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한인 네트워크 보이스 투표 찬성 의견 기고 (1)
Northern Sydney Region Korean Network (이하 NSRKN)은 지난 8월 29일 격월 정기 회의를 통해 국가적 관심사가 된 보이스 국민투표 Vote for Voice 를 지지하는 활동을 한인 동포 사이에 펼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보이스 투표는 정치적, 문화적 분열을 초월해야 합니다. 호주 사회의 커뮤니티 기관에서 일하는 한인 워커들은 보이스 국민투표를 지지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으며 원주민의 목소리를 호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호주 사회내 인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소수 그룹의 대표성도 확보하는 데 더없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동포 사회 내에서 제고시키고 싶습니다. 이에 한인 네트워크의 의견을 담은 첫번째 기고문을 보내드립니다. _ 편집자 주
시드니 한인 네트워크 보이스 투표 찬성 의견 기고 (1)
1999년 이후 23년 만에 다시 호주 전역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이다.
바로 원주민과 토레스해협군도 주민들을 위한 헌법기구 설립에 관해 호주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이다. 호주 시민권을 가진 한인동포들도 모두 다른 선거처럼 이 투표에 참여하여야 하며 참여하지 않을 시 벌금이 부과된다.
혹시, 웬 국민투표? 이민자로서 우리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 고민하고 먹고 살기 바쁜데 인구의 3%밖에 안되는 원주민들의 문제에 고심을 해야 하나? 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다면 잠시나마 먼 옛날로 돌아가 보시기를 권한다.
1.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다면? First Nation People 이란 말의 중요성
6만년 전부터 이 땅에는 사람이 살았다. 그 때는 빙하기 이전이라 호주의 최초 거주인은 인도네시아등이 호주 땅과 이어져 있을 때 걸어서 땅끝까지 왔다고 추정된다. 6만년이라는 것은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증거가 있는 신빙성 있는 주장이다. 한국 사람들은 한반도에 5천년을 살아왔다는,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버리진의 역사는 이의 10배도 넘는 오랜 역사이며 이들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류의 자손들이다.
그러던 최초의 호주 거주민들은 1770년 대에 이 땅에 온 영국이 1835년 식민지배를 공식화하며 ‘테라 눌리스Terra nullius 아무도 살지 않는 땅’으로 정의한 후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버렸다. 130년이나 지난 1967년 겨우 국민투표로 시민권을 부여받았지만 최초의 거주인으로는 여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시민권은 주어져서 인간에 편입되었지만 1770년 이전에도 이 땅에 몇 만년이나 살아온 세월은 깨끗히 부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것을 바꿀 시간이 온 것이다. 10월 14일의 국민 투표는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의 목소리를 신설하여 호주 원주민을 인정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법안입니다. 이 개정안을 승인하시겠습니까?A Proposed Law: to alter the Constitution to recognise the First Peoples of Australia by establishing an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 Do you approve this proposed alteration?”라고 묻는다. 이것이 다다. 이것에만 찬성인지 반대인지 말하면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을 호주의 첫번째 거주인으로 인정한다는 부분이다. 이것은 그동안 영국의 식민법률 아래서도, 1900년 식민지를 벗어나 하나의 국가로 발돋움하면서도 무시되어 왔던 원주민과 토레스해협군도 주민들을 비로소 이 땅의 첫 주인으로 인정한다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진술이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호주의 주류인 백인들보다 우리와 같은 이민자들이 더 잘 알 수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식민백성으로 살아본 경험이 있는 한국이나 인도계와 같은 이민자들은 주권을 빼앗긴다는 것, 자신들이 몇 천, 몇 만년을 살던 땅에서 이방인 또는 없는 존재 취급을 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않는가. 아무리 사탕을 입에 물려 주어도 이 땅의 원래 주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문화를 부정당한다면, 인간이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잠재된 가능성을 맘껏 펼치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잘 알고 있다.
2. 현재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 해결의 시작 – 울룰루 성명서의 역사적 의미
원주민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주류 호주인들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다. 기대 수명은 10년에서 20년 가량이 짧아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많은 병을 앓고 의료 서비스 수용에 취약하며 교육에서도 상당히 뒤떨어져 있고 젊은이들의 구치소 수감률은 다른 호주인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원주민 아동이 구치소에서 수감되어 폭력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가끔 보도되는데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 국가 호주가 맞나 싶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나 다른 기관의 위로부터 아무리 서비스를 제공해도 풀기 어려웠다. 실마리는 오래되어 깨지지 않게 견고해진 원주민들과 호주 국가 권력 사이의 불신을 타파하는 것으로부터 풀려야 한다. 식민지배, 아이들을 빼앗김Stolen generation 등등 오랜 세월 동안의 트라우마로 자립력과 자생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원주민들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여 서로 모여 문제 해결을 단초를 마련하였고 이것이 이번 투표를 태동하게 한 울룰루 성명이다.
2017년,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은 호주인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가자고 요청했다. 울룰루 성명서(Uluru Statement from the Heart)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헌법적으로 보장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헌법적 인정을 요청했다. 이러한 인정이야말로 원주민 관련 많은 도전적인 문제들의 실마리를 푸는 일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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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북부지역 한인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