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하의 생명과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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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대멸종사건 (extinction event), 후에 살아남을 동물은?
대멸종사건 (extinction event)
흔히 대멸종하면 아래에 나오는 5대 멸종이 잘 알려져 있지만 관련 연구가 진척되면서 아래에 나온 5대 멸종 말고도 수많은 대멸종이 있었다. 학계에서 주장되고 있는 대멸종만 해도 20개가 넘는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한 생물권의 생물종 75% 이상이 멸종하면 대멸종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류에 의해 5대 멸종을 이은 6번째 멸종이 빠르게 진행 중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이 6번째 멸종이 일어난다면 인간을 포함한 어떤 동물이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것을 예측해 봤다. 보통 자연환경의 극적인 변화나 운석 충돌 등 전지구적 재난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멸종이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동물은 이름도 생소한 곰벌레라고 가정(假定)한 것이다. 바퀴벌레도 주목하고 있다. 2동물의 생태적특성을 살펴본다.
바퀴벌레 바퀴벌레 종류 어떤게 있을까요?
바퀴벌레는 전투력이 매우 낮고 별다른 방어기제가 없어서[9]인간에게 어떠한 해도 입히지 못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바퀴벌레에게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는 가주성(家住性), 군집성(群集性)의 특징과 생김새가 주된 이유다. 사람과 공통된 생활공간을 점유하므로 본능적으로 ‘영역 동물’인 인간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군집 생활을 하지만, 개미, 벌과 달리 뚜렷한 우두머리는 없고 개체 간의 협력이나 역할 분담도 없어 사회성 곤충은 아니다. 배설물에 페로몬 역할을 하는 물질이 있어 주변 바퀴를 끌어 모아 번식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군집을 이루게 된다. 인간의 거주지와 서식지가 겹치기 쉬운 다른 여타 곤충들 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이즈가 압도적으로 거대하다는 것. 야외에서라면 거의 알아보기가 힘든 개미 등과 달리 정말 독보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물론 야외에서 활동하는 곤충들 중에서는 바퀴벌레 이상으로 큰 종도 많지만, 집 안에서 발견되는 곤충들 중에서는 가장 거대한 축에 속한다. 그 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보적인 존재감도 바퀴벌레가 유독 많은 관심과 혐오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알집을 달고 있는 암컷이 보인다든가 서너 마리 이상이 보인다면 엄청난 수의 마리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수구, 쓰레기장 등 다니지 않는 곳이 없는데, 사람처럼 손발을 청결히 하는 것도 아니 라서 온갖 알 수 없는 세균의 매개체 역할을 하므로 위생상 매우 나쁜 영향을 주는 곤충이다. 온몸의 잔털과 우월한 비행능력으로 온 사방에 병원균을 옮기는 파리나 아예 병원균을 직접 주사하는 모기에 비하면 낫지만 파리, 모기와 비교할 수 없이 크고 통통한 몸집과 거부감을 주는 생김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기름을 바른 듯 매끈한 겉모습은 등 부위에서 화학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며 혐오의 또 다른 원인인 놀라운 이동 속도는 곤충계에서 순위를 다툴 정도다. 인간으로 치면 100m를 1초에 주파하는 수준이고, 육상동물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의 3배에 가까운 속도라고 한다. 최대 시속 250km로 도망칠 수 있으며 아음속(亞音速)의 속도를 낸다. 물론 이런 경이로운 신체 능력은 어디까지나 효율을 극대화한 작은 몸체 덕분이다. 접촉주성 (thigmotaxis)이라는 본능을 가지고 있어 꽉 끼는 곳을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온몸으로 공간을 감지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고 한다. 체내의 대부분이 지방질로 이루어져 몸 두께의 1/3 너비까지 기어들어 갈 수 있다. 다리를 몸 밑으로 뻗지 않아도 옆으로 쫙 펴서 파닥거리며 개구리 헤엄치듯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틈새로 마구 숨어들어 잡기가 아주 어려운 해충이다. 바퀴벌레를 방제하는 약인 컴배트 (combat 바퀴살충제)같은 것으로도 박멸하기가 어렵다. 바퀴벌레는 물이 없어도 한달이상 버틸 수 있고 40여일 동안 먹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하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동물임에 틀림없으나 한 술 더 뜨는 동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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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벌레
곰벌레는 나무와 나무 제품을 해칠 수 있는 작은 곤충입니다.
