔고, 중학교 3학년 때 단기유학을 갈 때는 완전히 자신감이 붙었죠. 자연스레 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AFS에 신청하게 됐어요. 제1지망으로 핀란드를 신청하긴 했는데, 막상 핀란드로 결정하고 보니 핀란드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북유럽국가이고 핀란드어를 사용한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죠. 핀란드 관련 책을 읽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북유럽 나라 사람들에 비해 조용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내용이 실려 있어서 걱정이 더 커졌죠. 더군다나 공부를 해보니 핀란드어는 너무 어려웠어요. 핀란드 유학을 시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 핀란드 학생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핀란드 사람들의 성향은 일본 사람들과 비슷해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죠. 그래서 핀란드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삶의 공간을 좀체 바꾸지 않는 것도 비슷하죠. 종합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친구들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특별히 친구를 따로 사귈 이유가 없어요. 저처럼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이 좀 힘들죠. 하나같이 성격이 조용해서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한 번은 어느 파티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얘기도 많이 나눴어요. ‘이제 나도 친구들이 생겼구나’ 기뻐했는데,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니까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는 척을 안 하는 거예요. 이방인 주제에 ‘적극적으로 변하라’ 말할 수도 없고, 먼저 다가서는 수밖에 없었어요. 핀란드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유학생과는 영어로 대화하길 원했지만, 저는 계속 핀란드어를 사용했어요. 핀란드어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배우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였죠.”
핀란드에도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있나?
“그런 걸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같은 학년에 체코와 이탈리아 학생들이 있었는데 같은 유럽권이기 때문에 문화적 배경이 비슷해서 적응을 잘하는 것이 부러웠어요. 하지만 특별히 일본이라고 해서 차별대우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오히려 핀란드에서는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 득을 본 적은 있어요.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일본풍의 스타일이 의외로 많아서 저도 놀랐어요.”
실제 경험해본 핀란드 교육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학생 개개인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지도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핀란드 교육의 특성상 학생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교사와 학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생들도 학교가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믿음이 굉장히 강합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바꿀 수도 있어요. 학교나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 중심인 거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굳이 학교에 아쉬운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제도 덕분에 학생들은 열등감을 느끼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아니라 학생이 중심인 나라, 핀란드 교육시스템 중 가장 적응이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타성에 젖은 교육을 많이 받은 탓에, 자율적인 면이 강하다는 게 아무래도 힘든 것 같아요. 학생들이 직접 듣고 싶은 수업을 결정하고 수강신청을 하는 방식인데, 안 해봐서 그런지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주입식 수업에 익숙해서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도 참 난감했죠. 모든 게 본인이 능동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영어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던 점도 많이 힘들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핀란드 학생들은 영어수준이 굉장히 높아요. 회화 위주로 수업하는 일본과 달리, 독해를 중시하는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의 독해 실력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어려운 책도 술술 읽어가죠. 책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그들에게는 없었어요. 저도 그걸 따라가느라 영어 사전을 끼고 살면서 독해에 매달렸어요. 다행히 담당교사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었어요. 과제도 따로 내주고, 핀란드 교육법 그대로 저를 관리해준 거죠. 이런 교육방식이 핀란드만의 특별한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핀란드 교육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까, 독해실력이 부족해도 조바심이 나지 않았고, 공부하는 과정도 힘들지 않았어요.”
핀란드 학교에서는 교칙이 따로 없다고 하던데
“핀란드에서는 18세 이상이면 담배도 살 수 있고, 학교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어요. 교복이라는 것도 없어요.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은 학생들 자율에 맡기죠. 엄격한 규칙 안에서 생활하는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에요. 학교를 벗어난 학생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밖에서는 어떻게 생활하든지 간에 학교 안에서는 배움에 충실해요. 말 그대로 학교는 교육받는 곳이라는 의식이 뚜렷하죠.”
핀란드 교육이 일본과 한국 교육에 비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국제학력평가의 평가기준과 핀란드의 교육 스타일과 일치하는 것이 많아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국제학력평가 평가기준이 이상적인 교육에 가장 근접한 기준이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본과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주목하는 반면, 핀란드는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죠. 일본과 한국이 암기력을 중요시하는데 비해 핀란드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국제학력평가에서 독해력 1위를 놓치지 않는 비결이기도 하죠.”
일본에서도 핀란드 교육에 대해 관심이 높은가?
“일본에서는 핀란드 하면 ‘디자인’과 ‘교육’이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어요. 특히 핀란드 교육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 관련 책도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어요. 제 책이 출간됐을 때도 큰 주목을 받았어요. 지난해 일본 학생들의 AFS에서 지원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핀란드였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운 편입니다.”
핀란드 교육에서 배울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핀란드에 1년 동안 있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특히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을 가야 하는 일본이나 한국의 현실과 달리 핀란드에서는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지 않고, 장래에 대해 초조해하는 경우도 별로 없어요. 실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죠. 자율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제도 때문에 가능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이랑 비교할 필요도 없고 그냥 공부한다고 생각하죠. 일본이나 한국에서도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것 같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부모와 교사와 학생의 삼각관계를 좀 더 바람직한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도 핀란드처럼 적성이 인정되고 공부하기 편한 나라가 되길’
핀란드는 교육적 측면에서 흥미로운 나라다. 2006년 국제학력평가에서 학력과 학업 흥미도를 동시에 석권했으니 말이다. 독해력 2위, 수학 1위, 과학 1위 종합성적 1등으로 국제학력평가에서 3회 연속 1등을 지키고 있다. 학력평가에서 이러한 성적을 거둔 것은 그렇다고 쳐도 학업 흥미도 1위는 놀라울 따름이다. 학업 흥미도가 높으니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다. 핀란드 중학생을 대상으로 “공부가 즐거운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7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학업 성취도와 흥미도가 동시에 높은 나라
핀란드 교육을 정의하자면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평등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다양한 학교를 만든다는 목적 하에 특목고를 만들고, 사교육비를 올리면서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한국의 교육환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다양성과 효율성, 평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 답은 교육 시스템을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가능한 일이다. 핀란드는 종합학교부터 대학까지 100% 국가가 운영한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다른 유럽권 국가도 대학교까지 국가가 100% 책임진다. 한국이나 일본은 학부모가 아이들 교육을 책임진다.
유럽의 교육 선진국 중에서도 핀란드 교육이 가장 눈에 띄는 이유가 있다. 9년제인 종합학교에서 중학교 연령대가 되면 전체 과목 중 20%를 학생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고등학생이 되면 전 과목을 직접 선택하고 성적도 학점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학과 비슷한 시스템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과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과목을 접하다보니 진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고등학교 3년이 규정이지만 2년을 다니기도 하고 4년을 다니기도 한다는 사실은 핀란드식 교육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우등생을 우대하기보다는 낙오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한국실정과는 많이 다른 부분이다. 고등학교를 선지원 배정하는 학교 선택제를 도입하는데, 쉽게 말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다. 분명 인기 있는 학교와 인기 없는 학교가 있을 텐데, 선택이 적은 학교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 학교경영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한다. 학생들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학과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유행이 바뀌는 법이다. 학생들이 지원을 꺼리는 철학과 같은 경우 그냥 방치하면 사라지기 십상인데, 나중에 인문학이 유행하게 되더라도 맥이 끊어져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한다. 그 때문에 핀란드에서는 학교별 차이나 선호도에 따라 교육환경과 학습능력이 달라지지 않도록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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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