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목회기도
걷는 기도 (1)
소나기 퍼붓는 오후
질퍽하게 주저앉아 울고 싶지만
가던 걸음 뒤돌아서지 못하는 건
언제나 소나기로 허전한 마음자리
작은 시내로 흐르게 하여
나는 당신을 그렇게 만납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앞이 가릴 때쯤
항상 저만치 서성이던 당신
소나기로 오시든
바람으로 오시든
당신 앞에 갖는 작은 마음은
세상을 돌고 돌아 서성일 때면
누가 누굴 품는지요
어디 소나기만 차가울까요
어디 눈물만 아릴까요
속절없이 내리는 소나기만큼
푸르고 푸른 그리움만큼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실록으로 펄럭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당신을 만나는 길이 그 길뿐이라면
머물 곳 없다, 싶을 때
손수건 하나 흔들며 서 있겠습니다
걷는 기도 (2)
이른 새벽을 깨우는
거친 파도소리에 이끌리어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걷습니다
거침없이 海霧는 앞을 가리고
파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줍니다
가까이 있음에도
당신의 바다는 보이지 않고
시청보다 傾聽을 먼저 하라시기에
잠시 발길 멈추고
예언자 파도소리를 듣습니다
철석거리며 죽비로 자신을 다스리는
파도가 되었느냐 묻습니다
파도가 다른 파도를 품어주듯
마음이 다른 마음을 품었느냐 묻습니다
갯바람 요동칠 때
파도가 장단을 맞추듯
고통의 소리, 아픔의 소리에
손길 하나, 발길 하나 되었느냐 묻습니다
장엄했던 파도가 멈출 때
바라는 바를 알리는 것만이 아닌
존재 자체를 당신께 복종시키는 것이
기도라는 것을 아느냐 묻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장성처럼 서 있는 울릉공 하얀 등대처럼
눈길, 마음길, 손길로 만납니다
걷는 기도 (3)
제 걸음
당신에게 향할 때
거짓 없이 만날 수 있을까요?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고
자기 잎을 떨구고 아프게 피어난
토렌스강(Torrens River)의
자카란다(Jacaranda)꽃처럼
속살 조금 보이면 어때요?
못나고
어리석고
부족해도
다시 돌아갈 기회 주잖아요
내 영화보다
당신의 영광이 더 아름답고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잖아요
제 마음
당신에게 전할 때
차가운 새벽 강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처럼
살며시 까치발 들면
당신 발걸음 들을 수 있을까요?
올망졸망 버성기며
마음 서로 붙들어 주면
당신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요?
아무도 없는 강변이면 어때요
다가가기 전에
전하기 전에
이미 따뜻한 새벽안개는
당신의 숨결이 되잖아요.
전현구의 [걷는 기도] 중에서…
사진 = 전현구 목사
전현구 목사 (시드니조은교회 담임)