주로 집안의 목재 가구, 나무 바닥, 책, 그림틀 등에 서식하여 나무를 먹고 파괴합니다.
이들은 주로 나무의 셀룰로오스 성분을 먹는데, 이는 나무의 주요 구성 성분 중 하나다.
곰벌레는 보통 목재가 습기를 흡수하고 분해될 때 발생하는 환경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환경이나 물품을 장기간 방치하는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
이러한 곤충들은 나무의 내부로 침투하여 나무를 파괴하고, 나무 제품에 구멍과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곰벌레를 통제하려면, 적절한 방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발견하면, 감염된 물품을 격리하고 전문적인 방제 전문가나 전문 업체에 상담하여 적절한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완보동물문 (緩步動物門 – Tardigrada)
곰벌레는 동물분류상 완보동물문 (緩步動物門-Tardigrada)에 속하는 동물이다. 절지동물계 (節肢動物界)와 연관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5억 3000만 년 전인 캄브리아기 (Cambrian radiation)에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성체 기준으로 작은 것은 0.1mm가 채 되지 않으며 가장 큰 것도 1.5mm가량일 정도로 작다. 머리를 제외하고 4개의 몸마디를 가지고 있으며, 각 마디에는 한 쌍의 다리를 가진다. 느리게 걷는 모습이 곰이 천천히 걷는 모습을 연상시켜 곰벌레라는 이름을 얻었다. 완보동물은 지금까지 1000종 이상이 보고되었으며, 대부분이 암수가 구분되어 있으나 일부 자웅동체인 종도 있다. 주된 서식지는 물속이나 습기가 많은 이끼류의 표면이다. 그러나 고온의 온천수나 극지방의 얼음 밑, 사막, 해발 6000m를 넘는 히말라야산맥의 고봉, 수심 4000m 이상의 심해 (深海)에서도 발견되는 등 사실상 지구 어디에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분포 지역이 넓다.일부 종은 안점(眼點), 즉 원시적인 눈을 가지고 있다. 광학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머리에 보통 눈이 있을 만한 위치에 두 개의 검은 점이 박힌 모습을 보는 것이 가능하며 마치 투명하지만 도롱뇽같은 모습이 귀엽다. 물론 당연히 원시적인 것이라 빛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 이상은 불가능하다. 조상이 곤충쪽과 일부 엮여있어서 그런지 알을 낳아 번식한다. 일반적인 상식과 다르게 갓 태어난 새끼도 성체 완보동물과 세포수는 똑같은데 자라며 세포의 크기만 커진다고 한다. 몸 외곽이 단단한 큐티클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갑각류 (甲殼類)마냥 몸이 커져도 큐티클은 자라지 않아서 허물벗기를 한다. 일부 종은 이런 점을 살려서 아예 큐티클 허물을 벗으며 거기다 알까기를 하고 허물이 완전 벗겨지면 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일거양득을 노린다고 한다. 참고로 곰벌레의 유전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신체부위의 위치와 존재유무를 담당하는 유전자인 혹스 유전자 (Hox Gene)가 곤충과 그것의 공통조상과 비교했을 때 상당수가 빠져있다고 한다. 그것도 단순히 다리 2개가 빠진 것도 아닌 무려 내장과 몸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빠져 있으니, 곤충의 시선에서 보면 몸이 없는 참수된 머리에 발과 손이 자라서 생활하는 기괴한 모습이 된다. 지구상에서 제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라면 곰벌레를 꼽을 수 있다. 독특한 생김새의 이 수생 무척추동물은 평균 길이가 0.3~0.5mm에 불과하지만, 진공 상태인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지구 생명체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해양, 담수 및 육지에서 약 1300종이 발견됐다. 곰벌레는 삶거나 얼려도 살아남을 수 있고, 물 없이 10년 넘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벌레가 최후까지 지구의 살아남아 희희낙락 (喜喜樂樂)할 날이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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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하 (전 여주대신고 교감, 전 수원계명고 교장)
필자 박광하 선생은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마친 후에 평생을 생물과학 강의와 교육에 헌신하여 왔다. 30여년 전 호주로 이주하여 시드니에 거주하며 민주화 실천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생명과학이야기’ (북랩)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